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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성들을 잡으라

On February 15, 201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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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서적에 놓인 ‘페미니즘 서적’ 진열대.

종로서적에 놓인 ‘페미니즘 서적’ 진열대.


우리나라 대형 서점의 시초인 ‘종로서적’이 서울시 종로구 공평동에 재오픈했다. 2002년에 문을 닫았으니, 무려 14년 만의 귀환이다. 규모는 작년 9월 리뉴얼을 통해 국내 최대 규모(1만585㎡)로 평수를 늘리고, 최대 장서(45만여 권)를 보유하게 된 영풍문고 종로 본점의 4분의 1 정도로 아담한 편. 돌아온 종로서적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규모가 아닌 다른 포인트에 있다. 바로 ‘여성 친화형의 서점’이라는 아이덴티티다.

대형 붙박이장에 분야별로 분류된 책이 꽂히는 건 기본이고, ‘20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추천 도서’ ‘페미니즘 관련 서적’ 등 ‘여성’을 주제로 한 소형 진열대를 구석구석에 배치했다. 종로서적의 박래풍 점장은 “20여 년 동안 타 서점에서 일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독서를 더 좋아하고,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는 출판계에서 오래도록 뒤집히지 않는 현상 중 하나죠. 그래서 인테리어부터 일부 책장에 붙인 주제까지 여성 친화형으로 꾸미게 됐습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는 노란 조명’과 ‘서점 면적의 5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디저트 부스’ 역시 여성을 고려한 장치. 출판계가 여성의 눈높이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은 이미 관련 업계에서 공공연한 전략이다. 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기존의 서점들 역시 여성 친화적인 정체성을 따르고 있다.

출판사도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 측이 건네는 광고 제안에 ‘여성이 좋아할 만한가?’를 따진 후 예산을 결정한다. “tvN <도깨비>에 등장한 후 ‘드라마셀러’(드라마와 베스트셀러의 합성어)가 된 책도 제작팀과 출판사가 프로모션 계약을 맺은 결과물이라고 들었어요. 여자들이 열광하는 배우 ‘공유’가 좋아하는 책으로 등장한다는데, 어느 출판사가 투자를 망설이겠어요.” 드라마 제작팀에서 7년째 PD로 근무 중인 한 관계자의 말이다.

앞으로 종로서적은 여성 지도자가 화자로 나선 강의를 열고, ‘책 좀 읽는다’는 여성이 추천하는 서적을 모으는 식으로 콘텐츠를 늘릴 계획. 서점 같은 장소뿐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면 책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이미 여성 친화형으로 재편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필사하는 도깨비’ 역시 드라마에나 존재하는, 여성 친화형의 캐릭터인지도 모르겠다.  


20여 년 동안 타 서점에서 일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독서를 더 좋아하고,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선호도도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는 출판계에서 오래도록 뒤집히지 않는 현상 중 하나죠. 그래서 인테리어부터 일부 책장에 붙인 주제까지 여성 친화형으로 꾸미게 됐습니다. _박래풍(종로서적 점장) 

 

30대 여성
2016년 상반기 중 ‘예스24’를 통해 가장 많은 책을 구매한 이용자 통계._예스24, 2016년 7월 발표

남성의 2배

‘1만원으로 문화생활을 즐긴다면?’이라는 질문에 ‘책 읽기’라고 답한 여성의 비율._헤럴드경제 & 인터파크, 2017년 1월 발표
 

tvN 드라마 <도깨비>의 주연 배우인 공유와 김고은은 극 중에서 필사와 독서를 즐겨 한다. ‘도깨비 책’으로 통하는 필사 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처럼, 드라마를 통해 노출된 책은 ‘드라마셀러’로 등극하는 것이 일반적.

tvN 드라마 <도깨비>의 주연 배우인 공유와 김고은은 극 중에서 필사와 독서를 즐겨 한다. ‘도깨비 책’으로 통하는 필사 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처럼, 드라마를 통해 노출된 책은 ‘드라마셀러’로 등극하는 것이 일반적.

tvN 드라마 <도깨비>의 주연 배우인 공유와 김고은은 극 중에서 필사와 독서를 즐겨 한다. ‘도깨비 책’으로 통하는 필사 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처럼, 드라마를 통해 노출된 책은 ‘드라마셀러’로 등극하는 것이 일반적.

출판계가 여성들과 친해지고 싶은 이유

문학계에서만큼은 20~40대 여성, 그중에서도 40대 여성의 파워가 압도적이에요. 이런 점은 업계에서 상식으로 통하죠. 반대로 남성들은 책을 거의 사지 않아요. 특히 문학은 극소수의 남성만 찾죠. 때문에 작가는 물론이고 출판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여성 친화적인 콘텐츠에 주목할 수밖에 없어요. 장소든 스토리든 말이에요.” _장강명(소설가)

여성은 책 자체를 삶의 일부라 여기는 성향이 강해요. 그래서 책을 살 예정이 없음에도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책을 구경하고, 그러다 마음에 드는 책을 구매하는 행위 모두를 ‘독서’에 포함시키죠. 반면 남성은 주로 성과에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만 책을 소비합니다. 목적 지향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죠. 온라인 서점에서는 성별에 따른 갭이 크지 않은 반면,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여성의 구매력이 압도적인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에요.

따라서 오프라인 서점이 여성 친화형적인, 페미니즘적인 형태를 띠게 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다만 종로서적의 이런 정체성이 일반 남성 독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죠. 비주류가 주류로 진입하려는 과정엔 늘 저항 세력이 개입하기 마련인데, 한국 사회에서만큼은 여전히 비주류인 페미니즘이 요즘 과도기를 보내고 있잖아요.” _장근영(심리학 박사)

대부분의 출판사가 20~30대 여성을 핵심 타깃으로 삼아요. 어느 정도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인문·사회 과학 분야나 자기 계발 서적과 달리, 문학과 에세이 장르에서는 여성의 선호도에 따라 추가 수요가 발생하거든요. 그렇다 보니 책 표지나 홍보용 카피라이팅도 여성의 취향에 가깝게 기획되죠. 더욱이 올해는 페미니즘 서적의 열풍에 따라 인문·사회 과학 분야에서도 여성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_최연진(위즈덤하우스 편집부 과장)

Credit Info

2017년 2월호

2017년 2월호(총권 87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수정
PHOTO
김혜수(서점),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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