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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장 폴 보레즈 셰프와 한국인 한혜숙 셰프의 달콤한 하모니

한식과 와인의 마리아주처럼…

On October 15, 2013

3년 전 방영했던 드라마 <파스타>는 헤드 셰프와 코미 셰프의 달달한 러브스토리를 그렸다. 그런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가 런던 ‘노부(NOBU)’의 키친에서도 펼쳐졌고 그 사랑이 결실을 맺어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프랑스인 장 폴 보레즈(Jean Paul Baurez) 셰프와 한국인 한혜숙 셰프가 그 주인공이다. 한식과 의외로 잘 어울리는 프랑스 와인처럼, 완벽한 마리아주를 이루는 그들의 달콤한 이야기.

그, 노부에서 일하다

조리학교를 졸업한 장 폴 보레즈는 보르도와 바르셀로나의 주방에서 일하다 여행을 좋아해 볼리비아, 페루, 칠레, 호주,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지를 돌며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체험했다. 여행하는 동안 음식이 주는 즐거움에 푹 빠져 요리사라는 직업은 천생 자신의 업이라고 생각해 본격적으로 셰프의 길을 걷게 된다. 아시아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런던 노부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녀, 노부에서 일하다

20대 중반. 디자인 공부를 하던 한혜숙 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친구들은 결혼하거나, 혹은 자신의 일을 찾기 위해 투자를 했다. 그녀는 자신이 지닌 자금으로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비교적 학비가 저렴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났다. 그 당시 한국 유학생은 대여섯 명 정도였는데, 음식 솜씨가 좋았던 그녀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었고, 그릇을 싹싹 비워가며 맛있게 먹는 친구들을 보면서 행복을 느꼈다. 그 행복감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요리사라는 직업으로 이끌었다. 캐나다 르 코르동 블뢰에 입학해 공부했고 졸업 뒤 아르바이트하면서 유학 생활을 할 수 있는 영국으로 떠났다. 2005년 그녀는 노부에서 파트타임 주방 스태프로 일을 시작했고, 그를 만났다.

사랑은 은밀하게

그들은 이렇게 런던 노부 주방에서 함께 일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함께 일하는 동료로 지내다가 둘이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사건이 터진다.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일본인 셰프 노부의 레스토랑인 만큼 일본인 스태프가 많았는데, 그중 짓궂은 일본인 동료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말하면 이 재료를 줄게.” 하고 그녀에게 농을 쳤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싸우면 그녀에게 불리한 상황이어서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수셰프였던 장 폴은 옆에서 지켜보다가 다음 날 독도에 관련된 자료를 인터넷에서 서치해 그보다 아래 직위에 있던 일본인 동료에게 요모조모 따지면서 그녀의 편에 서주었다. 그 순간부터 그녀에게 그는 실력 있는 직장 상사가 아닌 남자로 보였다. 그 또한 일 끝나고 주방 동료들과 퍼브에서 회포를 푸는 자리에서 하얀 유니폼 대신 사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여자를 발견했다. 전쟁터 같은 주방에서 연인 사이라고 해서 봐주는 것은 절대 없었다. 다만 일이 끝난 뒤 그는 그녀에게 부족한 것들을 자상하게 가르쳐주었고, 이를 통해 그녀의 요리 실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렇게 그들의 연애는 은밀하게 시작됐다.

사랑은 부대찌개를 타고

“라면 먹고 갈래?” 영화 <봄날은 간다> 명대사와 같이 라면은 그들의 연애를 돈독하게 만들어주었다. 여기서 말하는 라면은 부대찌개이다. 부대찌개 발음이 어려워 그들 사이에서는 라면이라고 불린다. 장 폴이 처음 먹어본 한국 음식은 런던에서 혜숙 씨가 집에 있는 재료로 후다닥 만든 부대찌개다. 장 폴은 프랑스식 순대인 부뎅(boudin)을 넣고 끓인 카술레의 맛과 아주 흡사하다며 냄비를 싹싹 비웠다고 한다. 일이 힘들고 지칠 때면 “라면 끓여줘.” 하던 그는 이제 그녀보다 부대찌개를 더 잘 만든다.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한 두 사람은 ‘음식 끝에 정 난다’는 말처럼 음식을 함께 먹으며 셰프로서의 인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각자 혹은 함께하는 삶

