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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공부하는 사람들

On August 23, 2016 0

신입 사원부터 임원진들까지 ‘퇴사’ 생각 안 해본 직장인들이 과연 있을까? 고민 많은 직장인들을 위한 퇴사 학교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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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라는 화두를 놓고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같이 고민하는 거죠.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를 관둔다는 건 그냥 도피일 뿐이니까. _장수한 퇴사학교 교장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에 사직서를 품은 채 회사를 다닌다. ‘이놈의 회사 때려치워야지.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를 매일같이 되뇌기를 수년째. 하지만 결국은 아무 말도 못하고 묵묵히 일한다. 특별한 대책도 없이 회사를 때려치우면 대출금이나 생활비, 카드 대금은 다 어디서 충당한단 말인가. 퇴사 학교는 이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어른들을 위해 개교했다. 당장의 퇴사를 부추기는 곳이 아니다. 5년 후가 됐든, 10년 후가 됐든 ‘회사를 관두고 싶은데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다’는 이들을 위해 일종의 진로 상담소 같은 역할을 하는 셈.

우선 기초 과목 ‘퇴사학개론’을 수강하면 자동으로 입학 자격이 주어진다. 수업은 매주 일요일에 진행되며, 은평구의 ‘사회혁신센터’와 홍대의 몇몇 카페가 교실로 운영된다. 커리큘럼도 꽤나 체계적. 먼저 퇴사하려는 원인에 대해 분석한 뒤, 다음으로 퇴사를 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나가는 단계를 거친다. 해답을 찾았다면 스타트업, 카페 창업, 창작 활동, 여행 등 각 분야의 전문가 수업을 들으며 그 길이 맞는지 탐색한다. 수업은 2시간 남짓, 수업료는 한 과목당 3만~5만원 선. 현재 약 20명의 강사진에게 300여 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다.

퇴사 학교는 어떤 곳인가요?
꿈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 쉽게 말하면 뒤늦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곳이에요.

퇴사 학교를 개교한 이유는 뭔가요?
저 역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이었어요. SKY 중 한 곳을 졸업했고, 토익·토플·한자 및 각종 자격증 등 스펙도 열심히 쌓았죠. 그런데 회사에 입사한 순간, ‘노답’이란 걸 알았어요. 수평을 외치지만 세계 어디보다 수직적인 계급 체계, 구덩이를 팠다가 다시 메우듯 쓸데없는 업무의 반복. 이렇게 3년이 지나면 대리를 달고, 또 5년이 지나면 과장. 내 미래가 옆에 앉은 상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퇴사를 결심했죠. 이런 고민을 너도 하고 나도 하는데 해결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차린 거예요(웃음).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나요?
기초 과목이 있고 전공 심화 과정이 있어요. 기초 과목은 ‘퇴사학개론’인데, 나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죠. 왜 퇴사를 하고 싶은지, 퇴사하고 무얼 하고 싶은지, 그리고 그걸 모르겠다면 나는 평소에 뭘 좋아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찾아나서는 거죠. 이 과정이 끝나면 내가 어떤 무기를 가지고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탐색해요. 창업, 창작, 여행, 인테리어, 슬로 라이프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돼 있어요.

퇴사학개론을 들으면 쉽게 퇴사를 할 수 있는 건가요?
많은 분이 이 과목을 들으면 ‘난 자신 있게 퇴사할 수 있겠지?’라는 기대를 해요. 하지만 정반대예요. 대부분 ‘퇴사를 하지 말아야겠다’로 바뀌죠.

왜 그런 거죠?

퇴사학개론은 ‘준비되지 않았다면 절대 퇴사하지 말라’는 말로 시작해요. 반대로 말하면 무모한 퇴사를 하지 말라는 얘기죠. 퇴사가 핵심이 아니에요. 퇴사라는 화두를 놓고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같이 고민하는 거죠. 그게 더 중요해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를 관둔다는 건 그냥 도피일 뿐이니까.

맞아요. 저도 늘 생각은 하지만 그 이후가 막막해서…(웃음).
회사 생활이 짜증나는 건 불변의 진리예요. 어쩔 수 없죠. 하지만 배우는 것도 분명히 있어요. 훗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다면 얻어갈 수 있는 것들도 많고요. 그럼에도 못 다니겠다 싶으면, 당장 그만두기보다는 1년 정도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하길 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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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학교의 수업이 열리는 은평구의 사회혁신센터.

퇴사 학교의 수업이 열리는 은평구의 사회혁신센터.

퇴사 학교의 교무실 겸 모회사 ‘언더독소’의 사무실.

퇴사 학교의 교무실 겸 모회사 ‘언더독소’의 사무실.

퇴사 학교의 교무실 겸 모회사 ‘언더독소’의 사무실.

전공 심화 과정에는 어떤 수업들이 있나요?
수제 맥주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김태경 대표가 진행하는 펍 창업, 홍대 ‘소셜팩토리’의 최시준 대표가 전수하는 카페 창업, 퇴사 후 로스쿨 과정을 도와주는 조준성 변호사. 그리고 퇴사 후 자전거를 타고 2년 8개월 동안 세계 일주를 한 부부가 있어요. 그들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여행을 선택했을 때, ‘다녀와서 뭐 먹고 살지?’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죠.

