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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aste of spain

과학과 자연의 만남, 스페인을 맛보다 (1)

On May 29, 2014

풍부한 일조량으로 곡물과 채소가 풍성하고 지중해와 대서양으로 둘러싸여 다양한 해산물을 만날 수 있는 스페인은 ‘유럽의 키친’이라 불리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요리 행사인 ‘마드리드 퓨전’을 통해 프랑스를 뛰어넘어 미식의 나라로 위상을 굳히고 있다. 식재료와 향신료가 우리나라의 그것과 닮아 우리 입맛에도 친숙한 스페인 음식은 최근 서울의 맛집 거리에서도 타파스 전문점이 속속 선을 보이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때마침 방영 중인 <꽃보다 할배>의 여행지로 등장해 더욱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페인 음식, 그 미식의 향연에 당신을 초대한다.

스페인 음식의 대명사, 타파스

신이 내린 자연과 기후가 만나 미식의 집결지로 불리는 스페인. 지중해의 풍부한 해산물, 비옥한 땅에서 자라는 올리브와 채소, 산 깊숙이 자라는 고급 버섯 트러플, 정열적인 스페인 사람처럼 톡톡 튀는 발포성 와인 카바(cava) 등 모든 것이 ‘타파스(Tapas)’를 즐기기 위한 것들이다. 타파스는 단순한 요리가 아닌 미식을 즐기는 스페인의 문화다. 타파는 스페인어로 뚜껑이나 덮개를 뜻한다. 그것이 특정한 음식을 가리키게 된 어원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음료에 벌 따위의 날벌레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과자 같은 스낵으로 잔 위를 덮은 것’이라는 유래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 요리업계에서 맛의 흐름을 바꾼 차세대 천재 셰프 다비드 무뇨스가 그간 잘 운영하던 미슐랭 레스토랑 대신 ‘스트레초’라는 타파스 바를 오픈하고, 전 세계 셰프들의 큰형님 격인 엘 세예르 데 칸 로카(El Celler de Can Roca)의 조안 로카(Joan Roca) 셰프도 최근 바르셀로나에 로카 바(Roca Bar)라는 타파스 바를 오픈하는 등 탑 셰프들이 ‘타파스’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바다와 산을 어우르는 맛

스페인 사람들은 대개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데 중간중간 간식 개념의 식사를 하는 곳이 바(bar)다. 스페인 전역에서 식당이나 바 자체를 타파스 전문점이라 내세워 운영하는 곳도 많으며, 셰프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독특한 타파스를 내놓는다. 스페인에서는 타파스 전용 그릇을 팔 정도로 타파스 문화가 깊게 자리했다. 한 손에 들기 쉬운 작은 그릇에 담긴 모든 음식을 타파스로 일컬을 만큼 모든 스페인 음식을 총망라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지 타파스 바에서는 감자튀김에 매운 토마토소스를 곁들인 파타타스 브라바스(patatas bravas), 오징어를 링 모양으로 튀긴 뒤 레몬즙을 뿌리거나 아욜리소스(마늘소스)를 곁들여 먹는 칼라마레스 프리토스(calamares fritos), 마늘로 향을 낸 올리브유에 작은 새우를 튀긴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 감자와 호박 등 갖은 채소로 만든 스패니시 오믈렛인 토르티야 데 파타타스(tortilla de patatas), 문어와 감자를 함께 푹 삶은 뒤 얇게 썬 문어와 감자를 동그란 나무 접시에 올리고 파프리카가루, 소금, 올리브유를 뿌린 풀포 알 라 가예가(pulpo a la gallega) 등 바다와 땅의 맛을 담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타파스 문화, 한국에 스며들다

2001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라 에스끼나’(지금은 문을 닫았다.)를 통해 스페인 요리가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다. 2004년 9월에는 노보텔앰배서더 강남에서 ‘스페인 음식축제’를 열어 20여 종의 타파스 메뉴를 선보이며 스페인 문화를 알렸다. 2009년 7월, 트렌드를 이끄는 가로수길에 오픈한 ‘스페인클럽’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스페인 현지 음식을 선보여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타파스 전문 바가 생길 정도로 스페인 요리의 영역이 다양하고 세분화됐다. 스페인에서 유학하거나 경험을 쌓은 이들이 서울에 직접 스페인 레스토랑을 오픈해 본토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식재료의 맛을 잘 살린 담백한 조리법과 한국인 입맛에 익숙한 양념과 향신료를 쓰는 것은 기본이요, 소량씩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타파스의 매력이 색다른 맛을 추구하는 젊은 미식가들을 사로잡았다.

