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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 VMD이자 싱글 남자의

운이 만들고 안목으로 꾸민 집

On November 16, 2017 0

첫 도전에 덜컥 아파트 분양권이 당첨된 남자가 있다. 평생 운을 다 쓴 건 아닌가 싶을 만큼 큰 행운을 얻어 서울 도심에 내 집을 마련하게 된 홍인 씨. 특유의 안목으로 천편일률적인 소형 아파트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아틀리에로 바꾸고 본인만의 취향으로 더욱 풍성하게 채운 집. 따사로운 가을날, 홍인 씨 집으로 놀러 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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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선 홍인 씨. 우주선을 닮은 빈티지 조명은 비투프로젝트, 파란색 프리츠 한센 세븐체어는 182다크브라운, 프리츠 한센 우드 세븐체어는 인포멀웨어에서 구매.

거실에 선 홍인 씨. 우주선을 닮은 빈티지 조명은 비투프로젝트, 파란색 프리츠 한센 세븐체어는 182다크브라운, 프리츠 한센 우드 세븐체어는 인포멀웨어에서 구매.

이탈리아 컨템퍼러리 남성복 브랜드 알레그리(allegri)에서 비주얼 머천다이저(VMD)로 일하고 있는 홍인 씨(@hong_inn). 3년 전, TV를 보던 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패션업에 종사하다 보니 모니터링 겸 심심풀이 땅콩 겸해 연예 프로그램을 즐겨 봐요. 하루는 우연히 부동산 채널을 봤는데요. 법이 바뀌어 다음 연도부터는 주택청약종합통장에 가입한 지 1년만 지나도 1순위 자격이 생긴다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3년은 지나야 했거든요. 저한테 8년 된 청약통장이 있었는데 내년이 되면 1순위가 될 경우의 수가 줄 거란 걱정이 들었어요. 바로 은행에 가서 해당 프로그램에서 추천해준 아파트로 분양 신청을 했고 얼마 뒤 분양 확정 문자를 받았어요.” 황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는 말처럼 얼떨결에 서울 사대문 안에 버젓한 내 집을 갖게 된 홍인 씨. “이런 행운도 있더라고요. 그간 커피 값 아끼며 보험 삼아 들어놓았던 주택청약저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어요(웃음).” 난생 첫 집에 설레 며 공사가 끝나갈 즈음 입주자 AS 기간에 방문한 집. “미색의 노란빛이 도는 벽지며 갈색 시트지를 붙인 방문과 창호, 유광 타일로 마감한 거실 벽에 실망했어요. 화장실의 정체 불명 모자이크 타일도 그랬고요. 제 인생 첫 집이라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계획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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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실에 설치한 엔조마리 시스템 월은 루밍에서 구매. 거실에 설치한 엔조마리 시스템 월은 루밍에서 구매.
  • ‘향’을 즐긴다. 그중 천연의 향이 좋아 즐겨 사용하는 이솝의 제품.‘향’을 즐긴다. 그중 천연의 향이 좋아 즐겨 사용하는 이솝의 제품.

 

색 더하기 공간
거실, 거실과 연결된 주방, 큰방인 침실, 작은방인 서재와 화장실로 구성된 20평형 아파트. 혼자 살기엔 적당하지만 공간 사이 동선이 짧아 침실이 옷 방이요, 거실은 주방이요 하는 등 공간별 성격이 중첩될 수 있는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홍인 씨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바로 공간별 색 더하기였다. 갈색 프레임의 창호에는 모두 화이트 색상의 시트지를 붙였다. 방문과 벽에는 화이트 색상의 페인트를 칠했다. 거실과 주방의 바닥은 기존에 깔려 있던 강마루를 철거하고 헤링본 타입으로 구정마루의 원목 마루를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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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전의 침실 전경.

리모델링 전의 침실 전경.