당장이라도 입학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퇴사 학교 홈페이지에서 첫 수업을 신청하면 입학생 자격이 주어지고, 비밀 페이스북 그룹에 초대돼요. 수업 스케줄은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지만, 자세한 사항은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 공지하죠.

시험이나 과제도 있나요?
첫 과제는 ‘내가 누구인지 발견해 오기’예요. 첫 수업을 듣고 그날 밤 당장 내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작성해서 제출하죠. 그런데 잘 안 해 와요(웃음). 보통 일요일에 수업을 하는데, 아마도 다음 날이 월요일이라서 출근 걱정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이 많이 오나요?
제일 많이 오는 계층은 30대 대리급의 직장인들. 퇴사에 대한 생각을 가장 많이 할 때잖아요. 그리고 신입 사원도 많이 와요 근무해 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회사 생활과는 너무 다르니까. 그런 데서 오는 실망감에 고민이 많죠. 40~50대 분들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아, 무엇을 해야 할까?’란 고민이 많아요. 이 고민은 나이를 먹어도 똑같은 것 같아요.

50대 분들도 그런 고민을 하는구나.
20년 동안 회사에 있었으니 그 생활에 안주하며 살았을 테죠. 그동안 이런 고민을 한 번도 안 해보다가, 퇴사가 목전에 닥치니까 막막해지는 거예요. ‘이제 어떻게 하지?’ 정작 본인이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수업을 이수한 이들의 행보는 어떤가요?

각자 제 갈 길을 가요. 하고 싶은 게 모두 다르니까. 30대 후반의 팀장급 회사원이었던 분이 기억나는데, 그분은 원래 1년 뒤 퇴사해서 카페를 창업하려고 준비 중이었어요. 그런데 이 수업을 듣고 용기를 얻어 바로 다음 달에 퇴사를 했죠. 마침 좋은 가게가 나온 데다 그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까 봐 바로 계약했다고 그러더라고요. 1년을 앞당긴 셈이죠.

어떻게 해야 행복한 월급쟁이가 될 수 있을까요?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히 포기하세요. 회사의 운영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상사와 자주 부딪히는 것 등은 어쩔 수 없잖아요. 들고 일어나서 과감하게 바꿀 자신이 없다면 그냥 포기하세요. 그게 속 편합니다. 대신에 조금씩 변화를 주세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칼퇴를 해서 꽃꽂이나 운동 등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라는 얘기죠. 백번 양보해서 그 정도도 못하고 살면 어떻게 회사 다니겠어요. 정 힘들면 퇴사 학교로 오세요. 환영합니다(웃음).

 

이런 책으로 공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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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학교 혁명 _켄 로빈슨
초·중·고 교육에서의 진로 탐색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한 내용.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10대부터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탐색하고 그것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 초일류 사원, 삼성을 떠나다 _티거장
퇴사 학교 교장 장수한이 쓴 에세이집. 왜 우리가 회사 생활을 힘들어하고 답답해하는지에 대한 단상과 회사 생활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이 담겼다. ‘퇴사학개론’의 전체 커리큘럼에 반영하고 있다.

3.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_오연호

퇴사 학교의 롤 모델이 된 덴마크의 ‘시민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 덴마크인들의 직업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다양한 진로 교육이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 퇴사 학교의 진로 교육 과정의 교재로 쓰이는 중이다.

4. 직장인 미래 수업 _제이콥 모건
미래의 직업에 관한 내용으로, 향후 인공 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프리랜서가 늘어날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것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개념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피력한다.
 

퇴사 학교 학생들의 말, 말, 말

대전에서 이 수업을 듣기 위해 주말마다 서울에 올라와요. 회사 기숙사 안에 갇혀 있으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기분이 들거든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리프레시가 되죠. _김OO(31세, 생산직)

회사 생활 20년 차 부장입니다. 뉴스에서 해운업이 어렵다고 난리지만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으로는 건설 업계 불황이 더 심각해요. 회사를 퇴직하더라도 할 줄 아는 게 건설 관련 업무밖에 없어서 더 막막하죠. 퇴사 학교를 통해 인테리어, 보수 관련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_정OO(51세, 건설업)

패션에 관심이 많아 장인에게 기술을 배우려고 했더니 300만원이라는 비용이 들더라고요. 퇴사 학교와 상담한 뒤, ‘그 돈이 지금 당장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시기를 놓치고 몇 년 뒤에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오히려 그것이 시간 낭비다’라는 말을 듣고는 바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어쨌든 그 기술은 저만의 무기가 됐고, 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보고 싶은 용기도 생겼죠. _김OO(29세, PR회사 근무)

중소기업에 다닌 지 10년쯤 됐어요. 저만의 노하우도 어느 정도 터득했고 이제는 개인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처자식 때문에 그러지 못했죠. 수업을 통해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과 정보 공유를 하다 보니 좀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년 후쯤 퇴사해서 창업할 생각이에요. _박OO(39세, IT개발자)

저는 월급이 주는 안정성이 좋아요. 일정 수입이 있어야 다른 걸 하더라도 여유가 있죠. 회사를 다니면서 뭔가 투 잡으로 할 수 있는 걸 알아보는 중이에요. 아무래도 카페나 작은 쇼핑몰 중 하나로 정해질 것 같아요. _최OO(32세, 금융직)
 

Credit Info

2016년 08월 01호

2016년 08월 01호(총권 81호)

이달의 목차
EDITOR
박한빛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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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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