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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구탱이 형, 김주혁을 떠나보내며

On December 01, 2017 0

 



 

너무 슬퍼하실 팬들, 그리고 주혁이와 제 지인들에게 한 말씀 드려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거 같아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주혁이는 늘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배우였습니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한 배우였죠.
이제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주혁이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며 잠시 미소 짓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저 또한 그러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우리 모두 힘내자고요. _김종도(나무엑터스 대표)


SNS를 통해 보내온 스타들의 애도문

그 어떤 말이나 글자로도 담을 수 없는 우리 형.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따뜻하고 열정적인 분이셨습니다.
소중한 형을 가슴에 담고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주혁이 형, 절대 잊지 않을게요.
사랑하는 나의 형, 부디 좋은 곳에서 아픔 없이 오래오래 행복하요.”
_데프콘
 

사랑하는 주혁이 형, 편히 잠드세요.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어디선가 웃으며 저희를 지켜보고 있을 형 생각 많이 하며 살아갈게요.
고맙고 너무 사랑해요. 하고 싶은 말 너무 많지만 나중에 직접 찾아가서 얘기할게요. 보고 싶어요, 형.”
_정준영
 

수줍고 창피하다 하면서도 어렵고 힘들다 하면서도 항상 멋진 연기를 보여줬던 천생 배우 김주혁 선배님.
선배님과 마지막 두 작품을 함께했다는 것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됩니다.
좋은 사람, 좋은 배우셨어요. 잊지 않을게요. 감사했습니다.”
_천우희



은은한 온기를 머금은 공기 같은 배우
김주혁을 생전에 인터뷰할 기회가 없었다. 사석에서 만난 일은 당연히 없다. 그에 대한 잔상은 기자 간담회에 섰던 모습이다. 한눈에 보기엔 키 크고 잘생긴 아저씨 같았는데, 묘한 느낌을 자주 받곤 했다. 그가 농이 섞인 얘기를 툭툭 던지듯 할 때,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듯 ‘허허’ 하며 너털웃음을 지을 때, 배우를 향한 적당한 경계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멋지게 빼입은 20년 차 배우보단 소탈한 생활인 같았달까. 아마 <1박 2일>에서 ‘구탱이 형’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그런 모습 때문일 거다. 아리송했다, 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한평생 스타 배우로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저런 인상을 가질 수 있는지. 답은 그의 작품에 있었다. 그는 언제나 상대 배우를, 연출자를 더 배려하는 연기를 했다. <청연> <싱글즈> <아내가 결혼했다> 등 그가 20~30대에 주력했던 멜로 영화들이 꼭 그랬다. 김주혁 스스로는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해서 다양한 역할에 갈증이 있었다”고 얘기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만큼 상대 배우가 자유롭게 연기하도록 지지해 준 이가 없었다. 그것이 손예진, 엄정화, 장진영 등 그와 함께한 여성 배우들이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빛나는 연기를 선보인 이유일 것이다. 그런 연기 방식은 따뜻하고 이타적인 성정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듯했다. 고백하건대 작은 편견이 있다, 여성주의 시각이 뚜렷한 영화에서 이기적인 남성을 연기하는 이는 분명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배우일 것이라는. 영국 여성 참정권 투쟁을 그린 <서프러제트>에서 주인공의 남편을 연기한 벤 위쇼처럼 말이다. “<비밀은 없다>에서 비열한 정치인 김종찬을 연기할 땐 적잖이 놀랐다. 비닐에 싸여 처절하게 복수당하는 장면을 보며, 어떤 남성 배우가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싶더라.” 명필름 심재명 대표의 말이다. 스포트라이트가 곧 생명인 배우의 세계에서 김주혁은 희소해서 값진 사람이었다. 매니저들이 “승부욕 좀 가지라”고 닦달해도, 그는 “지는 게 이기는 것보다 낫고, 동점인 게 편하다”고 말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보단 은은한 온기를 머금은 공기 같은 배우. 삶은 당연하게 여긴 존재를 앗아가며, 그의 가치를 다시 헤아리게 한다. 잘 자란 나무처럼 늘 자신의 자리를 조용히 지켰던 김주혁의 담백한 연기를 아주 오랫동안 그리워할 것이다. 아직 마음 시린 상실감이 계절을 맴돌고 있다.
_김나현(<매거진 M> 기자)



