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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January 22, 2014 0

이미 인정받았지만 이름값에 비해 얼굴은 덜 알려진 ‘장기하와 얼굴들’의 진짜 얼굴이 궁금해졌다.

 

 

- (왼쪽부터) 정중엽이 입은 셔츠와 팬츠, 슈즈는 모두 시에카 마스케라, 재킷은 마뉴엘 by 커드. 전일준이 입은 셔츠는 일레븐티, 재킷은 맥큐, 팬츠는 A.P.C., 슈즈는 닥터마틴, 시계는 베르사체 by 갤러리어클락. 장기하가 입은 셔츠는 시에카 마스케라, 팬츠는 A.P.C., 코트는 쟈딕앤볼테르, 슈즈는 어그 오스트레일리아. 이민기가 입은 셔츠는 스톤어웨이 by 커드, 팬츠는 프레드 페리, 슈즈는 시에카 마스케라, 서스펜더는 톱맨, 안경은 비씨디 by 비씨디 코리아. 이종민이 입은 티셔츠와 팬츠는 모두 A.P.C., 재킷은 블라인드니스 by 커드, 슈즈는 라코스테 by 플랫폼 플레이스,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 하세가와 요헤이가 입은 터틀넥은 보기, 재킷은 카이아크만, 팬츠는 스니져 퍼레이드 by 커드, 슈즈는 어그 오스트레일리아.

 

 

- 터틀넥과 팬츠는 모두 쟈딕앤볼테르, 재킷은 맥큐, 레더 재킷은 카이아크만.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의 음악 인생은 비록 짧을지라도 이들의 음악 이야기만큼은 무궁무진하다. 남들이 하지 않은 사운드를 개척하고 다소 촌스럽더라도 말맛이 느껴지는 독특한 가사로 눈길을 사로잡는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도대체 정체성이 뭔가?’였다. 장얼의 큰형이자 기타리스트인 하세가와 요헤이는 “정체성이란 건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해주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전 지금의 장얼이 딱 좋거든요. 뮤지션으로 적당한 자리에 있는 느낌이랄까요? 개성 있는 음악을 하고 많은 대중이 그걸 즐기고 있으니 메이저와 마이너, 언더와 오버 사이에서 밀당을 잘하고 있다는 뜻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얘네는 대체 뭐지?’란 얘기를 들을 때 더 신이 나서 음악을 하게 된다며 멤버 모두 입을 모았다. 장얼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고, 또 그 수가 앞으로 늘어날지 혹은 줄어들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장얼의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


다만 “아예 듣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못하는 상황만은 닥치지 않길 바라고, 그 정도로만 유명세를 이어가고 싶다”는 장기하의 말은 꽤 솔직해 보인다. 장기하의 생각이 밴드의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어떤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밴드보다 장기하에 더 주목하기 때문에 인기나 유명세에 대한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 장얼의 음악은 알아도 아직까지 ‘얼굴들’의 진짜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으니까. ‘김창완 밴드’의 일원이기도 했던 일본인 하세가와 요헤이는 한국에서 활동한 지 20년에 달하는 기타리스트다. 또 베이시스트 정중엽과 기타리스트 이민기는 장기하가 ‘눈뜨고 코베인’의 드러머였던 시절부터 알고 지낸 멤버다. 2집부터 함께한 키보디스트 이종민, 최근 합류한 드러머 전일준이 뉴 페이스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인원으로 밴드를 구성한 건 오래된 일인데, 지난가을에 출연한 MBC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이하 <무도 가요제>) 때문에 대중이 ‘얼굴들’을 제대로 알아보기 시작한 건 좀 의아했다. 전일준은 “아무래도 양평이 형이 제일 많이 부각됐고, 아마 다른 멤버는 지인들에게 얘기를 듣는 정도였을 거예요. 저는 길거리를 다녀도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TV랑 실물이랑 달라도 너무 다른가 봐요”라고 말한다. 이에 하세가와 요헤이는 “사람들이 저보고 지난 가요제의 정재형만큼이나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게 많이 실감하진 못해요. 다만 <무도 가요제>에 출연하고 나서 과거 자우림 멤버였다는 이상한 소리까지 들었거든요. 또 외모만 보고서 장미여관의 멤버로 착각하는 분도 있고요. 어쨌든 방송의 파워가 대단하단 것만큼은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무도 가요제>에서 다른 팀에 비해 노래의 비중이 적고 퍼포먼스에 의존한 무대라는 게 논란이 됐다. 또 <무도 가요제>의 음원 순위에서도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이에 장기하는 “솔직히 노래의 비중이 적다고 말한 건 이해가 돼요. ‘슈퍼 잡초맨’의 끝 부분은 노래 없이 연주와 이펙트만 구성했으니까요. 그런 스타일을 원해서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건데 단지 장얼의 스타일이 싫어서 그런 말을 한 거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라며 일축했다. 옆에서 이민기도 거들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도 말했지만 ‘우린 음원 전쟁에서 빠지고 무대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정말 말한 대로 됐어요.(웃음) 어차피 방송에 나가면 우리가 만든 음악이 묻히지는 않을 테니까 마음 가는 대로 해보자고 생각했죠. 김C 형도 우리 팀과 비슷한 마인드로 방송에 임한 건데, 음원 순위를 보니 의외로 상위권이라서 배가 좀 아팠지만요.”

