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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취향

On February 24, 2012 0

우리가 지금 열광하는 것들을 만드는 문화 공급자들이 누구인지 찾아봤다. 어디 가서 괜찮은 취향이라는 얘길 들으려면 다음 인터뷰에 소개하는 네 팀을 기억해두는 게 좋겠다.


Flat.M -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우리가 밥 먹듯이 드나드는 에이랜드, 서울의 정갈한 카페들, 창조적인 아티스트들의 작업실을 만드는 플랏엠(Flat. M)의 디자이너들이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그들의 디자인처럼 건조하고 까다로울 거라고 예상한다면 긴장을 풀어도 좋다. 내 마음대로 디자인해보고 싶은 곳은 병원과 정육점,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밟아온 1년을 정리하기도 힘들 판이라고 말하는 이 재미있는 사람들은 디자인도 재미있게 한다.

플랏엠은 어떤 스튜디오인가?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다. 비주류를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에이랜드 전에는 큰일을 될 수 있으면 안 했다. <나일론> 목나정 포토그래퍼의 에코 스튜디오를 포함해서 여러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작업실 등을 작업했다. 조그만 바나 술집도 많이 했는데 어쩌다가 에이랜드를 맡아서 요 근래 1년 반 정도는 그거 위주로 일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에이랜드 매장을 전부 디자인한 건가?
명동 본점은 1층 리뉴얼을 했다. 현대백화점 부천점과 얼마 전 이전한 홍대점을 제외하면 우리가 거의 다 작업했다. 에이랜드 매장 90%만 해보자고 했는데 그 정도는 한 거 같다.

스튜디오를 연 지 7년이나 됐다. 처음 열었을 때와 비교할 때 달라진 게 있다면?
일단 스튜디오 위치. 지금까지 4번 이사했다. 두 번째는지금 하고 있는 에이랜드 프로젝트가 2년짜리 프로젝트가 돼버려서, 2년 동안 우리가 하던 일들을 못했다. 원래 작은 일들을 하던 사무실이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 하던 일들을 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이 크다고 안 하는 사무실은 아니다. 그냥 일이 들어왔을 때 ‘저분들이랑 일하면 좀 재미있게 일하겠다’ 하면 하는 거고.

재미있겠다 싶은 건 어떤 건가?
클라이언트 중에는 거주 공간을 의뢰하는 분도 있고 상업 공간, 혹은 작업실을 의뢰하기도 하는데 일단 본인이 원하는 게 확실한 분들이 좋다. 그래서 아무래도 전문가를 더 좋아하는 거 같다. 최근에 이태원에 있는 뮤직비디오 감독님 작업실 만들어드렸는데 전문가끼리는 자기가 원하는 것만 해주면 나머지는 ‘알아서 해주세요’ 하니까 작업하고 나서도 만족스럽다.

클라이언트층의 공통점이 젊고 취향이 비슷하다던데, 그 비슷한 취향이 어떤 건지 궁금하다.
우리도 장식적인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오시는 분들도 화려하거나 아기자기하거나 과한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이 운 좋게 많이 오신다. 그래서 우리 스타일대로 작업을 많이 한 것 같다.

플랏엠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나 이미지가 무엇이 되면 좋겠나?
‘좀 더 건조한 공간’. 장식적이기보다는 공간의 주인이 장식을 할 수 있도록 ‘내가 하지 말고 니가 하세요’ 이런 느낌?(웃음)


허지영 - 해외 뮤지션 프로모터(SUPER COLOR SUPER)

토로 이 모아(Toro Y Moi), 프렌치 혼 레벨리온(French Hoorn Rebelion), 최근엔 모과이(Mogwai)까지. 애타게 기다리지만 국내에선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해외의 젊은 뮤지션들이 서울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기획하는 건 늘 ‘슈퍼컬러슈퍼’다. 소리 내어 다 읽기도 전에 민망해서 웃음이 터지는 레이블의 이름만큼이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을 마구마구 벌려놓는 ‘슈퍼컬러슈퍼’가 생긴 지 3년 만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프로모터인 허지영이 발로 뛴 덕분이다.

