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 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오늘의 인물

픽션 좀 다룰 줄 아는 기자 출신 소설가

On January 05, 2017 0

한국이 싫다며 호주로 떠나는 ‘계나’,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 부대’, 애니메이션에 푹 빠진 ‘종현’. 장강명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항상 리얼하다. 신작 『우리의 소원은 전쟁』의 ‘장리철’과 ‘강민준’도 마찬가지. 두 남자는 당장 뉴스에서 보아도 놀랍지 않을, 가장 보통의 남북 청년이다.

3 / 10
/upload/grazia/article/201612/thumb/33045-199990-sample.jpg

 

 

 장강명 is… 

11년 동안 <동아일보>에서 정치 사회부 기자로 일했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쓸 때 저널리즘적인 방식으로 소재를 고르고, 빠른 속도로 글을 쓰는 특기를 발휘한다. 2011년 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한 뒤, 6년 동안 소설 『호모도미난스』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 등 10여 권의 책을 냈다.

신간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포함해 6년 동안 10여 권의 책을 썼어요. 다작의 비결이 뭐예요?
원래 글을 쓰는 속도가 남들보다 조금 빠릅니다. 당장 떠오르는 게 없어도 어떻게든 앉은 자리에서 문장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고요. 일간지에서 매일 마감하는 일을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매번 ‘기자 출신의 소설가’라는 태그가 따라 붙잖아요. 그런 점이 불편한 적은 없었나요?
그것 말고도 다양해요. 저널리즘적인 글쓰기를 하는 소설가,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소설가 등등…. 다 마음에 들어요. 전부 사실이고, 희소성도 있잖아요. 지금 태연한 척 표정을 관리하고 있지만, 속으론 굉장히 기뻐하고 있죠(웃음).

매일 예닐곱 시간씩 글을 쓴다고 들었어요.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일이 있는 날을 제외하면 글쓰기를 거르는 날이 거의 없어요. 올해 몇 시간이나 글을 썼는지 계산해 보니, 벌써 목표했던 2200시간을 돌파했더라고요.

몇 시간이나 글을 썼는지 매번 체크한다는 뜻인가요?
네. 글을 쓰는 동안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고, 그걸 엑셀로 정리해요. 그리고 여섯 시 반에 일어난 날은 ‘1’, 그렇지 않은 날은 ‘0’으로 적어두죠. 1년에 250일만 지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목표도 벌써 이뤘어요.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분량이 무려 561페이지나 돼서 깜짝 놀랐어요. 얼마 만에 완성한 거예요?

작년 여름에 작업을 시작했으니까, 1년 조금 넘게 걸린 셈이네요. 올 1월에 처음부터 다시 쓴 것치고는 빨리 완성했다고 생각해요.

왜 내용을 전부 엎었어요?
200자 원고지로 1천 매 정도 썼을 때인가? 한 번 플롯이 꼬이고 나니까 아무리 매만져도 글이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찰흙으로 만들기할 때처럼.

전업 작가가 된 후 처음으로 쓴 최대 장편이잖아요. 이것도 목표 중 하나였나요?
어느 정도는요. 장편을 쓸 때 만족스러웠던 적이 거의 없는데, 이 시기쯤 그 콤플렉스를 극복했으면 하고 바랐거든요. ‘장강명이 이만한 퀄리티의 장편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웃음). 휴, 책이 나올 때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가장 힘든 점은 뭐였어요?
평소 2~3배만큼의 수고를 더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별개의 고민을 더 해야 됐어요. 뭐랄까, 원톱 주인공만으로는 부족하고, 서브 주인공들에게도 각자의 클라이맥스가 필요하고, 또 그들끼리 얽혀야 하고…. 단편을 길게 쓴다고 장편이 되는 게 아니거든요. 둘은 전혀 다른 작업이에요. 이번에 정말 제대로 된 훈련을 한 셈이죠.

인터뷰할 때마다 글쓰기에 ‘훈련’이라는 표현을 붙이더군요. 이유가 뭐예요?
스스로를 완성된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또 분명한 약점을 지녔기 때문이죠.

어떤 부분이 약점이라고 생각하나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기술이 부족해요. 물론 소설이 예술이 아닌 기예라는 뜻은 아닙니다(웃음).

‘북한 붕괴 이후의 한반도’를 소재로 삼은 이유도 궁금해요.

장르가 스릴러인 이유와도 통하는데요. 한국에서 문화 콘텐츠를 가장 열심히 소비하는 세대가 30대 여성이고, 그 사실이 아쉬웠기 때문이죠. 50대 아저씨들까지 사로잡고 싶은데, 그러려면 액션 신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급의 장편이어야 할 것 같았어요.

『한국이 싫어서』와 『댓글부대』처럼 가시적인 이슈를 다룬 책을 재밌게 읽은 팬들은 이번 책을 ‘다소 무겁다’라고 평가하던데요.
이슈가 무겁다는 뜻엔 공감해요. 더 이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를 하지 않고, 통일이 ‘상의와 하의의 콘셉트를 통일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를 할 때만 쓰는 단어가 돼버렸잖아요. 하지만 접근법은 라이트했다고 봐요.

자신감이 느껴지네요(웃음).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의 재미 요소에 충실했기 때문이에요. ‘동족상잔’ ‘혈육’ ‘이념 대립’과 같은 단어도 거의 쓰지 않았고요. ‘나르코스’나 ‘시카리오’ 같은 해외 액션물을 떠올리면 좋을 듯해요.

저널리즘적인 방식으로 소설을 쓰기로 유명한데요.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어떤 방식으로 썼어요?

