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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영혼, 이외수의 진심

혼외 아들 사건 이후 첫 여성지 인터뷰

On November 15, 2013 0

‘인생이 삼재(三災)’라는 이 예술가는 오늘도 예술을 벗어나지 않는 삶 속에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뿐이다. 혼외 아들 문제로 노작가에 대한 지나친 도덕적 잣대와 기대는 무거운 짐처럼 어깨를 축 늘어지게 했지만,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마음에서 마음으로>라는 신작으로 우리 곁에 다시 찾아온 예술가, 그는 늘 세상과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마음고생이야 뭐, 평생 하는 거지요. 인생이 삼재려니 생각하고 삽니다. 허허.”
감성마을에 가을이 깊어가던 날, 오랜만에 만난 이외수는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조심스러운 기자의 질문에 넉넉한 웃음을 보였다.

고수들은 총 없이 막대기 하나만으로 새를 잡는다고 했던가. 세상 풍파에도 여전히 건재할 수밖에 없는 그만의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무척 궁금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감성마을에서 주관하는 큰 행사가 두 개나 있었죠.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과 ‘감성마을 5일장’을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두 행사를 끝내고 단편소설 <파로호>를 썼습니다. 파로호라는 호수를 소재로 일종의 문명을 비판하는 내용이지요.”

파로호는 원래 ‘화천저수지’라 불렸던 인공호수다. 한자로 깨뜨릴 파(破)에 오랑캐 로(虜), 호수 호(湖)를 쓴다. 6·25때 중공군 일개 사단 병력이 파로호에 수장됐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이 오랑캐를 격파해 대승을 거뒀다 해서 파로호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이외수가 <완전변태>로 <문학사상>에 단편소설을 발표한 이후 순수 소설을 발표한 건 3년 만이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단편이지만 3년 만에 소설을 썼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서 마음으로>라는 대담집도 출간했죠. 남쪽으로 강연 투어도 했습니다. 밀양, 산청, 순천, 괴산, 청주 등 큰 행사에 참여해 ‘진정한 행복’에 대해서 강연을 했습니다. 기관지염과 편도선염으로 두어 달 다부지게 앓기도 했고요.”

또 그는 이외수문학관 때문에 바쁘기도 했다. 최근 문학관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데, 그중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바로 이외수문학관이다. 주말에는 5백여 명이 이곳을 찾는단다. 그는 직접 관람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주거나 한담을 나누며, 때로는 인생 상담을 하기도 한다. 언뜻 들어도 꽤 바쁜 시간을 보낸 듯하다.

“내 일이라는 게 예술을 하는 것입니다. 가끔 SNS를 통해 자유롭게 한 발언에 정치적인 잣대를 대는 분들이 있는데, 학생이 공부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어떤 때는 운동장에 나가 운동도 하고 놀기도 해야지 정상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작가는 글만 써야 되고, 정치가는 정치만 해야 된다는 건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것이죠. 예술가나 작가는 세상이 썩지 않도록 방부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쨌든 내 할 일에 대해서는 게으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니 모두 문학과 관련된 일들로 바쁘게 지냈다. 그는 여전히 문학이 중심인 삶을 살고 있었다.


혼외 아들 논란으로 가족들 마음 고생
지난 2월 이외수 혼외 아들의 생모가 ‘친자인지 및 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인터넷이 한동안 시끄러웠다. 그 이후 여러 차례 이외수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그의 소식은 트위터를 통해 종종 알 수 있었을 뿐이다. 양측의 원만한 합의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재판 중이었기 때문에 재판에 혹시라도 영향을 미칠까 봐 항변하진 못했어요. 호적에도 올렸고, 그간 양육비는 계속 지급해왔고, 더 이상 양육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을 낼 생각입니다. 이로 인해 가족이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어떤 언론에서도 언급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깊은 그의 주름에 가족에 대한 걱정과 그간의 시름이 담겨 있는 듯해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해탈을 한 듯한 노작가의 미소 뒤에는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은 듯 보였다.
“왜곡 조작된 기사가 많이 나갔죠. 국민의 눈과 귀가 되고 입이 돼줘야 하는 언론이 사실과 다른 얘기들을 할 때, 지나치게 한낱 작가의 사생활에 집착할 때는 제 기능을 상실한 것 같아 착잡했죠.”

