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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산해진미 (3)

경북 김천 호두 농장의 대보름 밥상

On March 11, 2015 0

두 번 찐 오곡밥과 아홉 가지 묵나물로 차리는 정월 대보름 밥상. 경북 김천 깊은 산속에서 소박하나 일 년의 수고로움이 모두 깃든 밥상을 받았다. 귀하다는 호두기름을 둘러 볶은 묵나물과 오곡에 호두를 듬뿍 두어 지은 밥. 거칠어 보이지만 진득한 맛으로 차린, 일 년 건강을 기원하는 복이 깃든 한 끼.

음식이 곧 약이다, 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 밥상은 쟁반 달만큼이나 두루두루 모나지 않아 좋다. 다섯 가지 곡식과 아홉 가지 나물. 똑 떨어지는 짝수 대신 홀수로 재료와 음식 가짓수를 맞춰놓은 것만 봐도 그렇다. 1년 24절기와 그 많은 명절마다 절기 음식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던 우리 전통 음식 중에 정월 대보름만큼 상차림이 담백한 날이 또 있을까?

속을 더부룩하게 하는 갈비찜, 기름진 고깃국, 전 같은 음식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바로 대보름 밥상이다. 기껏해야 씹을수록 고소하기가 ‘고기 맛 저리 가란’다는 나물 반찬에 몇 알 깨 먹고 마는 부럼뿐인 것을. 그런데도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거나 부스럼이 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설날도 아닌 대보름 밥상에 싣게 된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제철에 말려 보관해둔 나물에는 비타민 D를 비롯해 갖가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알려진 것이지만 옛 어른들은 ‘아흔아홉 가지 나물 이름만 외우고 있으면 굶어 죽을 걱정 없다’는 말로 그 효용을 단박에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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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금치부터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취나물, 질경이나물, 가지나물, 시래기나물, 머위나물. 가운데는 콩나물. 4월 말의 두릅, 5월 초순에 거두기 시작하는 뽕잎나물부터 시작해 대개는 5월 하순까지 산나물을 뜯는다. 질경이는 6월에 뜯는 것이 묵나물을 만드는데 좋다.
2. 우리호두농장의 귀한 국산 호두. 좋은 호두는 알이 굵고 무게감이 있는데 속껍질 째 먹어도 떫지 않고 아삭아삭한 것이 특징이다. 잘 부스러지지 않는 것도 장점.
3. 찹쌀, 찰수수, 차조, 팥, 콩을 섞고 슴슴한 소금물을 둬가며 두 번 쪄서 만드는 오곡밥. 여기에 알 굵은 호두와 대추를 넣어 맛과 영양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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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경기도 시흥으로부터 이곳 경북 김천으로 귀농한 아버지를 따라 함께 내려온 듬직한 아들과 어머니, 손주들까지 우리호두농장을 이끌어가는 가족. 호두 농사는 아들 이영인 씨가, 나물 농사는 어머니 박수오 씨가 주로 맡는다.

7년 전 경기도 시흥으로부터 이곳 경북 김천으로 귀농한 아버지를 따라 함께 내려온 듬직한 아들과 어머니, 손주들까지 우리호두농장을 이끌어가는 가족. 호두 농사는 아들 이영인 씨가, 나물 농사는 어머니 박수오 씨가 주로 맡는다.

살림살이는 한가위처럼만, 밥상은 대보름처럼만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쓰이는 천연 조미료인 양념과 고명은 ‘입으로 먹는 음식이 몸에 약이 된다’는 믿음을 실제로도 가능하게 해주는 요소들이다. 마늘, 파, 깨, 참기름 등의 양념은 맛을 살리기도 하지만 몸에 이롭기 때문에 사용하기도 한다. 양념이 약념(藥念)으로 표기되는 것은 여러 가지 조미료를 쓸 때 ‘몸에 이로운 약이 되도록 염두에 둔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홉 가지 나물마다 양념 듬뿍 넣어 무치고 볶아내는 대보름 밥상이야 말로 일 년 내내 자주 먹으면 좋을 건강한 밥상의 표본일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던 조상들의 바람이 살림살이에 관한 것이라면, ‘더도 덜도 말고, 대보름처럼만 먹어라’는 우리가 꼭 지켜봄직한 건강수칙일 것이다.

 

호두는 온도를 잘 맞춰 신선한 상태로 보관해두고 하루 2알만 꾸준히 먹으면 몸에 이로운 식물성 지방을 제대로 섭취할 수 있다. 산패를 막기 위해 껍질을 간 호두는 밀폐 용기에 넣어서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되도록 빨리 먹는 것이 좋다.

호두는 온도를 잘 맞춰 신선한 상태로 보관해두고 하루 2알만 꾸준히 먹으면 몸에 이로운 식물성 지방을 제대로 섭취할 수 있다. 산패를 막기 위해 껍질을 간 호두는 밀폐 용기에 넣어서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되도록 빨리 먹는 것이 좋다.

