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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는 이제 안녕이에요

On October 18, 2016 0

이혜영이 통의동 진화랑에서 두 번째 개인전 〈Muse of the Wind〉를 열었다. 그림을 그리고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그녀의 인생 2막 이야기.

이번 전시 〈Muse of the wind〉의 하이라이트는 설치 작품 ‘어영차’다. 이혜영은 엄청난 길이의 그물로 진화랑 전체를 덮고 그 위에 수백 개의 바람개비를 매달아서 바람(Wind)과 바람(Hope)을 표현했다. 드레스 필립플레인(Philipp Plein).

이번 전시 〈Muse of the wind〉의 하이라이트는 설치 작품 ‘어영차’다. 이혜영은 엄청난 길이의 그물로 진화랑 전체를 덮고 그 위에 수백 개의 바람개비를 매달아서 바람(Wind)과 바람(Hope)을 표현했다. 드레스 필립플레인(Philipp Plein).

이번 전시 〈Muse of the wind〉의 하이라이트는 설치 작품 ‘어영차’다. 이혜영은 엄청난 길이의 그물로 진화랑 전체를 덮고 그 위에 수백 개의 바람개비를 매달아서 바람(Wind)과 바람(Hope)을 표현했다. 드레스 필립플레인(Philipp Plein).

작품들이 예전에 비해 훨씬 밝아진 느낌이에요.
이제 제 얘기를 벗어났으니까요. 작년에 <상처와 고통의 시간들이 나에게 준 선물>이란 전시를 끝낸 뒤, 프리다 칼로가 제 마음속에서 완전히 떠났어요. 자연스럽게 다른 걸 그리게 되더라고요. 다시 태어난 기분이랄까? 살풀이는 다 끝났나 봐요.

처음에 붓을 잡게 된 이유는 뭐예요?
솔직히 가장 큰 계기는 딸이었어요. 어느 날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제가 TV에 나오는 걸 보고 싶다고.

그럼 방송에 나가면 되잖아요.
아버지가 암 말기여서 중환자실을 오가던 시기였어요. 딸내미 뒷바라지도 해야 했고요. 자식으로서나 부모로서 방송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저는 정말 열심히 사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엄마처럼 보이겠구나 싶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거예요. 인터넷으로 혼자 공부하며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얘기를 하게 됐죠.

그때 영감을 준 작가가 프리다 칼로였나요?

지극히 사적인 그림일기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걸 그 작가한테 배웠죠.

인생사적으로 봤을 때도 동질감이 들었겠네요.
완전 그렇죠.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저도 제 사생활로 남들한테 욕먹을 때가 있었잖아요. 내 행복을 위해 택한 이혼인데 사람들이 그걸로 손가락질하니까, 어느 순간부터 ‘아, 아무도 쳐다보지 말자. 그냥 나만 열심히 행복하게 살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예인도 하기 싫었고, 그냥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자체가 싫었어요. 그런데 프리다 칼로는 끊임없이 세상과 맞서나갔죠. 그게 멋있더라고요. 아름답고 예쁘게만 그리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도 작품을 통해 솔직하게 표현하고…. 이렇게 그려도 되는구나 싶었어요. 그때부터 프리다 칼로는 제게 뮤즈였죠. 지금은 떠나보냈지만(웃음).

인스타그램에 작품을 꾸준히 올리고 있던데요?
놀랐어요. 반응이 그렇게 좋을 줄 몰랐거든요.

큰 야심 없이 시작한 거예요? 그렇다고 하기엔 무려 3년 동안 꾸준하고 성실히 포스팅을 해왔던데요. 리처드 프린스 같은 작가들이 그렇듯 SNS가 작품 활동의 연장인 줄 알았어요.
전혀 아니에요. 그냥 혼자 그리다 보니 사람들 반응이 궁금해서 올린 것뿐이에요. 처음엔 친구가 잘못 알려줘서 제 사진만 맨날 올렸잖아요, 너무 심하게! 하하하.

어찌 됐든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으니 뿌듯했겠어요.
위로도 되고 고마웠죠. 어쨌든 저는 사람이랑 소통하는 걸 잘했고, 또 좋아했으니까요. 가수도 했고, 연기도 했고, 미싱 도로시로 사업도 했고요. 싸이월드 땐 전체 2위까지 한 적 있어요.

아까 말한 ‘아무도 쳐다보지 말자’의 마음이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 치유된 셈이네요.

