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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교수의 음식과 윤리

‘빈부귀천’ 없는 음식, 떡국

On February 04, 2015 0

어린 시절 설날은 일 년 중 가장 기쁜 날이었다. 먹을거리가 풍성한 추석보다도 설날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이유는 바로 세뱃돈, 그 두둑한 주머니에 있었다. ‘빈부귀천’의 ‘빈’도 ‘부’가 되는 듯 풍족한 기분이 드는 날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의문이 생긴다. 왜 ‘빈부귀천’이지? 가난할 ‘빈’에 부유할 ‘부’, 그렇다면 천할 ‘천’에 귀할 ‘귀’로 ‘빈부천귀’라 해야 순서가 맞지 않나? 설날에는 떡국을 먹는다. 가난하건 부자건, 왕이건 백성이건 똑같이 떡국을 먹는다.


어린 시절 설날은 일 년 중 가장 기쁜 날이었다. 먹을거리가 풍성한 추석보다도 설날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이유는 바로 세뱃돈, 그 두둑한 주머니에 있었다. ‘빈부귀천’의 ‘빈’도 ‘부’가 되는 듯 풍족한 기분이 드는 날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의문이 생긴다. 왜 ‘빈부귀천’이지? 가난할 ‘빈’에 부유할 ‘부’, 그렇다면 천할 ‘천’에 귀할 ‘귀’로 ‘빈부천귀’라 해야 순서가 맞지 않나? 설날에는 떡국을 먹는다. 가난하건 부자건, 왕이건 백성이건 똑같이 떡국을 먹는다.

‘떡이 별 떡 있지 사람은 별 사람 없다’는 말도 있는데, 하물며 똑같은 떡국을 먹는 사람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 수 있겠는가? 떡국을 먹고 똑같이 나이도 한 살씩 먹는데 왕이 먹는 나이는 귀하고 백성이 먹는 나이는 천하겠는가? 똑같이 떡국 먹는 날, 차이는 물론 차별 또한 없다.혹여 묵은해에 차이와 차별이 있었더라도 잊어버리고 새 마음으로 시작하자는 새해 첫날이 바로 ‘설’이다. 어린 시절 세뱃돈의 빈부차가 어느 정도 있다 한들 아이들의 행복하고 풍요로운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떡국에 넣는 가래떡의 어원은 ‘갈래떡’이다.  


하나에서 둘 이상으로 갈라져 나왔다는 ‘갈래’의 뜻이 담겨 있다. 가족도 한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갈래 아니던가. 갈래가 함께 모여 앉아 나눠 먹는 ‘갈래떡’. 이 나눔이야말로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된 음식 윤리의 원형이다. 가족의 나눔으로 가정이 더 풍요로워지니 ‘빈’과 ‘부’의 본질적인 나눔의 차이가 사라진다. 차례상에 밥 대신 떡국을 올리고 식구들은 떡국을 음복한다.

음복이란 ‘복’을 마신다는 뜻. 본래는 차례상의 술을 마시는 것을 가리켰지만 음식을 나눠 먹는 것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다시 말해 떡국 먹는 풍습은 복을 받고자 하는 데 뿌리가 있다. 긴 가래떡을 나눠 먹으며 식구들의 장수를 기원한다. 오래 사는 복인 ‘수복(壽福)’은 ‘오복’ 중 으뜸이기도 하다. 복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행복의 또 다른 모습, 그래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세배를 한다.
 

그러니 가래떡과 떡국에는 최고선인 행복을 향한 음식 윤리의 핵심 요소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렇게 윤리적인 행복이 담긴 한 그릇을 모두 공평하게 나눠 먹는 날이 설이다. 여전한 궁금증, 왜 ‘빈부천귀’가 아니고 ‘빈부귀천’일까? ‘귀’에는 신분이 높다는 뜻 외에 아주 보배롭고 소중하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왕이든 백성이든 똑같이 떡국을 먹으며 똑같이 나이를 먹는 설날.

신분이 높은 왕보다 비록 가난한 백성이지만 더 보배롭고 소중하다는 의미에서 ‘귀’를 ‘천’보다 먼저 내세운 것 아닐까? ‘빈’을 ‘부’보다 앞세우고, ‘귀’를 ‘천’보다 앞세운 것은 돈보다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고 ‘사람 위에 사람 없음’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 아닐까? 설날, ‘빈부귀천’에 담긴 뜻을 생각하며 ‘빈부귀천’ 없는 떡국을 먹어보자. 그 안에 담긴 윤리적인 의미를 생각하며 한 해를 시작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으리라.

어린 시절 설날은 일 년 중 가장 기쁜 날이었다. 먹을거리가 풍성한 추석보다도 설날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이유는 바로 세뱃돈, 그 두둑한 주머니에 있었다. ‘빈부귀천’의 ‘빈’도 ‘부’가 되는 듯 풍족한 기분이 드는 날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의문이 생긴다. 왜 ‘빈부귀천’이지? 가난할 ‘빈’에 부유할 ‘부’, 그렇다면 천할 ‘천’에 귀할 ‘귀’로 ‘빈부천귀’라 해야 순서가 맞지 않나? 설날에는 떡국을 먹는다. 가난하건 부자건, 왕이건 백성이건 똑같이 떡국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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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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