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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5주기에 만난 가족들

그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고 최진실의 어머니 정옥숙씨의 얼굴에는 여전히 황망함과 허탈함이 가득했다. 그녀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딸이 잊혀질까 두렵다.

On November 15, 2013


“진실아, 엄마 왔어. 오늘은 애들 없이 혼자 왔어. 둘 다 학교 행사가 있어서 말이야. 요즘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지? 안 그래도 추위 많이 타는데 얼마나 떨었을 거야….”

지난 10월 2일 고 최진실의 5주기 추모식이 경기도 양평 갑산공원 묘원에서 열렸다. 당일 오전 10시에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추모식은 10시 30분에 어머니 정옥숙씨가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생전에 ‘최진실 사단’이라 불릴 만큼 절친했던 이영자, 홍진경 그리고 전남편이자 고인이 된 조성민의 부모 등이 동참했다.

정씨는 묘역 주변 곳곳을 정리한 뒤 한 아름의 꽃을 품에서 꺼내 딸의 묘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쌀쌀한 날씨에 떨고 있었을 딸의 묘를 어루만지며 감싸 안았다. 사진 속 딸은 생전의 그녀가 그랬듯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시간 참 빠르네요. 벌써 5주기에 햇수로 6년…. 어젯밤에 준희랑 조촐하게 추모의 뜻을 전하는 자리를 가졌어요. 그때 눈물 뺄 건 다 뺐죠. 진실이가 소주를 좋아해서 저 한 잔, 진실이 한 잔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마시다 그대로 잠들었어요. 환희는 제주국제학교에 다니는 터라 전화로 대신했죠. 수화기를 든 상태로 셋이 같이 기도하면서 마무리했어요.”

이영자는 “진실 언니는 싼 꽃을 좋아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좋아한 꽃이 바로 이 꽃”이라며 ‘들꽃’을 묘 한편에 올려놓았다. 딸 라엘양과 함께 참석한 홍진경은 천진난만하게 묘원을 뛰어다니는 라엘을 보며,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눈물을 삼켰다.

비록 환희와 준희가 학교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라엘을 통해 환희와 준희의 당시 모습이 떠오른 듯했다. 고 조성민의 부모는 추모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정씨를 비롯한 친지들에게 인사만 건넨 뒤 자리를 떠났다 .

추모식은 기독교식으로 진행됐다. 가족, 친지 그리고 지인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 권사가 추모예배를 진행했다. 사도신경으로 시작한 예배는 찬송가 ‘나 같은 죄인’을 거쳐 묵념으로 끝이 났다. 추모식을 마치고 정씨는 딸의 묘역을 한참 동안 둘러보다 돌아섰다.

그녀는 취재진에게 “5년 동안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세상엔 없지만, 착하고 예쁜 배우 최진실을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추모식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려는 정씨에게 환희와 준희의 근황을 물었다. 정씨는 “모두 밝고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다”며 몇 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5년이나 지난 지금, 환희의 꿈속에 엄마가 나타나는 횟수는 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환희는 매일같이 엄마 꿈을 꿨어요. 한번은 아침에 아이들을 깨웠는데 환희가 베개에 눈물을 주르륵 흘리더라고요. 꿈속에서 겨우 보고 싶은 엄마를 만났는데, 내가 깨우는 바람에 사라졌다고.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서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왔어요. 어린 것이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다행히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부모를 잃은 충격과 아픔을 마음 한편에 고이 간직할 뿐, 아이들은 예전처럼 울지도 서러워하지도 않는다. 일찍 철이 든 환희는 괴로움과 아픔을 초월해, 이제는 이 또한 인생의 한 단락으로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 준희 역시 또래에 비해 어른스럽다. 운다고 죽은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일찌감치 깨닫고, 엄마의 못다 한 꿈을 이뤄주고 싶은 게 준희의 목표고 바람이다.

“애들이 또래에 비해 성숙한 걸 보면 흐뭇하다가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파요. 집에 돈 버는 사람이 없으니까 절약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도 같고…. 환희는 예전에 게임기나 새로 나온 장난감을 보면 사달라고 졸랐는데, 이제는 공부만이 살 길이라며 공부에 푹 빠져 살고 있고, 준희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교복을 아주 넉넉하게 맞춰서 몇 년씩 입곤 했어요. 성장이 너무 빨라서 할 수 없이 새로 맞추긴 했지만요. 둘 다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는 게 몸에 배어 있어요. 기특하고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요.”

숭의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던 환희는 지난 9월에 제주국제학교 ‘노스런던칼리지잇스쿨(NLCS, North London Collegiate School Jeju)’에 입학해 기대 이상으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NLCS는 대치동 엄마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국제학교로, 입학 요건이 까다로운 만큼 최고의 시설과 커리큘럼을 자랑한다.

현재 7학년에 재학 중인 환희는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학교에서 보내주는 교환학생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NLCS는 8학년이 되면 해당 학년 전체 인원(80명) 중 4~5명을 뽑아 교환학생으로 보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숭의초등학교 4학년인 준희 역시 학교생활을 너무도 잘해나가고 있다. 학교 가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할 정도로 푹 빠져 있다. 원래는 6개월이나 1년 정도 환희가 제주도에 적응하는 기간을 갖고 상황을 봐가면서 가족 모두 제주도에 정착할 생각이었으나, 준희가 숭의초등학교에서 졸업하겠다고 고집해 제주로 이사하는 것은 당분간 미뤄지게 됐다. 하지만 준희가 중학생이 되면 제주도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는 게 정씨의 바람이다.

한편, 정씨는 고 최진실·진영 남매의 묘지 이장과 관련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묘가 있는 갑산공원 묘원이 2008년부터 불법으로 묘역을 확장해왔고, 정식 인가를 받지 않은 공원묘지 밖의 불법 구역에 최진실 남매의 묘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평군청과 갑산공원 간에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공원 측은 ‘공원 땅으로 매입해 묘지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양평군청 관계자는 ‘토지 소유자가 동의를 해줘도 일단 그 땅이 불법인 데다, 그린벨트로 묶이면서 허가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씨는 “갑산공원 측에서 다른 묘원 몇 군데를 제안한 적은 있는데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 “집도 아무데로나 이사 안 가는데, 이장은 더 조심스럽다. 소송이 잘 마무리돼서 지금 있는 곳에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는 두 남매. 이들의 ‘터’에 대한 논의가 과연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CREDIT INFO

취재
정은혜
사진
최항석
2013년 11월호

2013년 11월호

취재
정은혜
사진
최항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