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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재미있고 외롭지 않은 영화 추천해 줄까요, 18세 등급으로?

On March 16, 2017 0

채널 CGV에서 만든 소셜 무비 <채씨 영화방>으로 인연을 맺은 두 남자를 만났다. 일상적인 것과 낯선 것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독 김종관, 그리고 일상적인 연기도 낯설게 하는 배우 엄태구의 아주 특별한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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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의 라이더 재킷 올세인츠. 티셔츠 에잇 by 지드래곤. 팬츠 코치 1941 콜렉션. 더비 슈즈 유니페어. 체인 목걸이 구찌 타임피스 앤 주얼리. 김종관의 가죽 재킷, 데님 팬츠 모두 에잇 by 지디스픽. 티셔츠 코치 1941 콜렉션. 부츠 닥터마틴. 반지 엠주.
 

엄태구
2007년에 데뷔해 크고 작은 작품에 출연해 오다가 형인 엄태화 감독의 <잉투기>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밀정>의 ‘하시모토’ 역으로 제53회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김종관
<폴라로이드 작동법>, <낙원>, <조금만 더 가까이>, 그리고 지난해 <최악의 하루>로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올해는 임수정,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주연의 <더 테이블>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
 

 

엄태구의 셔츠, 팬츠 모두 문수권. 재킷 뮌. 스니커즈 컨버스. 김종관의 라이더 재킷 리바이스. 데님 셔츠, 팬츠 모두 H&M. 스니커즈 수페르가. 

여러 등장인물이 나오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영화를 안내해 주는 마스터잖아요. 마스터 역으로 엄태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김종관 <채씨 영화방>에 약간의 커머셜한 의도가 내재돼 있지만, 영화 자체만 보면 제 취향을 펼치기에 좋은 기회였어요. 안 해본 것도 좀 시도하고, 평소에 함께하면 재밌을 것 같은 배우들과도 작업해 보고 싶었죠. 마침 마스터라는 캐릭터에 약간 기괴하면서 젠틀한 이미지가 있어 태구 씨랑도 잘 어울릴 것 같았고요.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었군요.

김종관 태구 씨를 보면 굉장히 포토제닉하면서도 보통 사람들과 달리 감정 표현이 풍부하단 느낌이 들어요. 그전의 영화에서도 느꼈고, 최근 영화 <밀정>의 ‘하시모토’를 보면서도 그랬죠. 굉장히 낯설잖아요. 이번 작품에서도 엄태구라는 배우의 그런 과장된 느낌을 최대한 살려주면 재미있겠다 싶은, 제 나름대로의 전략이 있었어요.

배우 입장에선 어때요?
엄태구 감독님의 작품들을 워낙 좋아했어요. <폴라로이드 작동법>도 여러 번 봤고, <조금만 더 가까이>도 몇 번씩 봤죠. 최근에 본 <최악의 하루>도 정말 좋았고요. 사실 감독님의 이전 작품에도 캐릭터 상관없이 아무거나 하고 싶다고 회사에 엄청 어필했거든요.

김종관 아, 정말?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그전부터 인연이 있었구나.

마스터가 워낙 매력적이라서 그 캐릭터 얘기로만 영화를 한 편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종관 저도 이렇게 끝내기엔 캐릭터가 좀 아깝더라고요. 만들 땐 막연하다가도 막상 배우가 실현하는 걸 보면 되게 재미있거든요. 아이디어도 하나 있고요.

어떤 아이디어예요?
김종관 이상한 물건을 파는, 이를테면 신비한 가게 주인으로 변형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판타지로요?
김종관 그렇죠. <기묘한 이야기>나 <환상특급> 같은 시리즈처럼.

전작 <최악의 하루>에도 약간의 판타지가 가미되어 있잖아요.

김종관 <최악의 하루>가 일상적인 것과 판타지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었다면, 다음번엔 그걸 좀 더 확장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이번에도 이런저런 실험을 해본 건데, 현장에선 정신없어 잘 몰랐다가 편집할 때 확 느껴지더라고요. “아, 이거 되게 재미있구나.”

판타지까지 안 가더라도, 일상의 순간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게 감독님의 주특기잖아요. 이번에도 리어카가 움직이니까 가려져 있던 영화방 간판이 쓱 드러나는 장면이 참 좋더라고요. 영화처럼 눈높이를 달리했을 때 일상적인 공간이 새롭게 보였던 적이 있나요?

