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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물물기행 8탄

사진작가 구본창

On July 07, 2017 0

매달 미국인 마크 테토가 도예, 공예, 회화, 가구 등 한국 작가의 공방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나무 조각가 이재효에 이어 이번 달에는 사진작가 구본창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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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우리의 것을 알고 지켜나가기 위한 길라잡이 ‘마크 테토’. 한옥에 살며, 한국의 고가구를 모으고 우리의 전통 악기인 거문고를 배우는 등 한국의 문화에 푹 빠져 있다. 이런 마크 테토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작가를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한 이 칼럼을 처음 논의했을 때부터 손꼽아 만나고 싶어 했던 영순위 작가가 있다. 바로 백자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구본창이다. 30여 년을 사진작가로 활동한 사진계의 대부. 사진인지 그림인지 진위가 헷갈릴 만큼 카메라로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구본창을 만나기 위해 분당의 작업실로 찾아간 이야기를 소개한다.

 

백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구본창 작가와 마크 테토.

백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구본창 작가와 마크 테토.

백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구본창 작가와 마크 테토.

M 안녕하세요. 마크 테토입니다. 드디어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영광이에요. 어서 오세요. 마크 테토 씨.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새로 지은 작업실로 물건을 옮기느라 빨리 초대하지 못했어요. 바로 옆이 17년 된 옛 작업실이고요. 여기 작업실은 작년 말 완공돼서 지금 반 년째 이사 중이에요. 워낙 물건이 많아서요(웃음).

M 작업실이라기보단 박물관 같아요. 독일에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1985년부터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촬영한 데이터와 장비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모아온 오브제와 가구로 채우고 있어요. 오래된 물건들이 많아요. 초등학교 근처에 버려져 있던 지구본, 옛 프랑스 군인의 견장을 보관했던 박스, 논에 물을 대던 수차,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이고 지고 온 조명 등 별의별 게 다 있어요. 플리마켓이에요(웃음).

M 너무 멋져요. 이국적인 물건도, 한국적인 물건도 많아서 볼거리가 가득해요. 이건 직접 만든 병풍인가요? 네. 제가 촬영한 사진으로 만든 병풍이에요. 원래 하얀 순백자만 찍었는데 백자 중에 청화백자라고 은은한 파란 무늬가 들어간 아름다운 백자가 있어서 최근에 찍어봤어요.

M 너무 아름다워요. 제가 작가님을 알게 된 계기도 백자 사진 때문이에요. 한국에 온 지 7년이 되었는데 5년가량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다 뒤늦게 한옥을 알게 돼서 2년째 북촌 한옥 마을에서 살고 있어요. 한옥에 살면서 고가구와 도자기를 공부하고 수집하게 되었는데 그때 작가님의 백자 사진을 보고 반해버렸어요. 어떤 계기로 백자를 사진으로 찍게 되었나요? 얘기가 꽤 긴데 들어보시겠어요?(웃음) 버나드 리치라고 영국의 유명 미학자이자 도예가가 있어요. 1920년에 한국으로 왔었죠. 이때 본 한국 백자 중 눈처럼 흰 바탕에 보름달 형태의 조선시대 달항아리 매력에 빠져 저 멀리 영국까지 백자를 들고 갔어요.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구본창 작가가 수집한 수차와 탈곡기.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구본창 작가가 수집한 수차와 탈곡기.

오래된 물건을 좋아하는 구본창 작가가 수집한 수차와 탈곡기.

백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구본창 작가와 마크 테토.

백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구본창 작가와 마크 테토.

백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구본창 작가와 마크 테토.

M 대서양을 지나 영국으로요? 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런던 폭격이 시작되자 아끼던 백자가 깨질까 봐 외곽에 있던 도예가 루시 뤼의 작업장에 맡겨놓았어요. 그 뒤 버나드 리치가 죽자 주인 잃은 백자를 루시 뤼가 보관하고 있었죠. 그로부터 60여 년 후인 1989년, 제가 일본에 갔을 때예요. 루시 뤼와 이세이 미야케가 함께 작업을 한 광고 사진을 봤어요. 사진 속 백발의 할머니인 루시 뤼 옆에 순백의 뽀얀 백자가 있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우리의 옛 백자가 저 사진 속에 있을까 궁금해서 한참을 알아봤더니 이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더군요. 그 옛날 파란 눈의 외국인 마음을 사로잡고 전쟁터에서도 목숨을 걸고 지켰을 정도로 멋진 우리 백자가 있었구나 깨달았죠.

