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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경리단길 ‘골목대장’ 장진우 이 남자가 사는 법

On July 07, 2014 0

장진우식당에는 장진우가 없었다. 식당 문은 닫혀 있고, 그 앞 벤치에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만 앉아 있었다. 건물 주인이라며, 장진우를

▲ 이태원 경리단길은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핫 플레이스다. 이곳에 굴러들어온 재주 많은 청년 장진우. 장진우식당을 비롯해 다섯 개의 가게를 운영하는 사업가다.

단언컨대 최근 가장 핫한 동네는 이태원의 경리단길이다. 경리단길은 녹사평역에서 경리단까지, 그리고 경리단에서 하얏트호텔에 이르는 두 갈래 길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태원과 한남동이 화려하고 세련된 공간이라면, 그 옆으로 비켜서 있는 이곳은 화려하진 않지만 특별하고, 무심해 보이지만 트렌디한 게 매력이다.

경리단에서 회나무로13가 길로 접어들어 걷다 보면 노란색 벽면에 ‘문오리’라는 간판이 보인다. 한 블록쯤 지나면 폴리스 라인이 그려져 있고 실내는 형무소를 연상시키는 곳이 나온다. 간판도 없이 ‘방범포차’로 불리는 술집이다. 그리고 모퉁이에 파란색 차양 장식이 상큼한 ‘장진우다방’을 지나면 숨 고를 새도 없이 ‘장진우식당’을 만나게 된다. 다시 언덕을 조금 올라가면 왼편에 올리브색의 ‘FRANK’S(프랭크)’라는 베이커리 카페가 나온다. 제각각 개성이 강한 모습이지만 솜씨 좋은 화가가 채도 높은 페인트로 한꺼번에 칠한 느낌이다.

눈치챘겠지만 이 가게들의 연결고리는 장진우다. 누구는 셰프로 알고 있고 다른 이는 포토그래퍼, 어떤 사람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알고 있다. 놀랍게도 전부 사실이다. 앞에 나열한 다섯 곳의 가게는 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고, 사진을 전공해서 여전히 광고 사진을 찍고 있으며 인테리어 사무실도 운영하고 있다. 장진우식당과 장진우다방은 그가 운영하고 방범포차, 문오리, 프랭크는 지인들과 동업을 하고 있다. ‘장진우사단’이라는 말이 달리 붙은 게 아니다. 이쯤 되면 경리단길을 ‘장진우 거리’라고 해도 토를 달 사람이 없을 듯하다. 그는 그게 좀 부담스럽단다.

“그냥 골목대장이에요.”

▲ 장진우식당에는 간판이 없다. 서재로 꾸며 놓고 지인들을 초대해 요리를 대접하다가 식당이 되었기 때문이다. 잠깐 한눈을 팔면 놓치기 쉬운 곳이지만 언제나 손님들이 가득하다.


장진우 거리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스물네 살, 포토그래퍼였던 장진우는 사진 찍는 일이 재미있었지만 문득 자신의 삶이 잘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뭔가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났다. 열흘 정도를 잡고 떠난 여행이 점점 길어졌다. 보고 느끼는 게 많은 만큼 하고 싶은 일도 많아졌다. 그는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4년 전만 해도 그저 이태원 한 귀퉁이에 있는 소박한 동네였다. 휑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포항이 고향인 그가 경리단길에 안착한 것은 ‘멋있는’ 누나들 덕분이다. 아티스트. 디자이너, 작가였던 누나들이 예술 감각으로 동네를 조금씩 변화시켜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누나들에 이끌려 지극히 인간적인 이곳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조그마한 공간을 마련했다. 그곳이 장진우식당이다.

장진우식당은 원래 그의 서재였다. 지극히 개인적인 서재에 특이하게 주방이 있었다. 그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책 보는 것을 즐기며,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지인들과 미팅을 하고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기 시작했다. 음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직접 가서 요리를 해주기도 했다. 장진우식당에 간판이 없는 것도, 처음에 간판 달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간판을 달 필요가 없어서라는 게 정확한 이유일 것이다.

장진우식당은 원 테이블로 운영된다. 단체로 방문해 테이블을 차지하지 않는다면 처음 보는 사람과 한 테이블에 마주 앉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메뉴가 수시로 바뀌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예약하지 않으면 장진우식당의 테이블에 앉기 어렵다. 사람들이 장진우식당에 끌리는 이유는 뭘까.

“처음에는 양이 많아서 사람들이 좋아했던 게 아닐까요. 사진가라는 본업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장사꾼이 될 필요가 없었어요. 사실 지금도 그래요. 얼마나 더 남길지를 계산하기보다는 즐거운 식당, 소통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드는 것이 기준이에요. 기분 좋으면 가끔 비싼 술도 내놓습니다.”

