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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성과 형태감으로 빚은 오브젝트

아티스트 서정화

On February 12, 2018 0

한 번쯤 만져보고 싶은 가구, 빛이 닿으면 더 아름다운 가구. 건축적인 형태감과 물성의 다양성을 이용해 가구를 만드는 작가 서정화와의 인터뷰.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가구 작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금속공예와 컨텍스추얼 디자인(Contextual design)을 공부했고. 형식과 구조, 소재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컨텍스추얼 디자인은 조금 생소하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주제 의식에 대해 연구를 하는 새로운 학문이라고 보면 된다. 미학의 개념을 디자인 안에서 풀어내는 과정을 다룬다. 내가 공부했던 네덜란드에선 이런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작가주의 디자이너가 많았고, 그곳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도 실험적인 주제 의식을 다루었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내 가구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소재의 특이성 때문이기도 하고. 서정화만의 소재를 찾아내는 과정이 궁금하다. 핀란드 건축가 유하니 팔라스마(Juhani Pallasmaa)의 《건축과 감각》이란 책이 토대가 됐다. 현대 건축이 다루는 소재에 대해 건조하게 풀어낸 책인데, 거기서 설명하는 ‘촉각적 감각’에 매료됐다. 쉽게 말해 만져보고 싶은 소재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이다. 가구 역시 나무, 금속, 유리에서 벗어나 만져보고 싶은 소재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소재를 다양하게 적용하려는 시도가 나뿐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들에게도 참고서처럼 작용할 수 있었으면 했고.
그렇게 처음 시도한 게 스툴 작업인가. 그렇다. 스툴은 비교적 구조가 단순하고 스케일이 작아서 시도하기에 좋은 수단이었다. 20여 개의 물성을 섞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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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에 들어가기 전 모형을 만들어보고 사전 검수 등을 하는 곳. 서정화의 작업은 사무실에서 아이디어를 낸 후 제작자에게 공정을 의뢰하고, 최종 마감을 직접 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햇살이 잘 드는 곳에는 공간을 한층 더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줄 조 말론 런던의 홈 캔들을 둔다.

제작에 들어가기 전 모형을 만들어보고 사전 검수 등을 하는 곳. 서정화의 작업은 사무실에서 아이디어를 낸 후 제작자에게 공정을 의뢰하고, 최종 마감을 직접 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햇살이 잘 드는 곳에는 공간을 한층 더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줄 조 말론 런던의 홈 캔들을 둔다.

 

그 스툴은 국내보다 해외 매거진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11개 정도 만들어본 스툴이라, 제품을 촬영한 후 해외 매거진에 포트폴리오를 보냈는데 반응이 오더라.
점점 더 다양한 형태감을 가진 가구들을 선보이고 있다. 변화의 과정에서 생각의 전환들이 있었는지. 스툴에서는 소재의 대비와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가구를 만들기 위한 구조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형태와 공간에 집중했다. 건축에서 쓰이는 보이드(void)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가구를 공간과 면의 조화라는 시선에서 생각하고, 소재를 계속 구경하러 다녔다.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대표적인 작업이 ‘Strurcture for use(2014)’이다.
건축물이 주는 미감이 당신에게 꽤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특별히 영향을 받았던 건축가가 있나. 광적으로 좋아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루이스 칸(Louis Kahn)이 떠오른다. 사실은 미감을 잘 모르겠다. 나는 원로 디자이너가 아니라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사람이니까.
당신의 작업은 투철한 철학을 바탕에 둔 고집 있는 사람의 작업물로 보이기도 한다.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또 일부러 고집을 피우려 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자기 확신이 지나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가 너무 쉽지 않을까. 죽기 전까지 할 건데, 벌써 벽을 치면 재미가 없을 거다. 나의 위치는 끊임없이 드로잉해보고 모델링해보면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난 아직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모르니까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일필휘지로 끝낼 수 있는 게 단 하나도 없다는 점이. 대단한 작업을 했다고 생각하고 다음 날 일어나 다시 보면 맘에 안 든다. 그러나 이 과정들이 지금이니까 해볼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즐겁다.
지난해 발표한 작업에서는 정제되어 있던 스툴 작업과 달리 굉장히 러프한 형태감을 보여줬다. 물리학적 균형감과 무게감이 원시적인 방법으로 구현되는 것들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서다. ‘Primitive physics(2017)’를 작업할 때의 전개방식. 

제품의 마지막 형태를 다듬는 작업을 하는 작업실.

제품의 마지막 형태를 다듬는 작업을 하는 작업실.

제품의 마지막 형태를 다듬는 작업을 하는 작업실.

작가는 실내 공간을 향으로 채우는 것을 즐겨, 조 말론 런던의 센트 써라운드™ 디퓨저로 생기를 더한다.

작가는 실내 공간을 향으로 채우는 것을 즐겨, 조 말론 런던의 센트 써라운드™ 디퓨저로 생기를 더한다.

작가는 실내 공간을 향으로 채우는 것을 즐겨, 조 말론 런던의 센트 써라운드™ 디퓨저로 생기를 더한다.

가구를 주요 작업물로 하지만 작은 오브젝트들도 만들고 있다. 사람들이 ‘뭘 하느냐’고 물어보면 ‘이것저것’ 한다고 대답하곤 했다. 이젠 가구를 많이 만드니까 가구 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실은, 난 오브젝트를 만드는 사람이다. 소재를 가공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 ‘가구를 잘 만들어야지, 기술을 습득해야지’라는 욕심이 아니라 형태를 연구하고 프레젠테이션하기 좋은 수단을 가구에서 찾은 거다. 물질 자체가 주는 임팩트, 공간 안에서 점유하는 비율이 높으니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도 편할 테니까. 그래서 소재나 형태가 어떤 것에 어울리느냐에 따라 작업이 달라지는 것뿐이다. 어떤 것은 컵 받침에, 어떤 것은 북엔드에, 또 어떤 것은 테이블에 어울리는 것을 선별한다. 크게 보면 건축도 한 맥락에 있지 않나. 소재를 가지고 3D오브젝트를 만드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형태와 소재를 만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는 어떤 작업 중인가. 얼마 전 밀라노 디자인 페어에서 의뢰가 왔다. 내 이름으로 초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그곳에서 선보일 새로운 작업들을 준비하는 중이다. 기존에 선보인 가구들의 구조를 기본으로 그걸 전개하는 작업을 선보일 생각이다. 알루미늄과 현무암 베이스에서 벗어나 조금 컬러감 있는 작업들을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지금으로서는 공간 작업을 꼭 하고 싶다. 조금 더 스케일을 키우고 싶다. 아직 내가 하는 작업에서 큰 확장을 이룰 만한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할 시간은 많으니까, 기회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 번쯤 만져보고 싶은 가구, 빛이 닿으면 더 아름다운 가구. 건축적인 형태감과 물성의 다양성을 이용해 가구를 만드는 작가 서정화와의 인터뷰.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정택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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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박민정 기자
사진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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