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 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오늘의 인물

스물넷, 정은지

On May 09, 2016 0

당신이 만일 K팝 스타와 언더그라운드 여성 보컬리스트에 대해 각기 다른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정은지의 취향과 캐릭터는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초면에 두 시간 넘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솔로 가수 정은지에 대한 기대는 설렘으로 바뀌었고, 어서 다른 목소리와 장르를 더 내놓으라고 재촉하기에 이르렀다.

3 / 10
/upload/grazia/article/201605/thumb/29717-139858-sample.jpg

 

 

운동을 많이 하나 봐요? 몸이 굉장히 탄탄하네요.
제가 원래 통통했어요. 데뷔 전엔 62kg까지 나간 적도 있죠. 하루에 다섯 끼 먹고, 라면도 한 번에 다섯 개씩 끓여 먹고(웃음). 데뷔 후에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는데, 신인들이라면 한 번씩 겪는 일이에요. 신인 때는 생전 안 해보던 일과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까 엄청 피곤하거든요. 뇌는 피곤하면 배고픈 걸로 인식해서 폭식하게 만들죠. 활동을 쉬는 동안 58~59kg까지 찍어봤는데, 정말 연예인 몰골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또 살을 뺐더니 탄력 없이 늘어져 PT 위주의 운동을 시작한 거고요.

체력에도 도움이 많이 되죠?
네. 최근에 했던 작품 두 편이 완전히 생방송처럼 진행됐어요.
한 번도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몇 번 쓰러지고 나니까 ‘아, 나도 여자구나’ 싶더라고요. 하하하. 체력을 키우려고 운동을 시작한 것도 있어요.

<트로트의 연인> 때 했던 지현우 씨의 인터뷰를 봤어요. 은지 씨 아픈 걸 안쓰러워하면서도 ‘한창 일할 때니까’ 그랬던데요.
그 오빠는… 나랑 참 안 맞아요. 하하하. 잔소리가 심한데, 촬영하는 중에도 엄청 했어요.

은지 씨를 예뻐하나 보죠.
네. 오빠가 처음에는 낯을 가리지만 알게 모르게 정이 많아요.

이번 앨범은 에이핑크의 음악과 달리 어쿠스틱한 느낌이 강하더라고요. 리메이크곡 ‘All for You’나 허각 씨와의 듀엣곡들 연장선상에 있달까?
구구절절한 사랑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건 나이 들수록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맑고 풋풋한 노래를 부르고 싶었죠. 가족에 대한 그리움, 집에 대한 그리움 같은 내용들이오.

타이틀곡 ‘하늘바라기’는 작사·작곡에도 참여했던데요?
아빠가 타향살이를 하세요. 해외에서 건축 일을 하시거든요. 생일 선물로 뭘 해드릴까 고민하다가 아빠에 대한 가사를 써서 보내드렸어요. 그걸 대표님이 보고는 “야, 이걸로 하자. 이거 좋다” 하신 거예요. 제겐 굉장히 의미 있는 곡이죠.
 

보컬 트레이너를 꿈꾸다 오디션 보고 갑자기 데뷔했다고 들었어요. 왜 가수가 아니라 트레이너를 목표로 한 거예요?
정확히는 ‘노래하는 사람’이 꿈이었어요.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한량처럼 노래만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죠. 트레이너는 엄마한테 보여주기 위한 꿈이었어요. 노래로 어떻게 먹고사느냐기에 어떤 직업이 있나 찾아본 거죠. 솔직히 그때만 해도 가수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TV에 나오면 자유롭게 노래를 못할 거라 생각했죠. ‘너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이런 마음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 친구들이 방송 보면서 ‘얘는 어떻고 쟤는 어떻고’ 품평하는 걸 보면 가수들이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애들 가르치고, 짬나는 시간에 노래하고, 돈 좀 벌고(웃음), 그렇게 살고 싶었죠.

아이러니하네요. 그런 사람이 ‘TV에 나오는 가수’가 된 지 5년이나 됐으니.
진짜 신기하다니까요(웃음). 가끔 자고 일어났는데, 서울인 게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꿈꾸다 눈을 뜨면 내가 침대 위에 누워 있어 놀라기도 하고. 부산 집엔 침대가 없거든요. 하하.

동생을 업어 길렀다던데, 만일 동생이 아이돌을 한다면 어떨 것 같아요?
반대는 안 해요. 그런데 주변에 데뷔 못한 친구들이 꽤 있거든요. 누구는 아직 데뷔를 못해 속상해하고, 누구는 안 돼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그런 걸 눈으로 보니까 겁날 때도 많아요. 특히 아이돌은 어릴 때 데뷔를 하잖아요. 그 친구들이 이제 스물넷인데 ‘벌써 스물넷’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 안타깝죠.