호두는 온도를 잘 맞춰 신선한 상태로 보관해두고 하루 2알만 꾸준히 먹으면 몸에 이로운 식물성 지방을 제대로 섭취할 수 있다. 산패를 막기 위해 껍질을 간 호두는 밀폐 용기에 넣어서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되도록 빨리 먹는 것이 좋다.

호두를 볶지 않고 그대로 짜서 만드는 호두 생기름. 우리호두농장에서는 다른 기름은 사용하지 않고 이 호두 기름만 사용한다는데 가격은 비싸지만 잡맛이 없고 발열점이 의외로 높아 볶고 지지는 음식에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호두를 볶지 않고 그대로 짜서 만드는 호두 생기름. 우리호두농장에서는 다른 기름은 사용하지 않고 이 호두 기름만 사용한다는데 가격은 비싸지만 잡맛이 없고 발열점이 의외로 높아 볶고 지지는 음식에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호두를 볶지 않고 그대로 짜서 만드는 호두 생기름. 우리호두농장에서는 다른 기름은 사용하지 않고 이 호두 기름만 사용한다는데 가격은 비싸지만 잡맛이 없고 발열점이 의외로 높아 볶고 지지는 음식에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경북 김천은 전국 호두 생산량 1위인 고장. 우리호두농장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와 생산량을 자랑하는 곳이다. 해발 평균 550m의 깊은 산 속, 24만평의 땅을 일구고 그중 8만평의 규모로 호두나무를 심었다는데 호두나무의 수령은 대략 30년 이상. 100년 이상을 자랑하는 나무도 종종 눈에 띈다. 봄이면 띄엄띄엄 심어 놓은 호두나무 사이로 나물들이 돋기 시작한다. 4월말 두릅으로 시작한 나물의 향연은 5월에 절정을 이루기 마련. 취나물, 고사리나물, 머위, 질경이 등이 모두 5월부터 6월 초까지 나는 나물들. 이때 부지런히 거둬 갈무리해두고 1년 양식으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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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나물은 갖은 양념을 넣고 한참을 조물조물 치대야 떫지 않고 고소한 맛이 든다.

묵나물은 갖은 양념을 넣고 한참을 조물조물 치대야 떫지 않고 고소한 맛이 든다.


참깨 대신 잣가루를 써서 음식의 맛과 격을 높였던 조상들의 밥상 대신, 오늘 김천 산골짜기에서 귀한 국산 호두를 듬뿍 갈아 넣어 고소함을 더하고 맑은 호두기름 넣어 볶은 묵나물로 차려진 밥상을 받아 겨울 추위에 지쳤던 입맛을 달래고 일 년 건강하게 살아나갈 힘을 얻는다. 원래는 호두를 세 번 쪄서 법제한 다음 기름을 짰다는데 농장을 운영하는 어머니 박수오씨는 날것 그대로 기름을 짠다. 아무려나 그냥 먹기도 귀한 호두인데다 겉껍질까지 있는 상태의 호두 1kg을 짜봐야 겨우 250ml가 나올까 말까 하니 가격은 비싸질 도리밖에 없지만 생으로 압착해 뽑아낸 것이라 몸에 좋은 식물성 지방을 편히 섭취할 수 있으니 귀하게 아껴가며 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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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으로 쪼갠 호두알로 만든 초콜렛과 화이트초콜렛. 달콤하고 쌉쌀한 맛이 제법 잘 어우러진 별미.
2. 콩을 볶아 조청과 물엿으로 굳힌 콩강정과 호두알로 만든 호두강정, 들깨로 만든 깨강정. 모두 직접 재배한 것들로 만든 영양 간식이다.
3. 과수원에 몇 그루 심어놓은 감나무에서 얻은 감을 직접 깎아 말려 호두쌈을 만들었다.

 

로컬푸드로 차리는 이명아의 엄마 밥상

시래기 지짐은 뜨끈한 밥 위에 척 걸쳐먹기 좋은 경상도 지역 향토 음식. 묵나물 남은 것을 다져 넣고 부친 콩전을 곁들인다. 남은 부럼을 모아 만든 부럼조림은 훌훌 넘기기 좋은 호두죽에 어울리는 밑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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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두죽

재료: 찹쌀 ½컵, 호두·대추 5개씩, 잣 2큰술, 소금 약간

1. 깨끗하게 씻은 찹쌀은 물에 담가 충분히 불린 뒤 건져 물기를 뺀다.
2. 호두는 겉껍질을 까서 미지근한 물에 담가 불린 뒤 이쑤시개나 꼬치를 이용해 속껍질까지 말끔히 벗겨 칼로 곱게 다진다.
3. 대추는 깨끗하게 씻어 반으로 가른 뒤 씨를 바르고 잘게 채 썬다.
4. 불린 찹쌀, 다진 호두, 대추, 잣을 섞어 믹서에 간다. 이때 찹쌀의 5~6배 분량의 물을 조금씩 부으며 갈아준다.
5. 재료가 곱게 갈리면 냄비에 붓고 중간 불에 가끔씩 저으며 끓인다.
6. 쌀알이 푹 퍼져 부드러워지면 그릇에 담고 ③의 대추 채를 뿌린다. 미리 간하면 죽이 삭으므로 먹을 때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 부럼조림

