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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의 In This Moment

On March 13, 2017 0

라스베이거스의 밤은 아름답다, 열정적이다, 끝나지 않는다. 마치 배우 하지원을 표현하는 말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묘한 설렘과 긴장감을 동반하는 ‘여행의 낯섦’은 그녀에게 원동력을 가져다준다. 거센 모래바람이 이는 거친 길을 차로 이동하면서도 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이국적인 풍경에 설레는 표정을 짓는가 하면, 들뜬 탄성을 가감 없이 내보이는 하지원. 스크린 혹은 브라운관에서 보이던 빈틈없는 배우 하지원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에 이어 영화 <목숨 건 연애>까지, 연기 활동은 물론이고 영화 해외 프로모션을 포함한 일정을 소화하며 쉼 없이 달려온 그녀에겐 촬영을 핑계 삼은 이 짧은 여행이 몹시 반가웠을 거다. 하지원은 낯선 행선지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 천생 ‘모험가’니까. 라스베이거스 거리를 향해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딛는 하지원의 눈부신 이 순간, <그라치아>가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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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여행하듯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볼더시티와 모하비 사막에서 진행된 촬영.

마치 여행하듯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볼더시티와 모하비 사막에서 진행된 촬영.

마치 여행하듯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볼더시티와 모하비 사막에서 진행된 촬영.

라스베이거스에 와보니 어때요?
한국은 춥잖아요. 뜨거운 햇볕을 오랜만에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환기돼요. 또 라스베이거스의 밤은 화려하고 아름다우니까, 마치 제가 언젠가 꾼 기분 좋은 꿈을 이뤄주고 마법 같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그런 환상적인 기분이 든달까요?

단순히 라스베이거스의 분위기 때문만은 아닐 거 같은데….
유달리 새로운 곳이 간절한 시기였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작품을 결정하고, 새롭게 촬영을 시작해야 하니까. 많은 사람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고독한 시간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죠.

모 프로그램에서 어머니가 가장 좋은 술친구라고 말했는데, 사실 가족을 가장 가까운 술친구로 꼽기는 쉽지 않잖아요.
엄마는 가장 가까이에서 늘 함께하는 친구 같아요. 일 끝나고 집에 돌아와 즐기는 와인 한잔, 혹은 맥주 한잔이 제 스트레스 해소법이거든요. 때때로 바빠서 같이 술잔을 부딪지 못하는 날들이 길어지면 엄마가 먼저 제게 “술 한잔해야 하는데~”라는 말을 건네죠. 그만큼 서로의 빈자리를 크게 느껴요. 물론 엄마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에요. 해가 갈수록 언니나 동생들과도 사이가 더 좋아지고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제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데 비해 짐 싸는 요령이 없어요. 그럼 언니가 옆에서 “이런 건 퍼즐 맞추듯이 하나하나 자리에 끼워 맞춰야 돼”라면서 제 짐을 별말 없이 다 챙겨주죠. 제 부족한 부분을 가족이 채워주고, 또 가족의 부족한 부분을 제가 채워주는 식이랄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어렸을 때보다 더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단비 같은 휴식, 하지원만의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해요?
근래에는 음악을 만드는 친구나 감독을 꿈꾸는 친구 등 자신만의 세계에서 아트 활동을 전개하는 이들과 사귀었어요. 그 친구들과 서로 영감이 되는 소스들을 주고받죠. 오늘 아침(촬영 당일)에도 그 친구들과 나눈 영상을 보며 촬영할 때 ‘이런 느낌의 포즈를 취해 볼까’, ‘이런 표정을 지어볼까’란 궁리를 했어요. 오래된 클래식 음악, 혹은 독특한 비주얼의 뮤직비디오 등을 함께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일들이 즐겁더라고요. 그 친구들이 프로는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신선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과의 조우, 스스로 ‘집순이’라고 말하던 하지원에겐 꽤 큰 변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접하는 일이 제게 에너지를 줘요. 제가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그들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며 진심으로 즐기죠. 그들의 세계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랄까요. 신선한 자극을 받아서인지, 요즘은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편이에요.

어떤 경험을 하고 싶나요?
하지원을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한 달 정도 살아보고 싶어요. 실제로 그런 계획을 세우는 중이고요. 며칠 여행을 가는 것과 그곳에 흡수돼서 오랫동안 생활하는 건 다르잖아요. 장기간 머물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문화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길 원하죠. 그런 경험은 배우인 제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무작정 뛰어들어 보려고요.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뭐예요?

저를 돌봐주는 가족이나 회사 식구들을 떠나 낯선 땅에서 혼자 ‘자취’하며 작은 일 하나하나를 다 배워가는 것? 부끄럽지만 빨래하는 법도 잘 모르거든요. 남들이 들으면 욕할지 모르겠지만요(웃음). 하지만 저는 그 도전 자체만으로도 이미 원하는 바를 이뤘다고 생각해요. 한 작품이 끝난 후 낯선 곳으로 여행하는 일들이 두렵지 않은 건 아니에요. 다만 무서워도 하는 거죠! 그럴 때 살아 있다고 느끼니까.

늘 행복해 보이는 비결이 뭔지 궁금해요.
음, 철이 없어서 그런가(웃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지금 이 순간’이에요. 고민이 생겨도 시간을 정해 놓고 해요. 고민 하나 때문에 소중한 내 시간을 우울하게 보내고 싶지 않거든요. 우울을 지향하는 성격도 아닌 데다 고민이 생기면 해결책부터 생각하죠. 이런 마인드 컨트롤이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도 있겠네요.