  • 리모델링 전의 침실 전경.리모델링 전의 침실 전경.
  • 기존 붙박이장의 하이그로시로 마감된 문을 떼내고 그레이 계열의 블루 색상 벤자민무어페인트를 칠한 문을 새로 달았다.기존 붙박이장의 하이그로시로 마감된 문을 떼내고 그레이 계열의 블루 색상 벤자민무어페인트를 칠한 문을 새로 달았다.
  • 침대는 식스티세컨즈에서 구매했는데 실제로 침대에 누운 지 60초 이내에 잠들 정도로 안락감이 뛰어나다. 바닥의 그림은 스웨덴 출신 디자이너 올레 엑셀의 일러스트. 블라인드는 스페이스앤창의 화이트 우드 블라인드. 침대는 식스티세컨즈에서 구매했는데 실제로 침대에 누운 지 60초 이내에 잠들 정도로 안락감이 뛰어나다. 바닥의 그림은 스웨덴 출신 디자이너 올레 엑셀의 일러스트. 블라인드는 스페이스앤창의 화이트 우드 블라인드.
  • 남다른 심미안을 가진 홍인 씨의 일상 물건. 고양이 모양 봉제 인형은 파리에서 열린 메종오브제에 갔을 때 구매한 것으로 코랄앤더스크의 제품.남다른 심미안을 가진 홍인 씨의 일상 물건. 고양이 모양 봉제 인형은 파리에서 열린 메종오브제에 갔을 때 구매한 것으로 코랄앤더스크의 제품.
  • 공간 연출에 능한 VMD답게 직접 남대문 꽃시장에 가서 구매한 꽃을 꽂아둔 작은방. 공간 연출에 능한 VMD답게 직접 남대문 꽃시장에 가서 구매한 꽃을 꽂아둔 작은방.
  • 기존의 하이그로시로 마감된 문을 떼고 벤자민무어페인트의 짙은 빨간색을 칠하고 문을 단 붙박이장. 기존의 하이그로시로 마감된 문을 떼고 벤자민무어페인트의 짙은 빨간색을 칠하고 문을 단 붙박이장.
  • 바닥의 그림은 1960년대의 프랑스 제품. 조명과 1인 소파는 지인이자 빈티지 백 디자이너 딜런류 작가에게 선물 받은 것으로 1970년대 미국 제품. 바닥의 그림은 1960년대의 프랑스 제품. 조명과 1인 소파는 지인이자 빈티지 백 디자이너 딜런류 작가에게 선물 받은 것으로 1970년대 미국 제품.

비용이 부담스러워 침실과 서재의 강마루 바닥은 그대로 두고 걸레받이만 벽과 동일한 화이트 색상으로 칠했다. 이렇게 우중충했던 우드 톤의 집을 한바탕 정리한 다음은 본격적인 색 더하기. 고광택 하이그로시 마감의 붙박이장은 모두 떼어내 폐기 처분하고 새로 단 침실의 붙박이장 문에는 회색을, 서재 겸 옷 방의 붙박이장 문에는 붉은색 페인트를 칠했다. 현관 신발장에는 짙은 푸른색을 칠했다. 리모델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한 화장실은 세면대와 변기는 그대로 두되 촌스러웠던 모자이크 타일을 뗐다. 직사각형의 화이트 타일을 일자로 시공하고 세면대 쪽에 짙은 초록색 타일을 붙여 포인트 월을 만들었다. 이렇게 각각의 공간이 다른 색을 입어 각각 독립된 성격을 갖게 되었다.

리모델링 전의 욕실.

리모델링 전의 욕실.

리모델링 전의 욕실.

화이트 타일과 그린 타일로 꾸민 지금의 욕실.

화이트 타일과 그린 타일로 꾸민 지금의 욕실.

화이트 타일과 그린 타일로 꾸민 지금의 욕실.

 리모델링 전의 현관.

리모델링 전의 현관.

리모델링 전의 현관.

짙은 푸른색의 페인팅과 블랙 색상의 타일로 꾸민 지금의 현관.

짙은 푸른색의 페인팅과 블랙 색상의 타일로 꾸민 지금의 현관.

짙은 푸른색의 페인팅과 블랙 색상의 타일로 꾸민 지금의 현관.

같이 산다, 식물과 물고기
‘TV 맞은편에는 소파’라는 뻔한 공식을 탈피하고 다이닝 테이블 겸 책상이자 작업대만을 둔 거실(TV는 큰방의 침대 맞은편에 두었다). 2000년대에 만들어진 짙은 푸른색 프리츠 한센 세븐체어 그리고 우드 세븐체어와 짝을 이룬 테이블 위에는 작은 어항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제가 회사원인 데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제 욕심을 채우려 반려동물을 혼자 두기 싫었어요. 그래서 자주 돌보지 못해도 외롭지 않을 생명체를 찾았고, 함께 살기로 한 게 물고기예요(웃음).” 거실 옆 작은 베란다에는 크고 작은 식물이 다양하다. 티루칼리, 유포비아, 소정 선인장, 구름목, 금황란 등 알아서도 척척 잘 자라는 다육식물들이다.

2평 남짓한 작은 베란다를 차지하고 있는 다육식물들.

2평 남짓한 작은 베란다를 차지하고 있는 다육식물들.

2평 남짓한 작은 베란다를 차지하고 있는 다육식물들.

거실의 다이닝 테이블 겸 작업대 위에는 어항을 두었다.

거실의 다이닝 테이블 겸 작업대 위에는 어항을 두었다.

거실의 다이닝 테이블 겸 작업대 위에는 어항을 두었다.

나만의 취향이 있는 나의 집
원하는 대로 하드웨어를 꾸몄고, 소프트웨어는 오랜 시간을 들여 완성한 취향으로 채웠다. 보통의 싱글 남성이라면 합리적인 가격대와 실용성을 우선으로 선택하는 기성품이 아닌 저마다 시간과 이야기를 품은 가구와 소품을 들인 것. 하나같이 이사를 목적으로 짧은 시간 내 고른 물건들이 아니다. 전문 분야인 패션뿐 아니라 가구부터 소품까지 다양한 사물에 대한 두터운 취향을 가지게 된 건 그동안 살면서 호기심과 소유욕을 자극한 ‘심미안’에 충실했기 때문. “직업 때문이기도 하고요. 본능적으로 사물이 가진 아름다움을 좇아요. 하지만 그저 예쁜 건 쉽게 질리기 마련이잖아요. 무뚝뚝한 기성품이 아닌 남다른 존재 이유를 가진 제품들을 좋아해요.”

