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네이버포스트 카카오 스토리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기획기사

<꼬마 악어 타코>, <걸어가는 늑대>, <새로운 가족>

동화책 세 권 펴낸 꼬마 작가 전이수를 만나다

On January 31, 2018 0

벌써 세 권의 그림책을 펴낸 제주 소년 이수가 대중에게 알려진 건 지난해 SBS <영재발굴단>에 감수성 풍부한 꼬마 작가 이수 이야기가 소개되면서다. 생명력 넘치는 제주의 자연 속에서 신나고 재미있게, 때로는 거침없이 자유롭게 지내는 이수네 가족 이야기는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벽지, 담벼락은 물론 아빠의 자동차며 온 집 안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려대는 개구쟁이 남매들과 남다른 감성으로 세 권의 동화책을 펴낸 이 집안의 맏형이자 꼬마 작가인 이수, 그리고 네 아이의 눈높이에 꼭 맞춘 엄마 아빠의 소신 있는 육아 철학은 ‘정말? 정말 그래도 되는 거야?’, ‘그래?! 그래서 행복한 거지!’라고 마음에 느낌표를 ‘쾅’ 찍게 했다. <베스트베이비>는 모처럼 서울을 방문한 이수네 가족을 만나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전이수



 ->  제주 소년 이수가 여덟 살에 쓰고 그린 <꼬마 악어 타코> 이야기


ⓒ꼬마 악어 타코, 전이수 2017, 엘리

삐뚤빼뚤한 글씨, 조금은 어설퍼 보일 수도 있는 아이의 연필 선을 그대로 살린 그림체…. 어른의 손길을 더하지 않고 꼬마 창작자의 개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야기 <꼬마 악어 타코>는 이수가 여덟 살 때 펴낸 첫 번째 동화책이다.

이 책은 꼬마 악어 타코의 눈을 통해 인간 세상 곳곳을 보여준다. 길을 잃고 바닷가를 헤매던 타코. 타코의 눈에 비친 세상은 무섭고 삭막하기만 하다. 나무는 점점 적어지고 세상은 네모난 건물로 가득하다.

길쭉한 막대기는 쉴 새 없이 시커먼 연기를 토해내고 새들은 쉴 곳을 잃었다. 우여곡절 끝에 나무의 도움으로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온 타코는 다짐한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곳에서 살아갈까? 나는 이곳을 그렇게 되지 않게 지킬 거야. 더 늦기 전에.’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어 꼬마 악어 타코를 생각해냈다는 이수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건 엄마 아빠의 아이디어였다.

아이가 끼적인 글과 그림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싶었다. 책으로 남기면 좋을 것 같았지만 출판 비용이 만만치 않았는데 그때 이수 아빠 전기백 씨가 크라우드 펀딩을 생각해냈다.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상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공지하고 도달해야 할 금액을 설정한 뒤 여러 사람들(crowd)이 함께 재원을 마련하는(funding) 방식이다. 꼬빡 30일에 걸쳐 펀딩이 이루어졌고 130% 달성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처음에는 딱 500권만 출간해볼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500권을 찍든 1000권을 찍든 금액 차이가 크지 않더라고요. 독립서점에도 보내고 기부도 하고 선물로도 많이 줬어요. 1000권 소진하는 데 꼬빡 1년 반이 걸리더군요(웃음).”

여덟 살 겨울방학에 만든 첫 책 <꼬마 악어 타코>는 이수가 아홉 살 되던 해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딱히 팔기 위해 만든 건 아니었다는 이수의 책은 독립서점을 통해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영재발굴단> 출연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보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희귀본이 되었다. 다행히 지금은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맺어 품절 걱정 없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이수의 책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격려 편지를 받으며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방송에 소개되기 전이었고 두 번째 책을 내려고 다시금 펀딩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이수가 문 대통령께 편지를 보냈어요.

‘저 책을 내려고 이런 걸 하고 있어요. 한 번 봐주세요’ 하고 무작정 보낸 편지였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답장이 안 오더라고요.

한 달 가까이를 기다리다 애가 탔는지, 이수가 ‘제 편지가 혹시 도착하지 않았나요?’ 하며 편지를 또 보냈는데 마침 그날 답장이 도착했어요. 공직자가 펀딩에 참여하면 안 되는 부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느라 답신이 늦어졌다는 설명이었어요.

그리고 소중한 자연에 관심을 가져주어 대견하고 앞으로 정부에서도 좋은 환경 정책을 많이 만들 거라면서 이수를 응원해주셨죠. 대통령님께 답장을 받던 날, 이수뿐 아니라 가족 모두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요.”




