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STYLE MORE+

‘덕질’은 진화한다

아티스트의 품격을 높이려는 팬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UpdatedOn July 25, 2023

3 / 10
/upload/ktx/article/202307/thumb/54102-518255-sample.jpg

 

텔레비전이 남긴 강렬한 기억 중 하나는 장관을 이루던 풍선 물결이다. 브라운관 속 춤추고 노래하는 가수, 그리고 그들 앞으로 흔들리는 풍선이 마치 파도처럼 보였다. 무대에 오르는 가수에 따라 풍선의 빛깔도 바뀌곤 했다. 가령 H.O.T. 팬은 흰색, 젝스키스는 노란색, 핑클과 신화는 각각 펄 레드와 주황색 풍선을 들었다. 풍선은 한국 아이돌 시장 초창기 응원 도구였고, 풍선 색깔이 곧 내 가수를 상징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응원하는 방법도 풍선과 ‘떼창’에서 더욱 실질적인 영향력 행사로 달라진다.

최근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가수들이 출현했고 덩달아 팬클럽의 위상도 높아졌다. 그저 아이돌을 좋아하는 집단을 넘어 팬클럽 이름과 활동이 여러 나라에 전파를 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 이름을 내건 숲 조성 사업이다. 지난 2012년 신화의 팬클럽 신화창조가 서울 달터공원에 ‘신화숲’을 만든 것이 K팝 팬덤의 숲 조성 시초다. 이후 다양한 스타의 숲이 생겨났다. 올해 3월에는 NCT 멤버 도영의 팬들이 서울 난지한강공원에 나무 783그루를 직접 심어 ‘도영숲’을 만들었다. 스타의 이름을 딴 숲은 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데다, 가수와 팬을 비롯한 모두의 휴식처도 된다. K팝 팬덤이 조성한 숲은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아시아·아프리카·남아메리카·오세아니아 등 여러 대륙에 걸쳐 속속 생겨나고 있다. K팝 팬덤 커뮤니티 ‘케이팝포플래닛’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K팝 팬덤이 가꾼 숲이 저감한 탄소량은 2만 8000톤에 달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숲 입양’ 개념도 등장했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듯이 팬덤이 직간접적으로 숲을 가꾸는 일이다. 식재한 나무가 숲을 이루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숲을 입양해 잘 관리하면 그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벌채도 막을 수 있다.

팬들의 의식은 나날이 높아진다. 앨범을 구매한 뒤 포토 카드만 챙기고 CD를 버리는 행동을 반성하거나, 디지털 음원 재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스트리밍 업체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이 같은 민심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포레스트팩토리를 설립해 친환경 소재 앨범을 발매한다. 또 하이브는 지난해 7월 방탄소년단 제이홉의 솔로 앨범을 시작으로 플랫폼 앨범을 출시한다. CD 대신 QR코드를 인식해 앱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SMini라는 이름의 NFC 미니 앨범을 도입했다. 사이즈가 작은 데다 키링으로도 사용 가능해 호응을 얻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햇반 용기를 재가공해 지난해 ‘2022 마마어워즈’ 공식 응원봉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처럼 폐소재를 활용한 응원 도구와 굿즈도 다양해진다. 팬들은 새 응원 도구를 구매하는 대신 고쳐 쓰기도 한다.

아티스트의 이름을 높이기 위한 팬덤의 노력은 나날이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방탄소년단 멤버 진의 중국 팬들은 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는 ‘김석진 공공복지도서관’을 건립했고, 샤이니 온유 팬들은 캄보디아에 우물을 만들었다. 가수 아이유와 팬덤인 유애나는 주거니 받거니 서로의 이름으로 기부하며 소통하기도 한다. K팝 팬덤 문화는 단순한 응원에서 내 가수와 함께 더 나은 세상 만들기로 확장 중이다. 나도 좋고 내 가수도 좋고 모두가 좋은 날을 꿈꾸며.

<KTX매거진>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옥송이

RELATED STORIES

  • LIFE STYLE

    레일을 누비는 새로운 희망, KTX-청룡

    지난 4월, KTX 개통 20주년 기념식에서 신형 고속열차 KTX-청룡이 공개됐다. 한국 철도 기술을 집약한 고속열차 탄생에 힘을 쏟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 LIFE STYLE

    서촌이 그리는 색다른 한식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특별한 한식을 만끽한다. 서울 종로구 서촌의 퓨전 한식 음식점을 모았다.

  • LIFE STYLE

    모두 함께 '부처 핸섭'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 열기에 힘입어 개성 있는 굿즈가 계속 출시된다.

  • LIFE STYLE

    치열한 철도 인생, KTX와 함께 달린 시간

    고속철도 기술 분야 교관 요원으로 선발된 이래 KTX와 함께 달려온 최석중 차량본부 차량계획처장. 38년 철도 인생에 감사하며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그를 만났다.

  • LIFE STYLE

    모든 것은 마음이 하는 일

    2004년 4월 1일 KTX 개통 당시 첫 철도 승무원으로 활약한 이래 20년간 고객을 만나 온 이혜원 코레일관광개발 서울승무지사 승무팀장. 그는 오늘도 여전히 성장하기를 꿈꾼다.

MORE FROM KTX

  • FILM

    '이 계절 이 여행' 경기도 광명동굴

    어둠에서 빛을, 과거에서 이야기를 캐는 경기도 광명 광명동굴을 여행했습니다. 광부의 노고가 어린 땅속 세상이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 LIFE STYLE

    모여 봐요 한국 귀신

    처녀 귀신, 구미호, 저승사자 말고도 귀신의 종류는 다양하다. 서늘한 여름으로 안내하는 한국 전통 귀신을 소개한다.

  • TRAVEL

    자연의 기적, 하타

    바위산은 거침없는 선을 그리고, 너른 호수는 물빛이 곱디곱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하타에서 자연 속으로 파고든다.

  • TRAVEL

    공존과 조화의 미학 페낭

    말레이시아 페낭은 자국 문화에 유럽, 인도, 중국, 타이 등 타국 문화가 어우러져 풍경부터 음식까지 특별하다.

  • TRAVEL

    금빛 찬란한 지하 세계 광명동굴

    어둠에서 빛을, 과거에서 이야기를 캔다. 경기도 광명 광명동굴에서 땅속으로 모험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