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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래퍼들의 믹스테이프

On October 12, 2016 0

아이돌 그룹의 래퍼들이 믹스테이프를 내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것도, 만들어준 것도 아닌 오로지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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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은 많은 사람에게 동경과 부러움과 시기와 질투를 사는 대상이다. 그건 예쁘거나 잘생긴 외모에 가녀린(남자든 여자든) 몸매로 눈을 홀리는 춤과 노래와 랩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생각보다 많은 아이돌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대로는 못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들은 분명 하고 싶은 음악을 하지만, 이를 원하는 방식으로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별개라는 것. 내 꿈을 이뤄줄 회사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이들은 성공을 위한 ‘체계적인 인간 병기 제조(지코의 믹스테이프 ‘Battle Royal 중)’에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함정이 하나 생기는데, 그건 래퍼 양성에서 발생한다. 내 이야기와 생각을 토대로 가사를 쓰는 래퍼라는 직업과 만들어지는 아이돌 그룹의 래퍼 사이의 간극 말이다.

예뻐 보이고, 사랑받아야만 하는 아이돌 그룹의 래퍼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욕하거나, 내 속을 온전히 드러내는 식의 가사는 뱉어낼 수 없다. 그 때문에 래퍼임에도 래퍼로 인정받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예전에는 이 상황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힙합 신에 있는 래퍼와 아이돌 그룹의 래퍼를 아예 다른 영역으로 분리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조금은 이상한 합의가 이뤄질 즈음,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낙서’와 ‘홀케’라는 이름으로 믹스테이프를 발매하며 음악성을 인정받던 이들이 각각 블락비의 지코와 박경이 되어 아이돌로 데뷔했다.

그리고 이들은 만들어진 아이돌임을 부정하며 블락비의 음반과는 별개로 계속해서 자신들의 솔직한 생각을 담은 믹스테이프를 공개했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팀의 음악과 자신이 하는 음악의 간극을 줄이지 않고, 2개의 정체성을 가져가는 행보를 택했다. 물론 실력이 전제되었기에 가능했지만, 덕분에 블락비는 성공한 아이돌 그룹이 된 동시에 까다로운 힙합 신에서 래퍼로서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이를 이어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와 슈가, 빅스의 라비, 핫샷의 윤산, 그리고 몬스타엑스의 주헌 등 재능 있는 래퍼들이 믹스테이프를 통해 하고 싶은 음악과 말을 시원하게 풀어내는 중이다.

사실 믹스테이프는 공식 음원의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도 수입을 창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믹스테이프를 택하는 건 그만큼 하고 싶은 대로 만드는 음악에 대한 갈증 때문일 거다. “음악에 대한 아이디어에 제한이 없고, 가사도 뭐라고 쓰든 상관없잖아요. 아무도 안 들어서 망한다고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니고요. 히트곡이어야 할 필요도 없으니까 좋아요.” 사운드 클라우드에 ‘San Yoon1’이라는 이름으로 믹스테이프를 공개하는 핫샷의 윤산은 믹스테이프가 가진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최근 아이돌 래퍼들이 믹스테이프를 내는 이유에 대해서도 덧붙여 설명했다.

“이미 회사에 마이크나 시퀀서 등 음악을 만들기 위한 장비가 충분하거든요.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도 전기료 정도?” 그러니까 회사 내에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은 갖춰져 있으니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믹스테이프를 만드는 건 생각보다 간단하다. 게다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지우면 그만이다.

결국 지금의 아이돌에게 믹스테이프는 래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길이자,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창구이자, 음악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터다. 단순히 유명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음악을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아이돌을 택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러니까 방송에서 나오는 겨우 서너 마디의 랩으로 이들을 쉽게 단정하는 오류를 범하지는 말자. 당신이 유행만 좇는 음악만 한다고 힐난하는 사이에 이들은 무시당하고 조롱받은 그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 귀가 번쩍 뜨일 만한 믹스테이프를 만들고 있을 테니.
 

아이돌 그룹의 래퍼들이 믹스테이프를 내기 시작했다. 누가 시킨 것도, 만들어준 것도 아닌 오로지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함이다.

Credit Info

EDITOR
KANG YE SOL
ARTWORK
JO HYEON JEONG
ASSISTANT
SUNG CHAE EUN

2016년 10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KANG YE SOL
ARTWORK
JO HYEON JEONG
ASSISTANT
SUNG CHAE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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