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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처럼 침착하고 담대한 뮤지션 정기고

DAWN ON ME

On July 18, 2017 0

16년 만의 첫 정규 음반, 처음으로 선보이는 단독 콘서트. 뮤지션 정기고는 동이 트기 전 새벽처럼 침착하고 담대하다.

 

네크라인에 트임 디테일이 더해진 티셔츠는 ADD, 화이트 컬러 팬츠는 베르위치 by I.M.Z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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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프 패턴 로브는 인스턴트펑크, 아이보리 칼라 셔츠는 ADD, 블랙 컬러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슬라이딩 슈즈는 로스트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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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새벽, 한 남자가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고민 끝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 그는 연결음을 따라 가만히 눈동자를 움직인다. 수화기 너머 여자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리고, 남자는 설레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한다. “데리러 갈게. 준비해.” 얼마 후, 둘은 한 차례 비가 내려 반짝이는 거리를 거닐고 있다. 끊임없이 서로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까만 밤을 가로지르는 두 연인, 그리고 그들을 조명처럼 비추는 은빛 달. 사방이 고요한 가운데 나지막한 목소리가 길가에 울려 퍼진다. “세상에 지금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아. 너무 좋아.”
어느 로맨스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 게 아니다. 정기고의 신곡 ‘Across the Universe’의 가사에 등장하는 한 장면이다. 지난 2014년, 우리 모두를 ‘내 거냐 네 거냐’라는 혼란에 빠뜨린 노래 ‘썸’ 이후 무려 3년 만에 내놓은 11곡의 음반 〈Across the Universe〉.
1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음악을 해온 그가 어떤 이유로 이제야 첫 정규 음반을 내놓은 걸까. “어느새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더라고요. 이번 음반은 저를 ‘썸’으로 알게 된 분들과 ‘Blind’ 같은 초창기 음악으로 기억하는 분들 모두를 위해 만든 거예요. 제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계기는 단연 ‘썸’이지만, 사실 예전부터 절 봐온 팬들은 이 곡이 굉장히 낯설다고 해요. 그래서 스스로도 ‘썸’으로 만들어진 대중적 이미지를 덜어내고, 진짜 ‘정기고’의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꽤 오래 공백 기간을 가지게 됐어요. 인디 시절 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반갑게 느끼실 것 같네요.” 16년. 오로지 한길만을 걸어오며 정기고는 여러모로 변화했다. 래퍼 빈지노가 피처링 작업에 참여한 ‘너를 원해’, 현재 대한민국 음악 신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뮤지션 크러쉬와 딘, 자이언티와 함께한 ‘일주일(247)’ 단 2곡만 봐도 알 수 있다. 팬들은 마치 ‘나만 아는 비밀 맛집’이 TV에 등장한 것처럼 한층 대중적이고 새로워진 그의 모습에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썸’에 이어 최근 발표한 곡 모두 ‘컬래버레이션 작업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저부터도 어색할 때가 많았는걸요. 요즘 제가 내놓은 음악에 오랜 팬들이 이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썸’을 기점으로 오히려 제가 성장한 부분도 분명 있어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잖아요.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이 흘렀는데 사람이 안 변할 수는 없죠. 단지 전 제 이념에 맞는 음악을 하고자 하고, 색다른 도전을 시도하려는 거예요.” 터닝 포인트를 거치며 한층 완숙해진 베테랑 뮤지션. 이쯤 되면 스스로의 음악 인생에 대해 감회가 남다를 테다. 분명한 견해나 철학을 기대한 것과 달리 그의 답변은 의외로 담담하다.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저를 표현할 매개체로 삼은 게 음악이 아니라, 정말 좋아서 하다 보니 음악을 통해 저 자신을 찾게 되더라고요. 오래도록 음악을 해왔다고 상기시키거나 자만하기보다는 습관처럼 꾸준히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해요.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쓰면서 저도 몰랐던 깊은 내면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보랏빛 후드 셔츠는 트렁크 프로젝트, 블랙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슬라이딩 슈즈는 로스트 가든.

