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 스토리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FOOD

자연의 시간에 맞춘

법송 스님의 사찰 음식 이야기

On October 29, 2015

3년여간 <에쎈>의 인기 칼럼이었던 ‘법송 스님의 참 쉬운 요리’의 음식을 한 권에 담은 <법송 스님의 자연을 담은 밥상>을 최근 출간하였다. 이 책의 의미를 법송 스님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곧 김장철이 다가옵니다. 영선사 앞마당에는 시주받은 배추와 무로 가득 찰 테지요. 계절이 변할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 보내주는 직접 키운 채소를 받는 날이면 어떻게 조리해서 먹을지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남는 것은 깨끗이 밑 손질해 냉동실에 두거나 햇볕에 말려 보관하거나 저장 음식을 해둡니다. 정성이 깃든 채소를 허투루 버릴 수 없기 때문이지요.”법송 스님이 요리를 하게 된 계기도, 자신 있게 사찰 음식을 소개할 수 있게 된 것도 바로 절기마다 전국 각지에서 보내오는 식재료 때문이다.

한번 받는 식재료는 박스 째로,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양이다. 식재료를 일일이 다듬고, 똑같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지만 물리지 않게 다양한 맛을 내는 것은 물론, 식재료 하나 버려지는 일 없도록 저장하기까지, 20여 년간 끊임없이 해온 일이다. 영선사 큰스님에게 사찰 음식을 배웠던 법송 스님은 동국대와 사찰음식교육관 향적세계에서의 강의뿐 아니라 <에쎈>에서 3년간 연재를 통해 사찰 음식을 전파했고, 독자에게 큰 호응을 받아 <법송 스님의 자연을 담은 밥상>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법송 스님의 음식이 독자에게 흥미를 끈 이유는 마트나 재래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지금껏 보아왔던 사찰 음식 레서피와는 아주 조금 다른 점을 엿볼 수 있어서다. 물론 사찰 음식에서 금하는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차가운 성질의 식재료로 조리할 때는 항시 몸을 데워주는 식재료를 함께 곁들이며,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자연의 순리에 맞춘 음식을 내는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사찰 음식이라고 해서 맛이 맹숭맹숭하지 않다. 그렇다고 화려하지도 않다.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계절의 맛을 담는 것이 법송 스님의 음식이다. 
 



“맛의 비결은…, 특별한 것 없는데….” 고민을 잠시 하더니, 법송 스님이 대답을 한다. “가죽나물을 많이 사용해요.” 고기나 멸치로 국물을 내지 않는 사찰 음식에는 말린 참가죽나물이 감칠맛과 단맛 등 깊은 맛을 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단맛은 직접 곤 조청으로 내기도 하지만, 사과즙이나 배즙으로 단맛을 낸다. 사과즙과 배즙은 바로 사용하지 않고 소금을 약간 넣어 실온에서 하루 이틀 숙성시키면 맛이 둥글둥글해진다. 고추장은 참가죽나물 우린 물을 넣고 볶은 고추장만을 사용한다. 고추장 특유의 군내를 없애기 위해서다. 들기름을 음식에 많이 사용하는데 볶지 않은 들깨로 짠 들기름만을 사용한다. 볶은 들깨로 짠 들기름보다 향은 덜하지만 색깔이 맑고 맛도 더 깔끔하다.
 



“봄에는 산과 들에서 얻는 재료를, 여름에는 밭에서 얻는 재료를, 가을에는 산과 들 그리고 밭에서 자라는 재료를, 겨울에는 저장 음식을 먹지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신장이 약해지니 매운 것을 적게 먹는 것이 좋아요. 여름에는 고추를 매일 10개씩 먹었지만, 햇생강이 나오는 지금은 생강으로 매운맛을 채웁니다.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데워줄 뿐 아니라 무와 시래기 등 제철 식품과 맛 궁합도 잘 어울립니다. 이처럼 신비롭게도 사람은 자연의 이치와 순리에 맞는 생활을 하게 되어 있지요.”

무엇보다 법송 스님은 자연의 시간에 맞춘 음식을 섭취하라고 강조한다. 봄에는 쓴맛이 나는 봄나물이 지천에 널려 있다. 익히 알고 있듯 춘곤증에는 봄나물만 한 약이 없다. 여름에는 비타민 가득한 채소들이 많다.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는 데에는 고추만 한 것이 없을 것이다. 가을과 겨울에는 뿌리채소와 해조류, 묵나물을 먹기 시작한다. 신장이 약해지는 계절인 만큼 검은색 음식은 신장을 튼튼하게 해준다. 사계절을 나눠 그 계절에 먹으면 좋은 음식을 담은 책을 출간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루에 한 끼라도 제철 음식을 사람들이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법송 스님의 자연을 담은 밥상> 책에는 소개되지 않은 이 가을에 꼭 먹어야 할 음식 2가지
생강만두

시간 50min 분량 만두 30개 기준 
재료 생강 300g, 표고버섯 10개, 잣 100g, 들기름 6큰술, 간장·참기름 2큰술씩, 만두피 30개, 소금 약간 

만들기
1. 생강은 아주 가늘게 채 썰어 들기름 3큰술과 소금으로 간한다. 그리고 들기름 3큰술을 팬에 두르고 생강을 넣어 노릇하게 볶는다.
2. 표고버섯은 아주 곱게 채 썰어 간장과 참기름에 밑간한 뒤 팬에 노릇하게 볶는다.
3. 잣은 곱게 다진다.
4. 모든 재료를 볼에 담고 고루 섞어 소를 만든다.
5. 만두피에 소를 아주 약간 넣고 접어 납작하게 만든다.
6.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노릇하게 굽는다.  

호박잎밥

시간 1hr 분량 4인분 
재료 쌀 2컵, 호박잎 300g, 호박 ¼개, 당근 70g
양념 가을 늦고추 5개, 된장·참기름·깨소금 2큰술씩, 간장 1큰술 

만들기
1. 쌀을 깨끗이 씻어 30분 정도 불린다. 
2. 호박잎은 앞뒤로 깨끗이 씻어 잘게 으깬다. 
3. 호박, 당근, 고추는 곱게 다진다.
4. 전기밥솥에 쌀을 담고 불린 쌀의 1.2배 정도의 물을 부은 다음 호박잎과 호박, 당근을 쌀 위에 얹고 밥을 짓는다. 
5. 양념장 재료를 모두 섞어 만든다. 

6. 호박잎밥에 양념장을 곁들여 낸다.

3년여간 <에쎈>의 인기 칼럼이었던 ‘법송 스님의 참 쉬운 요리’의 음식을 한 권에 담은 <법송 스님의 자연을 담은 밥상>을 최근 출간하였다. 이 책의 의미를 법송 스님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Credit Info

기획
양연주 기자
사진
최해성
디자인
김다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