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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추태(秋態)

On October 13, 2017 0

10월, 사방이 온통 갈색빛으로 물들자 아티스트들은 새 계절을 맞이하려 저마다의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터틀넥 니트 톱은 오디너리피플, 와이드 데님 팬츠는 비욘드 클로젯, 실버 링은 밀트 M.
큼지막한 실루엣의 니트를 입은 모델

 

장태희

이제 막 중학교 입학을 마친 14세 소년의 키는 165cm에 불과했다. 몇 개월 후, 2학년에 접어든 소년은 무려 180cm를 넘어선 장신에 다다른다. 그리고 지금,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 21세 장태희는 모델이 되기로 결심한다. 큰 키와 균형 잡힌 몸매, 어깨에 내려앉은 긴 머리카락까지. 어쩌면 이는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등학생 시절 주변에서 모델을 해보란 권유를 많이 했어요. 모델아카데미를 다니다 운 좋게 콘테스트에서 입상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죠.” 친구들과 어울리며 한창 음주가무를 즐길 나이이건만, 평소 그가 즐기는 건 다름 아닌 운동이다. 잠이 많아 쉴 때도 놀러 다니기보다는 방 안에 틀어박혀 있고는 한다고. “촬영이 있을 때는 이틀 전부터 몰아서 자고, 조금씩 컨디션을 조절해요. 아직 신인이라 힘든 건 못 느끼겠어요. 그저 마냥 재미있을 뿐인 걸요. 모델 일은 하면 할수록 역시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자꾸 꺼내 입게 되는 니트처럼요.”

 

로 에지 디테일의 트렌치코트는 무홍, 버건디 터틀넥 니트 톱은 H&M 스튜디오, 데님 팬츠는 타미 힐피거 데님, 이어링은 본인 소장품.
기다란 옷자락의 트렌치코트를 걸친 작가

 

이상후

문학의 계절이 가을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이상우에게는 그 계절이 조금 일찍 찾아온 모양이다. 23세라는 어린 나이에 등단 후, 2015년 단편 소설집 <프리즘>을 출간한 젊은 작가. 줄곧 그에게는 가장 가까운 대상이 문학이고, 접근하기 수월한 분야도 소설이었다. “어머니가 도서관 사서였어요. 집에 서재가 있었는데, 책을 많이 읽기보다는 쉽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이었죠. 그 덕분에 자연스레 글 쓰는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중에서도 평론이나 시보다는 소설이 가능성이 더 높아 보였고요.” 작가의 소설을 접한 독자들은 의견이 분분하다. 일정한 고유의 문체를 지니지 않고, 작품마다 변화하며 이야기를 건네는 목소리가 낯설 법도 하다. 그렇지만 이는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춰 새로이 문체를 만들어가는 그만의 방식이다. “저는 글을 천천히 쓰는 편이에요. 작품에 따라 각기 다른 문장의 톤을 찾으려 해 더 오래 걸리는 점도 있고요. 음악이나 미술 같은 분야는 도구를 필요로 하잖아요. 문학은 그런 점에서 원론적으로 친근하고 쉬운 예술 장르죠. 펜 하나면 되니까요. 결국, 소설은 문체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왼쪽부터) 베이시스트 권오경이 착용한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에센시, 카무플라주 패턴 재킷과 디스트로이드 진은 모두 아메리칸 이글, 그라피티 프린팅 재킷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핑크 스니커즈는 컨버스. 보컬 박솔이 착용한 스웨이드 재킷은 로파이, 이너로 입은 셔츠는 오디너리피플, 블랙 팬츠는 노나곤, 블루 스니커즈는 컨버스. 기타리스트 나루가 착용한 프린팅 티셔츠는 미하라 야스히로 by 무이, 체크 패턴 셔츠는 아메리칸 이글, 지퍼 디테일 레더 재킷은 에센시, 블랙 디스트로이드 진은 H&M, 버건디 스니커즈는 컨버스. 드러머 박한솔이 착용한 그린 레더 재킷은 로파이, 데님 재킷은 노나곤, 로고 프린팅 티셔츠는 리바이스, 블랙 진은 유니클로, 옐로 스니커즈는 컨버스.
레더 재킷을 입은 무대 위 록 밴드

 

솔루션스

솔루션스에게 ‘이름값’이란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로큰롤 정신을 이어받아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는 자유로운 록 밴드. 그들의 머릿속, 해답이나 정답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음원을 내기도 하지만, 주로 활동하는 게 무대 공연이죠. 밴드 특성상 라이브 공연을 하면서 그날의 기분, 생각 등이 전부 드러나요. 대화하듯 멤버가 주고받는 호흡과 변화가 관객에게도 전해지고요. 그런 찰나의 감정이 나타나는 게 밴드 사운드의 매력인 것 같아요. 같은 곡을 몇 번 연주하고 노래해도, 정해진 답안이란 없으니까요.” 아티스트 4명이 모여 한 팀을 이루기 전, 각 멤버에게도 ‘배고프고 절박한 예술가’의 시절은 있었을 테다. 그러나 데뷔 5년 차에 접어든 지금, 오랜 시간 섬세한 가공법을 거쳐 만든 레더 재킷처럼 솔루션스의 조합은 유려하다. “‘힙합’ 하면 떠오르는 패션이 있잖아요. 록도 마찬가지예요. 하나의 장르이자 문화로서 저희는 ‘솔루션스’답게 록 음악을 이어가고 있어요.”

