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TRAVEL MORE+

호시절, 호이안

휴양 도시로 거듭난 베트남 호이안에서 깊고 달콤한 휴식을 누렸다.유려한 은신처, 호이아나 리조트 & 골프에 머물며 몸과 마음을 가벼이 했다.

UpdatedOn June 27, 2022

 

/upload/ktx/article/202206/thumb/51282-490924-sample.jpg

게으른 파도에 소금기 어린 훈풍이 실려 있다. 묵직한 열기가 온몸을 감싸 안은 순간,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이 느낌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삶이 고단할 때마다 여름 나라를 그렸다. 달아오른 선베드에 누워 수평선을 바라보는 무위의 즐거움도 상상했지만, 무엇보다 간절했던 것은 바로 이 바닷바람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만큼의 습기와 온기를 머금은 녹진한 해풍. 여기에 헐벗은 몸과 마음을 널어놓곤 꾸덕꾸덕하게 말리고 싶었다.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수고를 거들어 준 것은 베트남 호이안 남쪽 주이하이 지역의 새로운 이정표, ‘호이아나 리조트&골프’다. 4개의 고급 호텔과 골프 코스, 카지노와 상점을 한데 아우르는 호이아나 리조트 단지의 등장은 고색창연한 구시가와 등불의 심상을 품어 온 호이안이라는 지명에 휴양 도시라는 매혹적인 이미지를 덧대고 있었다.

/upload/ktx/article/202206/thumb/51282-490925-sample.jpg

이토록 호화로운 휴식, 호이아나 리조트&골프

푹신한 침대에 몸을 눕힌 채 커튼을 걷었을 뿐인데, 푸른 물결과 눈부신 백사장이 코앞에서 한 폭의 색면 회화를 이룬다. 테라스의 널찍한 소파에 앉아 짬섬의 실루엣을 마주하고 커피를 홀짝일 때면, 잠시나마 세상 모든 시름이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지역색이 물씬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날렵하게 매만진 스위트룸은 휴식의 시간을 온전히 이끈다. 대리석과 전통 문양으로 이루어진 벽, 욕실과 거실과 침실을 하나로 연결하는 고풍스러운 목재 접이식 창, 종일 먹고 마시며 뒹굴어도 견고함을 잃지 않을 소파와 테이블이 탈일상적인 감각을 끊임없이 불어넣었다. 그런가 하면 리셉션에서부터 이어진 섬세한 환대는 입욕제가 놓인 단정한 욕조에까지 닿았고, 럼·위스키·코냑과 함께 미니바에 진열된 레시피 북 <세 가지 재료로 만드는 칵테일>은 존재만으로도 여독을 풀어 주었다.

3 / 10
/upload/ktx/article/202206/thumb/51282-490928-sample.jpg

호이아나 리조트&골프는 베트남의 고도 호이안에 휴양 도시로서 지녀야 할 면모를 선사했다. 전 객실을 스위트룸으로 꾸민 리조트 시설과 수려한 골프 코스, 맛깔스러운 식당이 이제 막 여행자를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문의 hoiana.com

호이아나 리조트&골프는 베트남의 고도 호이안에 휴양 도시로서 지녀야 할 면모를 선사했다. 전 객실을 스위트룸으로 꾸민 리조트 시설과 수려한 골프 코스, 맛깔스러운 식당이 이제 막 여행자를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문의 hoiana.com

