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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숙 변호사의 사랑과 전쟁|서른다섯 번째

전설의 카사노바

On August 05, 2014


회사원 A는 직장 상사인 B와 연인 관계였다. 문제는 B가 아이 둘 딸린 13세 연상의 유부남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더 절절하기 마련인지라 두 사람은 2년 넘게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밀회를 즐겼다. 둘은 늘 함께하기를 원했고, 야근과 출장을 핑계로 거의 매일 데이트를 즐겼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결국 이들은 경찰을 대동한 B의 아내에게 모텔에서 간통 현장을 잡히고 고소까지 당하게 되었다. 둘은 B의 아내가 회사에 제출한 진정서 때문에 직장도 그만두었다. 두 사람 모두 B의 아내에게 위자료로 각각 3천만원을 주어야 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A의 가족은 ‘집안 망신’이라며 크게 화를 내고 A를 집에서 내쫓아버렸다.

예상치 못한 법적·도의적 비난과 책임에 좌절하며 죄의식에 시달리는 A를 챙겨준 것은 B. 그렇게 두 사람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A의 생활은 늘 불안했다.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이를 비롯해 B의 모든 가족이 A를 철저히 외면한 것.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인 A는 급기야 우울증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새 출발을 위해 B는 개인 사업을 시작했고, A는 B의 두 아이와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5년이 지난 후에야 둘은 부부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혼인신고도 하게 되었다. 전처의 두 아이를 생각해 A는 불임수술도 받았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아이들은 정서적인 안정을 되찾아 A를 ‘엄마’라 부르기 시작했다. 남편의 사업도 안정 궤도에 접어들어 하루하루가 편안하고 행복한 나날이었다.

하지만 그런 행복도 잠시, 어느 날부터 남편의 언행에서 수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후 A는 너무나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편이 5명의 여자와 수년 전부터 몰래 관계를 맺어오고 있었던 것. 더욱 놀라운 사실은 모두 다 남편의 거래처에 근무하는 여자들이었다. 서로가 익히 잘 아는 사이였을 뿐만 아니라 그중에는 유부녀와 이혼녀도 있었다.

이들이 남편과 주고받은 문자에는 적나라하고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묘사한 내용이 있었고, 심지어는 모두 자기하고만 연인 관계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젠 결혼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들어 행복하다고 느낀 것은 A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셈이다.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A는, 남편의 휴대폰에 있는 문자를 증거로 이혼소송을 청구하면서 남편과 5명의 여자를 상대로 간통죄 고소에 1억원의 위자료까지 요구했다.

B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에서 벗어나는 길은 서둘러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었다. B는 A에게 “오해다. 죽을죄를 지었다”면서 밤낮으로 용서를 구하며 환심을 사고자 최선을 다했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 같던 A는 그 정성에 마음을 돌려 급기야 두어 달 만에 간통죄 고소와 이혼·위자료 청구 소송을 모두 취하했다.

그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단 하나,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에는 피눈물 난다”는 옛말 때문이었다. ‘나도 간통으로 만남을 시작했는데 누굴 탓하나’ 하는 마음에 한 번은 용서해주기로 했다. “타고난 바람기는 죽기 전에 고쳐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게 이 부부에게는 예외가 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 ※이혼·가사 법률 어드바이스
    아내나 남편이 있는 사람이 외도를 하면 우리 법은 ‘간통’으로 형사 처벌을 할 수 있으며 이혼 사유가 되고 위자료도 지급해야 한다. 외도한 상대방 여자나 남자도 위자료 책임이 있음은 물론이다.
    간혹 유부남이나 유부녀와 간통한 상대방이 “나도 농락당했다”며 위자료를 청구하고 싶어 하지만 둘은 공동 불법 행위자이고 간통죄의 공범이기 때문에 두 사람 간의 위자료는 인정되지 않는다. 처자식을 두고도 외도를 일삼고 가족을 버리는 자는 무책임하고 도의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글쓴이 이명숙 변호사는…
24년 경력의 이혼·가사 사건 전문 변호사로 현재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의 자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CREDIT INFO

기획
정희순
일러스트
정대영
2016년 04월호

2016년 04월호

기획
정희순
일러스트
정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