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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송 스님의 참 쉬운 사찰 음식

On September 05, 2014

여법(如法)이란 종교적 의미 이외에 ‘바른 도리에 들어맞음’을 뜻한다. 음식에 있어 여법이라 함은 바른 도리에 들어맞는 음식일 것이다. 자연 순리에 맞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니 당연히 몸에 이롭고, 별다른 조리법도 필요 없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법한 사찰음식이다.

호박잎부침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면 스님들도 기름 두른 팬에 노릇하게 지진 전이 먹고 싶어집니다. 사찰에서는 육류를 금할 뿐더러 기름을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평소 기름진 음식을 먹는 일이 드뭅니다. 비가 내리면 절집 담벼락을 타고 내려온 여린 호박잎을 따다 깨끗이 씻고 정갈하게 말려둔 가죽나물, 표고버섯, 무말랭이, 다시마, 물을 냄비에 담아 채수를 끓입니다. 밀가루와 찹쌀가루에 채수를 부어 묽게 갠 다음, 여린 호박잎을 담가 옷을 입힙니다. 고소한 들기름과 식용유를 팬에 둘러 노릇하게 구우면, 폭신하면서 졸깃한 식감이 다른 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맛을 전해줍니다.

옥수수죽

전통적으로 불가에서는 아침 공양으로 죽을 먹습니다. 좌선을 많이 하는 스님들은 정신이 혼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침을 배불리 먹지 않습니다. 옥수수 철이면 옥수수알을 떼어 죽을 쑤지요. 이맘때면 양대콩(붉은 콩)도 제철입니다. 그것을 함께 넣어 옥수수죽을 쑤면 단백질을 보충해주고 고소한 맛을 더해주죠. 물론 검은콩도 넣을 수 있지만 겨울에 먹기 위해 아껴둡니다. 검은콩은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있어 겨울에 먹는 것이 좋고, 양대콩는 몸을 차갑게 하는 성질이 있어 여름은 물론이고 초가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도 제격이지요.

연잎밥

한여름 고고한 꽃잎을 피우는 연은 가을이 되면 귀한 식재료를 선물합니다. 진흙 속에서 연근을 캐고 연잎을 한 아름 따오는 날이면 영선사 주방이 분주해집니다. 겨우내 먹을 김장을 담그듯 연잎밥을 만들어두기 위해서입니다. 냉동실에 채워둔 연잎밥을 가을철 산행을 떠날 때마다 챙겨 갑니다. 영선사의 연잎밥은 아담하고 소박합니다. 커다란 연잎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여섯 등분으로 길쭉하게 잘라 씁니다. 찹쌀밥에 잣, 대추, 잘게 찢은 연꽃만 넣어 섞고 주먹만 하게 밥을 뭉칩니다. 그러고 나서 연잎에 찹쌀밥을 얹고 연꽃을 올려 잘 감쌉니다. 연잎밥을 찌는 솥 물에 연꽃술과 대공을 넣어 40분간 찌는데, 그럴 때면 영선사 주방이 연 향기로 가득 채워집니다.

가지만두

껍질이 두꺼워지는 가을 가지는 여름 가지보다 수분이 덜하고 졸깃해서 별미로 만두를 만듭니다. 영선사의 냉동실을 늘 채우는 것 중에 하나가 만두입니다. 사계절 제철 채소로 소를 채운 만두는 손님상에 올라가기도 하고 스님들의 특별한 별식이 되기도 합니다. 가지만두는 ‘가지 맛이 나지 않게’ 하는 것이 비법입니다. 가지를 찌면 특유의 풋내가 더욱 도드라집니다. 그래서 가지를 볶아서 넣고 통잣을 3~5개 넣어요. 음식을 가르쳐주셨던 큰스님은 견성암에 오랫동안 계셨는데, 그곳에서는 잣을 빻지 않고 꼭 통잣을 넣었다고 합니다. 스님의 가르침대로 저 또한 통잣을 쓰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가지의 졸깃한 맛과 어우러져 일품입니다.