호이아나에서는 시간이 느리고 단순하게 흘러갔다. 선홍빛 해돋이를 마주하며 기지개를 켠 뒤 레스토랑 ‘더 테라스’ 의 조식 뷔페 쌀국수 코너로 달려가는 것이 일련의 의식이었다. 아침을 네 번 맞는 동안 하루는 쇠고기 쌀국수 퍼보, 하루는 닭고기 쌀국수 퍼가를 번갈아 즐기며 비로소 일과를 시작했다. 달곰한 낮잠을 자고 나면 오후는 부지런하게도, 느긋하게도 보낼 수 있었다. 어떤 날엔 리조트에서 주관하는 호이안 전통 등갓 만들기 프로그램을 수강해 나만의 특별한 기념품을 손수 마련했고, 몸을 바지런히 움직이고 싶은 날이면 클럽 하우스로 향했다. 친환경 골프 코스 디자인의 선구자로 알려진 로버트 트렌트 존스가 설계한 호이아나 쇼어스 골프 클럽은 총 6.4킬로미터, 18홀로 이루어졌다. 밀려오는 파도를 옆에 끼고 퍼팅할 수 있는 16홀과 17홀의 전망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아시아 퍼시픽 골프 대상에서 2019년 최고의 신규 코스로 선정됐다는 사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중식당 ‘럭키 코트’나 한식당 ‘오발탄’에서 배를 불린 뒤엔 16층의 인피니티 풀에서 물장구를 치고, 해변과 맞닿은 ‘코브 바&그릴’을 어슬렁거리며 칵테일을 홀짝였다. 이때 각별히 마음을 사로잡은 음료가 하나 있다. 지역 양조장 ‘디스틸러리 디인도차이나’에서 만든 럼 상팡을 기주 삼아 칼라만시 주스와 레몬그라스, 고수를 더한 여름 특선 칵테일이다. 호이안의 풍광이 깃든 이 오묘한 액체를 들이켜면서 시간이 더디 흐르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호이안 24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구시가부터 타인하 도자기 마을까지, 호이안 곳곳을 온종일 누볐다.

  •  09:00 

    호이안 중앙시장 산책
    호이안의 명물은 야시장이라고들 하지만, 아침의 중앙시장은 그 못지않게 활기를 띤다. 전통 모자 논을 쓴 여인들이 람부탄, 리치, 잭프루트처럼 낯설고 달콤한 열대 과일을 늘어놓은 골목을 헤치고 시장 건물에 들어서면 바인쌔오나 스프링 롤, 쌀국수를 파는 투박한 점포에 닿는다. 낮은 의자에 쪼그려 앉아 걸음을 쉬며 간단히 허기를 달랜다.
    주소 19 Trần Phú, Cẩm Châu, Hội An

  •  11:00 

    목 좋은 카페에서 머물기
    호이안의 옛 이름은 하이포, ‘바닷가 마을’이라는 뜻이다. 유럽 사람들은 이를 슬쩍 변형해 파이포라 불렀다. 구시가 한편에 자리한 파이포 커피는 코코넛 커피가 맛있기로 이름난 카페이자 훌륭한 전망대다. 옥상엔 고풍스러운 적갈색 지붕을 배경으로 근사한 사진을 남기려는 여행자들이 줄지었다.
    주소 130 Trần Phú, Cẩm Châu, Hội An

  •  13:00 

    구시가에서 걷다가, 먹다가
    딴끼 고택, 풍흥의 집, 내원교 등 베트남·중국·일본·프랑스 건축양식이 뒤섞인 대표 명소를 둘러보았다면 이제 배를 불릴 때다. 2018년 작고한 미식 칼럼니스트 앤서니 보데인이 바인미를 맛본 곳으로 알려진 바인미프엉은 호이안 구시가의 이름난 식당으로, 바인미뿐 아니라 호이안 향토 음식 까오러우도 수준급이다.
    주소 2b Phan Chu Trinh, Cẩm Châu, Hội An

  •  15:00 

    코코넛 보트 타기
    투본강은 흐르고 흘러 끄어다이 해안과 합류한다. 역동적인 물결을 따라 뱃놀이를 즐긴다. 코코넛잎을 엮어 만든 둥근 보트에 올라 물길을 가로지르다 보면 보트를 팽이처럼 팽그르르 돌리며 묘기를 부리는 뱃사공이나, 어망을 던져 전통 방식으로 낚시하는 어민을 만난다. 사비라마는 레스토랑과 쿠킹 클래스, 코코넛 보트 체험 프로그램을 두루 운영한다.
    주소 Tổ 1, thôn Cồn Nhàn, Hội An

