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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람, 동네, 취향

On September 04, 2015 0

김원중, 87MM 디자이너

패션 모델 겸 디자이너인 김원중은 모델 박지운과 함께 87MM를 이끌고 있다. 두 시즌 동안 서울 컬렉션을 통해 컬렉션을 선보였고, 2016 S/S 시즌에는 단독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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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동
합정역, 홍대 정문, 홍대 놀이터가 랜드마크인 메인 스트리트 부근의 서교동 일대는 스트리트 패션, 서브컬처가 자라난 곳이다. 한때 전성기를 누렸다가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의 활성화로 주춤했지만, 다시 상수동을 중심으로 부활 중이다.

-서교동
합정역, 홍대 정문, 홍대 놀이터가 랜드마크인 메인 스트리트 부근의 서교동 일대는 스트리트 패션, 서브컬처가 자라난 곳이다. 한때 전성기를 누렸다가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의 활성화로 주춤했지만, 다시 상수동을 중심으로 부활 중이다.

87MM는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 서울의 다양한 것을 표현하고 그들을 위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했다. 마침 우리의 인터뷰 주제와 잘 맞는데, 홍대의 메인 스트리트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중간 지점 골목 안에 첫 번째 단독 매장이 자리해 있다. 홍대에 자주 와본 나도 이 골목 안까지는 처음 들어와 보는데,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모델 박지운이 군대 가기 전에 우리만의 스토어를 갖고 싶었다. 사실 급하게 결정된 것이라 많은 곳을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머릿속으로는 합정동과 상수동을 두고 고민하다가 홍대 중에서도 메인 스트리트와 살짝 벗어난 이 골목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우리 브랜드의 타깃층에 맞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곳이고, 우리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가장 잘 맞는 동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컬처를 베이스로 하는 우리 컬렉션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동네는 여기만 한 곳이 없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홍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꾸준히 사람들이 유입되는 곳이고, 그런 곳에서 출발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특히 이 골목은 홍대 정문으로 올라가는 메인 스트리트에 속해 있지만, 이 골목 안까지는 사람들이 잘 모른다. 그래서 더 좋았다. 메인 스트리트의 장점을 취할 수 있지만 위치적으로는 의외의 골목에 있으니까.

그렇다면 홍대의 매력은 뭔가?
어릴 때는 홍대에 자주 왔지만 스토어를 오픈하기 전에는 그러지 못했다. 상수동 카페, 이 부근에 있는 타투 숍에 다니는 정도? 어릴 때 홍대는 마냥 놀기 좋은 동네, 다양한 놀이 문화가 밀집된 동네라는 생각에 그쳤지만, 지금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곳에 우리의 이름을 걸고 스토어를 마련하고 나서 홍대라는 동네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스트리트 컬처를 기반으로 하는 옷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나니 홍대의 문화를 더 찾아보게 되고, 그것을 브랜드와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과 드문드문 들어선 작은 가게 사이에 마당이 있는 2층짜리 주택 건물, 이곳을 스토어로 만들려면 많은 공을 들였을 것 같다.

첫 번째 조건은 주택 건물이었으면 했다. 레스토랑 이었던 곳을 거의 3주 만에 리모델링 했다. 모델로는 우리가 활발하게 활동도 하고 많은 사람과 두루두루 인맥을 쌓았지만, 브랜드 자체로 봤을 때는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주택이어야 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컬렉션을 론칭한 뒤의 정식 쇼룸, 스토어의 느낌이라서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건물 외부와 내부의 메인 컬러를 오프 화이트 컬러로 정했다. 우리가 지향하는 ‘No Concept, Good Sense’라는 슬로건처럼 우리가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언제든지 바꿀 수 있게. 우리 스토어가 생기고 난 뒤 이 골목의 상권이나 사람들의 유입이 활성화됐다고 했다. 부동산 아저씨도 좋아해주시고. 하하. 이 골목에 사는 어르신들도 우리 브랜드 이름을 아신다. 뿌듯하다.

스토어의 공간 활용이 알차다. 한쪽에는 서점처럼 외국 서적이 있고, 카페와 작업실이 모두 모여 있는데 이곳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딱 3가지를 떠올렸다. 메종 마르지엘라, 슈프림, 뉴욕의 세러데이 서프 카페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이 바뀌면 이 공간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공간이 있다면?
급하게 준비했지만, 내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문 손잡이, 앞마당의 레터링, 액자 같은 작은 소품도 직접 구입하고 배치하면서 완성한 곳이라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다 애정이 간다.