박나물볶음

한번 심으면 그 자리에 매년 나는 박은 잘 익었을 때 먹어야 제맛이 납니다. 박 따는 시기를 놓치면 수분이 빠지고 쓴맛이 나서 먹을 수가 없습니다. 손톱으로 박 껍질을 눌러 잘 들어가는 것이 잘 익은 박입니다. 박을 잘라 씨를 발라내고, 속살만 긁어내 나물로 무쳐 먹거나 나박나박하게 썰어 무 대신 국에 넣어 끓이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지요. 호박고지처럼 길고 넙적하게 썰어 햇볕에 말리기도 합니다. 박속을 숟가락으로 길게 긁어 소금에 절인 뒤 들기름에 야들야들하게 볶아 깨소금으로 무친 박나물볶음은 8월 중순에서 9월 초순까지만 먹을 수 있는 반가운 음식입니다.

무짠지냉국

달달하고 크지 않는 가을 무를 잔뜩 사다가 무짠지를 만들어두면 여름에 맛없는 여름 무 대신 무짠지를 송송 썰어 반찬을 만들지요. 무짠지는 무를 장독대에 담아 굵은 소금에 3일 정도 푹 재워 두었다가, 메주 담그는 물 보다 덜 짠 소금물을 붓습니다. 이때 고추 꼭지, 고추 씨, 생강 등을 무 아래 깔아 두는데, 고추 꼭지를 꼭 넣습니다. 고추 꼭지를 넣어두면 무가 고운 노란빛으로 물들고 군내도 없어져요. 6개월간 숙성시켰다가 고추 꼭지, 고추 씨, 생강을 꺼내 햇볕이 안들고 서늘한 곳에 보관합니다. 이맘때면 무짠지를 꺼내 곱게 채 썰고 아삭한 배와 오이도 채 썰어 그릇에 담습니다. 유자청을 넣어 향긋하게 맛을 낸 촛국에 얼음을 동동 띄우면 입맛 없을 때 이만한 반찬이 없습니다. 시원한 무짠지냉국 덕분에 여름 한철 잘 보냈고, 잘 익은 무가 나오기 전 초가을까지도 무짠지가 요긴하게 쓰일 테지요.

대전에 위치한 영선사에서 수행 중인 법송 스님은 16년 전부터 모시던 고 성관 큰스님에게 음식을 배웠다. 전통 사찰 음식에 조예가 깊은 성관 큰스님은 제대로 손맛이 나지 않으면 그 맛이 날 때까지 다시금 시켜 호된 수련 과정을 겪게 했다. 법송 스님은 현재 동국대, 영선사,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운영하는 사찰음식교육관 향적세계에서 강의를 통해 숨겨진 사찰 음식과 그 의미를 알리고 있다.

무짠지냉국

에쎈 | 2014년 09월호

  • 주재료

    무짠지 100g, 물 1컵, 설탕·식초 1큰술씩, 오이 ½개, 배 ¼개, 풋고추 1개, 얼음 적당량

  • 촛국

    식초 5큰술, 물·설탕 3큰술씩, 집간장 2큰술, 유자청 1큰술, 소금 2작은술, 채수 5컵

  • 채수

    말린 표고버섯 5개, 다시마 3장, 무말랭이 20g, 물 8컵

만들기

4인분

|

40min

  1. 1

    채수 재료를 모두 냄비에 넣어 30분간 끓인다.

  1. 2

    채수를 제외한 촛국 재료를 냄비에 모두 넣고 한소끔 끓인 뒤 채수와 섞어 식히고 냉장 보관한다.

  1. 3

    무짠지는 칼로 껍질을 벗기고 곱게 채 썰어 깨끗한 물에 서너 번 헹군다. 물에 설탕과 식초를 섞어 채 썬 무짠지를 20분간 재운다.

  1. 4

    오이는 소금에 문질러가며 흐르는 물에 씻고 5cm 길이로 자른 뒤 껍질째 돌려 깎아 곱게 채 썬다.

  1. 5

    배는 껍질을 벗긴 뒤 5cm 길이로 곱게 채 썬다.

  1. 6

    풋고추는 송송 썬다.

  1. 7

    물기를 짠 무짠지, 오이, 배를 그릇에 담고 시원한 촛국을 부은 뒤 얼음을 띄운다. 풋고추는 모양 내어 올려 낸다.

박나물볶음

에쎈 | 2014년 09월호

  • 주재료

    박 ½개, 들기름 3큰술, 깨소금 1큰술, 소금 ½작은술

만들기

1인분박 ½개 분량

|

25min

  1. 1

    박은 반으로 갈라 숟가락으로 씨앗 부분을 긁어낸다.

  1. 2

    박의 속살은 숟가락으로 길게 긁는다.