타파스와 어울리는 다양한 스페인의 술
타파스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주류. 그 종류도 다양하다. 스페인은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해 세계 3대 와인 산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과거에 테이블 와인의 성격이 강했던 것에 반해 점점 고급 와인의 수요가 늘면서 최신 기술과 기계를 받아들이고 소수의 미식가를 위한 개성 강한 와인들을 개발하기 때문. 포도주에 알코올을 넣는 것에서 비롯된 주정 강화 와인인 셰리주, 발포성 와인 카바(cava), 마드리드 맥주인 마오와 바르셀로나 맥주 에스텔라 등 우리의 경상도, 전라도처럼 지역색 짙은 맥주를 즐겨보자.

상그리아(Sangria)는 스페인의 대중적인 술로 여러 가지 과일을 넣어 차게 해서 마시는 칵테일이다. 적포도주 40∼60%, 오렌지주스 20∼30%, 소다수 20∼30%를 섞은 다음 오렌지와 레몬을 잘게 썰어 넣는 것이 일반적인데, 곁들이는 음식이나 기호에 따라 브랜디, 퀴라소, 트리플 섹 등의 술을 섞기도 한다. 술이 약한 여성들도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달콤한 맛이 특징으로 냉장고에 차게 보관해서 마시는 것이 좋다.

  • Tapas bars in Seoul

    쉐프 에스빠냐 스페인 현지에서 다양한 레스토랑 경험을 쌓은 셰프가 현지의 맛을 한국에서 선보이고 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핀초부터 와인과 함께 일품으로 즐길 수 있는 튀김, 문어샐러드, 올리브유에 절인 해산물 등 그 종류가 20종 이상으로 다양하다.
    add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3길 29 tel 02-336-9876

    더 타파스 타파스를 전문으로 내놓는 바. 감자와 참치를 마요네즈에 무친 뒤 유자소스에 버무린 양파 토핑을 얹은 엔살라다 루사, 양파와 게살이 들어간 크림소스 크로켓, 허니소스를 더한 훈제 연어 요거트 크림치즈, 토마토 새우살사 타파 등이 있다.
    add 서울 마포구 양화로21길 43 tel 02-333-3535

    엘 쁠라또 스페인 가정식을 선보이는 곳. 달팽이와 양송이 까수엘라, 토마토잼을 곁들인 초리소 토스트, 등심 카르파초와 올리브살사소스 등의 타파스가 준비됐다. 토마토잼과 안초비, 치즈로 맛을 낸 가지구이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다.
    add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7길 11 tel 02-325-3515

    타페오 타파스는 물론 ‘타파스를 먹는 모든 행위’를 뜻하는 ‘타페오’. 스페인 본토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 스타일의 타파스를 내놓는다. 새우, 홍합, 조개를 필두로 한 해산물 타파스, 하몬과 치즈가 들어간 크로켓을 추천한다. add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40길 51 tel 02-794-2848

    따빠스구르메 스페인에서 요리를 공부하고,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타파스를 내놓는다. 관자구이를 곁들인 그린빈스 샐러드, 아스파라거스와 대파, 표고버섯 위에 그뤼예르치즈를 올려 맛을 낸 꼬까 등을 추천한다.
    add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7 tel 02-6014-2369

    알카자데서울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의 음식과 스페인의 대표적인 요리사인 아르삭(Arzak)의 스타일을 선보인다. 버섯콩피와 수란, 타라곤 버터를 얹은 관자구이, 트러플 향 버섯 크로켓, 쌀가루를 묻혀 튀긴 한치와 아욜리 등의 타파스가 있다.
    add 서울 강남구 언주로168길 30 tel 02-515-3632