 

그럼에도 장얼이 유명세에 목을 매지 않는 건 무조건적으로 누구보다 유명해져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기하는 “유명해지기 위해서 뭔가를 포기해야 할 때가 분명 있을 텐데, 타협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어요. 예를 들어 KBS2 <뮤직뱅크>나 MBC <쇼! 음악중심> 무대에 서면 우리가 더 유명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 무대에 서려면 거의 핸드 싱크를 해야 하거든요. 우리 밴드가 원하는 방향이랑 맞지 않으니까 그 무대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라고 말했다. 이처럼 장얼이 유명세에 연연해하지 않고 행복한 삶의 방식을 터득할 수 있는 건 롤링 스톤스처럼 활동하기 때문일 거다. 각자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다가도 장얼이란 이름으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다시 뭉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 이를테면 베이시스트 정중엽은 다른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약한 경험을 십분 살려 장얼의 공연에서 베이스의 음 자체가 관객의 귀에 착 감기는 리드미컬한 음을 만들어낸다. 정중엽은 “베이스가 음악을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 느낌이 있다면 기타엔 특유의 코드감이란 게 있죠. 기타를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장얼에서 베이스를 맡더라도 좀 더 리드미컬한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 정중엽이 입은 니트는 플레이하운드 by 그레이하운드, 슈트는 월터 반 베이렌동크 by 데일리 프로젝트, 슈즈는 시에카 마스케라.하세가와 요헤이가 입은 니트는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슈즈는 컨버스.

 


또 “배경 음악이 될 수 없는 음악, 즉 누군가 어디에서 들어도 ‘이게 뭐지?’ 하면서 귀 기울일 수 있는 음악이야말로 가장 좋은 음악”이라고 말한 하세가와 요헤이의 말은 밴드의 철학이나 다름없다. 적어도 이들의 음악엔 묘하게 집중하도록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에 맞춰 어깨춤을 좀 춰본 이라면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장기하는 “현재 대중음악을 하는 뮤지션 중에서 특별한 스타일이 느껴지는 밴드는 우리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순위 프로그램에 나가 하위권에 든다고 해도 우리 색대로 중심을 잡고 노래를 만들고 공연을 잘 보여주면 그것 자체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라고 전했다. 그 때문에 장기하만의 리듬감으로 말을 쪼개고 잇고 붙이기를 반복하면서 우리의 귀에 익숙한 비트와 친근한 악센트를 만들어낼 수 있었으리라.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소리로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장얼의 힘은 본인의 음악을 가장 좋아하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멤버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만들 수 있었단다. 1집에 수록된 ‘아무것도 없잖어’에서는 실망하고 낙담한 감정을 ‘아’ 대신 ‘어’란 어미를 통해 전달하고 구수한 사투리 발음을 넣는 등 대중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빼먹지 않았다. 그런 장얼의 매력은 퍼포먼스에서 제대로 발휘됐다. 데뷔 초 일명 촉수춤으로 대중에게 깊이 각인됐으며, 장기하가 직접 기획, 연출, 출연까지 하는 뮤직비디오는 단순히 음반 홍보용으로 제작하는 보통의 뮤지션과는 다른 지향점을 보여줬다. 내년 초에 발매될 3집에서도 장얼의 이런 매력은 여전할 것이라며 멤버는 너스레를 떨었다.

