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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 부는 채식주의 열풍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쥬랜더>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벤 스틸러는 얼마 전 한 미국 TV 쇼에 출연해 자신이 채식주의자라고 선언해 주목을 받았다. 고기, 달걀, 우유 등을 끊은 지는 이미 꽤 됐고, 대신 ‘생아몬드 치즈 라자냐’ ‘케일 칩’ ‘견과류 치즈와 병아리콩 버거’ 등을 먹는다는 것이다.

On October 17, 2013

1 기네스북 기록상 가장 오래된 채식 레스토랑인 ‘힐틀’의 음식. 2 채식 레스토랑 ‘힐틀’의 내부 장식. 3 뷔페 레스토랑 ‘힐틀’에선 음식의 무게를 달아 값을 계산한다. 4 유기농 채식 아이스크림 가게 ‘베젤라떼리아’의 아이스크림. 5 유기농 채소 재배 업체 ‘비건더시티’의 가정용 채소 재배기.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쥬랜더> 등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 벤 스틸러는 얼마 전 한 미국 TV 쇼에 출연해 자신이 채식주의자라고 선언해 주목을 받았다. 고기, 달걀, 우유 등을 끊은 지는 이미 꽤 됐고, 대신 ‘생아몬드 치즈 라자냐’ ‘케일 칩’ ‘견과류 치즈와 병아리콩 버거’ 등을 먹는다는 것이다. ‘채식’은 더 이상 유행이 아닌 하나의 생활 습관이다. 할리우드 스타뿐 아니라 주위의 보통 사람들도 윤리적ㆍ종교적 이유나 건강상의 문제로 채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채식 레스토랑’ ‘채식 요리책’ 등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채식 레스토랑은 어디일까?
기네스북 기록상 가장 오래된 채식 레스토랑은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힐틀(Hiltl)’이다. 1898년 설립돼 올해로 1백15주년을 맞는다. 설립자 암브로시우스 힐틀은 독일 이민자 출신이다. 젊은 나이에 류머티즘으로 고생하던 그는 생야채만 먹는 식이요법으로 류머티즘을 치료한 뒤 채식 신봉자가 됐다. 그는 당시 생긴 지 얼마 안 된 작은 채식 카페를 인수해 이를 확장해나갔다. 한 세기가 넘도록 취리히 도심 실 슈트라세(Sihl Strasse)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힐틀의 현재 운영자는 암브로시우스의 4대 증손자다. 흥미로운 것은 이토록 긴 역사를 자랑함에도 이곳은 여전히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평일에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 잡는 게 불가능하다.
힐틀과 같은 채식 레스토랑과 채식 쇼핑몰, 채식주의 호텔 등의 영향으로 스위스엔 최근 들어 채식주의가 폭넓게 번지고 있다. 구글 취리히 오피스는 최근 사내 레스토랑을 개장하면서 아예 주방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샐러드 재료로 쓰기 시작했다. 스위스의 유기농 채소 재배 업체인 ‘비건더시티(vegan the city)’와의 협업이다. 취리히 뮐러 슈트라세(Muller Strasse)에 있는 유기농 채식 아이스크림 가게 ‘베젤라떼리아(vegelateria)’는 채식주의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명소다. 우유나 달걀 대신 콩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처음 문을 열 때는 가게에 자리가 10석뿐이었지만 지금은 75석까지 확장했다. 제공하는 음식을 오로지 채식으로 구성한 채식 호텔도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스위스에는 6군데의 채식 호텔이 있다. 스위스 호텔 더 크라운(Swiss Hotel the Crown), 호텔 밸런스(Hotel Balance) 등인데, 채식 호텔에서는 음식뿐 아니라 알레르기를 막을 수 있는 유기농 침구류를 사용하고 일반 호텔과 달리 동물과 함께 객실을 쓰는 것이 허용되는 등 ‘친자연’을 콘셉트로 한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데 베지테리언(vegetarian) 생활만큼 중요한 건 없다.” 이는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수십 년 전 남긴 말이다. <비건(vegan), 가장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책을 쓴 스위스 의사 어니스트 엔리히는 아인슈타인의 이 말을 인용하며 “만약 아인슈타인이 지금까지 살아서 최신 의학 지식을 갖고 있다면 ‘베지테리언’이라는 단어 대신 ‘비건’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등급에 따라 달걀이나 생선을 먹기도 하는 베지테리언보다, 동물로부터 나온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먹지 않는 비건이 더 건강에 좋다는 의미다. 채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취리히에 채식주의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건 확실한 듯하다.

글쓴이 김진경씨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뒤 <중앙일보> 기자로 일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스페인 출신 해커와 결혼해 현재 취리히에서 남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정희순
글,사진
김진경, 힐틀, 베젤라떼리아, 비건더시티
2013년 07월호

2013년 07월호

기획
정희순
글,사진
김진경, 힐틀, 베젤라떼리아, 비건더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