  •  17:00 

    타인하 도자기 마을 둘러보기
    호이안 구시가가 한국의 경주나 전주 같은 고도라면, 거기에서 약간 떨어진 타인하 도자기 마을은 호젓한 정취가 감도는 시골 마을이다. 좁은 길에 늘어선 공방을 구경한 뒤, 직접 물레를 돌려 작은 항아리나 그릇을 만든다. 그런 뒤엔 이 마을에서 나고 자란 조각가 응우옌반응우옌이 지은 타인하 테라코타 공원 박물관에 들러 이 도시의 남다른 미감을 엿본다.
    주소 Phạm Phán, Thanh Hà, Hội An

  •  20:00 

    어둠이 내린 투본강 노닐기
    다시 구시가로 돌아와 밤 산책에 나선다. 등불을 밝힌 호이안의 밤은 귀한 보석함처럼 알록달록 빛난다. 노천 식당에서 국수를 들이켠 뒤엔 나룻배를 타고 투본강을 유람한다. 뱃삯 약 15만 동을 지불하면 안호이 다리를 지나 20여 분간 강가 이곳저곳을 쏘다니고, 촛불을 얹은 종이배를 띄워 소원을 빌 수 있다.
    주소 186 Trần Phú, Phường Minh An, Hội An
    취재 협조 호이아나 리조트 & 골프 

 

<KTX매거진>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강은주
취재 협조 호이아나 리조트 & 골프

RELATED STORIES

  • TRAVEL

    삶을 걷다, 운탄고도 영월 구간

    군주부터 광부까지, 이 길을 스친 이들의 숭고한 걸음을 생각한다. 강원도 영월의 자연과 삶이 깃든 운탄고도 1, 2, 3길을 걷는 봄이다.

  • TRAVEL

    선비처럼 영주 나들이

    만물이 생기를 품은 날, 봄볕이 스민 경북 영주를 거닐다 전통문화와 살아 있는 역사를 마주했다.

  • TRAVEL

    이어 붙인다는 희망

    예술과 봉제 산업의 역사가 재봉틀로 꿰맨 듯 지금까지 이어졌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남은 옛 공간들이 서울 창신동 특유의 분위기를 만든다.

  • TRAVEL

    수장고를 누비는 모험

    100만 점 넘는 유물과 자료를 소장한 국립민속박물관이 경기도 파주에 수장고형 박물관을 조성했다. 수장고 속으로 여행을 떠났다.

  • TRAVEL

    밀양은 언제나 축제

    늠름한 영남루, 흩날리는 이팝나무꽃의 환대를 받으며 경남 밀양 땅에 들어선다. 누구보다 고장을 사랑하는 사람, 황선미 문화관광해설사가 든든한 동행자로 나섰다.

MORE FROM KTX

  • ARTICLE

    바다 그리고 목포

    유달산으로 날아오는 바다 풍경 속에서 날마다 새 이야기가 피어오르는 곳, 전남 목포의 여러 촬영지를 소개한다.

  • TRAVEL

    영혼이 행복한 시간, 과나후아토

    멕시코 고원에 자리한 과나후아토는 10월이면 축제가 한창이다.

  • LIFE STYLE

    카드 한 장으로 기차 이용을 더욱 편하게

    한국 최초의 전국 호환 교통카드 레일플러스가 사용 편의와 다양한 혜택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광역신사업처 안종기 처장에게 레일플러스 이야기를 들었다.

  • LIFE STYLE

    철도 기술의 선구자, 연구원 사람들

    고객 서비스, 철도 시설은 물론 부품과 차량까지 기차와 관련한 모든 연구를 담당하는 곳이 있다. 한국철도공사 철도안전연구원 임형석 책임연구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 LIFE STYLE

    우리 곁 전철 속 음악

    수도권 전철 환승 음악이 바뀐다. 우리 귓가를 맴도는 선율, 서울과 광역시 전철에 흐르는 음악을 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