 

심플하지만 1, 2집보다는 더 강력한 로큰롤로 구상하고 있는 3집은 장기하가 라디오 DJ를 하면서 얻은 모티브도 많이 담았다. 장기하는 “라디오를 하다 보니 청취자 중에서 야근하는 사람이 꽤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메시지를 보면 대부분 ‘집에 가고 싶다’ ‘언제 끝나지?’란 내용이 많더라고요. 아마 DJ를 하지 않았다면 절대 쓰지 못했을 그런 곡을 작업하게 됐죠”라고 전한다.

 

 

 

- 이종민이 입은 티셔츠는 칩먼데이, 재킷은 카이아크만, 스타디움 점퍼는 오프닝 세레모니 by 쿤 위드 어 뷰, 팬츠는 칩먼데이, 선글라스는 타테오시안 by 비씨디 코리아. 전일준이 입은 터틀넥은 보기, 셔츠는 안드레아 크루스 by 데일리 프로젝트, 재킷은 카이아크만, 팬츠는 그레이하운드. 이민기가 입은 셔츠와 패턴 니트는 모두 겐조 옴므 by 쿤 위드 어 뷰, 팬츠는 시에카 마스케라, 안경은 비씨디 by 비씨디 코리아.

 

또 1, 2집과 달리 드러머가 바뀌었으니 이번 음반으로 장얼이 그루브적으로도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란다. 하세가와 요헤이는 “팀워크적으로 더 성장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K-뮤직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해외 경험을 쌓았던 게 그렇죠. 또 방송에 출연하면서 멤버가 덜 수줍어하는 것 같아요. 영상이든 사진이든 카메라가 눈앞에 있으면 쭈뼛대던 게 없어졌으니까요”라고 말한다. 이종민은 “더 좋은 음반을 만들기 위해서 멤버 간의 의견을 조율하느라 한 번 미뤄지고, 지난 5월엔 <텔레비전: 얼굴들과 손님들> 프로젝트를 하느라 미뤄지고, 마지막으로 <무도 가요제> 때문에 또다시 미뤄져서 이제 더는 물러날 데도 없어요.(웃음) 그래도 3집에 수록될 곡이 거의 다 완성됐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12월 30, 31일에 열리는 이번 콘서트에서 살짝 공개할 거지만요”라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이젠 3집에 들어갈 소리만 골라서 녹음하는 정도만 남았으니 장얼의 새 음반을 만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이상하게도 다른 밴드와 달리 유독 장얼의 음악에서 친숙함과 신선함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를 몰랐다.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장얼이 어떤 뮤지션도 시도하지 않은 일을 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됐을 뿐이다. 그래서 이들이 평범해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독특함이야말로 아직도 장얼의 잠재력이 더 남아 있음을 방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나만 드는 건 아닐 테니까.

 

 

editor KIM YEON JUNG
photographer HWANG HYE JEONG
stylist KIM YEAH JIN
makeup KIM JI HYE
hair BAEK HUNG GWON
assistant CHON YEA SEUL

Credit 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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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YEON JUNG
photographer
HWANG HYE JEONG
stylist
KIM YEAH JIN
makeup
KIM JI HYE
hair
BAEK HUNG GWON
assistant
CHON YEA SEUL

2014년 01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KIM YEON JUNG
photographer
HWANG HYE JEONG
stylist
KIM YEAH JIN
makeup
KIM JI HYE
hair
BAEK HUNG GWON
assistant
CHON YEA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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