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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연남동

리틀 차이나타운의 매력

On January 07, 2015

스산한 바람이 배 속을 관통해 영혼까지 고픈 날, 문득 생각나는 거리가 있다. 번들번들 기름진 음식에 독한 고량주 한 잔, 마주 앉은 친구의 정겨운 얼굴에 다시금 배 속이 따끈해지는 곳. 연희동, 연남동 리틀 차이나타운으로.


얽히고설킨 화교의 애환 녹아든 거리

얼큰한 국물 하면 떠오르는 짬뽕, 언제 먹어도 맛있는 자장면, 기찬 깐풍육 생각에 절로 자극되는 침샘. 우리 삶에 자연스레 녹아든 한국화 된 중국 음식의 역사는 백여 년을 올라간다. 개화기 시절 인천 부둣가는 청나라와의 선박 무역으로 붐볐고, 짐을 싣고 내릴 짐꾼들을 비롯해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우리나라로 오는 혈기 넘치는 청나라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생활력 강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들답게 서울, 군산, 강원도 등 전국 곳곳으로 퍼져 나간 청나라인들은 웍 하나 내걸고 간단한 식사를 파는 식당이나 고급스러운 요리류를 내는 청요릿집을 차렸고, 그것이 큰 인기를 끌며 지금의 중국요리로 발전했다.

1930년대까지 번성했던 화교 경제는 일제의 탄압과 한국 정부의 견제 등으로 무너져 그들의 삶도 뒷골목으로 몰렸지만, 이것이 역설적으로 본토의 맛을 지닌 중국집의 명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화폐개혁으로 재산을 잃고 이중국적 금지로 취업이 힘들게 된 화교들이 할 만한 일이라곤 중국집 취업 외에 딱히 없었던 것. 정말 살기 위한 선택지가 요리밖에 없었기에, 그래서 유독 화상이 운영하는 중국집에는 삶의 묵은 내음이 켜켜이 쌓여 있다.



한성화교학교에서 시작된 리틀 차이나타운

연남동, 연희동에 거주하는 화교의 수는 대략 3,500여 명, 서울 화교 수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광복 이후 번성한 명동 차이나타운에 세워진 한성화교학교가 1969년 연희동으로 이전하며 자연스레 화교들이 이동하면서 작은 차이나타운이 생긴 것이다. 재학생 6백여 명이 대만 학교와 같은 교재를 쓰고 같은 과정을 밟으며 교실의 TV에서는 중국, 대만의 방송이 나오는 한성화교중고등학교, 이곳 학생 중 일부는 가업인 중국집을 이어받는다. 연희동과 연남동에는 바로 그런 이들이 운영하는 크고 작은 중국집 20여 개가 모여 있다. 영등포구의 신길동과 대림동, 금천구의 독산동, 관악구의 봉천동 등 서울 곳곳에 차이나타운이 있지만 규모가 더 작은 연희동, 연남동의 리틀 차이나타운은 좀 더 특별하다.

대부분 서울이 고향인 화교 2, 3세대가 즐겨 찾는 곳이기에 서민적인 가게가 많은 한편, 한국 사람을 겨냥한 크고 고급스러운 곳도 있고, 본토의 맛과 한국화 된 맛이 뒤섞여 있다. 여기에 나이 지긋한 이들과 젊은이들까지 한데 섞인 낯선 풍경도 매력 있다. 구역을 나눠보면 연희동 쪽은 부촌답게 규모가 있는 고급 중식집이, 연남동은 작은 규모의 ‘스낵 & 식사형 중식’을 파는 대만 음식점이나 만두 전문점이 발달했다. 고급 중식집의 경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익숙한 메뉴가 많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한다. 스낵 & 식사형 중국집의 경우 허름하지만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본토 메뉴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런 곳들은 대개 화교를 상대로 하는 단골 장사라 인근 주민 또는 아는 사람만 찾던 곳이지만 최근 블로그 등을 통해 유명해졌다.