2년 정도 함께 일했을 무렵 그녀는 개인적 사정으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휴가차 한국으로 여행 온 그는 그녀를 다시 만난 뒤 떨어져서 살 수 없다는 생각에 결혼하기에 이르렀고 2010년부터 한국에서 터를 잡기 시작했다. 일하는 환경이 다른 만큼 적응하기 쉽지는 않았다. 그녀가 한국에 없었더라면 벌써 떠났을 것이다. 지금과 달리 그 당시만 해도 레스토랑 컨설팅을 할 때 당황스러운 것은 파스타를 만들더라도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소스가 자작한 파스타를 내놓아만 했다. 셰프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또한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메를로, 소비뇽 블랑과 같이 단일 품종만으로 빚은 와인이 대부분이어서 다양성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의외로 한국 음식은 맵고 짜고 자극적인 맛을 내는 음식뿐 아니라 향이 풍성한 나물, 고소한 잣소스로 맛을 낸 생채, 달콤하면서 감칠맛 도는 간장소스로 만든 음식 등 스펙트럼이 넓었다. 그는 한식의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와인도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많은 이들이 음식과 와인을 제대로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포도 품종을 블렌딩한 프랑스 와인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음식은 교육이다. 음식을 즐길 수 있으려면 잘 알아야 하는데, 많이 먹을수록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은 현재 이도 키친스튜디오의 쿠킹 클래스를 통해 음식과 와인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쿠킹 클래스는 그녀가 먼저 채소를 다듬으면 그가 조리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가 영어로 설명하면 그녀는 옆에서 한국어로 통역한다. 장 폴 셰프는 와인 수입 일을 하면서 프랑스 전통 햄과 소시지를 만들고 있고 혜숙 셰프는 현재 식품업체 신상품 기획팀에서 바쁜 나날을 지내고 있어, 한 주방에서 손발을 맞추는 것이 한국에서는 이번 쿠킹 클래스가 처음이다. 런던 노부의 주방에서처럼 치열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음식문화를 알리는 그 자체가 의미 깊다.

한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들은 대답했다.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고 오크 향이 적절한 것으로, 음식을 돋보이게 하고 즐길 수 있게 조화를 잘 이뤄야 한다”고. 마치 그들처럼 말이다.

프랑스인 장 폴 보레즈 & 한혜숙 부부 추천 한식과 프랑스 와인의 마리아주
비빔밥 & 도멘 벵상 카렘, 부브레 섹

한국 음식 중 장 폴 셰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나물이다. 향긋하면서 섬세한 양념의 조화가 구미를 당기기 때문이다. 나물뿐 아니라 많은 한국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도멘 벵상 카렘, 부브레 섹’을 추천한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슈냉 블랑 100%로 양조하는 와인으로 진한 노란색에 은은한 빛깔, 복숭아와 잘 익은 서양배의 풍미, 오렌지 껍질의 상쾌함 등 개성적인 아로마가 가득하다. 가벼운 잔당감과 잘 살아 있는 산도는 새콤달콤한 미감을 선사한다.

떡갈비 & 도멘 루주 가랑스 코트 뒤 론

장 폴 셰프가 한국에 도착한 날이 추석 전이라 한혜숙 셰프의 어머니와 함께 둘러앉아 떡갈비를 만드는 등 추석 음식을 만들었다. 그래서 더욱 인상 깊은 한국 음식인 떡갈비와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했다. ‘도멘 루주 가랑스 코트 뒤 론’은 코르텔리니 부부가 직접 유기농으로 포도밭을 일궈 만든 와인이다. 시라 품종을 중심으로 소량의 그르나슈와 무르베드르 품종을 블렌딩해 보디감이 느껴지고 잘 익은 딸기, 자두 등 과일의 풍미가 섬세하게 오랫동안 지속된다.

생선 요리 & 도멘 드 끌로젤, 르 샹 드 푸제르, 사브니에르

장 폴 셰프가 런던 노부에 있을 때 개발해 인기를 끌었던 메뉴로, 바삭하게 구운 연어에 각종 향신료와 간장양념을 섞은 소스를 곁들인 요리이다. 생선 요리와 잘 어울리는 ‘도멘 드 끌로젤, 르 샹 드 푸제르, 사브니에르’는 유기농 재배 포도인 슈냉 블랑 100%로 만든 화이트와인으로 재스민 향과 감귤류 향, 스파이시한 맛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구운 생선 요리뿐 아니라 채소 요리와도 잘 어울려 비빔밥도 함께 곁들이면 좋다.

3년 전 방영했던 드라마 &lt;파스타&gt;는 헤드 셰프와 코미 셰프의 달달한 러브스토리를 그렸다. 그런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가 런던 ‘노부(NOBU)’의 키친에서도 펼쳐졌고 그 사랑이 결실을 맺어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프랑스인 장 폴 보레즈(Jean Paul Baurez) 셰프와 한국인 한혜숙 셰프가 그 주인공이다. 한식과 의외로 잘 어울리는 프랑스 와인처럼, 완벽한 마리아주를 이루는 그들의 달콤한 이야기.

Credit Info

장소협찬
이도 키친스튜디오
포토그래퍼
최해성
에디터
양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