잘나가는 아이돌도 행복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더라고요.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아요. 화려한 직업이잖아요. 활동기와 비활동기 때의 감정 기복이 큰 친구들은 제게 이런 얘길 하더라고요. 팬들이 환호하는 무대 위에 있다가 혼자가 되면 그 장면들이 희미해질 때가 있다고, 지금 내 상황이 아니라 어렴풋한 과거처럼 느껴진다고요. 듣다 보면 ‘무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저도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어쨌든 믿음이 있거든요. 종교가 아니라 ‘나는 계속 노래를 할 거야’라는 믿음이오. 그게 도움이 돼요. 한동안 저도 뭔가 허하고 불안했어요. 그럴 때마다 강박같이 ‘잘될 거야, 잘될 거야’ 이러다 보니까 오히려 더 미치겠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생각했죠. ‘그래, 흘러가는 대로 두자. 나중에 뭐 카페를 차리더라도 거기서 노래하면 되겠지.’

사생활이 자유분방한 아이돌도 많은데 은지 씨는 별다른 스캔들이 없어요. 왜 그렇게 조용한 거예요?

저는 반짝거리는 곳엔 잘 안 가거든요. 같이 일했던 사람, 고생했던 사람들 만나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주로 누구를 만나서 얘기해요?
같이 뮤지컬 했던 언니들. 함께 공연을 하면 굉장히 끈끈해져요. 무대 위에서 ‘아차’ 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럴 때 서로 서포트를 해주니까. 그게 진짜 매력적이에요. 첫 뮤지컬이 <리걸리 블론드>였는데, <응답하라 1997> 끝나고 바로 이어져서 초반에 단체 연습을 많이 빠졌어요. 뮤지컬 처음 하는 애가 덜컥 주인공을 맡았는데 불성실해 보인다고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언니들이 와서 “은지야, 여기선 이렇게 바뀌었고 여기는 이렇게 됐으니까 기억해 놔” 그러는 거예요. 제가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죠. 연습 쉬는 날에도 저 때문에 조연출 언니들이 나와서 도와주고. 관계가 끈끈해지니까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언니들 보면 마음이 편해졌어요. 좋은 인연을 많이 얻었죠.

예전 집은 부산 어느 쪽에 있었어요?
센텀시티 바로 옆에 엄청 언덕이 높은 동네가 있는데, 그곳에 살았어요. 오디션 때 실장님이 제 다리를 보고 “학교가 산에 있어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아, 나 떨어졌구나’ 하고 속 편하게 불렀죠. 그때 붙어서 가수가 됐어요. 그런데 실제로 학교가 산에 있었어요. 경사가 가팔라서 눈 오면 학교를 못 갔을 정도예요. 쌀 포대 타고 놀고. 지금은 관리를 받으니까 괜찮아졌는데, 그때는…. 많은 여학생이 공감할 거예요, 다리에 ‘하트’가 있다는 걸. 제 다리에도 사랑이 넘쳤죠. 하하하.

데뷔하고 가장 기뻤던 때는 언제예요?
집안 빚 다 갚았을 때. 저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어요. 요즘엔 약간 믿음이 흔들려서 『시크릿』을 다시 읽고 있긴 한데(웃음). 아침에 “엄마, 용돈” 했을 때 지갑이 텅텅 빈 걸 워낙 많이 봤고, 엄마가 우는 것도 수시로 봤기 때문에 돈 벌면 빚 갚고 걱정 없이 살게 해줘야지란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타이밍이 온 거예요. 조금씩 이자 갚고 원금 갚고 하다 보니. 그게 재작년 제 생일 때였어요. 엄마가 신혼여행 후로 제주도에 다시 못 가봐서 다 함께 제주도로 여행 갔죠. 아이 낳으면 산모들이 미역국 먹잖아요? 그래서 엄마한테 밥상을 차려드리고 통장을 내밀었더니, 대성통곡하시는 거예요. 같이 부둥켜안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니트 톱 로우클래식(Low Classic). 쇼츠 이스트쿤스트(Ist Kunst). 반지 모두 스타일러스(Stylus).

니트 톱 로우클래식(Low Classic). 쇼츠 이스트쿤스트(Ist Kunst). 반지 모두 스타일러스(Stylus).

니트 톱 로우클래식(Low Classic). 쇼츠 이스트쿤스트(Ist Kunst). 반지 모두 스타일러스(Stylus).

롱 셔츠 질 샌더(Jil Sander). 데님 스커트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반지 스타일러스(Stylus).

롱 셔츠 질 샌더(Jil Sander). 데님 스커트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반지 스타일러스(Stylus).

롱 셔츠 질 샌더(Jil Sander). 데님 스커트 럭키슈에뜨(Lucky Chouette). 반지 스타일러스(Stylus).

이런 딸 낳아야지(웃음). 배우 정은지를 기다리는 팬도 많아요. 여자 역할이 드물다 보니 <응답하라> 시리즈가 끝나면 매번 남자 배우들에게만 시나리오가 쏟아지는 게 안타깝더라고요.
저는 그다음 작품도 좋았어요.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하면서 선배들 보며 많이 배웠거든요. 제 연기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지만요. 사투리로 연기하다가 처음 표준어로 말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그때 마침 뮤지컬을 하고 있어서 말투가 좀 이상해진 거예요. ‘지금 내가 말하는 게 표준어일까, 사투리일까?’ 이런 노이로제가 생기니까 말 한마디 내뱉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지나고 나서 영상을 볼 때마다 후회되더라고요. ‘부끄러움을 깨고 더 열심히 할걸.’

