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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가 만난

소반작가 양병용

On March 08, 2017 0

매달 미국인 마크 테토가 도예, 공예, 회화, 가구 등 한국 작가의 공방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난달 설치미술가 지니 서에 이어 이번 달에는 소반 작가 양병용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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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우리의 것을 알고 지켜나가기 위한 길라잡이 ‘마크 테토’. 한옥에 살며, 한국의 고가구를 모으고, 최근에는 우리의 전통 악기인 거문고를 배우는 등 한국의 문화에 푹 빠져 있다. 이런 마크 테토가 소반 작가 양병용을 찾았다. 본디 한국인의 식탁인 소반. 독상 문화를 상징했던 소반은 좌식 생활이 사라지고 겸상 문화가 퍼지면서 자연스레 그 쓰임이 줄어들었다. 이런 현 시대를 이겨내고 전통의 방법을 고수하면서 보다 모던한 디자인을 입은 소반이 있다. 목공예가이자 소반 작가 양병용을 파주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야기.
 

파주의 ‘반김’에서 만난 마크 테토와 양병용 작가.

파주의 ‘반김’에서 만난 마크 테토와 양병용 작가.

파주의 ‘반김’에서 만난 마크 테토와 양병용 작가.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와 챕터원꼴렉트에서 판매되는 소반의 주인공, 양병용 작가.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와 챕터원꼴렉트에서 판매되는 소반의 주인공, 양병용 작가.

조은숙아트앤라이프스타일 갤러리와 챕터원꼴렉트에서 판매되는 소반의 주인공, 양병용 작가.

케이크 트레이로 활용 가능한 미니 소반부터 컵, 도마, 볼 등이 두루 놓인 그릇장.

케이크 트레이로 활용 가능한 미니 소반부터 컵, 도마, 볼 등이 두루 놓인 그릇장.

케이크 트레이로 활용 가능한 미니 소반부터 컵, 도마, 볼 등이 두루 놓인 그릇장.

작업실 한쪽에 마련한 주방 전경.

작업실 한쪽에 마련한 주방 전경.

작업실 한쪽에 마련한 주방 전경.

M 안녕하세요. 마크 테토입니다.
반갑습니다. 소반 작가 양병용입니다. 파주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어요. 여기는 ‘반김’이라는 곳으로 제 작업실이자 쇼룸이에요.

M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자주 와서 멀게 느껴지지 않았어요(웃음). ‘반김’은 무슨 뜻인가요?
손님에게 정성껏 만든 음식이나 다과를 소반에 내어주듯, ‘당신을 기쁘게 반긴다’라는 의미예요. 오늘은 마크 테토를 위해 백연근을 우린 차를 올렸어요.

M 향이 좋아요. 공간도 너무 멋지고요. 2년 전부터 한옥에 살면서 한국의 도자기와 고가구를 공부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작가님의 소반을 알았고요. 어떤 계기로 소반을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저는 1973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어요. 도심에서 살고 있는 지금 생각하면 참 친환경적인 곳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놀이터에 가듯 집 인근 산에 가서 나무를 만지고 놀았어요. 땔감도 때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무의 물성을 좋아하게 되었나 봐요. 고등학교에서는 건축을, 대학교에서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는데요. 흥미로운 분야였지만 나무를 쥘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나무를 만지다 ‘목선반’이라는 기법을 알게 되었고, 2년간 푹 빠져 있었어요.

M 목선반은 어떤 기법이에요?
한국말로는 ‘갈이질’, 영어로는 ‘우드 터닝’이라 해요. 물레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기계에 목재를 고정한 뒤 칼을 갖다 대고 목재의 바깥쪽부터 중앙까지 깎는 방식이에요. 평면의 둥근 접시부터 깊이가 있는 밥그릇이나 국그릇까지 모두 만들 수 있어요. 이 기법을 처음 접했을 때를 잊지 못하는데요. 울퉁불퉁했던 목재가 칼날이 스치는 대로 깎이면서 톱밥이 날리는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제 20년 목공 인생에서 큰 터닝포인트가 된 순간이에요.
 

따뜻하게 우린 백연근차를 올린 마족반.

따뜻하게 우린 백연근차를 올린 마족반.

따뜻하게 우린 백연근차를 올린 마족반.

양병용 작가의 나무접시 겸 쟁반. 나이테처럼 보이는 뱅글뱅글한 선은 목선반 기법으로 생긴 자국으로 사포로 문지르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양병용 작가의 나무접시 겸 쟁반. 나이테처럼 보이는 뱅글뱅글한 선은 목선반 기법으로 생긴 자국으로 사포로 문지르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양병용 작가의 나무접시 겸 쟁반. 나이테처럼 보이는 뱅글뱅글한 선은 목선반 기법으로 생긴 자국으로 사포로 문지르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M 작가님의 소반도 목선반 기법으로 만들어지나요?
정확히는 둥근 모양의 소반을 만들 때만 써요. 나무의 물성과 결은 물론 저항력을 따져가며 쓰는 기법이어서 상당한 기술이 필요해요. 그래서인지 목선반을 다루는 작가가 줄고 있지요. 제가 잘하는 목선반 기법으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좌식이 불편해진 현 시대에서 사라지고 있는 소반이에요. 소반은 참 멋진 가구예요. 식탁이 아니어도 찻상이나 협탁 대용으로도 충분하고요. 한국의 전통 가구지만 모던한 현대 공간과도 잘 어울려 공간을 꾸미는 오브제로도 훌륭한 가구예요.