또 연희동과 연남동 상권이 부상하면서 새로운 것을 찾는 젊은 층이 몰려들며 최근 문전성시를 이룬다. 리틀 차이나타운이라고는 해도 얼핏 보기에는 티도 안 날 만큼 소박하게 옹기종기 모여 있던 곳. 다양한 삶이 얽히고설키던 한적한 골목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다 보니 불만도 쌓인다. 오래된 단골들이야 부나방처럼 몰려드는 뜨내기손님들이 탐탁지 않을 테고, 화려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잔뜩 기대하고 찾은 ‘핫스폿 순례자’들은 허름한 모습에 실망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지역의 허름한 중식당에서 허기를 채우는 일에는 특별함이 있다.

 

 

 

구가원

대만 교포 3세이자 연남동 35년 토박이로 화교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구씨 사장이 운영하는 ‘구가네집’ 구가원. 명실공히 연남동 차이나타운의 터줏대감으로, 쓰촨 지역 스타일의 요리류가 주된 메뉴다. 요리류에는 족발냉채와 중국식 꽃게찜, 꿔바로우, 깐풍꽃게, 소고기오향장육 등이, 식사류에는 유니자장의 중국식 발음인 ‘육니’자장, 삼치물만두, 볶음밥 등이 유명하다. 2층 대형 규모에 실내가 깔끔하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모임 장소로 인기가 좋다.

꿔바로우 넓적한 소고기를 찹쌀 반죽 묻혀 튀긴 꿔바로우. 일반 꿔바로우와는 달리 빨간 소스에 수북이 올리는 하얀 파 채가 매력. 매콤한 가운데 새콤달콤한 토마토케첩 맛이 비쳐 어릴 적 추억을 자극한다. 바삭함과 쫀득함이 공존하는 매콤달콤 꿔바로우룰 알싸한 파 채와 먹는 것도 색다른 매력, 자칫 물릴 수 있는 맛에 개운함을 더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대중적이고 입에 딱 감기는 맛.

삼치물만두 삼치살을 다져 넣은 소로 빚어 삶은 삼치물만두,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어 인기가 높다. 담백한 삼치살로 비리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생선 맛이 난다. 연남, 연희 일대에서 삼치물만두를 파는 곳은 양꼬치 전문점인 홍복 등이 있다.

  • 메뉴 육니자장 4천원, 삼치물만두 5천원, 꿔바로우 1만8천원, 깐풍꽃게 2만5천원
    영업시간 11:00~23:30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262
    문의 02-338-8587



향미

 

구가원 바로 옆에 있는 또 하나의 연남동 터줏대감 향미. 3대째 내려오는 소박한 식당으로 40년 역사를 자랑한다. 구가원이 요리류를 파는 곳이라면 향미는 가볍고 서민적인 식사류를 주력으로 하는 스낵형 중식집. 만두 전문점이라 내건 만큼 소룡포(샤오롱바오)나 군만두도 유명하지만 정작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메뉴는 ‘대만식 돈까스’와 ‘우육탕면’. 이 두 가지 메뉴로 마니아층을 넓혔다. 마치 대만 뒷골목에 있는 허름한 분식집에 들어간 듯 편안하고 배부르게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 점심에는 간단한 식사를 즐기러 온 이들이 많지만 저녁 시간이 되면 꽃게볶음이나 조개볶음, 어향가지 등 다양한 요리와 함께 고량주를 즐기는 모임도 많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여서 편하고 질펀하게 술 마시기 좋다.

우육탕면 대만식 육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소고기탕면인 우육탕면. 두반장 베이스의 매콤하면서도 진한 국물에 소고기 사태와 청경채, 파가 더해져 땀 뻘뻘 흘리며 ‘시원하게’ 후루룩 먹기 좋다. 진한 감칠맛과 매콤함이 딱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다.

대만식 돈까스 일식 돈가스와 달리 얇고 바삭한 질감의 튀김옷에 고기 자체에 오향가루를 뿌려 이국적인 칼칼한 내음이 중독성 강하다. 느끼하지 않고 감칠맛이 강한 것이 최대 매력. 오향물에 삶은 달걀과 푸짐한 밥이 같이 나와 한 끼 든든하게 해결하기 좋다.