한 계단 사이로 작업실과 매장이 연결되어 있다. 작업실을 완벽하게 분리하지도 않은 것 같고. 좀 더 긴밀한 교류를 위해서인가?
그렇다. 동대문에 작은 매장이 있었을 때는 사실 완벽한 교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로 아래에 매장이 있기 때문에 우리 옷을 찾는 사람들이 그중에서도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좀 더 빨리 알 수 있기 때문에 옷을 만드는 데서도 피드백을 반영하기 좋다.

홍대 말고 다른 동네에 두 번째 스토어를 오픈한다면 어디?
연희동! 얼마 전에 처음 가봤는데 홍대와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두 번째 스토어라면 정반대 분위기가 좋지 않을까?

로타(Rotta), 사진가

최원석은 가벼운 옷차림의 깨끗하고 시원한 여자의 모습을 담는다. 그의 피사체는 친근한 여자친구 같다가도 보이지 않는 유리막으로 몸을 감싼 듯 신비하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그는 5년 전까지 서태지 공연 전담 사진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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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숲길 공원
연남공원. 연트럴 파크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진짜 이름은 이렇다. 경의선 홍대역 3번 출구에서 사천교 근처로 이어진 산책길은 밤낮으로 인적이 잦다. 길을 따라 새로운 상권이 생기고 근방 편의점에서는 돗자리가 힘차게 팔려나간다. 드러누워 맥주를 마시는 젊은이들이 자주 목격되며 무명 가수들이 좁은 간격을 두고 밤새워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여름과 함께 열린 숲길이 새로운 계절을 맞고 있다.

-경의선 숲길 공원
연남공원. 연트럴 파크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진짜 이름은 이렇다. 경의선 홍대역 3번 출구에서 사천교 근처로 이어진 산책길은 밤낮으로 인적이 잦다. 길을 따라 새로운 상권이 생기고 근방 편의점에서는 돗자리가 힘차게 팔려나간다. 드러누워 맥주를 마시는 젊은이들이 자주 목격되며 무명 가수들이 좁은 간격을 두고 밤새워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여름과 함께 열린 숲길이 새로운 계절을 맞고 있다.

꾸준히 여성을 찍어왔다.
<오렌지 로드>나 <전영소녀>처럼 중·고등학생 때 보던 소년만화에서 야릇한 마음을 느꼈다. 손을 뻗으면금방이라도 사귈 수 있을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은 미묘한 감정의 벽이 있는 만화 속 여주인공에 대한 인상을 성인이 되어 재해석하고 있다.

사진 속 여성에 대해 얘기해달라.
오늘 내 옆에 선 모델 이호신은 친구의 친구다. 만질 수 있을 듯 만질 수 없는 절묘한 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과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손끝의 위치마저도 중요하다. 세밀한 포즈까지 지정하는데, 그럴 때 분위기를 섬세하게 잡아내는 감각이 있는 사람이 좋다. 전문 모델을 섭외할 때도 있었지만, 결과물이 그리 좋지 않았다.

얼마 전에 발간한 책이 다 팔렸다.
예전부터 쌓아온 작업물을 보여줄 적당한 시기를 찾고 있었다. 여러 출판사에서 제의를 했는데, 쎄진과 의견이 맞았다. 출판사에서는 매력적인 사진이지만 상업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미리보기 형식의 얇은 책자를 6백 부 만들었는데, 며칠 만에 다 팔렸다. 10월 6일에 양장 사진집이 나오고 커먼 그라운드에서 제법 큰 개인전을 연다.

아마추어 사진가에게 공원이나 산, 들로 나가는 건 특별한 일일 것 같다.
10년 전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 클럽 파티나 공연 사진을 찍었다. 부딪쳐서 결과물을 얻고 싶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사진을 좋아하면서 성격이 달라졌다. 싸이월드가 한창일 때 똑딱이 카메라 들고 동호회 사람을 만나 놀고 장비 자랑하는 것이 시작이었을지 모른다. 밖으로 나가는 것은 상황에 부딪쳐 얻어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로타의 카메라는 바깥을 향하는 법이 없다.
예를 들어 비에 젖었을 때 남녀가 몸을 말리러 한방에 들어간다. 서먹하면서도 무방비적인 분위기가 생긴다. 더 좋아질 수도 안 좋은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집, 실내라는 개인적인 공간이 뚜렷하지 않고 묘한 감정을 갖기에 알맞다. 모델의 집에 갈 때도 있지만 여자의 방이 그리 예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웃음) 에어비앤비나 데일리호텔에서 찍을 때가 많다. 스튜디오에서는 찍지 않는다. 똑같이 침대가 있고 냉장고가 있어도 인공적인 장소에서는 찍는 나도 보는 사람도 어색해진다.