1 핀초 꼬치를 꽃아 한입에 먹을 수 있도록 만든 핑거 푸드를 가리킨다. (왼쪽부터) 블루베리 콩포트, 사워크림, 크림치즈를 섞은 뒤 구운 바게트에 올렸다. 양송이를 구워 버섯과 새우 구운 것을 더했다. 홍합, 새우, 오징어 다진 것을 토마토소스와 버무려, 직접 만든 타르트에 채워 짭조름한 맛.
2 감바사 마늘과 버섯을 올리브유에 볶다가 새우를 넣고 익힌다. 마지막에 브랜디를 부어 새우의 맛을 더욱 살렸다.
3 알메야스 바지락을 입이 벌어질 때까지 올리브유에 볶다가 다진 마늘과 피노 와인(드라이한 스페인산 와인)을 넣어 순식간에 익힌 바지락 볶음.
4 파드론 스페인 맥줏집에서 흔히 먹는 작은 고추(padron) 대신 꽈리고추와 아삭이고추를 응용했다. 올리브유에 재빨리 튀기듯 볶은 다음 말돈 솔트를 뿌렸다. 씹을수록 간이 되는 오묘한 맛.
5 블란다다 대구를 부드럽게 익힌 요리. 대구를 부드럽게 갈아 올리브유에 20분간 익힌 뒤 모양을 잡아 튀겼다. 달콤한 단호박퓌레에 찍어 먹는다.
6 하몬 & 멜론 이베리코 벨로타 등급인 하몬을 멜론에 돌돌 말아 달콤함과 짭조름한 맛이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7 크로케타스 스페인 크로켓은 크림과 우유, 버터, 오일, 밀가루를 넣어 크림 자체를 굳힌다. 속 재료는 닭고기, 햄, 쇠고기 등 어느 것이든 좋다. 버섯을 볶다가 포트와인을 넣고 졸인 것에 머스터드소스를 넣은 버섯소스에 찍어 먹는다.

다 함께 나눠 먹는 축제의 음식, 파에야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인 파에야는 바다와 인접해 있고 쌀 경작지로 유명한 발렌시아 지역의 향토 요리로서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 음식이다. 파에야의 기원은 라틴어로 ‘patella’, ‘신에게 봉헌하는 제물을 담는 쟁반’이라는 뜻으로, 파에야 자체가 음식 이름이자 파에야를 만들 때 사용하는 팬의 이름이기도 하다. 채소, 육류, 해산물 등을 팬에 볶다 쌀과 육수를 부어 끓여 만드는데, 커다란 팬에 든 파에야를 다 함께 먹은 뒤 바닥에 눌어붙은 밥알을 숟가락으로 긁어 먹는다. 여럿이 나눠 먹어야 제맛인 파에야는 축제나 파티에 빠지지 않는 메뉴로 가정에서는 손님을 초대했을 때 남자들이 정원에서 파에야를 만들어 별식으로 내기도 한다. 흥겨운 축제에는 더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큰 파에야가 등장하는데, 1992년 후안 카를로스 갈비스라는 셰프가 여러 셰프들과 함께 지름 20m 크기로 만들어 10만여 명이 함께 즐긴 파에야는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노란색의 먹음직스런 쌀 요리
파에야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쌀이다. 파스타를 삶을 때 완전히 익지 않아 심이 남은 상태인 알덴테로 삶듯이 쌀알을 익히는데, 파에야를 처음 먹는다면 쌀이 설익었다고 느낄 수 있으나 푹 퍼지지 않은 쌀알의 쫀득한 질감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다. 파에야에서 독특한 향과 쓴맛, 단맛을 내는 향신료인 사프란을 빼놓을 수 없다. 사프란에서 우러나온 노란색은 밥알을 물들여 먹음직스러운 모양을 뽐낸다. 값이 비싼 사프란 대신 강황, 안나토 등 노란색을 가진 향신료나 식용색소를 사용하기도 한다.

  • tip
    재료에 따라 맛과 종류가 천차만별 파에야는 원래 농부들이 밭일을 하다가 허기질 때 장작으로 불을 피우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와 닭고기, 토끼고기 등의 재료를 쌀과 함께 널찍한 팬에 넣어 끓여 먹던 음식이다. 사정에 따라 넣는 재료가 달라 집집마다 파에야 맛이 천차만별이고 지역 특산물을 넣기도 하였으니, 파에야 종류가 다양해진 배경이다.

