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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덕질'의 즐거움에 흠뻑 빠진 30대들에게 보내는 충고.

여자를 망치는 최악의 취미

On June 24, 2014 0

뒤늦게 ‘덕질’에 빠진 그녀들에게 [그라치아] 피처 디렉터가 충고한다.“도망쳐! 진짜 연애하고 싶으면 아무리 귀여워도 눈 딱 감고, 커튼콜의 감동같은 건 꿈이라고 생각해!”

  • 발행 : 2014년 32호

화장품 팬톤 컬러 코드를 구별할 기세로 미세한 디테일을 잡아내는 화장품 마니아들.
맛집 탐방 먹는 순간의 즐거움은 물론, SNS에 올리는 인증 샷까지 맛집 탐방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

“권지용 오빠 사도 돼?” 지난주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평소 지드래곤만 보면 얼굴을 붉히는 하루가 던진 귀여운 질문. 아빠인 타블로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권지용은 안 돼. 아빠 카드로는 한도 초과야.” 아아, 그 순간 타블로의 대답에 흠칫한 언니들 많았을 거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어 순식간에 퍼져나간 ‘여자를 망치게 하는 3대 취미’라는 게시물에도 비슷한 탄식이 넘쳐났다. 여자 회원들의 폭풍 공감을 불러일으킨 세 가지 취미는 바로 화장품과 맛집 탐방 그리고 ‘덕질’이었다.

그중 가장 치명적인 취미로 꼽히는 건 다름 아닌 ‘덕질’. 화장품이나 맛집 탐방 쪽이 훨씬 대중적이지만, 빠져들면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다는 게 이유다. 일단 ‘덕질’은 돈이 든다. 그 대상이 뭐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훨씬 많이, 자주 지르고 있다. 권지용을 사는 것까진 애초에 바라지도 않는데 말이다. 아, 돈만 드는 거면 차라리 나을까. 더 무서운 건 순식간에 시간이 사라진다는 점.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니 이런 투정조차 어불성설이지만.

그렇다고 ‘덕질’을 철없는 10대 소녀들의 놀이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20대는 물론이고, 요즘 30대 언니들에게도 덕질은 가장 흔한 취미 생활이다. 하루처럼 당당하게 묻는 대신 일상생활에선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며 인터넷뿐 아니라 현장을 누비는 40대나 50대 언니들도 드물지 않다. 하긴 입사 서류도 아니고 애당초 취미 생활에 무슨 나이 제한이 있겠느냐마는. 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부작용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덕질이 주는 기쁨과 즐거움의 대가는 단순히 돈과 시간뿐이 아니다. 특히 아이돌이나 뮤지컬 덕질이 위험하다고 꼽히는 이유기도 한데, 가장 큰 딜레마는 현실의 남자들과 거리감이 커져 간다는 것. 남자도없고 외로워서 빠져들었다가 빠질수록 더 남자가 없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덕질 덕질의 대상은 무궁무진하지만 너무 깊이 빠져들면 연애마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아이돌이나 뮤지컬 덕질이 위험하다고 꼽히는 이유다.

30대 초반의 ‘뮤덕’(뮤지컬 덕후) 3년 차, 연극과 공연을 두루 좋아하지만 ‘본진’일 경우 종종 ‘올공’(공연 전 회 감상)을 뛴다는 후배를 보며 가장 궁금했던 것도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이었다. “티켓 값은 어떻게 감당해? 대체 연애는 언제 하고?” 그녀는 대답했다. 각종 할인을 받아도 한 달에 보통 100만원을 넘기지만, 오직 뮤지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있기에 그 기회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하지만 회사 업무 마치고 공연을 보러 가려면 저녁도 굶어야 할 판이어서 솔직히 연애할 시간은 점점 사라져 간단다. 경제적으로 자립한 커리어 우먼이자 스스로를 15년 차 덕후라고 말하는 또 다른 친구는 단호하게 말했다. “덕질을 하면 점점 연애하기가 힘들어져. 연애하려면 아예 덕질을 시작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내 15년 덕질의 결론이야.”

일본 아이돌 팬질로 처음 ‘입덕’해 6년 차 정도까진 ‘팬질’과 연애를 병행했던 것 같다며 나름 냉정한 분석을 한 그녀는 어느 순간 남자와 연애 초기 어색한 시간을 견디는 대신 자꾸 ‘모니터 남친’, ‘공연장 남친’에게 도망가고 싶어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들과 진짜 연애를 해보겠다는 맹랑한 꿈을 꾼 건 절대 아니다.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가 연애에 소원해지듯, 그 대상이 하필 덕질이었고 어느덧 일상이 되었을 뿐. 그래도 설마 이렇게 오랜 시간, 심지어 인생의 절반 가까이 덕질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던 그녀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덕질은 언제든 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음먹은 대로 끊어지질 않네.”

가장 곤란한 대목은 이 부분이다. 덕질의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좀처럼 없다는 점, 연애가 아닌 덕질에는 헤어지고 말고가 없다는 점이다. 애초부터 혼자 시작했으니 끝도 직접 내야 하는데, 좋아하는 행위 자체가 습관이 되고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 되면서 굳이 끝낼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 기적처럼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라도 나타나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좀처럼 연애할 시간도 안 내는데 그런 일이 생길 리가 만무하다. 게다가 사람이 모이는 곳엔 새로운 인간관계가 생기기 마련이어서, 같은 취향으로 뭉친 친구들로 인해 더욱 덕질에 빠져들게 된다.

“사회생활 하면서 알게 되는 사람들은 어딘가 벽이 있기 마련이잖아. 그런데 덕질을 하며 만난 이들은 취향 하나로 뭉쳐서 그런지 친밀감이 높고 꼭 어린 시절 친구 같은 느낌이 들거든. 그러다 공연장이나 팬 사인회에서 배우가 먼저 알아봐 주는 단계에 이르거나, 인터넷 팬 커뮤니티에서 나름 인지도가 생겨 ‘네임드’라도 되면 ‘탈덕’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목표는 올해도 ‘탈덕’이다. 마치 “나 진짜 살 뺄 거야. 오늘까지만 먹고”라고 말하는 습관성 다이어터처럼 몇 년째 목표가 똑같다는 게 문제지만. 물론 이렇게 구박하면 소심한 반박이 되돌아온다. “좋은 걸 어쩌겠어. 그래도 이건 취미니까, 언젠간 서서히 멀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EDITOR : 박소영
PHOTO : 김영훈

발행 : 2014년 32호

뒤늦게 ‘덕질’에 빠진 그녀들에게 [그라치아] 피처 디렉터가 충고한다.“도망쳐! 진짜 연애하고 싶으면 아무리 귀여워도 눈 딱 감고, 커튼콜의 감동같은 건 꿈이라고 생각해!”

Credit Info

2014년 06월 02호

2014년 06월 02호(총권 32호)

이달의 목차
EDITOR
박소영
PHOTO
김영훈

2014년 06월 02호

이달의 목차
EDITOR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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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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