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 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오늘의 인물

천천히 피는 꽃, 이일화

On April 20, 2017 0

배우 이일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수줍게 웃었다. 길고 긴 한겨울의 추운 바람을 견뎌내고 봄을 맞이한 꽃처럼.

 

드레스 페라가모(Ferragamo). 

 

점프슈트, 레더 벨트 모두 막스마라(Max Mara).

점프슈트, 레더 벨트 모두 막스마라(Max Mara).

점프슈트, 레더 벨트 모두 막스마라(Max Mara).

보디슈트 H&M × 마틴 마르지엘라(H&M x Martin Margiela). 니트 스커트 델라라나(Della Lana). 스틸레토 힐 모노톡시(Monotoxic). 드롭 이어링 H&M.

보디슈트 H&M × 마틴 마르지엘라(H&M x Martin Margiela). 니트 스커트 델라라나(Della Lana). 스틸레토 힐 모노톡시(Monotoxic). 드롭 이어링 H&M.

보디슈트 H&M × 마틴 마르지엘라(H&M x Martin Margiela). 니트 스커트 델라라나(Della Lana). 스틸레토 힐 모노톡시(Monotoxic). 드롭 이어링 H&M.

최근 출연한 두 작품이 동시에 방영되었어요. <불어라 미풍아>에서는 험난한 인생을 헤쳐 나가는 전직 북한 고위층 역, <김과장>에서는 남편에게 뺏긴 회사를 찾기 위해 전략을 짜는 우아한 사모님 역이었죠.
두 작품이 한 달 반가량 맞물렸어요. 각각의 작품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했죠. 겹치는 시간이 그보다 길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김과장>의 대사 연습을 하다가 갑자기 평안도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온도 차이가 나는 두 인물을 오가는 일은 쉽지 않잖아요.
저는요, 작품이 제게 온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해요. 가능하다면 무조건 다 하고 싶어요. 원하는 캐릭터만 기다리면 1년에 한 작품이나 할 수 있을까요? 내일이 어떻게 흐를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이잖아요. 제가 봐도 일 중독인 것 같긴 해요. 연기가 정말 좋아요.

스스로 일 중독이라 느낄 때는 언제예요?
일하러 가는 길이 행복할 때요. 배우로 사는 삶이 감사해서 종종 울컥할 때도 있어요. 그리고 오늘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화보도 촬영하고, 인터뷰도 하잖아요. 얼마나 즐거워요(웃음)?

표정에 즐거움이 묻어나서, 그 행복이 전염되는 기분이에요(웃음). <불어라 미풍아>의 후반부에선 조연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높은 비중으로 성공적인 종영을 맞았어요. 이것도 요즘 즐거움 중 하나겠죠?
나중에 감독님에게 들었는데, 중반에 죽는 역할이었대요. 깜짝 놀랐어요. 감독님이 계속 배역에 힘을 실어줬던 거였죠. 연기할 때, 빛을 보거나 주목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배우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연기는 망가지거든요. 하얀 백지장처럼 순수하고 맑은 연기를 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면 화면에 다 보여요. 요즘 HD 시대잖아요. 상대 배우와 더불어 어우러져야 좋은 캐릭터와 작품이 탄생하는데, 잘 마무리 된 것 같아 기뻐요.

<김과장>의 인기도 뜨거워요. 제작 전부터 주목받았던 경쟁작들을 제치고 수목 드라마의 왕관을 썼죠. 성공의 비결은 뭘까요?
인물 하나하나가 연기를 맛깔나게 잘해요. 연기자 출신이 아닌 준호 씨마저 선배인 제가 부끄러울 만큼 흡입력 있게 배역을 소화하고요.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예요. 연출을 맡은 이재훈 감독님은 <정도전>을 함께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참 멋져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감독님이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인 만큼 좋은 사람들이 모여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은 것 같아요.

1991년 SBS 2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작부, 사모님, 북한 사람, 둘째 부인, 기업 이사, 시대별 엄마 등등 다양한 삶을 사는 동안 긴 시간이 흘렀어요. 하지만 대중이 배우 이일화의 이름을 기억한 순간을 떠올리면, 중심에는 <응답하라> 시리즈가 있죠.
배우가 좋은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일이에요. 신원호 감독님, 이우정 작가님은 끝까지 잊지 못할 고마운 분들이죠. 절 찾는다면 어느 역할이든 달려가겠다고 종종 이야기해요. 그 드라마를 통해 세 딸과 남편, 아들과 친구 같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응답하라>처럼 또 다른 인생 작품을 만나 후회 없는 연기를 펼치고 싶어요.

그 긴 시간 연기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많죠. 개인적인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가 공인이란 이름으로 부풀려질 때도 그래요. 누구나 부족하고, 그래서 종종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고 저를 다독이며 살았죠. 모두 내면 연기에 도움이 될 거라 믿으면서 견뎠어요. 

슈트, 레이스 뷔스티에 모두 H&M. 스틸레토 힐 모노톡시(Monotoxic). 드롭 이어링 렉토(Recto).

슈트, 레이스 뷔스티에 모두 H&M. 스틸레토 힐 모노톡시(Monotoxic). 드롭 이어링 렉토(Recto).

슈트, 레이스 뷔스티에 모두 H&M. 스틸레토 힐 모노톡시(Monotoxic). 드롭 이어링 렉토(Recto).

오프 숄더 블라우스, 와이드 팬츠 모두 펜디(Fendi).

오프 숄더 블라우스, 와이드 팬츠 모두 펜디(Fendi).

오프 숄더 블라우스, 와이드 팬츠 모두 펜디(Fendi).

슈트 토이킷(Toykeat).

슈트 토이킷(Toykeat).

슈트 토이킷(Toykeat).

