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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시즌을 나누나요?

On March 09, 2015 0

계절 구분이 모호해졌다는 건 날씨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24시간, 365일 ‘핫’한 것만 원하는 패션계에서도 시간은 우리가 아는 것과 조금 다르게 흐르고 있다.

봄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는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는 봄과 여름을 건너뛰고 가을/겨울 옷이 현란한 캣워크 위에 오르고 있다. 그렇다. 지금은 패션계가 가장 바쁜 ‘2015 F/W 패션위크’ 기간이다. 인스타그램에는 끝도 없이, 쉼도 없이 새 컬렉션 사진이 올라온다. 지루한 겨울의 끝자락에 벌어진 패션 이벤트는 하루하루가 새롭고 신기하다. 하지만 이 옷들을 실제로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시점은 7월 즈음. 지금으로부터 무려 5개월 뒤다. 지금 내 맘을 훔쳐간 그 예쁜 아이들이 그때쯤 되면 고조선 의상처럼 과거의 옷이 된다.

최신 상영작이 며칠 만에 IPTV에 뜨고, 노래 한 곡을 다운받는데 몇 초도 안 걸리는 세상에서 패션의 주기는 우리의 인내심을 실험한다. “패션계라고 가만히 있을 순 없죠. 그건 곧 진부해지는 길이니까요. 분명 새로운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패션계의 캘린더도 변할 거예요.” 2년 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디자이너 조나단 선더스가 한 말은 적중했다. 브랜드들은 저마다 프리(Pre-) 컬렉션, 즉 ‘리조트’와 ‘프리폴’을 강화하며 S/S와 F/W 사이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이마저도 성에 차지 않는 몇몇 디자이너는 캡슐 컬렉션을 내놓으며 컬렉션 공개와 동시에 매장에 새 제품을 풀어놨다.

“그의 컬렉션은 쇼 직전에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아요. 하지만 쇼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날부터 전 세계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쇼 의상으로 바꾸죠. MD들은 쇼 전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프린트 티셔츠’, ‘로고 스커트’ 이런 식의 이름만 보고 제품을 오더하죠.” 여기서 ‘그’는 최근 가장 잘나가는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이다. 그가 디자인한 ‘인기 만발’의 모스키노 캡슐 컬렉션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쇼 직후 판매를 시작한다. 그 바람에 MD들은 모두 작두 탄 박수무당처럼 100% ‘감’으로 제품을 오더한다. 물론 이런 스피드를 고객들은 좋아하고, 판매에도 큰 공을 세운다.

“지난 5년간 프리컬렉션은 눈에 띄게 성장해 왔어요. 패스트 패션의 발생은 사람들이 예전보다 패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새로운 것들을 더욱 자주 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 욕구의 결과물이죠.” 영국 <그라치아>의 패션 디렉터 수재나 프랜켈의 말이다. 프리컬렉션은 정규 컬렉션보다 더 현실적이고 자유롭다. 태생이 추운 겨울에 따뜻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부유한 고객들을 위한 옷인 만큼, 리조트 컬렉션은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입을 아우터부터 여름 날씨의 나라에서 입을 수영복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프리컬렉션 안에서 시즌은 모호하다. 더욱이 로에베나 베르사체 같은 경우 시즌은 물론 성별까지도 모호하다. 모호하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을 타깃으로 한다는 뜻! 그 덕에 상업적인 면이 부각된 프리컬렉션이나 캡슐 컬렉션의 경우 정규 컬렉션보다 월등히 높은 매출을 올리는 중이다. 수많은 매장에서는 예산의 70%가량을 프리컬렉션과 캡슐 컬렉션 구입에 쓴다.

“이유는 간단해요. 매장이 1년 내내 입을 수 있는 종류의 옷들로 채워져 있어야 되니까요.” 영국 쇼핑몰 매치스패션(matchesfashion.com)의 창립자 루스 채프먼이 최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덧붙여, “정규 쇼가 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위한 것이라면, 프리컬렉션은 쇼에서 얻은 추진력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러한 의상들은 계절을 초월할 필요가 있죠. 우리 같은 온라인 쇼핑몰은 50%가 해외 고객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들이 플로리다에 살 수도 있고 모스크바에 살 수도 있죠. 어떤 옷이든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곳은 항상 있으니까 디자이너들은 더 이상 시즌에 맞춰 디자인할 필요가 없죠”라고 했다

‘빠름, 빠름’을 외치는 고객들에게 맞추는 방식으로 디자이너들은 패션 캘린더를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그들은 S/S에도 퍼 코트를 내놓고, F/W에도 수영복을 선보인다. 그러는 사이에 프리컬렉션과 캡슐 컬렉션은 사계절을 아우르는 옷을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패션 시차 자체를 없애버렸다.

“저희는 과거의 패션 달력을 타파하고, 계절을 초월한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래비티의 디자인팀처럼 요즘 신진 디자이너들은 과거의 시즌 구분 대신 브랜드의 정체성이 드러난 ‘캐리 오버’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그들은 자라나 H&M처럼 2주 단위로 새 옷이 나오는 하이 스트리트 패션과의 속도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 또한 우리에겐 새로운 패션 시차다. 이제 매장에 가서 섣불리 '신제품'을 운운하지 말자. 그것처럼 맞추기 힘든 것도 없을테니.


2015년, 모스키노의 쉴 틈 없는 스케줄을 공개합니다!

 

EDITOR : 김민정
PHOTO : Imaxtree

발행 : 2015년 50호

계절 구분이 모호해졌다는 건 날씨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24시간, 365일 ‘핫’한 것만 원하는 패션계에서도 시간은 우리가 아는 것과 조금 다르게 흐르고 있다.

Credit Info

2015년 03월 02호

2015년 03월 02호(총권 50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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