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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동안에

On June 07, 2017 0

6년간의 연애 끝에 부부의 인연을 맺고 함께 산 지 2년째가 되어간다는 이동일, 이진경 씨. 오랜 시간을 지나 ‘지금’을 함께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네가 곧 나고 내가 곧 너’인 가치관과 취향 덕분. 두 사람이 한마음 한뜻으로 고른 신혼집을 찾았다. 찬찬한 기운과 속 깊은 의중이 담긴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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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시공, 가구 제작 등 공간에서 파생되는 여러 분야의 작업을 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공간 솔루션을 제안하는 ‘스튜디오 언라벨’. 건축가, 아트 디렉터, 포토그래퍼, 사물 디자이너 등 총 11명의 아티스트가 뭉친 크리에이티브 집단의 수장이자 멤버인 이동일과 아내 이진경. 상업 공간부터 주거 공간까지 본인들만의 확고한 색으로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두 사람이, 직접 사는 집은 어떻게 꾸몄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2층 주거 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또래 작가 권철화의 드로잉을 두었다.

2층 주거 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또래 작가 권철화의 드로잉을 두었다.

2층 주거 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또래 작가 권철화의 드로잉을 두었다.

계단 아래에 놓인 그림은 작가 김성윤의 작품.

계단 아래에 놓인 그림은 작가 김성윤의 작품.

계단 아래에 놓인 그림은 작가 김성윤의 작품.

뻔하지 않는 집
신혼부부라면 신혼집을 고를 때 20~30평대의 아파트에 편리한 교통과 부대시설을 우선순위로 두기 마련. 2세 계획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공간 디자이너 이동일, 이진경 부부의 선택은 달랐다. “‘집=아파트’라는 공식에 비판적이에요. 이 집을 선택할 때도 그런 기준을 적용했어요. 천편일률적인 공간에 갇혀 행동에 한계가 있는 집이 아닌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집을 골랐어요.” 부부가 좋아하는 건축가 승효상의 지적처럼, 1970~90년대 급진적인 경제정책에 따른 주택 공급과 도시 개발로 인해 성냥갑 같은 다세대 아파트가 우후죽순 생긴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진다는 것. 주거 분야 전문가라면 지금의 도시 주택이 다채로운 색을 갖지 못하고 획일적으로 형성된 데 대해 자각하고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하며, 그래야 많은 사람이 보다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이곳은 은평구의 녹번동에서도 외진 곳이에요. 교통도 불편하고 편의시설도 부족하지만 자연에 둘러싸인 곳이에요. 저희 삶이 더 윤택해질 것 같아 선택했어요.” 사진작가이자 건축주가 직접 살 요량으로 설계했다가 임대로 나온 주택이다. “일반적인 주택 구조와 달라요. 1층이 갤러리, 2층부터 3층이 주거 공간인데 안방, 거실, 드레스 룸 등의 공간 구획이 없는 집이죠. 그래서 1년간 임차인 없이 비어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 부부가 원하는 자유분방한 궤도와 일맥상통했어요.” 공간과 공간 사이 벽을 최대한 허물어 동선이 자유롭고 전면 유리창으로 개인 정원을 둔 듯 야산의 풍광이 그대로 펼쳐진다. “이곳에서 살면서 삶에 큰 변화가 생겼어요. 아침이면 눈부신 햇빛을 받고 일어나요. 늦은 오후가 되면 색 바랜 노을을 보며 하루를 마감해요. 계단과 계단 사이에 틈새를 만들어놓은 집이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환되는 공기를 느낄 수 있어요. ‘집이란 이렇게 지어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돈을 주고도 배우지 못할 것들을 이곳에 살면서 배웠어요. 그리고 삶의 기준점들이 바뀌었죠. 저희가 지금 배운 경험이자 유산을 먼 훗날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어요. 저희가 무엇을 보고 살았는지 그리고 경제적인 부유함이 아닌 어떤 삶을 살아야 마음이 윤택하고 행복할지 전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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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너머로 사시사철 달라지는 야산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안방.

유리창 너머로 사시사철 달라지는 야산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안방.

  • 유리창 너머로 사시사철 달라지는 야산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안방.유리창 너머로 사시사철 달라지는 야산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안방.
  • 유리창 너머로 사시사철 달라지는 야산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욕실.유리창 너머로 사시사철 달라지는 야산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욕실.
  • 연애 시절, 남편 이동일이 해외 출장 때마다 아내 이진경을 위해 선물한 향수들. 남편은 물론 아내 역시 여성스러운 플로럴 계열의 향수보다 르 라보,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등의 중성적인 향을 선호한다. 연애 시절, 남편 이동일이 해외 출장 때마다 아내 이진경을 위해 선물한 향수들. 남편은 물론 아내 역시 여성스러운 플로럴 계열의 향수보다 르 라보,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등의 중성적인 향을 선호한다.
  • 부부가 직접 다리를 만들고 나무 상판을 사다 연결해 만든 테이블. 부부가 직접 다리를 만들고 나무 상판을 사다 연결해 만든 테이블.
  • 작가 염지희의 작품. 강아지는 부부의 반려견 ‘모래.’ 작가 염지희의 작품. 강아지는 부부의 반려견 ‘모래.’