요즘 청춘들은 ‘버틴다’는 말을 써요. 좁아진 취업문, 기약이 희미해진 미래, 그래서 고달픈 청춘이란 이름이죠. 아직 피지 못한 씨앗들에게 당신이 그 시절 들었다면 좋았을 말들, 듣고 싶었던 말들, 필요했던 말들을 좀 전해 주세요.
저도 그랬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예전에 <허준>의 예진 아씨 역이 들어왔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안 하길 잘했다 싶어요. 전 황수정 씨처럼은 못했을 거예요. 또 잘했다 한들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죠. 누구에게나 때가 있다고들 하잖아요. 꽃피는 시기가 저마다 다른 것처럼요. 저 역시 늦었다고 생각지 않아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나중에 웃을 수 있는 사람, 꿈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이 멋진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멋지게 사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부럽잖아요. 하지만 나라고 안 된단 법은 없어요. 지금부터 10년을 목표로 삼으면 정말 엄청난 시간이에요. 용기를 갖고 정진했으면 합니다. 저도 길게 바라보며 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그럼 감사하죠. 크리스천 치유 상담 공부를 4학기 동안 배웠을 만큼 그쪽 방면으로 관심도 많아요. 성공도 중요하지만 성품이 따르지 않은 성공은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할 뿐이죠. 힘들 땐 힘들어하고, 지칠 땐 지쳐도 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 길다는 걸 상기하면서 스스로를 먼저 돌봤으면 좋겠어요. 그런 친구가 곁에 있다면 차분하게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네요.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 주면서요.

오늘 촬영하면서 ‘천천히 피는 꽃’이란 제목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추운 겨울을 버티고 드디어 봄을 맞이한 배우의 단단한 내면을 엿보는 것 같았거든요.
더 열심히, 더 잘해야죠. 아직 멀었어요. 성품이 더 굳건해진 다음에 활짝 개화하고 싶어요.

혹시 가보지 않아서 아쉽거나 후회하는 길은 없어요?
왜 없겠어요, 사람인데. 영화 <라라랜드>의 주인공처럼 분명한 한 가지는 있는데, 그건 마음속에 묻어뒀어요. 제 모든 과거에 감사해요. 과거의 조각이 모여 현재의 제가 있는 거니까.

배우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이일화도 궁금해요.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모습은 어떤가요?
대체로 여성스럽고, 차분하면서, 정적인 모습으로 봐요. 속에 단단하고 진한 의리가 있다는 건 친한 사람들만 알죠. 애교도 많고 엉뚱한 면도 많아요.

최근 마음에 자리 잡은 화두는 뭔가요?
근래에 소속사를 옮겼어요.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 함께 변화를 이끌어줄 작품과 연기 색깔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죠. 도전에 대한 욕심이 여전히 커요.

이를테면 어떤 형태의 도전일까요?
안젤리나 졸리처럼 강도 높은 액션을 해보고 싶어요. 이미지와는 다르게 발차기도 잘하거든요. 얼마 전 자전거를 타다가 쇄골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했지만, 몸 쓰는 운동은 여전히 좋아해요. 수술한 직후에 (성)동일 오빠가 부탁해서 영화 <탐정>에 카메오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즐거웠어요. 올해는 영화를 목표로 삼고, 3년에 한 번씩 올랐던 무대 공연도 계속하려고요. 누군가는 엄마 역할을 젊은 나이에 왜 했느냐고 묻지만, 가치관은 한결같아요. 협소한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도록 여러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거든요. 그게 바로 관객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요.

오랜 세월 쌓아온 연륜이랄까, 내공이 느껴져요.
배우에게 시간은 보석과 같아요. 그만큼 값지고 소중하죠. 세월은 주름을 얹어주고 피부 탄력을 떨어뜨려서 젊은 시절과 비교하면 우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쌓이지 않는다면 내면이 성숙할 틈이 없어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기 힘들죠. 글로 배우는 건 한정적이니까요. 살면서 직접 경험한 것들이 연기를 통해 녹아나오거든요.

그렇다면 배우에게 있어 아름다움은 뭔가요?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끊임없이 어루만져야 하는 가치죠. 물론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어요. 앞서 말한 세월 같은 거요. <죽어야 사는 여자>처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며 살긴 어렵죠. 딸이 고3인데, 너무나 싱그럽고 아름다운 나이잖아요. 방송가에는 그렇게 젊고 예쁜 여배우들이 많지만, 그 기준에 나를 견주는 건 어리석은 일이죠. 시간은 계속 지날 거고, 늙어갈 거고, 주름은 더 깊게 파일 거예요. 나이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름답게 나이 드는 모습이죠. 대신 그만큼 성품과 기품, 우아함이란 아름다움을 얻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오롯이 얼굴에 드러나서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인생을 보여주는 롤 모델이 있나요?
배우 메릴 스트립이오. 언제나 도전하는 모습, 결코 식지 않는 뜨거움이 느껴져요. 올바른 가치관을 표현하는 모습도 멋지잖아요.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길목에서 빛나길 바라는 단어 세개를 꼽는다면요?
감사, 웃음, 열정. 늘 감사하고 웃으며 살길 바라요. 일과 삶에 대한 열정이 끊이지 않았으면 해요. 지금처럼요.

Credit Info

2017년 4월호

2017년 4월호 (총권 89호)

이달의 목차
FREELANCE EDITOR
박소현
PHOTO
이영학
HAIR
조소희
MAKEUP
강수민(Ahabah)
STYLIST
최혜련(Prod)
ASSISTANT
김선인(Visual Keys)

2017년 4월호

이달의 목차
FREELANCE EDITOR
박소현
PHOTO
이영학
HAIR
조소희
MAKEUP
강수민(Ahabah)
STYLIST
최혜련(Prod)
ASSISTANT
김선인(Visual Keys)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