저도 모르게 갈망하고 있었나 봐요. 지금은 잘 알죠, 결국 나는 대중을 위해 일할 때 가장 즐거운 사람이란 걸. 그림 그리는 지금도 저한텐 소수의 컬렉터보다 대중이 더 중요해요.

그래서 이번 전시도 무료로 개방한 건가요?
지나가다 휙 들어와서 보고, 앉아도 있고, 사진도 찍으며 사람들이 그렇게 재밌게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림을 그리기 전까진 저도 미술을 되게 어려운 분야로 여겼거든요. 미술관을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누구랑 가야 하는지 신경 썼죠. 그런데 막상 관심을 갖기 시작하니까 괜한 걱정이었더라고요. 저도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의 그런 편견을 좀 깨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은요?

에이, 알 게 뭐야! 하하하. 색안경을 끼고 보든지 말든지 저한텐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아트테이너’를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건 인정하죠?

연예인이기 때문에 그림도 유명해진다? 그 두 가지가 비례한다고 보진 않아요. 결국엔 그림으로 승부를 봐야죠. 솔직히 외국에서 전시를 열고 싶은 욕심도 있거든요. 제가 직접 외국의 작은 화랑들을 돌아다니며 제 그림을 보여주고 전시를 따내고 싶어요. 직접 몸으로 부딪쳐봐야죠.

‘비너스의 탄생’을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한 조각 작품 ‘부부리의 탄생’.
원피스 CH캐롤리나 헤레라(CH Carolina Herrera).

‘비너스의 탄생’을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한 조각 작품 ‘부부리의 탄생’. 원피스 CH캐롤리나 헤레라(CH Carolina Herrera).

‘비너스의 탄생’을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한 조각 작품 ‘부부리의 탄생’. 원피스 CH캐롤리나 헤레라(CH Carolina Herrera).

지금은 세상을 떠난 그녀의 ‘도로시’를 그리워하며 그린 ‘꿈 속의 도로시’. 붓질 하나 없이 오로지 손으로만 작업했다.원피스 버버리(Burberry). 슈즈 지미추(Jimmy Choo).

지금은 세상을 떠난 그녀의 ‘도로시’를 그리워하며 그린 ‘꿈 속의 도로시’. 붓질 하나 없이 오로지 손으로만 작업했다.원피스 버버리(Burberry). 슈즈 지미추(Jimmy Choo).

지금은 세상을 떠난 그녀의 ‘도로시’를 그리워하며 그린 ‘꿈 속의 도로시’. 붓질 하나 없이 오로지 손으로만 작업했다.원피스 버버리(Burberry). 슈즈 지미추(Jimmy Choo).

유년 시절 달동네에서의 추억이 담긴 작품 ‘기억’.원피스 살로니 by 슈퍼노말(Saloni by Supernormal).

유년 시절 달동네에서의 추억이 담긴 작품 ‘기억’.원피스 살로니 by 슈퍼노말(Saloni by Supernormal).

유년 시절 달동네에서의 추억이 담긴 작품 ‘기억’.원피스 살로니 by 슈퍼노말(Saloni by Supernormal).

이번 전시의 주제이기도 한 동명의 작품 ‘Muse of the Wind’. ‘비너스의 탄생’을 반려견 부부리로 재해석했다.원피스 프라다(Prada). 슈즈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이번 전시의 주제이기도 한 동명의 작품 ‘Muse of the Wind’. ‘비너스의 탄생’을 반려견 부부리로 재해석했다.원피스 프라다(Prada). 슈즈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이번 전시의 주제이기도 한 동명의 작품 ‘Muse of the Wind’. ‘비너스의 탄생’을 반려견 부부리로 재해석했다.원피스 프라다(Prada). 슈즈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스카프를 찾은 부부리’의 주인공 부부리는 이혜영의 현재와 희망을 상징한다. 슈트 필립플레인(Philipp Plein). 슈즈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스카프를 찾은 부부리’의 주인공 부부리는 이혜영의 현재와 희망을 상징한다. 슈트 필립플레인(Philipp Plein). 슈즈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스카프를 찾은 부부리’의 주인공 부부리는 이혜영의 현재와 희망을 상징한다. 슈트 필립플레인(Philipp Plein). 슈즈 스튜어트 와이츠먼(Stuart Weitzman).

이혜영은 쿠사마 야요이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그녀의 작품 ‘호박’ 옆에 ‘Heart to Heart’를 설치했다. 원피스, 코트 모두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슈즈 지미추(Jimmy Choo).

이혜영은 쿠사마 야요이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그녀의 작품 ‘호박’ 옆에 ‘Heart to Heart’를 설치했다. 원피스, 코트 모두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슈즈 지미추(Jimmy Choo).