 

다크 그린 컬러 재킷은 마크 론슨, 독특한 여밈 형태의 셔츠는 ADD, 블랙 컬러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크 그린 컬러 재킷은 마크 론슨, 독특한 여밈 형태의 셔츠는 ADD, 블랙 컬러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크 그린 컬러 재킷은 마크 론슨, 독특한 여밈 형태의 셔츠는 ADD, 블랙 컬러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롯이 정기고를 담아낸 이와 같은 곡들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요소는 바로 ‘가사’다. 평소 그는 일상에서 경험한 감정이나 막연하게 떠오른 단어, 문장을 메모해둔다. 음악만큼이나 글 쓰는 일을 좋아해 틈틈이 적어둔 것을 참고하며 노랫말에 적용한다. 음반 커버 내 수록된 소설 속 문장 같은 글은 모두 직접 그가 쓴 곡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들이다. “새벽에 작업하는 걸 즐겨요. 그래서 이번 음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도 ‘새벽’이에요. 멜로디는 혼자 흥얼거리다 만들기도 하고, 여기에 덧붙일 가사를 쓰러 24시간 카페에 노트북을 챙겨 갈 때도 많거든요. 제일 좋아하는 건 산책이고요. 왜 꼭 늦은 시간에 작업을 하느냐는 사람들도 있는데, 낮 2시에 쓰는 가사랑 새벽 2시에 쓰는 가사는 완전 달라요. 아예 사고가 달라지는 기분이랄까요. 공기조차 적막하게 느껴지는 그 시간이 참 좋아요.” 그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잘 알 것이다. ‘정기고표 감성’은 무신경한 사람조차 감상에 젖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일부 팬은 그를 향해 ‘어떤 노래를 불러도 슬프게 들리는 가수’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 섬세한 남자가 재미없고 지루한 취미를 가졌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는 소문난 애주가이자 미식가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가득 채운 라멘과 맥주 사진이 이를 증명한다.
혹시 남다른 감성이 ‘술김’에 의한 건 아닐까. “술 마시고 작업할 때도 많죠. 친구들하고 신나게 논 다음 즐거운 순간을 가사에 가볍게 녹여내거나, 슬픈 감정을 떠올리며 애절한 멜로디를 구상하기도 해요. 그래도 취미는 음악과는 별개의 일이죠. 듣기 좋은 곡과 부르기 좋은 곡이 다른 것처럼요.”
7월의 첫날 밤, 정기고는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계획했다. 16년 만에 발매한 정규 음반에 이어 데뷔 이래 최초로 단독 콘서트 〈1322〉를 개최하게 된 것. 그에게 이 4개의 숫자와 공연은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음반에 수록될 곡들을 처음 작업하던 집이 ‘1322호’였어요. 마무리할 때는 ‘1201호’에 살았고요. 〈Across the Universe〉의 인트로와 아웃트로 제목이 각각 ‘1322’와 ‘1201’인 이유가 이거예요. 이번 음반을 만드는 동안, 제가 머무르던 공간부터 지내온 삶 전부를 담고 싶었거든요. 배우는 자신에게만 주어진 역할을 연기하면서 표현하려는 걸 관객에게 전달하잖아요. 반면 가수는 여러 아티스트와 함께 하는 공연이 많기 때문에, ‘나’만의 것을 전할 수 있는 무대를 갖기가 쉽지 않죠. 그런 점에서 단독 콘서트는 굉장히 설레요. 정기고를 보러 오는 사람들만 가득할 테니까요. 걱정도 되고요.” 이제 그에게는 경계도, 한계도 없다. 지난 ‘1322’와 현재 ‘1201’을 기록한 새 음반이 그렇듯, 정기고의 글과 노래는 새벽녘처럼 어슴푸레 쓰여 그의 머릿속 장면을 모두에게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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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후드 셔츠는 트렁크 프로젝트, 블랙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슬라이딩 슈즈는 로스트 가든.

보랏빛 후드 셔츠는 트렁크 프로젝트, 블랙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슬라이딩 슈즈는 로스트 가든.

16년 만의 첫 정규 음반, 처음으로 선보이는 단독 콘서트. 뮤지션 정기고는 동이 트기 전 새벽처럼 침착하고 담대하다.

Credit Info

EDITOR
PARK SO HYUN
PHOTOGRAPHER
LEE KYUNG JIN
스타일리스트
KIM JI YEONG
메이크업
SEO EUN YEONG
헤어
KWON YEONG EUN

2017년 07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PARK SO HYUN
PHOTOGRAPHER
LEE KYUNG JIN
스타일리스트
KIM JI YEONG
메이크업
SEO EUN YEONG
헤어
KWON YEONG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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