‘북한이 붕괴된 후 한반도는 혼란에 빠진다’는 상황에 따라 적재적소의 인물들을 만들어서 투입시켰죠. 기사의 방향에 걸맞은 취재원을 찾아다닐 때처럼 말이에요.  

네 명의 주인공이 취재원이나 다름없었다는 뜻인가요?
맞아요. ‘남자 둘, 여자 둘이 메인이어야겠다’ ‘액션 신을 만드는 역할은 북한 출신의 장리철에게 줘야지’ ‘북한이 붕괴되었을 때 우리가 받게 될 질문은 군대에 두 번 가게 된 강민준을 통해 보여주자’ ‘남북통일이 불필요하다는 제3자의 시각은 미셸 롱, 보편 윤리적인 이야기는 은명화가 풀어내면 좋겠다’ 등 이런 식의 구조를 미리 짰죠. 다른 소설가들은 주로 흐름에 따라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두고 보는 방식을 택하는데, 저는 조금 달라요.

조립식 소설이네요(웃음).
정확한 표현이에요. 흘러가는 대로 글을 쓰기도 하는데, 그런 방식으로도 『우리의 소원은 전쟁』 같은 장편을 쓸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통일 이후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그려낸 이유도 궁금해요.
‘통일을 원치 않는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닙니다. 북한 문제에 관해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이 잘못됐다고 생각할 뿐이죠. 흔히 ‘통일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부터 던지는데, 그건 마치 밥을 먹을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중식을 먹을까, 말까’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다고 봐요.

그럼 어떤 질문이 적합할까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겠죠. 바로 옆에 ‘북한’이라는 특수한 나라가 있고, 그곳이 언제고 급변 사태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대비책을 세워둬야 해요.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통일과도정부’가 들어섰을 때의 암담한 상황을 미리 보여주잖아요.
허구일 뿐이지만, 실제로 몇몇 전문가들이 내놓은 그림이기도 하죠. 한데 지금 당장은 북한의 인권 문제부터 해결해야 된다고 봐요.

‘북한 인권 단체’를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북한이 한민족이고, 동포이기 때문이 아니에요. 옆집에 불이 난 걸 보았다면 119에 신고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죠. 더욱이 북한은 고립돼 있잖아요. 해외의 인권 운동가들이 도움을 주고 싶어도, 언어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렵다고들 해요. 그런데 우리는 북한의 언어를 바로 알아들을 수 있고, 곳곳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예요.

기자 출신의 작가로서 일종의 사명감을 지녔다고 봐도 될까요?
그렇다기보다 글의 위력을 믿는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앞으로 논픽션도 써보려고요. 10년 이상 논픽션을 쓰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잘해 낼 자신은 있어요. 한데 베스트셀러를 쓰고 싶은 욕망이 95%고, 사명감은 그 나머지 정도(웃음).

솔직하네요.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 꼭 베스트셀러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요새 인터뷰도 엄청 많이 하고, 출판사에서 제안하는 이벤트에도 열심히 참석하죠. 그런 과정에서 저를 마냥 재밌는 사람이라고 보는 분들이 늘었는데요, ‘실체를 들켰을 때도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까’ 하는 불안감이 늘 있습니다. 실제로는 회의주의자에 가깝고요, 기록에 집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뭐라도 남겨두어야 허무함이 가실 것 같아서요. 몸에 문신도 되게 많아요.

문신이오?
스마트폰에 잊지 말아야 할 날짜들을 기록해 두는데,
그중 몇 가지를 포함해 다양한 글자와 문장을 몸에 새겼어요. 다 세어보면 90자 정도 될 거예요.

그중 한 가지만 알려주세요.
‘항상 미소를 잃지 말자.’ 사람이건 사건이건 거리를 두는 걸 좋아하고, 크게 웃거나 울지도 않는 성격이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무표정하게 살고 싶지는 않고, 늘 미소를 머금은 채로 살고 싶어요.

같이 있는 동안 미소 띤 얼굴을 자주 봐서 다행이에요.
요새 참 즐겁거든요(웃음). 다음에 내놓을 책에도 지금만큼의 관심이 쏟아졌으면 좋겠어요. 영화로 제작될 예정인 『한국이 싫어서』와 『호모도미난스』도 마찬가지고요.

조만간 새 책이 나오나요?
일단 <릿터>(격월간 문학잡지)에 연재 중인 『문학상을 타고 싶다고?』라는 에세이부터 마무리 지어야 하고요. 북한 인권 문제를 조명한 논픽션과 SF 소설 『아스타틴』의 작업에도 매진할 예정입니다.

역시 부지런하시네요.
베스트셀러 써야죠(웃음). 소설가로 데뷔하려고 백수가 된 남편을 묵묵히 참아준 아내에게 고마워서라도 글을 열심히 써야 합니다. 이따 집에 가서도 다시 글을 쓸 거예요. 스톱워치가 4시간을 겨우 넘긴 상태에서 멈춰 있거든요. 저… 이제 가도 될까요?

 

최근에 발간된 장편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북한이 붕괴된 후 당면하게 될 여러 가지 일들을 픽션화한 액션 스릴러.

한국이 싫다며 호주로 떠나는 ‘계나’,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 부대’, 애니메이션에 푹 빠진 ‘종현’. 장강명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항상 리얼하다. 신작 『우리의 소원은 전쟁』의 ‘장리철’과 ‘강민준’도 마찬가지. 두 남자는 당장 뉴스에서 보아도 놀랍지 않을, 가장 보통의 남북 청년이다.

Credit Info

2017년 1월호

2017년 1월호(총권 86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수정
PHOTO
박성제
HAIR &MAKEUP
장해인

2017년 1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수정
PHOTO
박성제
HAIR &MAKEUP
장해인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