재료: 호두· 흰콩 ½컵씩, 생땅콩 ⅓컵, 잣·간장 3큰술, 물엿 1큰술, 황설탕, 참기름 약간

1. 생땅콩은 겉껍질을 까서 미지근한 물에 담가 불린 뒤 이쑤시개나 꼬치를 이용해 속껍질까지 말끔히 벗긴다.
2. 흰콩은 물에 담가 충분히 불린 다음 씻어서 껍질을 말끔히 벗긴 뒤 물을 자작하게 붓고 뚜껑을 덮어 약간 덜 익은 듯한 느낌이 나도록 살캉살캉하게 삶는다.
3. 콩을 삶은 냄비에 땅콩을 넣고 간장을 넣은 뒤 중간 불에 뒤적여가며 끓인다.
4. 흰콩과 땅콩에 갈색으로 간이 배면 호두와 잣을 넣고 고루 뒤적이며 조린 뒤 물엿을 넣어 섞는다.
5. 조림이 거의 완성되면 황설탕을 넣고 센 불에 휘저으며 바짝 더 조린 다음 참기름을 넣어 마무리한다.

 

▶ 시래기지짐

재료: 시래기 400g, 쇠고기(등심) 300g, 청양고추 5개, 단호박 ¼개, 고구마 1개, 파 1대, 집된장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쌀뜨물 2컵, 쇠고기양념(국간장 1½큰술, 다진 파 1큰술, 다진 마늘·참기름 2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1. 시래기는 삶은 다음 한 번 씻어서 물기를 꼭 짠 뒤 4cm 길이로 썬다.
2. 쇠고기는 큼직큼직하게 썰어 양념에 재운다. 청양고추는 2등분하고 파는 어슷하게 썬다.
3. 단호박과 고구마는 껍질째 길이 4cm, 두께 2cm로 썬다.
4. 삶은 시래기는 된장 분량의 절반과 다진 마늘을 넣고 바락바락 주물러 냄비 바닥에 깔고 나머지 된장으로 쇠고기, 단호박, 고구마, 청양고추를 함께 버무려 얹는다.
5. ④에 쌀뜨물을 부어 끓인다.
6. 재료들이 푹 무르면 청양고추는 건져 내고 파를 넣어 한소끔 끓여 완성한다.

 

▶ 묵나물콩전

재료: 다진 묵나물 30g, 다진 돼지고기 50g, 흰콩·멥쌀가루 ½컵씩, 풋고추 2개, 파 30g, 식용유 적당량, 돼지고기양념(진간장 ½큰술, 다진 파 2작은술, 설탕·깨소금 1작은술씩, 참기름 ½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곁들임 양념장(진간장·물·설탕 1큰술씩, 다진 파 2작은술, 깨소금·참기름·고춧가루 1작은술씩)

1. 흰콩은 물에 불린 다음 비비면서 씻어 껍질을 말끔히 벗긴다.
2. 다진 돼지고기는 양념에 재운다.
3. 풋고추는 반으로 갈라 씨를 뺀 뒤 송송 썰고 파도 같은 크기로 송송 썬다.
4. 불린 콩을 믹서에 곱게 갈아 멥쌀가루를 섞은 다음 묵나물, 양념한 돼지고기, 풋고추, 파를 넣고 잘 섞는다.
5. 달군 팬에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④의 반죽을 한 숟갈 떠 올려 노릇노릇하게 지진다. 빨리 뒤집으면 조각이 흩어지므로 한쪽이 완전히 익은 다음에 뒤집는다.
6. 묵나물콩전이 완성되면 곁들임 양념장을 만들어 곁들인다.

 

▶ 토마토호두냉채

재료: 토마토 2개, 샐러드용 채소 300g, 호두 적당량, 간장소스(간장·식초 2큰술씩, 호두기름 3큰술, 설탕 2작은술, 호두가루 1큰술)

1. 샐러드용 채소는 깨끗이 씻어 손질한 다음 얼음물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물기를 뺀다.
2. 토마토는 얇게 저며 썰고, 소스 재료는 한데 섞어 간장소스를 완성한다.
3. 토마토와 샐러드용 채소, 호두를 그릇에 담고 간장소스를 끼얹는다.

 

Food Columnist 이명아

Food Columnist 이명아

전통 식문화와 한국의 농식품에 관한 글을 쓰는 매거진 에디터 출신의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요리 연구가.
향토 음식으로 직접 요리를 개발하여 외식 메뉴 개발과 농식품 마케팅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두 번 찐 오곡밥과 아홉 가지 묵나물로 차리는 정월 대보름 밥상. 경북 김천 깊은 산속에서 소박하나 일 년의 수고로움이 모두 깃든 밥상을 받았다. 귀하다는 호두기름을 둘러 볶은 묵나물과 오곡에 호두를 듬뿍 두어 지은 밥. 거칠어 보이지만 진득한 맛으로 차린, 일 년 건강을 기원하는 복이 깃든 한 끼.

Credit Info

기획
전수희 기자
글과요리
이명아
사진
박동민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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