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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도 좋아

On February 09, 2017 0

우리는 지금 ‘나 혼자 사는’ 1코노미 시대에 살고 있다.

 

나무로 만든 빈티지 목마는 더 올드시네마. 

일본의 인기 만화이자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는 누군가,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꾼 작품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자영업자 이노가시라 고로. 그가 일하는 틈틈이 눈여겨봐둔 음식점에 들어가 혼자 식사하는 모습이 내용의 전부인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음식과 나, 오로지 둘뿐이다. 특히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가 특유의 무표정 연기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 드라마다. 그는 단 한 번도 무언가를 쉽게 결정하는 법이 없다.

가게의 위치, 메뉴, 손님 유동성까지 심사숙고 끝에 가게에 들어선 그는 사람들과 그 어떤 교류도 나누지 않는다. 우리가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건 오직 내레이션으로 묘사된 고로의 속마음뿐이다. 곤약조림을 보며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출장길에서 만난 맛집에서 그 고장의 전통과 역사를 음미하는 고로의 모습은 ‘혼자’가 단지 ‘외로움’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혼자는 철학과 사색이며, 때로는 여유나 느긋함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도쿄의 평범한 뒷골목, 말수가 적은 마스터가 운영하는 작은 밥집과 그곳을 찾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 <심야식당>도 비슷한 정서를 공유한다. 물론 <고독한 미식가>만큼 ‘혼자’를 파격적으로 재정의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모두 혼자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혼자이기 때문에 품을 수 있는 시간과 공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이 미묘한 정서의 차이는 이후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혼자’를 다룬 작품과 두 작품을 구분하는 가장 큰 요소다. 두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혼자라는 설정은 그들을 누군가와 엮고 붙여 혼자가 아닌 상태로 만들기 위한 포석이 아니다. 그들은 단지 그저 혼자이며, 혼자라는 건 그 무엇의 복선도 아니다. 중요한 건 혼자인 채 그대로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이 작품들이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건 의미심장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해당 작품이 담은 이야기를 좋아하기는커녕 이해조차 하기 힘든 풍조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이 땅에서 자의적으로 ‘혼자’를 시도한 사람이라면 이 정의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혼자 무언가 하는 행위를 어색하다 못해 죄악시하는 나라였다. 혼자 영화를 보면 의아한 표정을, 혼자 식당을 가면 측은한 눈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고, 이 좋은 걸 혼자 보고 듣느냐며 혼자인 소비자를 조롱하는 듯한 어조의 광고도 심심찮게 전파를 탔다.

이런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은 일이다. 원인은 간단하다. 이젠 정말 ‘혼자’인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0년 전후만 해도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4인 가구가 일반적이던 우리나라 가구 구조는 2010년을 넘어서면서 1, 2인 가구가 대세를 이루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1990년 102만1천 명에서 2015년 520만5천 명까지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가구의 27.7%를 차지하는 수치로, 26.1%의 2인 가구, 21.5%의 3인 가구를 제친 1위 기록이다. 급격한 경제 성장만큼이나 급증한 저출산과 고령화의 콜라보가 낳은 놀라운 사회 구조 변화 양상이었다.

이런 변화의 흐름에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한 건 역시 광고계였다. 각종 산업 트렌드나 통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변화를 감지함과 동시에 지난 수십 년간 자행하던 ‘혼자 혐오’를 멈추고 ‘혼자 친화’적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인물이 혼자 등장하는 광고라고 해서 무조건 처량하거나 불쌍한 이미지로 묘사하던 악습이 사라졌고, ‘혼자서도 잘한다’는 메시지를 공유하는 캐치프레이즈가 늘어났다. 발 빠른 대응으로는 방송 미디어도 밀리지 않았다. JTBC <청춘시대>, MBC <나 혼자 산다> 같은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자 tvN은 혼자 사는 젊은 남녀의 일상을 다룬 드라마 <혼술남녀>를 신속하게 내놓으며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 초 신설된 티빙 TV의 <트렌더스> 1화의 주제는 대놓고 욜로(You Only Live Once, YOLO)였고, 1코노미 레벨 테스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대형 마트나 편의점이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과 간편식을 주요 품목으로 내세우거나, 건설업계가 대형 아파트보다 중소형 오피스텔 건축과 분양에 힘을 쏟는 것 모두 이제는 혼자가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홀로족’에 이어 ‘1코노미(1인+Economy)’ ‘얼로너(Aloner)’라는 단어가 굳이 탄생한 것도 이들이 각종 산업과 경제 전반에서 무시 못할 숫자를 차지한다는 분석 아래 나온 결과다. 고로 혼자는 더 이상 혼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영화관에 가서 혼자 티켓을 끊는 것에 쑥스러워할 필요도, 식당에 들어가 혼자 테이블을 차지한다고 눈치를 볼 이유도 없다. 각각 혼자 밥 먹는 것, 혼자 술 마시는 것, 혼자 영화 보는 것을 뜻하는 ‘혼밥, 혼술, 혼영’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우리 하루의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익숙한 일상어가 되었다. 혼자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다만 아쉬운 건 이렇게 잘 짜인 판과 잘 깔린 멍석에도 아직 혼자를 온전히 혼자로 즐기지 못하는 사람의 좁은 마음이다. 모두가 변한 뒤 가장 나중에 변하는 것이 사람들의 의식이라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혼자 열풍’은 혼자의 맛을 음미하는 1인 풍류와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모두가 혼자를 부르짖지만 실제로 혼자가 아니라는 대표적 증거는 바로 SNS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에 연결될 수 있는 관계를 습득한 사람들은 혼자인 시간조차 SNS를 통해 전시하는 것으로 자신이 혼자임을 증명받는다.

물론 그런 SNS의 발달이 지금의 혼자 문화 발달을 가속화해온 장본인이지만 어쩐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SNS 없이 존재할 수 없는 혼자란, 혼자 먹는 술과 혼자 문화를 강력 설파했지만, 결국 주인공 남녀의 재결합을 해피 엔딩으로 택한 드라마 <혼술남녀>의 마무리만큼이나 허무하다. 혼자인 것을 확인받기 위해 혼자가 아니어야 한다니, 이런 모순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혼자 놀기의 원조 나라 일본에서 다시 희망을 본다. 일본에서는 각종 혼자 문화와 관련된 현상에 ‘고독’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고독의 사전적 의미는 ‘세상에 홀로 떨어진 듯 매우 외롭고 쓸쓸함’ 또는 ‘부모 없는 어린아이와 자식 없는 늙은이’지만, 이제는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혼자 누리는 시간과 등가 교환해야 하는 가치라는 세 번째 의미가 더해지는 추세다. 혼자를 혼자인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 삶의 또 다른 주인이 될 수 있다. 혼자를 향한 믿음에 의심이 들 때면 좋아하는 영화의 엔딩 롤을 끝까지 눈에 담고,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 경건히 젓가락을 쪼개고, 고된 하루 끝 맥주 캔을 따는 순간의 짜릿함을 기억하자. 혼자는 혼자이기에 의미가 있으며, 시대는 이미 혼자들의 편에 섰다._ 칼럼니스트 김윤하

 

우리는 지금 ‘나 혼자 사는’ 1코노미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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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KANG YE SOL
PHOTOGRAPHY
KIM JAN DEE

2017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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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KANG YE SOL
PHOTOGRAPHY
KIM JAN D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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