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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사 남경필 가족 잔혹사

공자는 ‘치국(治國)’ 이전에 ‘수신제가(修身齊家)’가 먼저라 했다. 정치인이라면 맘속 깊이 새겨두어야 할 진리이자 고언이다. 지금 그 누구보다도 남경필 지사에게 뼈 있게 다가오는 말이다. 여권의 잠룡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남경필 지사가 가족의 일로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군복무 중인 장남은 후임병 폭행 및 성희롱 혐의로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게다가 부인과는 지난달 합의 이혼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통치 않은 ‘제가’ 탓에 대권으로 가는 그의 정치 행보에는 먹구름이 꼈다.

On September 11, 2014


최근 중부전선 경기 포천에 위치한 6사단 내에서 가혹행위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가해자는 남 아무개(23세) 상병. 남 상병은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후임 A일병을 상대로 턱과 복부를 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욕설은 기본이었다. 업무와 훈련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런가 하면 7월부터 최근까지 또 다른 후임 B일병을 상대로 뒤에서 껴안거나 성기를 치는 등의 성추행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번에 발생한 군내 인권유린 사건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지만, 그 뒤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가해자 남 상병의 아버지가 다름 아닌 남경필 지사였던 것. 남 지사는 부랴부랴 지난 8월 18일, 공개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장남인 남 상병의 범죄에 대해 고개를 조아렸다.

현재 남 상병은 폭행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성추행에 대해선 ‘단순 장난’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남 지사의 즉각적인 사과에도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남 지사는 대국민 사과와는 별도로 장남을 위해 민간인 변호사를 선임했다. 군사재판의 경우 일반적으로 국선 변호사가 피고 측 변호를 맡게 되는 것과는 다른 행보. 또한 군 법정은 남 상병이 혐의를 인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군 인권문제를 다루는 민간단체 ‘군인권센터’ 측은 8월 19일 공식 브리핑에서 조목조목 세부적인 진상을 공개하며 사건의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남 상병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것.

8월에 터진 남경필 지사의 가족 잔혹사는 시작에 불과했다. 장남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한 남 지사는 지난 8월 11일, 부인인 이 아무개씨와 합의 이혼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인 이씨는 이미 7월 28일, 서울가정법원에 조정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보름 만에 별도의 재산청구소송 없이 갈라섰다.

남 지사는 대학 시절 미팅으로 전 부인 이씨를 만났다. 그리고 졸업 직후인 1989년 결혼했다. 이씨는 MB정권 시절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파문 당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사찰 문건에 포함된 ‘보석 밀반입’ 문제로 구설에 올랐던 것. 이씨의 사업과 관련되긴 했지만 그만큼 이씨가 평소 씀씀이가 큰 것 아니냐는 소문이 정계에선 파다했다.

이씨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아직 두 사람의 이혼 사유에 대해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이씨가 개인적으로 한 교육업체에 투자를 했고, 막대한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이혼의 빌미로 작용한 것은 아닌지 추측만 될 뿐이다. 남경필 지사는 이혼 바로 다음 날인 8월 1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부인에 대한 질문을 받고도 이혼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8월에 발생한 가족 잔혹사로 인해 남경필 지사의 정치 행보는 위기에 부닥쳤다. 남 지사는 여권 내에서 공공연하게 잠룡 주자로 분류되어 온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 남평우 전 의원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15대 재보선을 통해 2세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대부분 운동권 출신인 ‘486 정치인’들과 다르게 비교적 평탄한 길을 걸어온 남 지사는 ‘비운동권’ ‘2세 정치인’ ‘부유한 가정환경’ 등의 악재를 극복하고 오히려 당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젊은 정치인으로 거듭난다.

지난 MB정부와 현재 박근혜 정부를 통틀어 한 번도 주류 진영에 속한 바 없는 남 지사는 원희룡, 정병국, 심재철 등 젊은 주자들과 함께 비주류 소장파의 중심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때문에 남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 당선 이후 원희룡 제주지사와 함께 소장파 출신의 잠룡 후보로 분류됐다. 경기도지사 취임 직후 야권과의 연정 지방정부 구성을 제안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여권 내 혁신적 이미지에 색채를 더한 터였다.

하지만 연이어 발생한 가족 잔혹사로 인해 남 지사의 대권 레이스는 이미 끝났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기자와 통화한 한 여권 인사는 “대권 주자로서 남 지사의 가장 큰 메리트는 개혁적 이미지였다. 사실 젊은 주자가 갖는 가장 큰 힘이 ‘이미지’ 아닌가”라며 “하지만 이번 일로 ‘개혁적 이미지’는 실추될 수밖에 없다. 아들 문제는 둘째 치고 부인과의 문제는 결국 본인 문제 아닌가. 한국 사회에서 정치인의 사생활은 여전히 중요하다. 남 지사는 자신의 가장 큰 무기를 잃은 셈”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인사는 “안타까운 것은 타이밍이었다. 군은 8월 13일 남 지사에게 장남 문제를 통보했다. 하지만 남 지사는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직후인 17일이 돼서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라며 “만약 이에 앞서 자진 사과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5선의 중진이지만,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정치적 촉’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덧붙였다.

천만다행인 것은 일이 터진 시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자와 통화한 이재관 정치평론가는 “고승덕 전 서울교육감 후보와 정몽준 전 서울시장 후보의 낙선에는 선거 직전에 터진 가족 문제 탓이 컸다”라며 “그나마 남 지사로서 다행인 것은 앞서의 정치인들과 달리 이번 일이 터진 게 선거 시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 다음 선거까지는 시간이 많다. 현재는 임기 초반이고 남은 기간 동안 성과를 낸다면 고비를 잘 넘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남경필 지사의 그간 정치적 성과는 적지 않다. 1998년 정치 입문 이후 한 지역구에서 내리 5선을 성공했다는 것은 분명 아버지의 유산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정치인이 쌓아온 이력과 이미지는 어떠한 계기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정공법으로 지사직 재선, 혹은 대권으로 향할지는 남 지사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CREDIT INFO

기획
정희순
취재
한병관
사진
시사저널 제공
2014년 10월호

2014년 10월호

기획
정희순
취재
한병관
사진
시사저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