  1. 3

    박속을 소금에 10분 정도 절인다.

  1. 4

    박속을 꼭 짜서 들기름에 볶은 뒤 깨소금에 무친다.

가지만두

에쎈 | 2014년 09월호

  • 주재료

    가지 3개, 굵은소금 2작은술, 잣 50개, 감자 1개, 풋고추 5개, 들기름 5큰술, 두부 ½모, 볶은 소금 2작은술

  • 만두피

    밀가루 2컵, 물 ⅓컵, 소금 1작은술

만들기

1인분약 25개 분량

|

1hr(만두피 만드는 시간 제외)

  1. 1

    밀가루에 소금을 넣고 물을 부어 반죽해 상온에서 12시간 이상 발효시킨다. 밀대로 얇게 밀어 손바닥만 한 크기의 둥근 틀로 찍어 만두피를 만든다. 시판 만두피를 사용해도 괜찮다.

  1. 2

    가지는 3cm 길이로 자르고 0.5cm 두께로 채 썰어 굵은 소금에 버무려 20분간 두었다가 물기를 꼭 짠 뒤 들기름에 볶는다.

  1. 3

    감자, 풋고추는 다진 뒤 가지 볶은 팬에 들기름을 둘러 볶는다.

  1. 4

    두부는 물기를 꼭 짜서 마른 팬에 볶아 수분을 날린다.

  1. 5

    볶은 가지, 잣, 감자, 풋고추, 두부를 볼에 넣고 볶은 소금을 뿌려 고루 섞어 소를 만든다.

  1. 6

    만두피를 손바닥에 얹은 뒤 소를 한 숟가락씩 얹고 공기를 완전히 빼면서 가장자리를 오므린다.

  1. 7

    김 오른 찜 찜통에 넣어 15분간 찐다.

연잎밥

에쎈 | 2014년 09월호

  • 주재료

    연잎 1장, 찹쌀 3컵, 연꽃잎 3장, 대추 6개, 잣 5큰술, 소금 약간, 물 적당량

만들기

6인분

|

1hr 20min(찹쌀 불리는 시간 제외)

  1. 1

    찹쌀은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가 5시간 정도 불린 뒤 체에 밭쳐 물기를 없앤다.

  1. 2

    연꽃잎은 손으로 자그마하게 뜯는다.

  1. 3

    대추는 돌려 깎아 씨를 없앤 뒤 굵게 채 썬다. 잣은 씻어 건져 물기를 닦는다.

  1. 4

    연잎은 반으로 접어 자른 다음 부채꼴 모양으로 3등분해 모두 6장을 만든다.

  1. 5

    김이 오른 찜통에 베 보자기를 깔고 찹쌀을 올려 20분 정도 찐다. 중간에 소금물을 뿌려 약하게 밑간한다.

  1. 6

    볼에 찹쌀밥을 퍼 담고 대추, 잣, 연꽃잎을 섞어 주먹밥처럼 뭉친다.

  1. 7

    연잎에 주먹밥을 올려 감싼 뒤 명주실로 묶어 모양을 잡는다.

  1. 8

    김이 오른 찜통에 연잎밥을 넣고 40분간 찐다.

옥수수죽

에쎈 | 2014년 09월호

  • 주재료

    옥수수 3개, 찹쌀 ⅓컵, 양대콩 1컵, 소금 1작은술, 물 5컵

만들기

4인분

|

40min(찹쌀 불리는 시간 제외)

  1. 1

    옥수수는 껍질을 벗기고 손으로 알갱이를 발라내 믹서에 굵게 간다.

  1. 2

    찹쌀은 4시간 정도 불려 믹서로 굵게 간다.

  1. 3

    양대콩은 깨끗이 씻고, 만약 건조된 콩이면 삶아둔다.

  1. 4

    옥수수와 찹쌀, 물을 냄비에 담고 센 불에 5분 정도 저어가며 끓인 다음 양대콩을 넣고 15분 정도 더 끓인다.

  1. 5

    콩이 익고 되직하게 죽이 완성되면 소금으로 간한다.

여법(如法)이란 종교적 의미 이외에 ‘바른 도리에 들어맞음’을 뜻한다. 음식에 있어 여법이라 함은 바른 도리에 들어맞는 음식일 것이다. 자연 순리에 맞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니 당연히 몸에 이롭고, 별다른 조리법도 필요 없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법한 사찰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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