공원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찍는다면 어떤 사진이 될 것 같나?
일단 공간감은 없을 것이다. 숲속에 밀어 넣겠다. 아니면 물속에 빠트리겠다. 수풀 사이로 보이는 피부, 물속에 다리와 치마만 담근 모습일 것 같다. 골목에서 불량배를 만난 상황을 떠올려봐라. 공간의 정중앙에 있으면 긴장감이 떨어진다. 뒷걸음질치는데 막다른 골목이면 상황이 극대화된다. 그런 긴장감의 조율이 내 사진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이 공원에 와본 적이 있나?
인연이 있다. 지난 6년 동안 홍대역 3번 출구와 이어진 오피스텔에 살았다. 처음 이사했을 때 이미 공원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나서 바로 완공되었다. 천막에 가려져 보지 못한 광경도 나는 창문을 통해 전부 내려다봤다. 좀 더 빨리 생겼더라면 내 사진에 많이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몇 번 역 언저리 공원은 본 적 있는데, 끄트머리에 이런 조용한 공간이 있는지 몰랐다. 오늘 찍힌 연서지하보도에서 나도 사진을 찍을 것이다.

비키 표, 브이브이브이 디자이너

디자이너 비키 표는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아트&디자인 파운데이션 과정을 거쳐 동 대학 패션 프린트 여성복 학사 과정을 수료했고, 2014년 한국에서 ‘브이브이브이’ 컬렉션을 론칭했다. 그래픽과 다양한 텍스타일 기법을 활용한 실용적이고 유니크한 옷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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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유엔빌리지
한남동의 모습은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몇 발짝 차이로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동네, 한남동 유엔빌리지 안에서도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 들어서면 서울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게 된다. 강변북로와 한강이 펼쳐지는 멋진 전망과 낡고 허름해 보이지만, 이국적인 분위기가 나는 주택 공간은 지극히 비밀스럽다.

-한남동 유엔빌리지
한남동의 모습은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몇 발짝 차이로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동네, 한남동 유엔빌리지 안에서도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 들어서면 서울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라게 된다. 강변북로와 한강이 펼쳐지는 멋진 전망과 낡고 허름해 보이지만, 이국적인 분위기가 나는 주택 공간은 지극히 비밀스럽다.

한남동 유엔빌리지 골목 끝자락에 비밀스러운 아지트처럼 생긴 주택 건물이 있다는 것이 의외다. 높은 담장이 줄지어 들어선 으리으리한(?) 주변 풍경과는 사뭇 다른데, 이곳에 브이브이브이(vvv)의 작업실 겸 쇼룸을 마련하게 된 계기는?
컬렉션을 처음 론칭했을 당시 이렇다 할 작업실도 쇼룸도 없었다. 주로 집에서 모든 작업을 했다. 나보다 먼저 옆집에 작업실을 꾸린 마이너텀의 디자이너 연누리를 만나러 왔을 때 이곳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그 후로도 작업실에 자주 놀러 왔는데, 그때마다 탐이 났다. 특히 이곳은 런던 유학생 시절 내가 살던 이스트 런던의 골목과 너무 닮았다. 그래서인지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친근감도 들었고. 이곳은 서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을 가지고 있다. 오래된 주택이지만 바로 앞에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입구도 비밀스러워서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찾기 힘들다는 점도 좋았다. 비밀스러운 아지트 같달까? 마침 이곳을 탐내던 찰나, 전에 살던 사람이 이사를 갔고 브이브이브이의 첫 번째 공간이 되었다.

이 동네의 매력은?

런던에서 돌아와 살 집을 구할 때도 내가 살던 이스트 런던의 에인절 지역 분위기와 최대한 비슷한 곳을 찾았다. 그곳에서 받은 기운과 분위기를 컬렉션을 론칭하는 데 반영하고 싶었으니까. 또 내게 가장 익숙한 곳이기도 하고. 이곳의 매력은 서울 속에 있지만 서울 같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도 한남동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 살기 시작한 곳도 이 동네였으니까. 친구들과도 주로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서 익숙하고, 한남동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다.

쇼룸이 생기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 만약 작업실이 신사동에 있었다면 사람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나 같은 성격은 아마 노는 데 하루를 버렸을 거다.(웃음) 이곳은 유엔빌리지 골목 안에서도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또 친구들이나 해외 바이어들이 쇼룸에 찾아오면 입구에서 누구나 머뭇거리지만 좁은 계단을 지나 쇼룸에 들어서면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느냐는 신기한 반응과 브이브이브이 컬렉션을 빼닮은 장소라고 말한다. 이곳 덕분에 브이브이브이 컬렉션이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되고 있다.