영상을 일부러 찾아본 거예요, 복습 차원에서?
그렇죠. 계속 봐요.

근성 있다. 하하. 원래 집요한 성격이에요?
되게 집요해요. 제가 신경 쓰는 것들에 대해선.

남자 친구 생기면 부모님에게 소개시키나요?
아유, 학생 때는 상상도 못했죠. 아예 외출 자체가 금지였거든요. 데뷔 무렵 한 번 고백한 적은 있어요. “엄마, 나 사실 남자 친구가 있는데 서울에 올라온 뒤로 사이가 안 좋다.” “이 미친 가시나가, 언제(웃음)?” 엄마는 물 샐 틈 없이 관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쇼크였나 봐요.

공부는 잘했어요?
좋아하는 과목만. 얼마 전에 부산 가서 동생이 이차방정식, 루트 이런 거 보고 있기에 제가 슬쩍 풀어봤죠. “야, 이거 맞제? 루트 이거 9/4 이거 3/2 루트 날아가고 이래 된다 아이가?” 그러니까 동생이 “누나, 그래도 영 안 한 건 아니었나 보네?” 이러는데 자존심 너무 상하는 거예요. 하하하. 동생이 지금
제 자습서를 쓰고 있거든요. “누나, 앞에는 되게 빽빽한데 뒤는 와 이래 뭐가 없노?” 하기에 그랬죠. “원래 다 그런 기다. 니 나중에 고등학교 가서 『수학의 정석』 보면 집합만 빼곡할 기다.”

방금 <응답하라 1997>을 라이브로 본 것 같아요! 가족끼리 정이 많네요. 그러다 헤어질 때 또 울고?
헤어질 때는 엄마가 항상 울어요. ‘새끼손가락’ 가사가 엄마를 생각하며 쓴 건데, 기차를 타고 떠나올 때 본 모습이죠. ‘눈을 감았다 뜨면 멀어져 있고 다시 감았다 뜨면 보이질 않아.’ (엄마 흉내) “진짜가? 그 가사 내가?”

요즘은 어떤 노래 들어요?
악동뮤지션의 ‘200%’랑 ‘얼음들’. 봄이니까요(웃음). 제시 제이 곡을 워낙 좋아해서 매일 듣고요, 데미안 라이스의 ‘엘리펀트’, 브아솔 선배들의 ‘담배가게 아가씨’, 에디킴의 ‘팔당댐’, 제인(Zayn)의 ‘It’s You’, 선우정아 선배, <태양의 후예> OST도 계속 들어요.

<태양의 후예> 봤어요?
다 봤지 말입니다! 하하하. 너무 재밌어요. 그리고 심규선 씨 앨범 중 ‘사이’라는 곡이 있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친한 소수빈이 듀엣을 했어요. 그 친구 목소리가 굉장히 좋아요. “누나, 내가 진짜 열심히 해서 데뷔하면 같이 노래 부르자” 그랬는데 아직 이루지 못했죠. 제가 엄청 아끼는 후배인데, 저한테 비밀이 없어요. 이렇게 표현하면 확 와 닿을 텐데, 똥 굵기가 얼마만 한지도 얘기해요. 으하하.

소수빈의 목소리가 은지 씨와 정말 잘 어울리네요. 취향도 그렇고, 목소리도 그렇고, 은지 씨가 아예 상업성을 떠나 낮게 읊조리는 음악을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게 원래 제가 하고 싶었던 음악이에요. 지금 하는 장르도 재밌지만요.

서른이나 마흔에 해도 되죠, 뭐. 저 서른 살에 <서른 즈음에>로 앨범 내고 싶어요.
딱 그 나이 즈음에 그런 노래로 앨범 내면 기분이 묘할 것 같아서요.

그 노래 감성은 사실 마흔이 돼야 온전히 알 수 있는데….
지금도 부르고 싶은 걸 참고 있는데, 20년을 참으라고요. 너무 오래 기다리잖아!
 

당신이 만일 K팝 스타와 언더그라운드 여성 보컬리스트에 대해 각기 다른 선입견을 갖고 있다면, 정은지의 취향과 캐릭터는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초면에 두 시간 넘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솔로 가수 정은지에 대한 기대는 설렘으로 바뀌었고, 어서 다른 목소리와 장르를 더 내놓으라고 재촉하기에 이르렀다.

Credit Info

2016년 05월 01호

2016년 05월 01호(총권 76호)

이달의 목차
WORDS
이숙명(프리랜스 에디터)
PHOTO
김영훈
HAIR
유미(Rue 710)
MAKEUP
염가영(Rue 710)
STYLIST
박만현, 김미현
CASTING
이윤준
ASSISTANT
한선경, 김경선, 강석영

2016년 05월 01호

이달의 목차
WORDS
이숙명(프리랜스 에디터)
PHOTO
김영훈
HAIR
유미(Rue 710)
MAKEUP
염가영(Rue 710)
STYLIST
박만현, 김미현
CASTING
이윤준
ASSISTANT
한선경, 김경선, 강석영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