M 맞아요. 저희 집에도 소반에서 모티프를 딴 협탁이 하나 있어요. 소파 옆에 두고 책을 올려놓는 용도로 쓰고 있어요.
네. 마크 테토가 아주 잘 활용하고 있네요. 예전 인사동과 북촌에서 본 소반이 모두 중국산이더라고요.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선조의 선조부터 내려오던 한국의 전통 가구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요. 그래서 전통 방식을 고수하되 요즘 사람들이 추구하는 모던한 디자인을 입힌 소반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M 멋진 이야기예요! 외국인인 제겐 좌식 생활의 불편함을 떠나 소반 자체의 매력이 너무 커요. 그래서 성북동의 한국가구박물관을 찾아가 소반에 대해 공부했어요. 그때 알게 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한국은 지역별로 소반의 모양이 다르더라고요. 그중 작가님이 특별히 좋아하는 소반이 있나요?
안목이 대단하네요. 저는 전남 나주의 마족반을 좋아해요. 소반 다리가 말의 다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말의 두꺼운 허벅지에서 발까지 이어지는 다리 모양인데요. 상판은 꽃 모양으로 만들어졌어요.

M 둥근 상판에 다리 하나가 붙은 이 소반은요?
마족반과 달리 투박하죠? 이건 강원도에서 사용했던 강원반이에요. 마족반은 상판이 꽃 모양인데 이건 원 모양이죠. 다리도 통으로 한 개만 달렸어요. 단순하고 투박한 디자인이 매력적인 소반이에요. 마크 테토. 우리 얘기만 나누지 말고 직접 소반을 만들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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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용 작가의 도움을 받아 대패질을 해보는 마크 테토.

양병용 작가의 도움을 받아 대패질을 해보는 마크 테토.

느티나무, 오리나무, 감나무 등 갖은 목재가 쌓여 있는 작업실.

느티나무, 오리나무, 감나무 등 갖은 목재가 쌓여 있는 작업실.

느티나무, 오리나무, 감나무 등 갖은 목재가 쌓여 있는 작업실.

천판이라 불리는 상판에 여러 부위를 끼워 맞춰 완성한 사각 소반.

천판이라 불리는 상판에 여러 부위를 끼워 맞춰 완성한 사각 소반.

천판이라 불리는 상판에 여러 부위를 끼워 맞춰 완성한 사각 소반.

꽃 모양의 상판을 ‘밀도’라는 칼로 조각하는 양병용 작가.

꽃 모양의 상판을 ‘밀도’라는 칼로 조각하는 양병용 작가.

꽃 모양의 상판을 ‘밀도’라는 칼로 조각하는 양병용 작가.

갖은 목재가 쌓여 있는 작업실.

갖은 목재가 쌓여 있는 작업실.

갖은 목재가 쌓여 있는 작업실.

M 네, 좋아요. 나무를 만진 적이 없는데요. 하지만 작가님이 알려주시면 해볼게요.
네. 절 믿고 해보세요. 목선반은 난도가 높아서 힘들고요. 사각 소반을 만들 때 쓰는 대패질을 해볼까요? 사각 소반의 윗면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이에요. 왼쪽 다리를 앞으로 두고요. 오른쪽 다리를 뒤로 두세요. 앞뒤로 몸의 중심을 옮겨가면서 나무를 깎아보세요.

M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웃음). 쉽지가 않네요. 잘 깎이지 않아요.
힘 조절이 중요해요. 물러서 잘 깎이는 오리나무로 해볼게요. 울퉁불퉁한 부분을 깎으면서 손으로 만져보고 다시 깎고를 반복해 평평한 면을 만들어야 돼요.

M 손으로 깎아서 만드는 작업 방식이 너무 멋지네요.
제가 만든 소반은 하나도 똑같은 모양이 없어요. 손으로 만져보고 대패 자국이 적당히 남고 예쁘다고 느껴질 때 작업을 멈춰요. 둥근 소반을 만들 때는 목선반 기법으로 생긴 자국도 그대로 내버려둬요. 사포로 문지르지 않아요. 제 손이 지나간 자리를 남겨두죠.

M 그래서인지 촉감이 좋아요. 나이테처럼 보이는 결도 좋고요. 이렇게 상판을 만든 다음 작업은요?
상판에 다리와 다리의 중간을 연결하는 가락지, 발과 발을 연결하는 족대, 운각, 변죽 등을 따로 만들고요. 홈을 내어 만든 각각의 부위를 조립하듯 짜맞추죠. 그런 다음 쐐기 모양으로 만든 나무로 고정을 하고요.