인테리어도 컬렉션과 꼭 닮았다.
첫 쇼룸이다 보니 주변 사람의 의견을 자주 묻기도 하고, 혼자 고민도 많이 했다. 깔끔하고 심플한 쇼룸은 왠지 내게 어울리지 않을 거라 결론 내렸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하나씩 채웠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곳은 한쪽 벽에 장식한 선반이다. 쇼룸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가장 ‘나’다운 공간이다. 핑크 컬러 오브제, 피겨, 인형, 컬렉션 액세서리까지 내가 좋아하는 소품으로 가득하다. 항상 저곳에 무엇을 더 올려두면 좋을까, 무엇을 두면 가장 브이브이브이다울까 고민할 정도니까.

이곳의 콘셉트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나 자신.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플라밍고, 플라밍고 핑크 컬러, 어릴 때 갖고 놀던 장난감, 아기자기한 소품, 컬렉션을 위해 만들었던 키치한 액세서리는 컬렉션을 위한 모티브가 되기도 하고, 유년 시절의 향수에서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플라밍고로 된 건 광적으로 수집하기 때문에 해외에 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플라밍고와 관련된 걸 사온다. 한마디로 이곳은 브이브이브이 컬렉션에서 느껴지는 ‘Fun, Happy, Youth, Touchable’이라는 키워드가 밀집된 공간이다.

쇼룸 밖은 한강이 내다보이고 작지만 햇빛이 잘 드는 마당이 있고 입구는 뉴욕의 뒷골목처럼 이국적인 분위기가 난다. 작업하지 않을 때는 무얼 하며 보내나?
날씨가 좋은 날에는 지인들과 바비큐 파티도 하고, 한강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시기도 한다. 이곳 분위기가 좋아 지인들이 자주 찾는데 작업 공간인 만큼 자연스럽게 일 얘기로 이어진다. 그러고 보니 여러모로 쓸모 있는 공간이다.

쇼룸을 마련했으니 이제 단독 매장 오픈 욕심이 나겠다. 스토어를 오픈한다면 찜해둔 동네가 있나?
그렇다. 점찍어둔 동네는 따로 없지만, 아마 이태원, 한남동 부근이 아닐까 싶다. 특정 장소는 모르겠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있다. 우리 컬렉션과 잘 어울리는 큰월 프린트를 한쪽 벽면에 크게 붙이고 싶고 쇼윈도에 그림도 그려 넣을 거다. 그리고 야심 찬 내 계획은 스토어 주변 일대를 ‘브이브이브이 랜드’로 만드는 것! 너무 거창한가?

이혜미, 잉크 디자이너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잉크(EENK) 컬렉션을 완성하고 있는 디자이너 이혜미. 알파벳 순서대로 레터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웹사이트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준비 중이며, 10월 초 쇼룸 공식 오픈과 함께 세 번째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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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
이태원, 한남동, 경리단, 해방촌에 이어 아티스트의 집결지로 용산구에서 새롭게 떠오를 거라 조심스럽게 예견해본다. 게다가 오래된 다세대 주택, 108계단, 로터리, 미군부대, 남산타워에 둘러싸인 아날로그적 풍경은 서울 그 어느 곳에서도 닮은꼴을 찾아볼 수 없다.

-후암동
이태원, 한남동, 경리단, 해방촌에 이어 아티스트의 집결지로 용산구에서 새롭게 떠오를 거라 조심스럽게 예견해본다. 게다가 오래된 다세대 주택, 108계단, 로터리, 미군부대, 남산타워에 둘러싸인 아날로그적 풍경은 서울 그 어느 곳에서도 닮은꼴을 찾아볼 수 없다.

후암동은 남산, 이태원, 명동에 둘러싸인 서울의 요충지이자 가까운 이태원, 경리단과는 먼발치에 떨어져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낮은 주택과 상점이 예스러운데 이곳에 작업실 겸 쇼룸을 오픈한 계기는?
쇼룸을 오픈하기 전, 후암동에 집을 마련했다. 이 동네가 왠지 끌렸고 집과 가까운 곳에 현재의 쇼룸이 아니더라도 뭔가를 해보고 싶어 고민하다 작업실 겸 쇼룸을 오픈했다.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한 건 해방촌에 써 있는 문구였다. ‘예술과 일상이 하나 되는 마을’. 이 팻말에 쓰인 문구도 그렇고 이곳이 잉크의 쇼룸 이미지와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후암동은 현재 나뿐 아니라 아티스트가 모여드는 동네가 되어가고 있다. 잉크가 아티스트와 협업해 매 시즌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으니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새로운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설렌다.