이혜영은 쿠사마 야요이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그녀의 작품 ‘호박’ 옆에 ‘Heart to Heart’를 설치했다. 원피스, 코트 모두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슈즈 지미추(Jimmy Choo).

원피스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원피스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원피스 지암바티스타 발리(Giambattista Valli).

작년에 가나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어요.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지만 전시는 또 다른 영역이잖아요. 어떻게 마음먹게 된 거예요?
갤러리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처음엔 ‘내가 무슨…’ 하면서 거절했죠. 그러다가 가나아트센터에서 제안이 왔는데, 이상하게 그때부터 심장이 막 뛰는 거예요.

그래서 용기를 냈군요.
어차피 제 그림에 대해 사람들이 큰 기대를 갖는 건 아니잖아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게 욕할 것 같진 않더라고요. 다 제 이야기이고 그림일기니까.

맞아요. 남의 일기를 놓고 구성이 이렇고 문법이 저렇고 하며 평가하는 건 우스운 짓이죠.
전 그냥 너무 즐거웠어요. 그래서 전시가 끝나자마자 하루에 10시간씩 또 그리기 시작했죠.

그게 가능해요?
머릿속의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안타까울 지경이었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연예인 활동도 그렇게 미친 듯이 치열하게 했거든요. 저한텐 딱히 특별한 일도 아니죠.

첫 번째 전시가 일기장을 공개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좀 더 본격적이에요. 규모도 훨씬 커졌고요.
진화랑 특유의 코지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더 욕심이 생겼어요. 갤러리를 캔버스 삼아 건물 전체에 그물을 씌웠죠. 주제가 ‘바람’이거든요. 바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표현하려고 거기에 수백 개의 바람개비도 매달았고요.

설치 비용만 해도 상당할 것 같아요.
장난 아니죠. 그런데 어차피 작품 다 뜯어서 팔아도 여기에 들어간 돈은 회수 못해요. 지금처럼 브랜드와 열심히 컬래버레이션하고 모델 일 해서 번 돈으로 전시에 투자할 거예요. 어렸을 땐 옷이나 주얼리를 많이 사는 게 기쁨이었지만, 이제 그런 건 한 100위쯤으로 밀려난 것 같아요. 이젠 돈 모아서 그림 그리고 그걸 전시하는 게 꿈이죠.

브라운관에 복귀할 생각은 아예 없는 건가요?
지금은 그래요. 드라마가 싫은 게 아니라, 그림 때문에 정말로 물리적인 시간이 없어요. 시간을 많이 안 뺏기는 작업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죠. 다음 전시에 필요한 돈을 벌어야 하니까(웃음).

연예 활동이 전시를 위한 아르바이트가 된 거네요. 오늘 함께한 김용호 사진가와는 연예 활동이 본업이던 시절부터 함께해 왔죠?
잡지 모델로 데뷔했을 때 처음 제 사진을 찍어준 분이에요. 그 잡지가 <멋>이었나?

월간 <멋>이오? 와, 추억 돋네요.
제가 19세였을 거예요. 한국에 아직 라이선스 잡지가 안 들어왔을 때죠. 용호 쌤은 그 당시 제일 잘나가는 패션 포토그래퍼였고요. 아유, 그때 얼마나 잘난 척을 많이 했는지. 하하. 농담이에요. 저는 기억 못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너 그거 나랑 찍었잖아”라고.

갓 데뷔한 신인 모델을 기억한 거 보면 상당히 튀는 캐릭터였나 봐요.
못생겨서 그랬나? 키도 작고. 귀여웠겠죠. 그런데 귀여운 애가 멋있는 척을 하니까 웃겼겠지. 그 이후에도 선생님과 정말 많이 작업했어요. ‘라 돌체 비타’ 재킷도 선생님이 찍었고(웃음). 아무튼 전 선생님의 사진이 참 좋아요.

특히 어떤 점이 맘에 들어요?
요즘 포토그래퍼들과 작업하다 보면 좀 그래요. 나는 아닌데 다 오케이래요. ‘나 같지가 않은데 이게 왜 오케이야?’ 그러면 하나같이 포토샵으로 늘리면 된대요. 그렇게 나온 사진 중에 제 맘에 드는 건 거의 없더라고요. 너무 만지니까 꼭 로봇 같고. 다리가 좀 두껍게 나오든, 얼굴이 좀 이상하게 나오든 전 느낌 있는 사진이 더 좋거든요. 생각해 보면 옛날에는 사진 보정 같은 거 아예 안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봐도 그 사진이 더 좋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죠?
괴짜에다 상상력이 풍부해서 그런지 미술대회에 나가면 늘 1등 하고…. 다른 친구들 미술 숙제를 도맡아 해줬죠. 그런데도 우리 엄마는 저를 미술학원에 안 보내줬어요.