M 너무 재미있어요! 그럼 그때부터 백자를 찍으셨나요? 그러고 나서 시간이 흘러 2004년에 더욱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어요. 일본에서 우리나라 백자를 시리즈로 소개한 여성 잡지를 보게 됐어요. 아! 일본 여성 잡지에서도 이렇게 한국의 백자를 좋아하고 소개하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백자의 아름다움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백자를 찍기 시작했어요.

M 맞아요! 이전에는 청자가 한국의 대표 도자기로 소개되었잖아요. 청자를 메인 이미지로 하고 한국을 소개하는 광고도 있었고요. 작가님 덕분에 백자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네요. 저도 개인적으로 청자보다는 백자를 더 좋아해요. 아직 백자는 갖고 있지 않지만 신라시대 토기도 모았고요. 네. 백자는 청자보다 더 한국적인 멋이 나는 거 같아요. 제가 백자를 좋아하게 된 이유 중엔 내성적인 제 성격도 한몫했어요. 백자는 ‘나 예뻐’ 하고 뽐내지도 않고 오히려 겸손하고 수수하잖아요. 저는 이런 백자의 매력을 사진에 담아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게 사진의 매력이잖아요. 일일이 소유하거나 보러 갈 수 없는 시간과 물건을 사진에 담아 보여줄 수 있거든요.

M 모두 한국에서 찍은 백자들인가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백자들이에요.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프랑스 파리의 기메박물관, 일본 오사카의 동양도자미술관 등 백자가 있는 곳은 다 돌아다녔어요. 이렇게 찍은 백자 사진을 묶어서 낸 책이 《백자 White Vessels》(yido of Yi)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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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작품들이 빼곡한 보관실.

30여 년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작품들이 빼곡한 보관실.

최근 페루의 리마를 찾아 촬영한 ‘황금 시리즈’.

최근 페루의 리마를 찾아 촬영한 ‘황금 시리즈’.

최근 페루의 리마를 찾아 촬영한 ‘황금 시리즈’.

M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없는 백자를 사진으로 가져와 보여주셨어요. 정말 멋져요! 박물관에서 촬영하는 게 힘들진 않으셨어요? 쉽지 않았어요(웃음). 허가를 받기도 힘들뿐더러 어렵게 만난 백자를 오랫동안 두고 보면서 찍고 싶은데 빨리 찍고 나와야 되니까요. 게다가 전 자연광을 좋아해서 시간이 만든 자연스러운 빛 아래 백자를 찍고 싶은데 모든 박물관이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간접조명으로 촬영을 했죠.

M 본래의 아름다운 3D를 2D로 옮기는 작업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작가님의 사진 속엔 박물관의 카탈로그 사진과 다르게 깊은 울림이 있어요. 고맙습니다. 3D의 백자를 평면으로 옮기면서 깊이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참 매력적인 일이에요. 외곽선이 뚜렷하고 그림자가 진한 카탈로그 사진과 다르게 공간 속에 백자가 부유하는 듯한 느낌과 깊이를 담으려고 해요. 아주 짧은 순간을 포착해서 찍지만 백자의 이 아름다움이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존재할 수 있도록 표현하고자 해요. 사진작가인 제 사명이죠.

M 여백도 생각하면서 촬영하나요? 네. 뭔가 꽉 차 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보다 여백이 있기에 여운이 느껴지도록요. 혹시 마크 테토 씨는 여운이란 단어를 알까요? 예를 들면 음악을 끄면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뒤에 살짝 남아 있는 그런 거요. 그걸 바로 여운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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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서 구매한 중국 가구에 그간 모은 책이 즐비한 구본창 작가의 서재.

인사동에서 구매한 중국 가구에 그간 모은 책이 즐비한 구본창 작가의 서재. 

  • 인사동에서 구매한 중국 가구에 그간 모은 책이 즐비한 구본창 작가의 서재.
인사동에서 구매한 중국 가구에 그간 모은 책이 즐비한 구본창 작가의 서재.
  • 기메박물관에 소장된 백자를 촬영한 작품. 기메박물관에 소장된 백자를 촬영한 작품.
  • 최근 페루의 리마를 찾아 촬영한 ‘황금 시리즈’. 최근 페루의 리마를 찾아 촬영한 ‘황금 시리즈’.
  • 구본창 작가가 촬영한 코발트색의 청화백자 사진과 이 사진들로 직접 만든 병풍.
구본창 작가가 촬영한 코발트색의 청화백자 사진과 이 사진들로 직접 만든 병풍.
  • 구본창 작가가 촬영한 코발트색의 청화백자 사진과 이 사진들로 직접 만든 병풍.구본창 작가가 촬영한 코발트색의 청화백자 사진과 이 사진들로 직접 만든 병풍.
  • 구본창 작가가 촬영한 코발트색의 청화백자 사진.구본창 작가가 촬영한 코발트색의 청화백자 사진.
버려진 자개장과 거울로 꾸민 화장실. 벽에 걸린 작품은 ‘탈’ 시리즈.