후암동 주민이자 쇼룸을 오픈한 디자이너로서 생각하는 후암동의 매력은 뭔가?
해가 지고 나면 홍콩 뒷골목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난다. 해방촌 언덕을 굽이굽이 내려와 평지가 시작되는 후암동은 골목 끝으로 108계단이, 위로는 남산타워가 있고, 오래전부터 존재한 동네지만 요즘은 새로운 기운이 흘러 들어오고 있음을 느낀다. 아쉬운 점은 나무가 없다는 것. 그래서 쇼룸 앞에 화단을 만들었다.

낮은 주택들이 밀집한 골목에 쇼룸이 생기니 동네 사람도 궁금해할 것 같다. 동네 사람의 반응은 어떤가?
아무래도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상점을 제외하고는 새로 생긴 공간이 우리이다 보니 모두 궁금해한다. 나이 많은 어른들은 커피숍인 줄 안다.(웃음) 호의적인 동네분들은 장사 잘되라며 휴지도 사다주셨다. 무엇보다 이 동네가 좋은 점은 자그마한 스튜디오들이 들어서고 있다는 점. 동네 어귀에서 ‘예술인 스튜디오 오픈데이’라는 포스터를 봤다. 스튜디오가 많다 보니 날을 지정해 일반인에게 스튜디오를 개방하는 프로젝트를 하는 거다. 아무래도 그런 아티스트와 인맥을 쌓으면 재미있는 작업도 같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잉크 쇼룸이 이곳에서 어떤 공간이 됐으면 하나?
후암동의 랜드마크. 이미 됐다고 생각한다. 이 동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이기도 하고, 잉크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잘 나타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또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찾는 공간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쇼룸이 없던 때는 프레젠테이션할 때마다 공간을 빌리고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제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으니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더 자주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곳이 지인들과의 아지트가 될 것 같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터전을 후암동에 마련한 만큼 후암동이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아날로그의 모습을 간직하면서 천천히 발전했으면 한다. 너무 상업적이지 않게.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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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 처음에 떠오른 것은 뉴욕에서 본 갤러리였다. 그곳은 옛날 정육점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뒀는데, 벽이 모두 블랙 앤 화이트 컬러로 되어 있었다. 잉크의 시그너처 컬러는 골드나 화이트 컬러를 베이스로 해서 골드와 조합했다.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쇼윈도에 있는 큰 기둥. 원래 예식장 벽에 장식하는 기둥인데, 따로 주문해 2개로 이어 붙였다. 가장 마음에 드는 오브제다. 화장실 인테리어도 특별히 신경 썼다. 타일 바닥 컬러도 모두 골드다. 화장실에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 데다 가장 개인적이고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후암동 말고 서울에서 눈여겨보는 동네가 있나?

지금은 오로지 후암동. 왜냐하면 이곳에 쇼룸을 오픈하니 슬그머니 이 동네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것도 생겼다. 이 동네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궁금해서 찾게 되는 곳이 됐으면 한다. 너무 상업적으로 변하는 건 바라지 않지만. 지금 내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도 후암동이다. 집과 쇼룸을 오가면서 새로 생긴 것이 있으면 들여다보게 되고 동네를 더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됐다. 또 이 동네에 터전을 잡은 아티스트와 만나서 후암동만의 문화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진챙총, 작가

진정윤은 회화를 전공하고 미술 기자를 하다가 얼마 전 작가로 데뷔했다. 어릴 때부터 개인적인 동인 활동을 즐겼으며, 현재의 현대 미술 작업으로 이어졌다. 인종 차별 비하를 연상시키는 이름은 친구의 DJ명에서 따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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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영등포 한복판에 있는 낡은 4층 건물 전시장 커먼센터. 이전에 뭐하던 곳인가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 때문에 여관이었다는 이야기가 무성했다. 진챙총의 전시가 열리는 1층은 30년 이상 된 중국집이었고, 건물은 치기공 사무실, 복덕방, 인테리어 가게 등 작은 점방 등이 모여 있었다고 한다. 진챙총을 통해 들은 이야기이지 확인된 바는 없다. <후죠시 매니페스토> 전은 9월 20일까지 열린다.