 

다크 브라운 컬러 포켓 스트라이프 패턴 재킷은 시스템, 레터링 티셔츠와 와이드 데님 팬츠는 모두 마크 제이콥스, 블랙 에나멜 앵클부츠는 슈콤마보니, 플로럴 프린팅 스카프는 발렌티노.
실크 스카프를 두른 여배우

 

조보아

대중이 여배우에게 기대하는 바람은 꽤 여럿이다. 가장 먼저 아름다운 외모를 유지할 것. 스크린 혹은 브라운관에 등장한 여배우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환상 속 주인공을 떠올린다. 다음으로는 올바른 몸가짐과 상냥한 말투.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남배우’는 없고 ‘여배우’만 존재하는 대한민국 여자 연기자는 ‘여성’스러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데뷔하기 전에는 지금보다 편한 점이 많았죠. 연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스스로도 이러한 제약에 익숙해지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커진 게 사실이에요.” 배우 조보아 또한 이 같은 대중의 눈길에 이미 익숙하다. 회의감을 느꼈을 만도 한 직업을 가졌지만, 그녀는 여배우로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작품을 위해 여러 준비를 하고, 카메라에 담긴 제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만족스럽게 나오면 더 뿌듯하고요. 전 그저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지만, 연기로 사람들의 감정을 대변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에 대한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진정성 있는 연기를 통해 그 캐릭터로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배우가 되었으면 해요.”

 

그레이 울 베레모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터틀넥 니트 톱은 타라자몽, 벨벳 소재 팬츠는 클루 드 클레어, 블로퍼 슈즈는 렉켄, 드롭 형태 골드 이어링·골드 버튼 링·왼손에 낀 골드 링은 모두 블랙뮤즈, 오른손에 낀 블랙 스톤 링은 해수엘, 별 모양 링은 밀튼 스텔리.
둥근 베레모를 쓴 화가

 

와이낫

와이낫(Yknot)은 매일 그림을 그린다. 하얀 종이 위 끊임없이 선을 긋고, 모양을 만들며, 색을 칠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러한 과정을 다시 반복한다.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 지칠 만도 한데, 18세 소녀는 또다시 그림을 그린다. “저만의 원칙이 있어요. 절대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는 거예요. 잘못 그린 선은 고칠 수가 없지만, 그 점 때문에 오히려 전혀 다른 색감이나 형태가 만들어지기도 해요. 오롯이 제 맘에 들 때까지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니까요.” 매사에 확실하고 분명한 태도는 그녀의 활동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우연히 본 어느 영상 속, ‘Why not?’이라는 문장과 자신의 이니셜을 결합해 만든 이름 ‘Yknot’. 매듭을 뜻하는 단어 ‘Knot’은 작가의 그림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 “본명은 이연경이에요. 평범한 이름이라 사람들이 기억을 잘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닉네임을 만들었죠. ‘안 될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그 의미처럼,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며 자유롭게 해석하면 좋겠어요.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하든, 그럼 안 될 이유는 없죠.” 몇 번이고 실패를 경험했다 한들 한 번 더 이를 시도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러므로 화가는 오늘도 펜을 들어 선을 긋고, 색연필로 스케치북을 채운다.

10월, 사방이 온통 갈색빛으로 물들자 아티스트들은 새 계절을 맞이하려 저마다의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Credit Info

EDITOR
PARK SO HYUN
PHOTO
KIM HYUK
STYLIST
OH JOO YEON, RYU SI HYUK, KXX DONG HYUN(나인비주얼)
MAKEUP
MUJIN(제니하우스 청담힐), SEO EUN YOUNG
HAIR
KWON YOUNG EUN, YUMI(제니하우스 청담힐)

2017년 10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PARK SO HYUN
PHOTO
KIM HYUK
STYLIST
OH JOO YEON, RYU SI HYUK, KXX DONG HYUN(나인비주얼)
MAKEUP
MUJIN(제니하우스 청담힐), SEO EUN YOUNG
HAIR
KWON YOUNG EUN, YUMI(제니하우스 청담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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