    대표적인 파에야 종류
    파에야 발렌시아나(Paella Valenciana) 발렌시아 지역의 전통적인 파에야. 쌀, 녹색 채소, 고기(토끼, 닭, 오리 등), 육지 달팽이, 콩 등을 넣어 만든다.
    파에야 데 마리스코(parlla de marisco) 항구가 발달한 카탈루냐 지역의 파에야로 고기나 달팽이 대신 새우, 홍합, 바지락, 오징어 등 해산물을 듬뿍 넣어 만든 해산물 파에야.
    파에야 믹스타(parlla mixta) 파에야 발렌시아나와 파에야 데 마리스코가 합쳐진 것으로 고기, 해산물, 콩 등 다양하게 넣는다.
    아로스 네그로(arroz negro) 검은색 쌀이란 뜻으로 오징어 먹물을 넣었다.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양파, 마늘, 토마토 등을 익힌 다음 쌀과 생선 국물을 넣어 오븐에 조리한다.
해산물 천국 스페인의 대표 식재료, 문어

해산물의 천국답게 참치, 갯가재, 새우, 오징어, 아귀, 대구, 조개류, 문어 등 해산물이 풍성한 스페인. 대구살을 으깨 튀김옷을 입혀 튀긴 ‘부뉴엘로스 데 바칼라오’, 해산물을 듬뿍 넣은 샐러드 ‘엔살라다 데 마리스코스’, 조개류가 듬뿍 들어간 해산물 스튜 ‘사르수엘라’ 등 종류와 조리법도 다양하다. 해산물이 풍부한 갈리시아 지방의 대표적인 명물로 풀포(문어)를 꼽는데, ‘풀포 아 라 가예가(polpo a la gallega)’는 ‘갈리시아의 문어’라는 뜻으로 삶은 문어에 소금, 올리브유, 파프리카가루를 뿌려 먹는 요리로서 스페인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통 요리다.

문어를 그냥 삶으면 질기기 때문에 여러 번 치댄 뒤 2시간 이상 오래 삶거나 냉동해두었다가 삶는다. 한입 크기로 먹음직스럽게 썬 문어를 입에 넣는 순간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한 맛에 반한다. 양파와 각종 향신료를 넣고 문어를 삶은 물에 익힌 감자를 곁들이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또 ‘풀포 아 라 비나그레타(pulpo a la vinagreta)’는 문어와 다진 채소를 올리브유, 식초 등에 넣어 절인 것으로 축제 때 즐겨 먹는데 문어뿐 아니라 다양한 해산물로 만들어 바게트 위에 올려 타파스로 즐기기도 한다.

서교동에 위치한 쉐프 에스빠냐의 문어샐러드. 문어를 감자와 함께 익힌 뒤 올리브유에 버무려 타파스로 즐기는 스페인의 문어 요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당근, 양파, 셀러리와 레몬 1조각을 넣고 끓인 물에 문어를 2분간 부드럽게 데친 다음 마늘오일에 담가 하루 정도 재워 은은한 마늘 향이 나는 것이 특징. 감자는 익힌 뒤 올리브유에 담가 저온 조리(콩피)했다.

오랜 숙성을 거친 깊은 향기, 돼지 뒷다리로 만든 생햄, 하몬

얇게 저민 투명한 살결, 기름이 반드르르 흐르고 특유의 숙성 향을 풍기는 한 조각을 혀 위에 올리면 은은한 견과류 향과 달콤함, 폭발하는 돼지고기 지방의 풍미와 짭조름함을 입안 가득 퍼트리며 녹아내린다. 질 좋은 돼지의 토실토실한 뒷넓적다리를 그대로 염장해 맑은 공기와 바람에 건조·숙성해 만드는 하몬은 이탈리아의 프로시우토, 프랑스의 바욘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숙성 기간과 특유의 깊은 향이 특징이다.