-영등포
영등포 한복판에 있는 낡은 4층 건물 전시장 커먼센터. 이전에 뭐하던 곳인가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 때문에 여관이었다는 이야기가 무성했다. 진챙총의 전시가 열리는 1층은 30년 이상 된 중국집이었고, 건물은 치기공 사무실, 복덕방, 인테리어 가게 등 작은 점방 등이 모여 있었다고 한다. 진챙총을 통해 들은 이야기이지 확인된 바는 없다. <후죠시 매니페스토> 전은 9월 20일까지 열린다.

전시 제목을 ‘후죠시 매니페스토’라고 지었다.
언젠가 그림 속 인물의 등신대를 경매하는 행사가 있었다. 야근까지 하며 돈을 넉넉히 벌었지만, 다른 사람에 밀려 갖지 못했다. 노력했고 돈이 있는데도 가질 수 없어 분하고 허무했다. 그때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커다랗게 만들어 한 공간을 온통 덮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소원을 이뤘다. 야오이, 보이스 러브를 수면으로 올리고 계몽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 거면 이 전시를 여는 돈으로 신문 광고란을 하나 샀을 것이다.

작품을 들여다보니 많은 조각과 입자로 이뤄져 있다.
아이폰 4부터는 RGB 소립자가 너무 작아져서 보이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RGB가 도드라지는 아이폰 3 화면에 그림을 하나씩 띄워놓고, 보석 찍는 초근접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다. A4 사이즈로 실사 출력해 조각보를 잇듯이 미싱으로 연결했다. 조각 1천8백76개를 친구와 함께 아침부터 막차가 끊길 때까지 이었다. 가장 큰 작품은 천 조각 88개가 사용되었다.

데뷔 전의 장소로 커먼센터를 골랐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 믿었다. RGB 소립자를 픽셀처럼 보이게 한다든지 여러 가지 함정을 준비했다. 보는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정보인데, 작가가 죽어도 말 안 해주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걸 보면서 분통이 터지는 한편, 언젠가는 그런 분통 터지는 일을 하고 싶었다.

저 문을 열고 경찰이 들이닥쳤다.
누군가 음란물 행사로 신고했다. 하지만 영등포는 장소적인 특성이 있는 곳이다. 조금만 어두워지면 바로 옆 건물부터 호객하는 언니들이 나온다. 경찰이 왔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만약 선릉이나 가로수길에서 했다면 달랐을지도 모른다.

이곳에서 눈여겨본 전시가 있나?
칼아츠 그래픽 디자인 석사 과정 학생들이 전시를 했다. 장소를 다루는 특성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그래픽 디자인 전시면 대부분이 종이로 된 포스터다.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배열할 것인지 고심한 지점이 드러나서 재미있었다.

혹시 근처에 맛집을 아나?

전시장으로 이어지는 출구로 나와 신세계백화점 주차장 바로 다음 건물 2층에 가면 락치미라는 네팔 요리점이 있다. 영등포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물론 인천에서도 찾아온다. 인도 커리가 정말 맛있고, 병아리콩과 허브 향 나는 닭똥집튀김 같은 것도 먹어볼 수 있다.

최종규, 디스이즈네버댓 대표 겸 디렉터

최종규는 디스이즈네버댓 (Thisisneverthat)의 대표 겸 디렉터를 맡고 있다. 2009년 컬렉션을 론칭했으며, 전체 기획을 진두지휘하는 조나단, 생산 관리의 이상준, 그래픽 디자이너 박인욱, MD 이인섭, 해외 영업 담당 서준형, 사진과 영상 담당 김민태와 함께 브랜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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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동
합정동의 메인 스트리트에서 멀찌감치 벗어난 서교동 주택가 골목을 굽이굽이 들어가다 보면 의외의 장소를 마주할 수 있다. 이곳에 자리한 디스이즈네버댓 스토어 역시 서교동 주택가 골목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곳. 떠들썩한 합정동이 식상하다면 산울림극장 뒤로 펼쳐지는 골목을 산책해보기를

-서교동
합정동의 메인 스트리트에서 멀찌감치 벗어난 서교동 주택가 골목을 굽이굽이 들어가다 보면 의외의 장소를 마주할 수 있다. 이곳에 자리한 디스이즈네버댓 스토어 역시 서교동 주택가 골목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곳. 떠들썩한 합정동이 식상하다면 산울림극장 뒤로 펼쳐지는 골목을 산책해보기를

서교동에서도 한적한, 홍대 메인 스트리트와는 멀찌감치 떨어진 골목에 스토어가 있다. 주변은 전부 주택가고 건물 외관도 패션 매장인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주변 풍경에 스며들어 있는데 의도한 건가?
처음부터 이 동네를 생각했다. 전 작업실이 망원동에 있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곳을 원했고, 특별하게 어떤 동네여야 한다는 생각보다 ‘집’ 같은 공간을 원했다. 오피스, 매장, 물류 창고를 한 건물에서 소화할 수 있는 독채로 된 곳. 그래서 이곳이 스토어가 됐다. 그리고 이 골목은 홍대 메인 스트리트보다 조용하고 사람 사는 집이 많아서 좋았다. 정말 이 주변에는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것이 없을 정도로 평범하고 일상적이다.