 

맹목적인 유명 브랜드보다 취향이 먼저

이동일, 김진경 부부의 집에는 SNS를 도배하는 ‘국민 신혼 살림’격의 유명 브랜드 가구가 없다. 싱글 시절 각자가 썼던 가구와 함께 만든 가구, 연애 시절부터 함께 모은 또래 작가의 작품들로 집 안을 채웠다. 가장 특이한 건 부부의 수집품으로, 손때 묻은 골동품들이다. “반듯하고 매끈한 새 물건보다 오랜 시간을 지닌 물건이 좋아요. 요즘 사람들은 과도한 산업화에 지쳐 있어요. 그래서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숍이 많이 생기고 그런 것들이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영감과 감동을 주고 있어요.

저희 부부가 골동품에 눈이 가고 기회가 될 때마다 모으는 취미가 생긴 것도 이런 이유 중 하나인 거 같아요.” ‘신혼집이니까 이게 필요해’, ‘이 정도는 있어야 구색이 맞춰지지’라는 생각은 애당초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두 사람의 취향에 맞춰 집 안 곳곳에 골동품들을 두었다. “거실에 둔 붓글씨는 구기동 어느 골동품점에서 발견했어요. ‘이철’이라는 조선시대 문인이 쓴 글인데 낙관이 없다는 이유로 터무니없을 만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어요.” 색이 바래거나 상처가 있지만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에 부대끼고 순응하고픈 부부의 취향이 찾은 물건. 조선시대 백자며 다도상의 상판까지 어느 하나 비싸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골동품들이다. “주거 공간이란 이래야 한다거나 저래야 한다는 공식 같은 게 필요치 않아요. 격식이나 거짓 없는 진짜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야 하죠. 예를 들면 서재를 잘 사용하지 않으면 굳이 여느 집처럼 만들 필요 없어요. 저희도 침대 옆과 거실 한쪽에 책을 쌓아놓았어요.” 일방적인 공식을 따르는 소비자가 아닌 창작자의 입장에서 본인들의 취향 그대로를 담은 집에 살고 있는 이동일, 이진경 부부. 첫 방문이지만 무엇 하나 낯설지 않고 머물수록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부부의 삶은 매우 주체적이었고 자유로웠다.

작가 안준모의 작품을 걸어둔 포인트 월.

작가 안준모의 작품을 걸어둔 포인트 월.

작가 안준모의 작품을 걸어둔 포인트 월.

그동안 작업한 스케치북들.

그동안 작업한 스케치북들.

그동안 작업한 스케치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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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직접 만든 가구, 이동일이 개념미술 작가로 활동하며 만든 작품들을 전시해둔 1층 갤러리.

그동안 직접 만든 가구, 이동일이 개념미술 작가로 활동하며 만든 작품들을 전시해둔 1층 갤러리.

  • 그동안 직접 만든 가구, 이동일이 개념미술 작가로 활동하며 만든 작품들을 전시해둔 1층 갤러리. 그동안 직접 만든 가구, 이동일이 개념미술 작가로 활동하며 만든 작품들을 전시해둔 1층 갤러리.
  •  세월의 흔적이 여실한 반닫이 위에 프랑스의 벼룩시장에서 산 두상과 골동품점에서 발견한 조선시대 백자 등의 수집품을 올려놓았다. 그림은 작가 이근민의 작품. 세월의 흔적이 여실한 반닫이 위에 프랑스의 벼룩시장에서 산 두상과 골동품점에서 발견한 조선시대 백자 등의 수집품을 올려놓았다. 그림은 작가 이근민의 작품.
  • 조선시대 문인 ‘이철’이 쓴 붓글씨와 역시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병풍이 놓인 거실. 조선시대 문인 ‘이철’이 쓴 붓글씨와 역시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병풍이 놓인 거실.

6년간의 연애 끝에 부부의 인연을 맺고 함께 산 지 2년째가 되어간다는 이동일, 이진경 씨. 오랜 시간을 지나 ‘지금’을 함께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네가 곧 나고 내가 곧 너’인 가치관과 취향 덕분. 두 사람이 한마음 한뜻으로 고른 신혼집을 찾았다. 찬찬한 기운과 속 깊은 의중이 담긴 집이다.

Credit Info

기획
이경현기자
사진
김덕창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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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경현기자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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