장진우식당이 자리를 잡자 장진우는 좀 더 캐주얼하고 밝은 분위기의 공간을 구상했다.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도 언제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브런치 카페 장진우다방이 탄생했다. 다양함을 추구하는 곳이라는 뜻에서 가게 이름도 다방(多房)이라 지었다.

지난해 11월 오픈한 ‘방범포차’의 스토리는 좀 더 흥미진진하다. 방범포차는 장진우의 추진력과 홍보 마케팅을 하는 인디케이트 이동욱 기획실장의 아이디어, 영화 미술감독인 이태훈 실장의 아트적인 감각이 합쳐진 공간이다. 두 사람은 장진우식당의 단골손님이었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 취향은 다르지만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가 포차를 같이 해보면 어떨까 제안했을 때 생각할 것도 없이 ‘오케이’를 외쳤다. 다음 날 바로 가게 계약을 하고 아이디어와 콘셉트에 대한 의견을 나눈 뒤 2주 만에 문을 열었다. 각자 전국을 다니면서 맛본 산지 음식을 메뉴로 내세운 포장마차 개념의 선술집이다.

문어와 오리 전문점인 ‘문오리’는 오픈한 지 두 달밖에 안 됐다. 스킨스쿠버를 즐기기 위해 제주도에 갔다가 알게 된 ‘올랭이와 물꾸럭’이라는 향토음식점의 솜씨에 반해 그 맛 그대로 옮겨왔다. 처음 맛을 보자마자 고수의 내공이 느껴져 이후 한 달 동안 네 차례나 제주도까지 찾아갔다. 이곳 역시 방범포차의 형들뿐 아니라 경리단길 초입에 있는 서울살롱 대표와 의기투합한 것이다.

베이커리 가게 ‘프랭크’는 9월 중순에 오픈한 가장 핫한 곳이다. 이번 동업자는 장진우다방에서 디저트로 판매하던 타르트를 가장 많이 구입한 손님이다.

“그렇게 우리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빵집을 해도 즐거울 것 같았다”는 게 동업 이유다. “솔직히 다섯 가게 모두 엄청 인기가 많아요. 문을 연 지 얼마 안 되는 가게까지 만석일 정도니까요. 그래서 좀 불안하기도 해요. 왜 이렇게 잘되는 걸까? 매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요.”

1 장진우가 운영하는 식당마다 책이 중요한 인테리어 요소가 된다. 그는 포토그래퍼와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직업도 갖고 있다.
2 오늘은 무슨 요리를 할까. 장진우식당은 수시로 메뉴가 바뀐다.


장진우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이쯤 되면 장진우에게 가장 어울리는 호칭은 대표라는 생각이 든다. 동업이든 아니든 스물여덟 젊은 나이에 다섯 개의 핫한 음식점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니 청년 사업가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소개할 때 이름에 가장 많이 달리는 직함은 셰프다. 장진우다방에서 브런치를 즐긴 한 여성 손님은 자신의 블로그에 그를 영국의 스타 셰프 제이미 올리버에 버금가는 셰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요리를 따로 배운 적이 없어요. 제 스스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길 뿐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존경하는 셰프에 비하면 제 실력은 한참 모자라니까요, 지금 저에게는 디렉터라는 호칭이 제일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요리하는 것보다 먹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하하.”

초창기에는 직접 요리를 했지만 지금은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었기 때문에 셰프로 불리는 게 민망하단다. 그렇다고 그가 요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마음 내킬 때마다 직접 나서서 프라이팬을 잡는다. 또 장진우식당이 문을 닫은 심야에는 ‘미드나잇 장진우식당’을 열어 요리하고 같이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도 나눈다. 보통 일주일에 두세 번꼴로 마음이 동한다.

또 거침없는 언변과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맛집을 탐험하는 라이프스타일로 보아 독단적인 성격이거나 자유로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장진우는 이 또한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물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여행을 가는 편이다. 지난주에는 거제도와 통영 지역을 다녀왔고 수시로 제주도에도 내려가지만,

쉬는 날을 이용하거나 일을 위한 출장이다. 갑자기 어디로 떠나는 등 돌발적이거나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혼자 일하는 공간이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사장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실패해보지 않고 성공만 거뒀을 것이라는 부분이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자신의 힘으로, 그것도 단기간에 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렸다면 분명히 성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고 심지어 자신이 한 일 중 90%는 실패였다고 말한다. 그동안 실패를 많이 했지만 사람들이 알지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원래 음악을 했지만 지금은 그만두었고, 운동과 사진 찍는 일도 뒤로 미뤄뒀으니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은 실패를 완전히 망해서 집도 절도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시대 우리에게 과연 실패는 뭘까? 얼마 전 그는 SNS에 실패와 성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올렸다.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아니라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다. 결론은 없다. 조금 무식하게 그냥 한다. 그냥 나는 한다. 사실 내가 한 것 중 90% 이상은 잘 못했고 실패했다. 그래도 나는 내일도 뭔가를 할 것이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제가 생각하는 성공은 우선 좋은 아빠가 되는 거예요. 예쁜 집을 짓고 나무 요새를 만들어주고 아이들과 함께 강에서 낚시를 하고 싶어요. 또 좋은 사람이기보다‘저 사람은 나쁘지 않네’ 정도로만 취급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성공이에요. 또 하나는 지켜야 할 많은 것을 잘 지키는 거예요. 아직까지는 지켜야 할 게 그리 많지 않은데 그나마도 잘 지키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은 남들보다 강한 맨 파워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영악한 젊은이일 뿐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그가 스스로 평가하는 자신의 현재 모습이다.