  • 메뉴 군만두 5천원, 소룡포자 5천5백원, 대만식 돈까스·우육탕면 7천원씩, 멘보샤 3만원
    영업시간 11:00~21:30(셋째 주 화요일 휴무)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260
    문의 02-333-2943



하하

구가원과 향미 바로 맞은편에 자리 잡은 하하. 향미와 마찬가지로 만두를 전문으로 하는 스낵형 중식집이다. 다른 곳에 비해 생긴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중국 가정집에서 먹는 요리를 콘셉트로 삼아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메뉴를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여 화교 단골이 유난히 많다. 화교 2세 사장이 집에서 해 먹던 그대로 중국의 평상식과 잔칫날 먹는 요리를 만든다. 물만두와 왕만두, 군만두, 찐만두, 포만두 등 만두마다 피를 달리 빚는 것이 눈에 띄고 돼지내장무침이나 돼지귀무침, 머리고기무침 등 도전 의욕을 자극하는 메뉴도 있다. 튀긴 뒤 다시 찐 닭에 감칠맛 나는 새콤한 소스를 더한 산둥소유기나 목살을 오랜 시간 조린 동파육 등 중국 가정에서 잔칫날 먹는 메뉴를 시키면 호사스러운 기분도 난다. 최근 블로그로 유명세를 타며 저녁에는 항상 긴 줄을 이룰 정도다.

찐만두 부드러운 고기소에 기름진 육즙, 얇고 쫀득한 만두피가 만족스러운 찐만두. 맛있는 만두를 편안하게 즐기고 싶을 때 추천한다. 중국식 만두는 워낙 마니아층이 많은 메뉴라 가게마다 평도 분분하고 추천하는 곳도 다르다. 연남동, 연희동 일대에서는 하하와 향미, 오향만두와 이품분식이 가장 유명한 축에 들고 최근에는 편의방이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유명한 곳을 찾아갔다 맛이 변해 실망하는 경우도 있고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맛을 느낄 수도 있으니 만두 마니아라면 직접 연남동, 연희동으로 만두 순례를 떠나도 좋겠다.

가지볶음 두툼하게 튀긴 가지에 매콤한 고추기름을 더해 센 불에 재빨리 볶은 가지볶음. 바삭하고 매콤한 튀김옷에 토실토실 부드러운 가지 육즙이 흘러내리는 기름진 맛이 좋다. 가지볶음은 연희동, 연남동 일대 중국집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 중 하나로 거의 모든 가게에서 판매할 정도. 자기 취향에 맞는 가지볶음을 찾는 재미도 있다.

  • 메뉴 왕만두(1개) 2천원, 머리고기무침·돼지귀무침·돼지내장무침 4천원씩, 찐만두·물만두·군만두 6천원씩,
    가지볶음 1만5천원, 동파육 1만6천원
    영업시간 11:00~22:30 (둘째, 넷째 주 화요일 휴무)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 263
    문의 02-337-0211



이화원

70년 전 명동의 금락원에서 시작, 3대째 가업을 이으며 그 명성 그대로 연남동으로 이사해 ‘화교의 자존심’이라 불리며 단골들 사랑을 받아온 중국집 ‘매화’의 고급 버전이 연희동 이화원이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정중한 서비스는 격식 차리는 식사 자리로도 손색없을 정도. 국내 굴짬뽕의 원조라 불리는 매화의 굴짬뽕, 또 국내 중국냉면의 붐을 이끈 중국식 비취냉면 등 명성 높은 매화의 그 맛 그대로를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탕수육이나 깐풍기 등 한국인들에게 인기 많은 한국화 된 중국요리의 퀄리티가 좋고 최근에는 소룡포나 쇼마이 등 다양한 딤섬도 선보이고 있다. 코스 메뉴도 있고 요리류가 다양해 중식으로 호사 부리고 싶은 날 가면 좋겠다.