한 인터뷰에서 디스이즈네버댓의 스토어는 매출을 위한 것이 아닌 브랜드의 감성이 묻어나는 곳이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건물 외관을 휘황찬란하게 꾸미지 않은 것도 우리 브랜드를 알고 우리 옷을 갖고 싶고 입고 싶은 사람이 스스로 찾아오는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아마 우리 스토어가 강남에 있든, 이태원에 있든 지금 이 모습이었을 거다.

골목 일대가 주택가다. 이곳에 스토어가 생기고 나서 동네 주민의 반응은 어땠나?
처음에는 다들 의아해했다. 우리가 뭐하는 사람들인지 궁금해하기도 했고. 스토어를 오픈한 지 3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는 우리를 궁금해하거나 경계하지 않는다. 우리 역시 이곳에서 조용히 우리의 일을 할 뿐이니까. 이 동네야말로 골목을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마주치는 사람이 똑같다. 우리도 이제 제법 이 동네 분위기에 녹아든 것 같다. 이 골목의 집들처럼.

서교동 골목 중에서도 이 공간이 마음에 든 이유는?
이 건물은 원래 평범한 집이었다. 그 집의 골격도 그대로 두고 스토어로 사용하고 있다. 1층은 오피스, 2층은 매장, 3층은 창고로 쓴다. 오히려 내부 인테리어 콘셉트를 정하고 모든 공간을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는 독채여야 한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다른 요소는 굳이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공간을 선택할 수 있었다. 특히 반지하지만 통유리를 통해 밖이 훤히 보이는 오피스 공간 역시 사무실보다 편안한 집처럼 꾸몄다. 전 층이 한 공간에 모여 있지만 층별로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일적인 면에서도 효율적이고 나를 포함한 우리 팀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매장 내부 디자인도 간결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집 같은 스토어를 원했기 때문에 원하는 디자인이 명확했다. 마루, 스테인리스, 나무, 흰 벽으로 이뤄진 아늑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가 전부다. 오히려 많은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누구든 편하게 들러서 우리 옷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게 중요했다. 휘황찬란한 패션 숍의 이미지가 아닌 언제 와도 편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디스이즈네버댓을 찾는 고객이 ‘매장’에서 옷을 입어보고 구입한다는 것보다 우리가 일하는 ‘공간’에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잘 어울린다.

조월·최태현, 음악가

모임 별, 속옷밴드의 조월과 쾅프로그램의 최태현이 음반 <거울과 시체>를 만들었다. 두 사람의 협연을 기이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결과물은 어떤 납득이나 새로움을, 아니면 더 큰 궁금증을 남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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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홍대 앞과 이태원 부근의 땅값이 치솟아 언젠가 젊은이들이 종로 부근으로 모일 것이라는 예언 같은 이야기가 있었다. 지난 6월 수표교 옆의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건물 꼭대기에 신도시가 문을 열었다.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훑어가며 이곳으로 모여든다. 벌써 많은 공연이 열렸고, 열릴 것이며, 맛있는 술과 피자가 있다.

-을지로
홍대 앞과 이태원 부근의 땅값이 치솟아 언젠가 젊은이들이 종로 부근으로 모일 것이라는 예언 같은 이야기가 있었다. 지난 6월 수표교 옆의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건물 꼭대기에 신도시가 문을 열었다.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훑어가며 이곳으로 모여든다. 벌써 많은 공연이 열렸고, 열릴 것이며, 맛있는 술과 피자가 있다.