3 경리단길에 있는 폴란드 그릇가게에서 구입한 그릇들.
4 일주일에 두세 번 심야식당을 열어 직접 요리를 한다. 손님들과 소통하고 싶어서다. 무엇보다 스스로 즐기기 위해서다.

장진우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이 가게에 온 사람들이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그렇다고 아무하고나 친해지지는 않아요. 매력적인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기고 뭐든 같이 일하면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죠.”

그는 여럿이 모여 일을 도모하는 것을 좋아한다. 흔히 동업을 하면 사이가 나빠진다고 하지만 그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라며, 같이 일을 벌이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단골손님과도 쉽게 손을 잡았다.

방범포차, 문오리, 프랭크가 그렇다. 심지어 현재 여자친구도 가게 손님이었다. 대신 동업은 회의를 많이 해야 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회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해나간다. 서로 존중하면서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마침 이날 문오리의 회의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동업은 득보다 실이 많아요. 하지만 실을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배울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경험하지 않고 말로만 하더라고요.”

장진우는 한정된 공간에서 아무런 정보 없이 만나기 때문에 이런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만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진면목을 볼 수 없다는 것. 나중에 알고 보니 손님 중에 대기업 회장, 카드회사 대표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회적 지위를 떠나 취향이 맞고 자신들의 가게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게 좋을 뿐이다.

그 때문인지 그는 ‘미드나잇 장진우식당’을 자주 열려고 한다. 요리를 통해 손님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주제는 연애, 일 등으로 어디로 튈지 모른다. 요식업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손님일 경우 자신이 갖고 있는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전부 방출한다.

그는 요식업 관련 아이디어를 1백 가지 넘게 갖고 있다고 말한다. 수시로 메모를 해둔 덕에 집 안 곳곳에 포스트잇이 수백 장 붙어 있다. 지방에 가면 맛은 좋은데 감성이 안 좋은 곳, 감성은 좋지만 맛은 없는 곳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그는 맛도 낼 줄 알고 감성적인 부분도 충족시킬 수 있어 부족한 점을 보충하며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이미 다음 가게를 오픈하기 위해 공사에 착수했다. 가게 이름을 장진우플러스(+)라고 지었지만 콘셉트는 좀 더 고민 중이다.

“지금까지는 동네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외지 사람들이 즐거운 식당을 선보였어요. 프랭크만이 손님 대부분이 지역 주민들이죠. 지역 주민들이 찾아야 진짜 장사가 시작된다는 것을 지금에야 깨달았어요. 앞으로 오픈하는 식당은 동네 사람들을 먼저 끌어들인 후 그 외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할 생각이에요.”

외모는 골목대장처럼 개구지지만 사실 장진우가 갖고 있는 든든한 무기는 성실함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자신이 운영하는 인테리어 사무실로 출근한다.
그리고 비즈니스 미팅을 겸한 점심을 먹는다. 오후에는 집에 와서 잠깐 낮잠을 잔 후 장진우식당으로 향한다. 그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하는 일은 화분에 물을 주는 것이다. 식당 앞에는 꽤 풍성한 화분들과 벤치가 놓여 있다. 넉넉하게 화분에 물을 주면서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음식을 매개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 개천절에는 이른바 장진우 거리에서 회나무길 벼룩시장이 열렸다. 즐거운 일을 뚝딱 벌이는 것은 가히 장진우 사단의 특기라 할 만하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 오랜만에 골목길이 북적북적했다. 무엇보다 동네 어른들이 좋아했다. 처음에는 어린 사람이 동네를 망쳤다고 미워하고 시끄럽다며 질타했던 어르신이 손을 꼭 잡으면서 즐거워했다. 축제를 할 때, 장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네 사람들과의 소통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자리였다.

앞으로도 경리단길은 북적거릴 것이고 젊은이들의 발길이 더 자주 이어질 것이다. 조금 달라진 모습이라면 그곳에서 장진우뿐 아니라 동네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리라.

Credit Info

진행
김민선(프리랜서)
사진
정민우

201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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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김민선(프리랜서)
사진
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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