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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욕해도 되나요?

On January 03, 2017 0

업무 중에 나도 모르게 ‘식빵’을 내뱉고 화들짝 놀란 적 있는지. 회사에서 육두문자 내뱉는 사람들, 직장인의 애환으로 이해해 줘야 할까? 아니면 그저 요즘 세대의 ‘예의 없음’으로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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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의 한 장면. 극 중 ‘도라희’ 같은 업무 환경에 시달려온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육두문자를 내뱉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거다.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의 한 장면. 극 중 ‘도라희’ 같은 업무 환경에 시달려온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육두문자를 내뱉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거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기사를 읽었다.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였는데 ‘20~30대 직장인들이 X세대나 베이비붐 세대보다 1.3배쯤 직장 내에서 습관적으로 욕을 내뱉는다’는 연구 결과였다. 1.3배라는 애매한 숫자도 석연찮았지만, 나 역시 20~30대 범주 안에 속한다. 이건 미국과 한국의 차이일까, 아니면 내가 개중에서 구식인 걸까? 이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직장인의 45%는 직장에서 욕을 습관적으로 하는 행위가 ‘예의에 어긋나고 비전문적으로 보인다’고 답한 반면, 같은 비중의 20~30대 직장인은 ‘상관없다’고 답했다.

잠시 자기 검열의 차원에서 내 직장 시절을 돌이켜보았다. 나는 과연 사무실에서 욕을 했을까? 그랬다, 그것도 매우 자주! 예의 없는 연예인 매니저에게 전화 테러라도 당하고 나면 전화를 끊자마자 각종 동물의 새끼들을 찾았고, 원고가 잘 안 써지는 날에는 혼자 눈물바람으로 낮게 ‘식빵’을 읊조리기도 했다. 당연히 옆자리 선배와 후배가 들었다. 그럴 때 눈을 마주친 우리는? 웃었다. 뭐가 그렇게 괴롭냐며 어깨동무하고선 커피를 마시러 나간다거나, 아니면 머리를 맞대고 야식 배달 메뉴를 함께 고르는 훈훈한 결말을 맞이할 때가 많았다.

이걸 요즘 세대의 특성으로 치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주변엔 사람과의 대면이나 전화 통화보다는 SNS나 메신저를 선호하는, 그러니까 텍스트 중심의 대화에 훨씬 편안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SNS나 카톡 메시지에서는 욕설이 농담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 장소에서의 욕설은 적당한 긴장 해소이자 귀여운 자학 개그로 용인된다. ‘욕’이라는 것이 누군가를 정색하게 만드는 공격의 언어이기보다 개성의 표현이나 신식의 트렌드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이런 연구 결과도 있었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의 예후다 바루크 교수는 “직장 동료와 가벼운 욕설이 담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팀워크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는 “리더들은 무조건적으로 욕을 금지하기보다 관대하고 혁신적인 분위기로 조직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욕설이 감탄사나 혼잣말 수준으로 쓰일 경우다. 이 욕설이 특정 상대를 지시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취업 포털 사람인은 직장인 1038명을 대상으로 ‘직장에서의 복수 경험’을 조사했는데, 그 방법 중 16.8%로 2위를 차지한 항목이 놀랍게도 ‘직접적으로 욕이나 막말하기’였다. 물론 억울한 마음은 잠자는 분노와 공격성을 일깨운다. 나도 심지어 직장 상사한테 쌍욕을 한 적도 있다!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었다. 직장 내에서 욕을 한다는 건 사실상 ‘직장 내 일탈 행동’이라 명명할 수 있다.

‘Bennett & Robinson’의 이론에 따르면 직장 내 일탈 행동이란 지각이나 태업, 동료 혹은 회사에 대한 나쁜 소문을 낸다든지 하는 경미한 수준부터 성희롱, 절도, 회사 기밀 누출 등의 심각한 범주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타인을 향한 욕설은 성희롱이나 절도 등과 같은 축에 속하는 영역이다.

나는 이론의 구분법보다는 사람들이 이런 일탈 행동을 하는 이유가 더 궁금했다. 따져보니 크게 조직의 불공정함에서 오는 불만, 시간 압박, 타인의 행동 관찰 등에서 기인했다. 일탈 행동이 업무 마감에 따른 제한적인 시간이나 맥락 아래에서 자주 발생한다고 하니, 시간에 쫓기며 잡지를 만들어온 내가 사무실에서 욕을 하고 동료의 찰진 욕을 심심찮게 들었던 것도 수긍할 만한 일이다. 그래, 우리만 쓰레기가 아니었어!

그런데 ‘타인의 행동 관찰’은 무엇일까? 다시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주목해 보자. 20~30대 직장인 80%가 “상사가 욕을 할수록 따라서 욕을 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라고 답했다. 일탈 행동은 그만큼 전염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사회 학습 이론가 앨버트 반두라는 “사실상 거의 모든 학습은 직접적 경험이 아니라 타인의 행동과 그 행위에 대한 결과를 관찰함으로써 얻어진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대체 직장에서 욕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궁금하다고? 내 결론은 그 중간 어디쯤이다. 직장 내 욕설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바루크 교수조차 “동료들 간의 욕설과 상사 부하 간의 욕설은 다른 의미”라고 강조했으며, 블룸버그 통신은 “여성의 직장 내 욕설 빈도수는 남성보다 월등히 낮다”고 보도했다. 욕설 행위에조차 똬리를 틀고 있는 젠더, 계급 간의 복잡한 위계질서를 떠올린다면 나는 그냥 모두 욕하지 않는 편을 택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평등하게’ 욕할 권리가 없으니까.

업무 중에 나도 모르게 ‘식빵’을 내뱉고 화들짝 놀란 적 있는지. 회사에서 육두문자 내뱉는 사람들, 직장인의 애환으로 이해해 줘야 할까? 아니면 그저 요즘 세대의 ‘예의 없음’으로 봐야 할까?

Credit Info

2016년 12월호

2016년 12월호(총권 85호)

이달의 목차
WORDS
김현민(영화 저널리스트)
EDITOR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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