M 마치 한옥의 축소판 같아요.
네. 한옥도 모두 끼워서 맞추잖아요. 이렇게 완성한 소반은 벚나무, 물푸레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 소재의 특성에 따라 옻칠을 다르게 해요. 빨간색, 흰색, 검은색, 갈색 등으로 옻칠을 하죠. 최근 이렇게 만든 소반 100개가 은평구의 한옥 마을에 있어요. 레스토랑 ‘일인일상’이라는 곳인데요. 같이 가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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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한옥 마을에 있는 ‘일인일상’의 전경.

은평구 한옥 마을에 있는 ‘일인일상’의 전경.

은평구 한옥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자리에서 한국의 소반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양병용 작가, 마크 테토, 배윤목 대표.

은평구 한옥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자리에서 한국의 소반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양병용 작가, 마크 테토, 배윤목 대표.

은평구 한옥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자리에서 한국의 소반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양병용 작가, 마크 테토, 배윤목 대표.

‘일인일상’의 전경.

‘일인일상’의 전경.

‘일인일상’의 전경.

양병용 작가의 소반이 놓인 평상.

양병용 작가의 소반이 놓인 평상.

양병용 작가의 소반이 놓인 평상.

1인분씩 나오는 ‘일인일상’의 메뉴. 팬에 구운 한치와 구아카몰(8900원), 채끝살 카르파치오(9200원)는 맥주나 와인 안주로 그만이다.

1인분씩 나오는 ‘일인일상’의 메뉴. 팬에 구운 한치와 구아카몰(8900원), 채끝살 카르파치오(9200원)는 맥주나 와인 안주로 그만이다.

1인분씩 나오는 ‘일인일상’의 메뉴. 팬에 구운 한치와 구아카몰(8900원), 채끝살 카르파치오(9200원)는 맥주나 와인 안주로 그만이다.

그리고 마크 테토와 양병용 작가는 파주를 떠나 은평구에 자리한 한옥 마을을 찾았다. 그곳에서 ‘일인일상’의 배윤목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M 안녕하세요. 북촌 한옥마을에 살고 있는 마크 테토입니다. 양병용 작가님 덕분에 이렇게 놀러 왔어요.
저희 둘 다 한옥에 살고 있네요(웃음). 저도 한옥이 너무 좋아 이곳에 한옥을 지었어요. 여기 은평구 한옥 마을은 북촌의 한옥과 달리 새로 지은 한옥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현대식이 많죠. ‘일인일상’도 한옥이 가진 아름다움을 현대식으로 살리고 타파스와 와인, 맥주 등 양식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M ‘일인일상’은 무슨 뜻이에요?
한 사람에 하나의 소반이란 뜻의 ‘일인일상(一人一床)’이에요. 우리나라에는 원래 한 상에서 같이 밥을 먹는 겸상이란 문화가 없었어요. 예부터 남녀가 유별했고 어른과 아이 또한 그랬죠. 이러한 문화가 깃들어 있는 게 소반이에요. 먹는 이에게 존중과 정성을 가득 실어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죠. 한옥에 살다 우연히 양병용 작가님의 작품을 봤는데 한눈에 반했어요. 한식도 잘 어울리지만 맥주, 와인, 파스타를 올려도 멋지죠. 이런 아름다움을 많은 분에게 보여드리고 싶어 ‘일인일상’을 열었어요. 아 참! 마크 테토, 양반다리 괜찮으세요?

M 네, 괜찮아요. 오래 앉아 있으면 불편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40분이 넘으면 힘들어요(웃음).
네. 소반이라고 늘 바닥에 두고 사용하지 않아도 돼요. 테이블 위에 한 사람당 하나씩 올려 개인 상으로 활용해도 되고요. 좌식이 힘든 요즘 사람들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요.

M 제가 출연하는 <비정상회담>에서 혼밥, 혼술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어요. 요즘 밥과 술을 혼자 즐기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그렇고요. 그런데 저희 집 식탁이 8인용이에요. 큰 식탁에서 혼자 먹다 보면 외로울 때가 있는데, 소반을 활용하면 좋을 거 같아요.
마크 테토 말대로 혼밥, 혼술을 할 때도 제격이겠네요! 혼자 먹더라도 기분을 내 예쁘게 먹을 수도 있고요. 오늘 양병용 작가님과 ‘일인일상’을 찾아줘서 고마워요. 다음 달 마크 테토의 물물기행도 기대할게요! 

마크 테토(Mark Tetto)

마크 테토(Mark Tetto)

JTBC <비정상회담>의 훈남 채널로 이름을 알린 마크 테토. 한국에 산 지 7년째로, 예스러운 한옥의 매력에 반해 북촌 한옥 마을에 살고 있다. 한국 특유의 미학과 기품을 품은 작품을 좋아한다. 그리고 매달 한국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서 나눈 대화를 <리빙센스> 독자와 공유한다.

Credit Info

기획
이경현 기자
사진
김덕창
어시스트
박종일

2017년 3월

이달의 목차
기획
이경현 기자
사진
김덕창
어시스트
박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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