버려진 자개장과 거울로 꾸민 화장실. 벽에 걸린 작품은 ‘탈’ 시리즈.

버려진 자개장과 거울로 꾸민 화장실. 벽에 걸린 작품은 ‘탈’ 시리즈.

M 오늘도 이렇게 배웁니다(웃음). 여백이 만들어내는 여운이군요! 독일에서 공부한 덕분에 한국에 있었으면 몰랐을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이 눈에 보여요. 해외에 나갔다 들어오면 애국자가 되기 마련이잖아요. 특히 그 당시 중국이나 일본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파워가 굉장히 세다는 걸 느끼고 나서는, 과연 한국의 매력은 무엇일까 더 고민하게 된 거 같아요. 젊어서는 시작하지 못했는데 나이가 50이 되고 나니 한국에 대한 진지한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백자, 탈, 건축물까지요.

M 최근에 하고 있는 작업은 어떤 건가요? 3년 전 호주의 작은 도시에 갔는데 바로 금광 도시였어요. 그때 ‘금’에 대한 인류의 욕망과 그 종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어둠 속에서 마지막 빛을 발하는 게 금이죠. 그래서 페루의 수도 리마에도 갔어요. 잉카제국의 황금 컵을 촬영했어요. 황금으로 만든 황금 손도 있어요. 인간이 좋아하는 황금색을 찾아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촬영한 ‘황금 시리즈’를 완성시킬 계획이에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찍은 금관도 있어요. 우리나라 금관도 멋있다는 걸 보여줘야죠.

M 작가님의 작품도 너무 멋있지만 작가님의 철학에도 감동받았어요. 아이고, 별말씀을요. 오래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한국 문화를 이렇게나 좋아해주니 또 감사하고요. 다음에 마크 테토 씨의 한옥으로 놀러 갈게요. 그때 신라시대 토기도 보여주세요.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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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잡지의 화보와 연예인의 인물 사진도 찍었던 구본창 작가. 마크 테토에게 사진 속 여배우 강수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패션 잡지의 화보와 연예인의 인물 사진도 찍었던 구본창 작가. 마크 테토에게 사진 속 여배우 강수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패션 잡지의 화보와 연예인의 인물 사진도 찍었던 구본창 작가. 마크 테토에게 사진 속 여배우 강수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패션 잡지의 화보와 연예인의 인물 사진도 찍었던 구본창 작가. 마크 테토에게 사진 속 여배우 강수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한국의 조각보와 같이 실로 꿰맨 여러 장의 인화지에 현대 무용수의 사진을 인화한 작품. 한국의 조각보와 같이 실로 꿰맨 여러 장의 인화지에 현대 무용수의 사진을 인화한 작품.
  • 구본창 작가의 설명에 따라 사진을 찍어보는 마크 테토. 구본창 작가의 설명에 따라 사진을 찍어보는 마크 테토.
  • 모자 케이스와 프랑스 군인의 견장을 보관했던 박스까지 구본창 작가의 수집벽을 엿볼 수 있는 수납장.모자 케이스와 프랑스 군인의 견장을 보관했던 박스까지 구본창 작가의 수집벽을 엿볼 수 있는 수납장.
  •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구본창 작가가 구매한 경일대학교 인테리어 디자인학과 졸업생의 졸업 작품이자 테이블.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구본창 작가가 구매한 경일대학교 인테리어 디자인학과 졸업생의 졸업 작품이자 테이블.

마크 테토(Mark Tetto)

JTBC <비정상회담>의 훈남 패널로 이름을 알린 마크 테토. 한국에 산 지 7년째로, 예스러운 한옥의 매력에 푹 빠져 북촌 한옥 마을에 살고 있다. 한국 특유의 미학과 기품을 품은 작품을 좋아한다. 그리고 매달 한국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서 나눈 대화를 <리빙센스> 독자와 공유한다.

매달 미국인 마크 테토가 도예, 공예, 회화, 가구 등 한국 작가의 공방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나무 조각가 이재효에 이어 이번 달에는 사진작가 구본창을 만났다.

Credit Info

기획
이경현 기자
사진
김덕창

2017년 7월

이달의 목차
기획
이경현 기자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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