아직도, 여전히, 영원히 우리의 구탱이 형
무슨 말을 쓸 수 있을까. 그의 영화도 아끼는 작품이 여럿 있지만, 지금은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시즌 3에 출연했던 김주혁, 구탱이 형을 떠올려본다. “김주혁 씨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해서 첫 회를 봤고 그 뒤로 쭉 이어서 보고 있어요.” 몇 년 전, <1박 2일> 시즌 3를 이끄는 유호진 감독과의 인터뷰를 시작하며 했던 말이다. 사실 그때까지 온 국민이 사랑했던 시즌 1도, 시청률이 주춤했던 시즌 2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정말 그에 대한 호기심이 시작이었던 시즌 3는 출연자도 제작진도 다들 선한 사람들이 모였음을 매주 방송을 볼 때마다 느꼈다. 여섯 남자는 누군가를 비하하며 쉽게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았고, 제작진이 설정해 놓은 난관도 그저 신이 나서 웃어넘겼다.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중심에 김주혁이 있었다. 영화에서도 보기 드문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평을 듣는 그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처음 보는 형이고, 남자였다. TV에 등장하는 맏형 중 가장 권위 의식 없는 캐릭터, 제작진의 설명을 빌리자면 ‘아무도 어려워하지 않지만, 만만하게 보는 사람도 없는’ 사람이었다. 주로 집에서 머물며 바깥 활동이 거의 없었다는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 충실한 연기자이면서, 동시에 인간 김주혁으로 <1박 2일>을 즐겼다. 갑작스러운 금연 요구에 진심으로 당황해 상기된 얼굴로 ‘식후땡’을 외쳤고, 고운 머스터드 컬러 스웨터를 입고 동해의 황태로 변신해 눈바람을 맞았으며, ‘코끼리 코’ 제자리 돌기를 하지 못해 제주도의 모래사장에 드러눕는 40대 중반의 큰형. 아무런 계산 없이 예능과 일상을 오가는 그의 모습은 화면 밖 시청자들에게도 즐거움이 되었다. 가끔은 다큐 같고,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에 어떻게 출연했을까 싶었던 우리 구탱이 형. 덕분에 웃은 날이 많지만 나는 유난히 그가 부모님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몇 장면이 떠오른다. 명동성당에서 자신의 현재와 합성한 부모님 사진을 보고 눈물을 쏟았고, 김종민의 아버지 묘소에서 듬직한 형으로 인사를 드렸으며, 정준영의 부모님 앞에서 유난히 엄했던 자신의 아버지를 기억하고 아쉬워하던 모습 말이다. 조금은 외로움이 묻어나던 예능 밖 김주혁이 거기 있었다. 작품 홍보 없이 출연해 함께 여행을 떠나겠다던 말은 지키지 못했지만, ‘구탱이 형 또 놀러와요’라는 인사만큼은 그도 제작진도 거두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단 한 번도 마주 앉아 본 적 없는데, 어떤 방식으로도 익숙해지지 않을 이별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김주혁의 부재를 통해 알게 됐다. 김주혁이 2년을 채우고 <1박 2일>에서 하차하던 날,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이별이 우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추모 방송 또한 가장 그들다운 방식으로 구탱이 형과 이별했다. 한 명의 시청자로서, 빈소에서 전하지 못했던 짧은 편지를 이렇게 남긴다. ‘덕분에 많이 웃고 울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부디 편히 쉬세요.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 이 멤버 리멤버 포에버.’
_고현경(<쎄씨> 피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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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017년 12월(총권 97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장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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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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