굴짬뽕 국내 굴짬뽕의 원조답게 자극적이지 않으며 깊고 그윽한 감칠맛에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굴 향이 일품이다. 국물도 좋고 씨알 굵은 굴 상태도 좋아 돈값을 한다. 제대로 된 굴짬뽕을 맛보고 싶다면 꼭 가볼 것.

중국 비취냉면 다양한 해물과 고기, 채소를 올려 국물 자박자박하게 붓고 차갑게 먹는 중국식 냉면은 차가운 비빔면인 중국의 판미엔의 변형이다. 일본에서는 판미엔과 비슷한 것을 ‘히야시추카’라고 하는데 중화풍 냉면으로 인기를 끈다. 매화가 바로 이 판미엔을 살짝 변형해 중국식 냉면이라 소개하며 팔기 시작한 곳으로, 본래 판미엔에 들어가는 잣가루를 땅콩버터로 바꾸고 국물을 좀 더 많이 부어 낸다. 탱글탱글한 해산물과 채소, 차가운 면발을 진한 땅콩소스 푼 간장 육수와 먹는 맛이 별미. 원래 여름 한정 메뉴이지만 매화와 이화원의 시그너처 메뉴이다 보니 한겨울에도 찾는 사람이 많아 최근 들어 사시사철 판매를 시작했다.

  • 메뉴 기스면 7천원, 삼선짬뽕 8천원, 비취냉면·굴짬뽕 1만원씩, 라조육 2만원, 삼선누룽지탕 2만5천원
    영업시간 11:30~22:00
    주소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13
    문의 02-334-1888



송가

다양한 중국식 안주를 곁들여 술 마시기 좋은 포장마차 콘셉트의 중국식 주점, 한 접시의 음식 양이 적은 대신 가격도 저렴해 여럿이 가서 이것저것 잔뜩 시켜놓고 맛보기 좋다. 적당히 깔끔하지만 또 적당히 허름하고, 개성 없는 듯 얼핏 중국 느낌 나는 분위기가 편안하다. 중식 경력 40년의 화교 사장이 탄탄한 기본기로 60여 종에 달하는 메뉴를 만들어 낸다. 가지볶음이나 탕수육 등의 메뉴는 물론 막창튀김이나 불철판완자 등 직접 개발한 창의적인 메뉴가 많은 것도 인기 요인. 밤이 깊어질수록 북적이는 곳으로 특히 영화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중국식 숙주볶음 “겨우 숙주가 다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뜨거운 웍에서 재빨리 볶아 아삭함이 살아 있는 숙주에 배어든 불 맛에서 요리사의 공력을 느낄 수 있다. 식초와 고추를 넣어 볶아 새콤하면서도 산뜻한 매콤함이 가볍게 먹기 좋아 단골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인기 메뉴다.

막창튀김 막창에 대파를 끼워 넣고 밀가루 반죽을 묻혀 튀긴 송가만의 메뉴. 고소한 막창, 알싸하고 개운한 대파가 어우러져 맥주 안주로 딱, 자꾸 손이 가는 것을 멈출 수 없다.

불철판완자 매운맛 돼지고기로 만든 고소한 튀긴 완자를 뜨겁게 달군 철판에 숙주와 함께 올려 내는 불철판완자도 송가의 시그너처 메뉴. 매운맛과 보통 맛 두 가지가 있는데 각종 고추를 혼합해 만든 매운맛은 정말 혼쭐날 정도로 매우니 주의해야 한다.

  • 메뉴 숙주볶음 6천원, 불철판완자·유린기 1만3천원씩, 막창튀김 1만5천원
    영업시간 17:00~01:00(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97
    문의 02-338-6637

스산한 바람이 배 속을 관통해 영혼까지 고픈 날, 문득 생각나는 거리가 있다. 번들번들 기름진 음식에 독한 고량주 한 잔, 마주 앉은 친구의 정겨운 얼굴에 다시금 배 속이 따끈해지는 곳. 연희동, 연남동 리틀 차이나타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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