특히 스페인 사람들의 하몬에 대한 애착은 유별나서 성인 평균 연간 섭취량이 5kg에 달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프로시우토 섭취량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하몬은 추운 겨울에 염장을 시작하고 서늘한 봄에 건조를 시작해 맑은 바람을 맞으며 6개월에서 36개월가량 숙성시키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하몬은 통째로 레스토랑이나 동네 마켓 등에 유통되어 그 자리에서 얇게 저며 판매된다.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와 하몬 세라노
하몬은 돼지고기 종류와 생산 지역에 따라 크게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와 ‘하몬 이베리코’, ‘하몬 세라노’로 나뉜다. 그중 최고급으로 치는 것이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로, 해발 1,000m가 넘은 자연생태계보존구역의 떡갈나무 숲에서 도토리와 풀만 먹고 자란 이베리코 돼지의 뒷다릿살로 만든다. 발이 까맣고 털이 뻣뻣한 ‘체드로 이베리코’는 스페인에서도 최고급으로 치는 흑돼지종인데 도축 전 살을 찌우는 시기에 ‘베요타’, 즉 도토리만 먹어 몸무게의 ⅓가량을 늘려야 ‘이베리코 데 베요타’ 규정에 합격한다. 그 과정에서 지방층이 근섬유로 침투해 섬세한 마블링을 만들며 특유의 향미가 생기는 것. 하몬 이베리코는 도토리만 먹지는 않지만 역시 유기농 지역에서 각종 나무열매와 풀을 먹고 자란 일반 이베리코의 넓적다리로 만든다. 하몬 세라노는 일반적인 백돼지로 만드는데, 염장 후 눈 덮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건조시키기 때문에 ‘마운틴 햄’으로도 부르며 이베리코에 비해 맛이 순하고 부드러우며 가격이 합리적이라서 대중적으로 즐겨 먹는다.

뜨거운 파티의 시작, 셰리주에 하몬 한 조각
스페인에서는 보통 셰리주에 하몬 한 조각 곁들이는 것으로 저녁 만찬이나 한밤중의 음주 파티를 시작한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와인인 셰리 와인은 독특한 향에 뒷맛이 깔끔해 식전주로 애용되는데 여기에 짭조름하면서 감칠맛 나는 하몬이 더해지면 환상의 궁합을 낸다. 질 좋은 하몬은 그 자체로 완벽하기 때문에 별달리 조리해 먹을 필요는 없지만 스페인의 대표 치즈인 만체고치즈를 곁들여 바게트 조각 사이에 넣어 먹거나 수란을 얹은 샐러드에 그대로 올려도 좋다. 짭조름한 맛이 달콤한 과일과도 잘 어울려 멜론 등을 곁들이는 경우도 흔하다.

일반 국내 마트에서는 얇게 저며 패킹된 것만 구할 수 있지만 가공육 전문 매장이나 스페인 레스토랑 등에서는 통으로 된 하몬이 준비되어 있어 그 자리에서 저며 생생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때 자르는 방향에 따라 조직감 등이 달라지고 최대한 얇게 저며야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하몬 자르는 일도 전문가의 솜씨를 요한다. 통으로 된 것은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매달아 보관하지만 자르고 난 뒤에는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해 냉장 보관한다. 먹을 때에는 실온으로 준비한다.

  • tip
    하몬과 로모, 초리소와 살치촌
    스페인 사람들의 염장 숙성 고기에 대한 사랑은 각별하다. 하몬 외에도 안심 부위를 통으로 숙성한 로모, 갖가지 부위를 섞어 갈아 돼지 창자 등 천연 외피에 넣어 숙성한 소시지인 초리소와 살치촌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스페인의 식재료다.
    하몬 뒷넓적다릿살, 소금으로 염장 후 숙성 및 건조
    로모 안심, 올리브유와 각종 허브로 만든 럽을 문질러 염장 후 숙성 및 건조
    초리소 살코기와 지방 부위 믹스, 스패니시 파프리카를 비롯한 다양한 향신료로 마리네이드한 고기를 갈아 돼지고기 창자에 넣고 숙성 및 건조
    살치촌 살코기와 지방 부위 믹스, 살코기와 베이컨을 섞어 소금과 통후추로만 양념해 48시간 숙성, 돼지고기 창자에 넣고 자연 건조

풍부한 일조량으로 곡물과 채소가 풍성하고 지중해와 대서양으로 둘러싸여 다양한 해산물을 만날 수 있는 스페인은 ‘유럽의 키친’이라 불리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요리 행사인 ‘마드리드 퓨전’을 통해 프랑스를 뛰어넘어 미식의 나라로 위상을 굳히고 있다. 식재료와 향신료가 우리나라의 그것과 닮아 우리 입맛에도 친숙한 스페인 음식은 최근 서울의 맛집 거리에서도 타파스 전문점이 속속 선을 보이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때마침 방영 중인 <꽃보다 할배>의 여행지로 등장해 더욱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페인 음식, 그 미식의 향연에 당신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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