예를 들면 아이를 홀트복지관에 버렸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과 다른 얘기다. 홀트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아이 엄마에게만 있다. 또 양육비를 전혀 주지 않고 모른 체했다고 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양육비 문제는 모두 지급된 것으로 법원에서 판결이 났고, 아이도 호적에 올렸다. 이외수는 “모 일간지에서는 한 달에 30여 회 이상 이외수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는데, 상당 부분이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라고 말했다.

“가족들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각종 언론에 참 많이 시달렸죠. 이번 일을 계기로 되도록 어떤 구설에도 오르내리고 싶지 않고, 오로지 내 일인 예술만을 묵묵히 할 생각입니다.”

유명세는 그런 것인가 보다. 작은 일은 크게, 큰 일은 더 크게 부풀려지는 것. 그래서 세를 치르듯 대가도 따른다. 때로는 그 대가가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다. ‘내가 아닌 내가 만들어질 때’가 그럴 것이다. 이외수를 보이는 대로(?) 지은 별명들이 있다. 춘천거지, 노숙자, 양아치. 그러나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초대전을 5번이나 한 화가이며, 시인이기도 하다.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충 알고 있는 나는 실제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술 취한 모습만을 본 사람에게 나는 술꾼이 되지요. 글을 쓸 때는 밖에 나가지도 않고,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황금비늘>과 <벽오금학도>를 집필할 때는 총 9년을 철문 안에 갇혀 글을 썼지요. 본 것만 가지고 얘기한다면 술꾼도 노숙자도, 양아치도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모습도 있는데, 한 번 보고 믿은 것은 수정하려 들지 않죠. 인생은 한 가지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 늘 반전이지 않습니까.”

마음에서 마음으로 세상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이외수의 신작이 반갑다. 세상이 노작가의 케케묵은 사생활로 떠들썩할 때 그는 작가로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는 인생, 예술, 세상, 우주, 이 네 가지에 관한 나의 생각들을 정리한 대담집입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죠. 세상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들을 총정리했습니다. 소설 외적인 글로, 이를테면 사상이나 철학을 정리한 글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라는 제목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했다.
“20세기까지는 이성이 시대를 지배했다면 21세기부터는 감성이 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성의 시대는 주로 뇌를 통해 자기 성장을 꾀하고 완성도를 높이지만, 감성의 시대는 가슴을 통해서, 마음을 통해서 자기완성을 꾀하고 만물과 교감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식보다는 깨달음이 더 우선하는 시대가 오리라는 판단에서 이 마을도 감성마을이라고 지었고, 이번 책 역시 마음을 중시해서 제목을 짓게 되었죠.”

행복도 결국 마음에서 오는 것임을 깨닫기까지 우리는 숱한 경험과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는 강연할 때도 주로 어떤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지금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면서 행복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모르는 모호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물질의 풍요가 곧 행복을 보장해주는 듯 보이죠. 저는 많은 것을 사랑하고 많은 것으로부터 사랑을 받아야지 존재의 가치를 느끼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연할 때도 현대인들이 상실하고 있는 것들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런 것들에 대해 얘기합니다. 강연을 듣고 왠지 좋은 나라에 사는 것 같고, 나도 행복한 입장이었구나 하고 자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고백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외수에게는 특히 인생의 고민을 털어놓거나 상담을 하는 이들이 많다. 유난히 다른 작가에 비해 그에게 치유를 기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위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접근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지요. 허허. 근엄해 보이지 않아서 옆집 아저씨처럼 생각하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 상담도 많이 해줍니다. 특별한 도움은 못 되어도 얘기는 다 들어드립니다.”