김종관 그런 점은 사실 영화적으로 감독이 가져야 할 굉장히 중요한 시선인 것 같아요. 우리는 맨날 다니는 길로만 다니잖아요. 그러다가 한 번씩 안 다니는 길로 들어서면 새로운 걸 발견하기도 하고. 그런 막연한 기대가 제가 영화적으로 추구하는 길인 것 같아요.

엄태구에게도 그런 본인만의 공간이 있나요?
엄태구 아, 저는 제 방에서 잘 나오질 않습니다.

방에서 뭘 하는데요?
엄태구 음, 영화 보고 성경책도 읽고….

지금껏 센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만나보니까 정말 수줍음이 많네요.
엄태구 하하. 불필요할 정도로 낯을 좀 많이 가려요. 친한 친구들과는 수다도 떨고 하는데.

엄태구와 수다라니 상상이 안 가요.

엄태구 그래도 지금은 정말 좋아진 거예요.

지금 모습이?

엄태구 주변에서 저보고 정말 많이 밝아지고 사회성도 좋아졌다고 말할 정도죠(웃음).

길에서 감독과 팬이 만나는 에피소드가 있잖아요. 저건 분명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 추측했어요.
김종관 그렇진 않아요. 전 제 경험적인 이야기를 영화에 그대로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사실 배우나 감독이 팬이라는 사람들을 마주치는 경우는 흔하잖아요. 그걸 좀 재미있고 위트 있게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김새벽 씨가 감독 역할을 맡아주었지만, 원래는 남자 배우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보니까 너무나 저를 지칭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성별을 바꿨군요?

김종관 그렇죠. 영화 속 이름이 김명순인데, 사실 근대에 김명순이라는 소설가가 있었어요. 되게 똑똑하고 자기 삶을 살려고 했던 문학가였기 때문에, 그 당시 동료 문학가들한테도 많이 까인 작가죠. 그런 점들을 대입해 본 거예요.

21세기의 김명순은 팬한테 까이잖아요. ‘호불호가 갈린다’나 ‘누가 암만 욕해도 감독님 뜻대로 밀어붙이라’는 막말을 은근슬쩍 시전하는데, 거기에다 대고 감독은 그냥 ‘좋게 봐주면 좋은 거죠’라고 응수하더라고요. 실제로도 그래요?
김종관 명확하게 기분 나쁜 소릴 들어도 화를 내는 성격은 못 돼요. ‘아, 그렇죠’ 하고 말죠. 이건 실제의 저랑 좀 비슷한 부분이긴 하네요.

<밀정>으로 엄태구란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잖아요. 이 에피소드처럼 팬이 졸졸 따라다니며 말을 걸어서 난감했던 적은 없어요?
엄태구 종종 알아보는 듯한데, 막 아는 체를 하며 다가오는 분은 거의 없어요.
김종관 무서워서 다가오지 못하는 거 아닐까(웃음)?
엄태구 아, 이런 적은 있어요. 식당에서 조용히 밥을 먹는데, 갑자기 식당 아주머니가 엄청 큰 목소리로 손님들한테 “여러분, 밀정 보셨어요?” 하며 저를 가리키더라고요. 그날 밥 먹다 체했어요(웃음).

영화에서 곧 ‘롱디’가 될 예정인 커플이 마스터에게 ‘이상하고 재미있고 외롭지 않은 영화, 18세로’ 추천해 달라고 하잖아요. 정말 한 편씩 추천해 준다면요? 18세로다가.
김종관 개인적으로 되게 좋아하는 영화인데요. 훌리오 메뎀의 <루시아>라는 작품이에요. 남녀가 뭐 별짓 다하기 때문에 확실히 18세 이상 등급이고요(웃음). 그런데 저한텐 그런 점이 되게 이상하고 재미있고 외롭지 않은 영화예요. 강렬한 이미지들의 향연이랄까, 굉장해요. 보면 알 거예요.

엄태구
음, 이렇게 말하려니까 되게 민망한데 정말 <조금만 더 가까이>예요. 18세는 아니지만. 영화에서 정유미 선배가 ‘연애 불구’라고 하잖아요. 그런 대사들이 이상하면서도 되게 일상적이에요. ‘다들 저랬구나’ 하고 공감되니까 외롭지도 않게 되고요.
김종관 하하. 난 그거 찍고 더 외로워졌는데?

Credit Info

2017년 3월호

2017년 3월호 (총권 88호)

이달의 목차
EDITOR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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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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