옷이 빛날 수 있도록 시공간을 두루 읽어야 하는 패션 브랜드의 VMD로 15년간 일한 홍인 씨. 그 덕분에 다양한 분야를 접해야 했고, 그중 홍인 씨의 심미안을 자극하는 물건이 있으면 공부하듯 파헤쳤다. 그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취향’이 만들어내는 놀랍도록 생산적인 힘을 믿었다. 그중 하나가 세월이 만든 멋을 가진 빈티지 가구로 대학로의 비투프로젝트, 경리단길의 인포멀웨어, 청계천의 182다크브라운 등 오프라인 리빙숍을 돌아다니며 구매한 프리츠 한센 의자와 조명이다. 헝가리 여행 중 산 도자기, 출장 차 찾은 파리 메종오브제에서 구매한 봉제 인형까지,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것이 아니라 손 작업에 반해 산 소품들도 있다. 가짓수가 가장 많은 건 그릇이다. “제가 공예를 전공해서 그런지 손맛이 느껴지는 그릇을 좋아해요. 부모님 집에 살 때는 어머니의 영역을 침범하는 거 같아 시도를 못했는데 독립을 하고부턴 마음에 드는 그릇이 있으면 꾸준히 사고 있어요. 매년 일본에서 열리는 도자기 축제는 따로 휴가를 내서 찾아가요. 혼자 살다 보니 굳이 짝을 맞춰 살 필요 없어 낱개씩 사죠.” 그릇을 모으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이 생겼고 최근에는 종로구청에서 열리는 ‘아빠요리교실’도 다니고 있다. 그 덕분에 진미채 볶음에는 마요네즈가 들어가야 맛있다는 사실도 배우게 됐다. 오늘도 홍인 씨는 혼자 사는 집이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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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늘 유행에 민감한 홍인 씨가 최근에 빠진 건 클래식 아이템. 청바지는 빈티지 리바이스, 검정 운동화는 뉴발란스 990bk4, 시계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롤렉스, 흰색 티셔츠는 하네스, 주황색 티셔츠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잡지는 클래식 아이템을 다룬 2017년 10월호 <뽀빠이>.

직업상 늘 유행에 민감한 홍인 씨가 최근에 빠진 건 클래식 아이템. 청바지는 빈티지 리바이스, 검정 운동화는 뉴발란스 990bk4, 시계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롤렉스, 흰색 티셔츠는 하네스, 주황색 티셔츠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잡지는 클래식 아이템을 다룬 2017년 10월호 <뽀빠이>.

  • 직업상 늘 유행에 민감한 홍인 씨가 최근에 빠진 건 클래식 아이템. 청바지는 빈티지 리바이스, 검정 운동화는 뉴발란스 990bk4, 시계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롤렉스, 흰색 티셔츠는 하네스, 주황색 티셔츠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잡지는 클래식 아이템을 다룬 2017년 10월호 <뽀빠이>. 직업상 늘 유행에 민감한 홍인 씨가 최근에 빠진 건 클래식 아이템. 청바지는 빈티지 리바이스, 검정 운동화는 뉴발란스 990bk4, 시계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롤렉스, 흰색 티셔츠는 하네스, 주황색 티셔츠는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잡지는 클래식 아이템을 다룬 2017년 10월호 <뽀빠이>.
  • 공장의 차가운 기계가 아닌 손으로 만든 따스한 질감의 그릇을 모은다. 공장의 차가운 기계가 아닌 손으로 만든 따스한 질감의 그릇을 모은다.
  • 15년 경력의 베테랑 패션 브랜드 VMD이자 자신만의 감각을 가진 라이프스타일러 홍인 씨. 15년 경력의 베테랑 패션 브랜드 VMD이자 자신만의 감각을 가진 라이프스타일러 홍인 씨.

첫 도전에 덜컥 아파트 분양권이 당첨된 남자가 있다. 평생 운을 다 쓴 건 아닌가 싶을 만큼 큰 행운을 얻어 서울 도심에 내 집을 마련하게 된 홍인 씨. 특유의 안목으로 천편일률적인 소형 아파트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아틀리에로 바꾸고 본인만의 취향으로 더욱 풍성하게 채운 집. 따사로운 가을날, 홍인 씨 집으로 놀러 간 이야기.

Credit Info

기획
이경현 기자
사진
김덕창
시공
브랑쿠치(blog.naver.com/gonygon2)

2017년 11월

이달의 목차
기획
이경현 기자
사진
김덕창
시공
브랑쿠치(blog.naver.com/gonyg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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