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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밤은 맛있다

순정 마초 유성남

On May 30, 2014

중국 무협 영화 주인공을 닮은 외모, 그 이미지에 꼭 들어맞는 터프한 정통 스테이크 비스트로‘브루터스’를 이끌고 있는 유성남 셰프. 뽀빠이에 맞서 올리브를 차지하기 위해 순정을 다 바친 만화 캐릭터 브루터스처럼 남자다운 외모에 섬세한 속마음을 감춘 그와 함께한 심야의 회동.

8년을 동고동락하며 꿈을 함께 키워온 동지이자 술친구 서범석 소믈리에와 유성남 셰프. 막역하게 이어지는 대화를 듣고 있자면 오래된 동네 친구 같다.

남자라면 고기

남산 소월길에 위치한 작은 비스트로 ‘브루터스’에 가면 1++ 등급의 한우를 그릴에 올려 지글지글 스테이크를 굽는 유성남 셰프를 볼 수 있다. 하루 종일 그릴에서 피어오르는 고기 연기를 맡다 보면 질릴 법도 한데 일이 끝난 뒤에 동료와 찾는 곳도 어김없이 고깃집이다.

“맛있잖아요, 고기가. 하루 종일 힘들게 일했는데 고기 먹고 힘내야지.” 보광동의 허름한 정육 식당, 판매 최소 단위가 600g인 메뉴판을 보면 그의 단골집답다. 통으로 물에 삶아 먹는다며 삼겹살을 주문하니 나오는 양은 냄비에는 정말 맹물과 통고기만 담겨 있다. “맛있는 고기는 아무 양념 안 해도 맛있어요. 괜히 이것저것 양념이랑 소스 범벅을 하는 건 나쁜 고기 질 감추려고 하는 거죠.” 브루터스에서 사용하는 고기도 1++ 등급의 암소 한우. 고기의 질을 가장 먼저 챙기다 보니 재료 단가가 45%에 달한다.

같이 동행한 브루터스의 소믈리에 서범석 씨가 한마디 거든다. “근데 그 비싼 꽃등심을 셰프님이 막 구워 먹어요.” 그는 유 셰프가 다른 것 신경 안 쓰고 주방에서 요리만 할 수 있도록 레스토랑 운영을 담당하는 살림꾼으로, ‘씨너드쉐프’와 ‘옥타곤’ 등을 거쳐 함께한 세월만 8년이다. “그래서 이제 안 먹잖아….” 아래로 띠동갑 부하 직원의 말에 유성남 셰프의 말끝이 흐려진다.

무엇보다 고기 질을 중요시하는 유셰프의 단골집답게 좋은 육질을 자랑한다. 통으로 삶기만 해도 부들부들 풍미가 좋다. 삶을 때 마늘을 넣어 약간의 향을 가미하는 것은 그만의 비법.

즐겁게 살기 위해 요리한다

양은 냄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를 꺼내 도마에 올려 쓱쓱 썰며 말한다. “드셔보세요, 진짜 부들부들해.” 소주도 빠지지 않는다. 주거니 받거니 소주가 금세 동난다. 서범석 소믈리에와 유 셰프는 일이 끝나면 거의 매일, 늦은 저녁을 하며 반주를 곁들인다. 이들의 주 종목은 소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소믈리에 서 씨는 물론 유 셰프도 와인 마니아, 둘이 비싼 와인을 땄던 일화들을 얘기하며 즐거워한다. 꼭 바가지 긁는 아내와 남편처럼, 혹은 톰과 제리처럼(유 셰프가 당하는 남편이자 톰이다) 아웅거리면서 쿵짝이 잘 맞는다. 나이를 떠나 같은 꿈을 꾸는 동료이자 술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이 든든하다.

1,2 돼지고기 수육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맛있는 김치. 시릴 정도로 시원하게 내놓는 묵은지의 맛이 시큼하니 톡 쏜다. 이를 이용해 끓이는 김치찌개도 별미.
3 늦은 저녁 식사는 언제나 고기.
4 와인, 소주, 위스키 가리지 않고 술을 사랑하는 애주가, 브루터스에 술맛 나는 메뉴가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브루터스는 제가 직접 운영하는 첫 레스토랑이니까 앞으로도 계속 지금 이 모습을 지켜가야지요. 그리고 더 캐주얼한 레스토랑을 해보고도 싶고 부티크 호텔도 만들고 싶어요.” “제가 왜 셰프님이랑 8년이나 같이 있냐 하면요, 솔직히 잘될 게 보여요. 요리 실력도 실력이지만 비전이 있으니까요.” 격 없이 편안한 모습에 이들의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손님들도 편하겠다 싶다.

실제로 브루터스의 손님은 거의 중·장년층의 단골들. 음식에 와인을 곁들이고 서 씨와 얘기를 주고받으며 몇 시간이고 편하게 있다 간다. 셰프와 직원, 손님이 모두 즐거운 공간이다. 그런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주방 일이 끝나면 곧바로 이어지는 음주, 그리고 오전에는 대학교 강의와 TV 촬영까지, 몸이 남아날까 싶다. “그래서 하루도 안 빠지고 열심히 운동해요. 다 즐겁게 살자고 하는 일인데요, 열심히 일하고 즐기면서 살아야지요.” 다음 날은 휴무라 아내와 낮술을 즐기기로 해 가볍게 마무리해야 한다며 일어나는 그, 이미 혼자 소주 1병을 다 비운 뒤였다.

중국 무협 영화 주인공을 닮은 외모, 그 이미지에 꼭 들어맞는 터프한 정통 스테이크 비스트로‘브루터스’를 이끌고 있는 유성남 셰프. 뽀빠이에 맞서 올리브를 차지하기 위해 순정을 다 바친 만화 캐릭터 브루터스처럼 남자다운 외모에 섬세한 속마음을 감춘 그와 함께한 심야의 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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