외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큼 특효약이 있을까? 많은 사람이 그의 말을 듣고 동질감과 희망을 느낀다고 한다. 가난에 대한 동질감, 자수성가에 대한 희망, 하고 싶은 얘기를 대신 해주는 속 시원함.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꿋꿋이 버티는 강인함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 같다. 그 진심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 있기도 하다.


SNS, 여전히 특별한 공간
이외수는 여전히 SNS를 통해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 가끔 시끄러워질 때도 있지만 눈물겹고 감동적인 일들도 자주 일어난다. 가령 어린이가 실종됐거나 치매에 걸린 어르신이 가출했을 때 그의 리트윗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된다. 희귀한 혈액을 가진 사람이 그 혈액이 필요할 때도 그의 리트윗은 힘을 발휘한다.

“지금도 나에게 SNS는 정보의 창구이고, 습작의 책상이고, 소통의 장입니다. 난 한 번도 내가 추구하는 예술 바깥으로 나간 적은 없어요. SNS를 한다고 해서 글을 안 쓰는 것도 아니지요. 그걸 통해서 내 문장력이 향상되고, 그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도 얻을 수 있죠. 내 나이대의 사람들 중에 내가 SNS를 가장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습작의 공간으로, 소통의 공간으로, 정보의 공간으로.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고도 싶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이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그의 SNS는 특히 그가 살고 있는 화천 지역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는 화천군 홍보대사, 산천어축제 홍보대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산천어축제가 이렇게 유명해진 데에는 이외수가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올겨울에도 SNS를 이용해 산천어축제를 열심히 홍보할 생각이다.

간혹 좋은 일에도 모함과 험담,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일도 있단다.

“IT산업이 세계 1위고, 인터넷 속도가 세계 1위인 만큼 인터넷 세상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그곳도 사람 사는 사회인데, 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어 자랑스러운 이미지를 세계에 보여주면 좋지 않겠어요?”

언젠가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교과서에 컴퓨터 사용법에 대해 문화적 소양을 키울 수 있는 커리큘럼을 넣으면 어떻겠느냐고. 너무 공감하는 요즘이다.

어느덧 2013년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세상이 각박해진다고 한다. 단풍이 쉬이 떨어져 바싹 마른 나뭇가지들이 맨몸을 드러내면 내년에는 더 나아질까 희망을 품기 마련이다. 이외수에게 희망을 얘기해달라고 했다.

“이제 물질의 풍요는 우리가 구가할 수 있는 수준에 달했다고 봅니다. OECD 국가 중에 경제력 12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풍요롭다는 얘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청소년 자살률 1위, 노인 자살률 1위, 국민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가치관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살아가는데 꼭 일류여야 행복하고, 상위권이어야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돈이 많아도 근심 많은 사람이 많죠.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를 공부해야 될 때입니다. 너무 물질의 풍요에 집착하지 말고 좀 더 정신적 풍요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중요합니다. 물질적인 것에 향해 있던 의식과 시선을 정신적 풍요 쪽으로 돌리면 참다운 행복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을 들으며 이외수는 참 한결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만큼은 뭔가 다른 얘기를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진정한 행복에 대해서, 정신적 풍요에 대해서 얘기한다. 작년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했을 때 그랬다. 우리의 시선이 보이는 것만 믿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인생이 삼재(三災)’라는 이 예술가는 오늘도 예술을 벗어나지 않는 삶 속에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뿐이다. 혼외 아들 문제로 노작가에 대한 지나친 도덕적 잣대와 기대는 무거운 짐처럼 어깨를 축 늘어지게 했지만,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lt;마음에서 마음으로&gt;라는 신작으로 우리 곁에 다시 찾아온 예술가, 그는 늘 세상과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Credit Info

기획
장은성
취재
한지은
사진
신빛

2013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장은성
취재
한지은
사진
신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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