함께 작업하겠다는 선언을 만우절에 했다.
- 만우절은 왜 그랬지? 그냥 사람들이 트위터를 많이 볼 것 같아 그때쯤 공개하기로 했다. 몇몇 사람은 정말 만우절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이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농담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 2월이었다. 스트레인지 프룻에서 쾅프로그램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를 하는데 조월이 왔다. 작업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기뻤지만 술에 취했기 때문에 맨 정신에 생각해보기로 했다. 놀랍고 기쁘면서 복잡한 마음으로 시작했고, 4월에 이제는 말해도 될 때라고 생각했다.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나?
- 모임 별, 속옷밴드를 15년 가까이 했다. 솔로 음반도 2장 내고 나니 양식을 바꿔 다른 사람과 일대일로 주고받는 것을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누구랑 같이 작업하면 좋을까, 재미있을까를 떠올렸을 때 최태현이 제일 궁금했다.
- 어떤 음반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는 별로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무슨 음악을 듣고 무슨 영화를 보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30분 이야기하고 한두 시간 합주를 했는데, 모두 마치고 술을 마시러 가서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나눴던 말들 중 기억에 남는 것을 나열해봐라.
- ‘속옷 밴드 음악 좋죠. 잘하는 밴드죠. 그런데 모임 별은 좋았던 밴드? 조월 2집은 1집만큼 안 좋아요. 1집의 2번 트랙 좋아해요.’
- 어느 날 조월에게 브라이언 이노의 아이디어 카드 ‘Oblique Strategies’를 선물로 받았다. ‘하지 않던 걸 해라. 더 깊이 들어가봐라.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라. 불에 대해 생각해라. 물에 대해 생각해라. 흠결을 더 강조해라.’ 카드마다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가끔씩 뒤집어보면 도움이 되기도 하거나 안 되기도 했다. 받고 나서 굉장히 감동받았는데 아직 답례를 못했다.

서로에게 얻은 새로움이 있나?
- 최태현은 어떤 소리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불편함의 한정과 최태현이 생각하는 불편함의 한정은 범위도 방향도 달랐다. 내 귀가 불편해서 제동을 걸면 최태현은 그래도 그러고 싶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고, 그렇게 해도 되는구나 싶었다.
- 조월은 소리를 굉장히 잘 쓰는 사람이다. 여러 소리를 잘 조합해 잘 들리게 하는 사람. 분명 더 깊이 들어갈 수도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래서 불편하더라도 완전히 더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더 가도 괜찮을 거라는 안정감을 주었다. 나는 준비된 소리 말고 다시 재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소리를 쏟아내는 것이 좋다. 조월은 나와 반대로 건조하게 한번 겉에서 전체적인 구성을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두 사람의 앞에 또 무엇이 있나?
- 아직 날짜를 정하진 않았지만, 이곳에서 공연을 열 예정이다. 신도시의 사운드 시스템을 이용해 신도시에 특화된 그런 공연. 편하게 와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세팅하고 연습하고 그대로 공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중 하나다.
- 현란한 기술은 아니더라도 어떤 앰프를 어디에 놓고 사람들이 어디에 앉아서 듣는지에 따라 공연은 달라진다. 보통은 그 장비가 놓이는 장소가 정해져 있는데, 이곳에서는 우리 걸 펼칠 수 있으니까.

조월은 신도시의 영문을 만들었고, 최태현은 가끔 일을 한다.
- 이곳을 만든 이들과 술을 마시다가 영문 표기를 ‘Sin’으로 할까 ‘Shin’으로 할까 고민하는 걸 봤다. 둘 다 촌스러워서 ‘Seen’을 얘기했다. 신도시라는 이름이 참 좋았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이미 없어진 술집처럼 아쉽고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누가 여길 올까’라는 생각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온다’로, 그러다 ‘왜 많이 올까’로 바뀌었다.

신도시를 둘러싼 을지로는 어떤가?
- 세운상가나 낙원상가가 익숙하고, 일주일에 2번씩 근처에 출근을 한다. 술을 마시는 일은 또 다른데, 내가 사는 홍대 앞에 신도시가 생겼다면 그거대로 좋았겠지만, 그래도 지하철을 타고 한 15~20분을 굳이 가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있고,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이 애틋하다.
-최 청계천으로 걸어 들어오는데 젊은 커플이 휴대전화로 뭔가 찾고 있었다. 나중에 신도시에 갔더니 그 커플이 ‘와이파이가 안 돼!’ 그러면서 있었다. 스마트폰에 물어서 오지 않으면 안 되는 위치에 있다. 그런 생경함이 오히려 관심을 얻는 것 같다.

여기서 뭘 먹고 마시나?
- 제임슨 마시고 피자를 먹는다. 피자는 꼭 먹어야 한다.

Credit Info

EDITOR
KIM YOUNG GUEL, PARK UI RYUNG
PHOTOGRAPHER
PARK CHOONG YUL, KIM YOEN JE

2015년 09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KIM YOUNG GUEL, PARK UI R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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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CHOONG YUL, KIM YOEN 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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