왜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요?
그때가 1980년대였는데, 당시엔 ‘여자는 음악 선생님, 남자는 의사’가 최고였거든요.

음악이나 미술이나 같은 예체능이잖아요?
음악은 당시에도 레슨을 받는 사람이 많았어요. 여자들은 피아노 학원 선생님도 많이 했고. 하지만 그림을 그리면 굶어죽는다고 생각한 거죠.

어머니는 지금 뭐라고 하세요?
미안하대요(웃음). 그런데 당시엔 이해가 안 갔대요, 그림으로 대체 어떻게 먹고살지가. 어찌 보면 다 제 운명인 것 같아요. 당시에 엄마가 미술학원을 보내줬다면 의기양양해하다가 금방 포기했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다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편이죠?
인천 수봉산 코앞에 달동네가 있어요. 우리 집은 그 동네에서 유일한 양옥집이었죠. 그땐 제가 부잣집 딸인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 그런데 시내로 나와 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엄마 아빠가 직접 정원을 가꾸고 뒷마당에 돌길을 만들고 그랬어요. 그 길을 쭉 따라가면 뒷산이 나왔죠.

요즘 도시 사람들이 꿈꾸는 거주지네요.
아침에 일어나면 창가에는 나비가 날아와 앉아 있었죠. 새싹이 어떻게 돋아나고 꽃이 어떻게 피는지 다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꽃과 나비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 거군요.
제 그림엔 도시가 거의 없을걸요? 그후로 줄곧 도시에서 살았지만, 전 여전히 그곳이 그리워요.

또 하나 이혜영 작품에 꾸준히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가 반려견 도로시와 부부리죠?

아, 도로시 생각을 하니까 또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키우던 도로시가 죽고 새로 맞은 반려견이 부부리였어요. 암 투병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저한테 도로시와 부부리는 죽음과 삶, 어둠과 빛, 또는 내 과거와 현재를 대변하는 느낌이에요.

같은 반려견인데도 도로시 그림은 슬프고, 부부리 그림은 밝더라고요.
의도한 건 아닌데 그렇더라고요. 관객들도 이런 점을 비교하며 감상하면 재밌을 거예요.

그럼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건 뭔가요? <꿈 속의 도로시>?
맞아요. 도로시가 죽고 너무 보고 싶던 차에 어느 날 꿈에서 딱 만났죠. “도로시!” 하고 부르니까 얘가 딱 뒤돌아보더라고요. 그러고는 그대로 수백 가지의 영롱한 색으로 번지면서 하늘로 사라졌어요. 저는 엉엉 울면서 잠에서 깼고요. 어떻게든 남기고 싶어 바로 스케치북을 찾았죠. 그런데 그 영롱한 색을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한참 멍하니 있다가 ‘아, 난 아직 아니구나’ 하고 낙담하며 접었어요. 그런데도 포기가 안 돼서 나중에 다시 용기를 냈고요. 붓 하나도 안 대고 손으로만 그렸어요. 손톱이 다 나갈 정도로 문지르기도 했고요. 저한텐 남다를 수밖에 없어요.

만약 그 그림을 누가 사고 싶다고 하면 팔 건가요?
아, 그건 안 돼요.

그럼 다른 작품은요?

사실 다른 것도 못 내놓을 것 같긴 해요. 작품을 파는 프로 작가라는 직업의식을 갖고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서 그런지 아직 잘 안 되네요.

작년에 한 인터뷰에서 ‘60세쯤엔 인정받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땐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얘기했는데, 따져 보니 얼마 안 남았더라고요. 난 한 30년 남은 줄 알았지. 하하. 여전히 그렇게만 되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아요.

어떤 작가처럼 되고 싶어요? 아까 프리다 칼로는 떠났다고 했으니까….

프랑스가 사랑하는 작가 니키 드 생팔, 일본이 사랑하는 작가 구사마 야요이처럼 저도 한국이 사랑하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제가 죽은 다음에라도.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고요. 하하.

Credit Info

2016년 10월호

2016년 10월호(총권 83호)

이달의 목차
EDITOR
손안나
PHOTO
김용호
STYLIST
김성일
HAIR
조영재
MAKEUP
고원혜

2016년 10월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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