매일 출근하는 건 아닌가?
매일 일을 하긴 하지만 출근은 일주일에 3번 정도. 유동적이다. 투어할 땐 밖에서 미팅하고 공연 준비한다.

하는 일을 짧게 설명한다면?
내한 공연을 기획하고 전반적인 일을 모두 한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굉장히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으면 그 에이전시나 레이블에 직접 연락해서 물어보기도 한다.

이 일 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작년 5월 ‘라운드 로빈’ 때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한 여성분이 마치 만화 속 주인공들이 황홀할 때 짓는 표정을 그대로 짓고서 턱을 괴고 보고 있더라. 그게 너무 인상 깊어 사진을 찍어뒀다. 공연장에서 관객이 행복해할 때가 가장 좋다.

2012년에 기획하고 있는 야심작은 무엇인가?
현재 준비 중인 1월 27~28일의 댄 디콘, 2월 17일의 토로 이 모아 공연을 포함해서,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라운드로빈’이나 ‘수퍼 스케치’ 같은 로컬 이벤트를 좀 더 큰 규모로 기획하려고 한다. 또 하나는 골드 코리아 바이닐(http://goldkoreavinyl.com/)이라는 플레이 리스트형 웹사이트다. 이젠 듣고 싶어도 구하기 힘든 우리의 196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기획해서 만든 웹사이트다. 어리고 젊은 세대도 굉장히 새로워 하는 것 같더라. 외국에서도 서서히 반응이 오고 있다. ‘곱창전골’에서 음원을 지원받아 계속 업로드할 예정이다.

슈퍼컬러슈퍼에 들어오기 위한 자격 요건?
고집이 있어야 한다. 이 일이 굉장히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일이긴 하지만 안정적인 일은 아니다. 음악과 뮤지션과 공연장을 좋아해야지만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인 거 같다. 그런 것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고집스럽게 지켜갈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체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제일 기본은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다. 음악을 최대한 많이 들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음악이 좋은지, 어떤 음악에 사람들이 열광할지 식별할 수 있는 감각이 생긴다.

김기조 - 그래픽 디자이너

장기하와 얼굴들, 미미 시스터즈, 아침 등 붕가붕가레코드 밴드들의 음악만큼이나 독창적이고 위트 넘치는 포스터와 음반 재킷은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에 의해 탄생한다. 그는 구형 매킨토시와 미닫이 문이 달린 쪽방, 크고 오래된 책장이 있는 방학동 작업실에서 이 모든 것을 창조해낸다.

요즘에는 어떤 작업을 하나?
밴드 ‘아침’이 2월 11일 단독 공연을 해서 공연포스터 및 밴드와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다. 내 나름대로 우선 ‘리빌드 에디션(Revealed Edition)’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아침 음반을 작업할 때 모형을 만든 후 촬영해서 그걸 바탕으로 아트워크를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동일하게 다시 한 번 진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말하면 글씨체가 복고적인 느낌이 들어, 예전에 새마을운동 포스터나 1970~80년대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떻게 이런 옛것에서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고 급격하게 새로운 것을 계속 소비하다 보니까, 빠르게 소진되고 과거의 것을 지워버리는 것이 좀 불만족스러웠다. 그런 것들이 결국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가 근·현대사를 겪으면서 경험한 의식 구조 덕분에 생긴 행위 아닌가. 그런 것 안에 군사 독재 시절의 개발우선주의시대에 굉장히 폭력적인 구호들과 같은 의식 구조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의 프로파간다에 쓰였던 글자들을 가지고 뭔가 좀 비트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도 어떻게 보면 ‘하면 된다’의 반동적인 의미를 담아 작업을 했다. 단순히 개인적인 일상사에 비춰서 ‘오늘의 할 일을 미뤄라’ 식의 귀차니즘의 이야기가 아니라 건설적이고 남성적인 톤의 맥이 탁 풀리는 얘기를 던지는 작업들이다.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자’, ‘싫은데요’ 같은 문구는 옛 글씨체 같지만, 포함하고 있는 내용은 젊은이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게 이미지와는 대조적이라 더 열광하는 것 같다. 이런 문구는 어떻게 생각해내나?
나한테 작업은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전달하는 건데, 개인적으로는 그 과정에서 온전하게 디자이너가 본인의 자의식을 고스란히 담아 전달하는 건 좀 촌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담되 압축적으로 끝까지 눌러 담아서 표현하는 게 기본적인 작업 태도가 됐다. 보는 사람에 따라 각자 다른 해석을 할 수도 있다. 그럴 바에는 내 생각의 결과물을 오롯하게 하나의 이론으로 만들어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좀 러프한 단계의 생각을 정제해서 질문으로 던지며 해석의 여지를 여는거다.