철없단 말이 어떻게 보면 여전히 순수함을 간직한 ‘소녀’라는 인상을 줘요. 순수함은 나이가 들수록 퇴색되는 법인데, 참 부럽단 생각이 드네요.
한때 ‘내가 세상을 많이 알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당시엔 꽤 심각한 고민이었죠. 어떤 이는 제게 너무 무르게 살지 말라고 충고하고, 어떤 이는 제게 그런 부분이 나다운 거라고 말하다 보니 혼란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내 서툴고 부족한 점을 주변의 누군가가 채워주고 조율해 줄 테니 너무 무리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제게는 ‘배우 하지원’이 0순위이니까 이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몰두하자고 결심했죠. 일부러 안 좋은 것들은 피하려고 노력해요. 나쁜 잔상들이 머리를 어지르는 게 싫어서요.

배우 ‘하지원’이 본명인 ‘전해림’, 즉 개인적인 삶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나요?
하지원과 전해림을 따로 구분 짓지 않아요. 어렸을 때는 제 자신과 배우라는 직업을 나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매번 배우 하지원 때문에 자신의 시간이 없다는 게 불만이었죠.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어요. 배우 하지원의 삶이 곧 전해림의 삶이잖아요. 제가 선택했고, 제가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멋지고 즐겁게 배우 하지원의 삶을 살아가자고 마음을 고쳐먹으니까 촬영 현장이 더 즐거워지더라고요.

생각은 살아가면서 변하는 거니까요. 변화를 좋아하는 하지원에게도 ‘불변’을 원하는 것이 있나요?
건강이오. 아프면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여행도 노는 것도 못하니까. 물론 건강에는 ‘젊음’도 포함돼 있어요(웃음). 건강해야 액션 영화도 잘할 수 있고, 더 욕심 낼 수 있으니까.

인터뷰를 하면서 참 온화하단 느낌이 들었어요, 액션 배우 이미지가 겹치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배역과 배우 하지원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간극이 존재할까란 궁금증이 드네요?
어떤 작품 속 인물도 저는 아니에요. 단지 저는 판타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마치 어느 책 속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 기분이 드는 거죠. 연기할 때는 제가 존재하고 살아가는 이 현실 세계가 아닌, 어느 다른 시공간의 세상이에요. 그래서 상대 배역도 배우로 보이지 않고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로 보인달까? 사극은 특히나 그래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떤 판타지 속으로 빠져들까 고심하겠네요?
한 작품 한 작품을 해오며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되겠단 책임감이 강해져요. 그게 배우로서 성숙해지는 모습이라 생각하고요. 그래서 조금 더 변신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죠. 다만 남자 배우 하나나 서너 명을 메인으로 하는 영화들이 넘쳐나다 보니 만드는 이들에게도, 보는 이들에게도 참 한정적인 것 같아 아쉬워요. 단순히 배역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전반적인 영화 산업 구조에 대한 고민이라고도 할 수 있죠. 무엇보다 영화 출연에 있어 선택지가 다양했으면 하고 바라지만, 그 부분 역시 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런 부분들을 고민하다 보면 감독이나 제작에 참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지 않나요?

감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때때로 다양한 소재, 풍성한 스토리텔링에 대한 갈망이 일면 ‘내가 만들어볼까?’란 생각이 들곤 하죠.

현실적인 문제는 잠시 제쳐두고 원하는 장르 혹은 배역을 상상해 본다면 뭘까요?

요즘 저는 단순히 어떤 캐릭터가 아닌, 누군가의 삶을 굉장히 깊고 촘촘히 그리고 슬프고 달게 그릴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갈증이 커요. 혹은 인도 영화처럼 굉장히 독특하고 실험적인 장르에도 관심이 가고요. 물론 큰 규모의 상업적인 영화도 오랜만에 찍는다면 좋겠지만…. 모든 배우가 그렇듯 저 역시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흥행 여부까지 단정 짓지는 못하죠. 어느 누가 자신이 찍은 영화가 망할 거라고 생각하겠어요. 그건 ‘신의 영역’이니까요(웃음).

그렇다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작품과 누가 봐도 흥행이 보장된 작품 중 선택은?

두 개 다(웃음). 제가 이런 대답을 할 줄 예상 못했죠? 전 두 개 다 할 거예요.

올 2017년에는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이고 싶나요?

보고 싶은 배우 그리고 그리웠던 배우, 그런 배우이고 싶어요. 그래서 저를 기다려온 대중들에게 정말 좋은 작품으로 반갑게 인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Credit Info

2017년 3월호

2017년 3월호 (총권 88호)

이달의 목차
WORDS
최한나(컨트리뷰팅 에디터)
FASHION EDITOR
사공효은
PHOTO
임한수, 류현종
HAIR
강원태(요닝)
MAKE-UP
김활란(김활란뮤제네프)
STYLIST
이보람(인트렌드)
PRODUCTION
황정민(www.cri1216.com)

2017년 3월호

이달의 목차
WORDS
최한나(컨트리뷰팅 에디터)
FASHION EDITOR
사공효은
PHOTO
임한수, 류현종
HAIR
강원태(요닝)
MAKE-UP
김활란(김활란뮤제네프)
STYLIST
이보람(인트렌드)
PRODUCTION
황정민(www.cri1216.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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