공연 포스터나 재킷 디자인을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 있나?
다프트 펑크가 신보 내면 한국판 에디션으로 아웃박스 작업을 해보고 싶다. 이왕 희망 사항이면 크게 잡는 게(웃음).


안남영 - 아트 디렉터

베네통에서 후원하는 이탈리아의 디자인 센터, 파브리카(Fabrica) 에서는 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을 독창적인 이미지와 함께 잡지 를 통해 소개한다. 40개국에서 4개국 언어로 발행되는 의 단순하고 강렬한 레이아웃을 만들어내는 아트 디렉터가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 그녀는 마침 파브리카의 산업 디자이너, 딘 브라운과 서울에 와 있었다.

어떻게 파브리카에서 일하게 됐나?
운이 좋게 한국을 나가려고 구실을 찾는 중에 파브리카 10주년 전시를 제로 원 센터에서 했다. 그 기간에 워크숍이랑 포트폴리오 리뷰를 하고 한국 학생을 4~5명 초대했는데, 그중 한명으로 파브리카에 가게 됐다. 2주간 그곳에서 실습하고 잘되면 1년 장학금을 받는데, 학교 같은 개념은 아니고, 파브리카의 지원을 받으며 일하는 거다. 나는 2007년에 갔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오래 있게 됐다.

지금 파브리카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내부 팀이 그렇게 크진 않다. 우리는 전 세계 이야기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 친구들이 흩어져 있다. 3개월마다 발행되는데 첫 한 달은 모든 사람이 각각 콘텐츠를 찾고 리서치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 유기적인 구조에서 일하기 때문에 ‘넌 글 쓰는 애니까 글만 쓰고 넌 그림 그리는 애니까 그림만 그려’가 아니라 잡일도 다 한다.(웃음) 게다가 한국인은 나 혼자니까 한국적인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부분에서 더 도와주기도 하고.

하나의 사물을 한 페이지 가득 채워놓는 레이아웃이 독특하고 강렬하다. 디자인할 때 만의 기준이나 규칙이 있나?
잡지마다 정해진 포맷이나 형식이 있지만 우리는 3개월에 한 번씩 다 바뀐다. 예를 들어 처음에 어떤 이미지를 3페이지에 싣기로 정해놔도 막상 사진이 왔는데 너무 괜찮으면 6페이지로 할 때도 있다는 거다. 만날 뒤집어엎는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디자이너의 취향을 앞세우기보다는 우리가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거다. 최근 두 이슈 같은 경우(‘운송수단’과 ‘똥’)는 사진뿐 아니라 일러스트레이션도 들어가서 레이아웃은 단순하게 했다. 반면, 단순한 사진이나 텍스트만 들어간다면 레이아웃을 재미있게 한다. 하다못해 테두리에 남는 마진이나 가운데 들어가는 줄까지 3개월마다 매번 다르다. 정해진 건 아마 ‘컬러스(COLORS)’ 로고뿐일 거다.

현재 4개국 언어로 발행되는데, 아시아권에선 유일하게 한국어판이 나온다.
한국 사장님이 부탁해서.(웃음) 그분이 <컬러스> 팬이어서 직접 이탈리아의 파브리카 디자인 센터에 오셨다. 한국어판을 내고 싶다고. 스페인어는 이미 20년 동안 구축돼 있지만 <컬러스 코리아>는 1년 전부터 시작한 거라서 가끔 번역 오류도 도와주고 정말 다 뛰어들어서 하고 있다.(웃음) 모든 버전은 항상 영어와 다른 언어를 함께 얹는다. 지금 중국어판도 내려고 생각 중이다.

editor LEE SANG HEE
사진 HWANG HYE JEONG

Credit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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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ANG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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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HYE JEONG

201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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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ANG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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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HYE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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