 ->  제주의 풍요로운 자연 안에서 감성을 꽃피우다…
이수의 책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마지막 장을 덮은 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수채화처럼 말간 이수의 이야기가 가슴 한편에 곱게 자리 잡아 작은 씨앗이 되어 뿌리내리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이수의 재능은 타고난 걸까, 후천적으로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걸까? 이수 엄마 김나윤 씨는 2016 나미콩쿠르 입상, 2017 그라폴리오 그림책 공모전 수상 경력을 지녔고, 몇 권의 책을 펴낸 작가다.

본인이 동화 작가로 유명해지고 싶었는데 아들내미에게 자리를 빼앗겨 지금은 마음을 접었다며 웃음 짓는다. 아이들의 마음을 세심히 살필 줄 아는 섬세한 작가 엄마이니 얼마나 신나고 즐거운 유년을 만들어줬겠는가.

또 어릴 때부터 좋은 책이란 책은 다 읽어주며 동화적 상상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대답은 예상 밖이다.

“애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니깐 ‘책을 엄청 많이 읽었나 봐요’란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저희 집엔 책이 거의 없어요(웃음).”

책장에 애들이 볼 만한 책이랄 게 없어서 보다 못한 이수 아빠가 중고로 사들인 전집 한 세트가 전부란다. 책으로 가득 찬 거실, 남다른 독서량이 작가적 감수성과 100% 정비례하는 건 아닌가 보다.




하지만 책은 없어도 아이의 감성을 키우기에 이수네 가족의 육아 철학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아이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마음껏 생각을 표현하도록 온 집 안을 캔버스 삼아 그림 그릴 자유를 주고, ‘잘 노는 것’이야말로 지상 최대 과제라도 되는 양 방바닥에 밀가루를 쏟아 붓고 다 같이 뒹구는 부모는 흔치 않을 테니 말이다.

내내 도시에 살다 4년 전 제주로 이주를 결정한 것도 아이들을 좀 더 자유롭고 제약 없이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서 였다.
“도시에 있을 때는 하면 안 되는 것, 차단할 게 너무 많았어요. ‘아니야, 거긴 안 돼, 그만!’ 소리가 입에 붙어 있었죠.

그런데 제주에 온 이후로는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어요. 저희가 사는 집은 주변 이웃과도 좀 떨어져 있거든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상관없어요. 그야말로 마음껏 발산하고 내지르죠.”


일단 제주에서 살겠다는 결심이 서자 나윤 씨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살 곳을 물색하고 짐을 꾸렸다. 인천에 있는 발전소가 직장인 이수 아빠는 제주 이주를 염두에 두고 제주 지사에 자원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아내와 4남매가 1년 먼저 내려와 터전을 꾸렸다.


제주 집은 TV도 없고, 놀이터도 없고, 집 한 채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지만 가족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식구들은 해가 지는지, 달이 뜨는지도 모를 만큼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꽉 채워나갔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 때면 심심하다는 4남매의 성화에 엄마는 이불에 쪼르르 누워 있는 아이들에게 매일같이 이야기를 지어 들려주었다.


“그게요, 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예요. 공주는 공주인데 방귀 공주, 코피 공주 이런 식으로 즉흥적으로 꾸며낸 이야기인데 그게 그렇게 재밌었대요. 애들이 다 까르르 넘어가곤 했죠.”


나윤 씨는 제주에 살고 나서야 비로소 도시가 답답했다는 걸 알게 되었단다.

“아마 그대로 도시에 살았으면 나름대로 살아냈을 거예요. 그런데 확 트인 데로 오니 먼저 살던 곳이 답답했다는 걸 그제야 알겠더라고요.
이수도 그런 이야기를 해요. 왜 진작 오지 않았느냐고.”


‘자연은 나를 살아가게 하는 터전이다.’


이수가 노트에 적어놓은 글귀다. 온몸의 세포를 활짝 연 채 자연이 주는 감동을 오감으로 느끼며 이수의 감성은 하루하루 더욱 활짝 꽃을 피우고 있다.

이수의 두 번째 책 <걸어가는 늑대들>은 제주가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 이수에게 준 멋진 선물인지도 모른다. 책 속에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이 ‘오름’인 까닭이다.


이수는 모든 것을 로봇에게만 시키느라 무기력해진 사람들이 몸이 비대해진 나머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어 오름처럼 땅에 달라붙은 채 간신히 숨만 내쉬며 옴짝달싹 못하게 된 모습으로 표현했다.


“사람들은 원래 발이 있어서 걸어 다녀야 하잖아요? 근데 일은 안 하고 대신 로봇한테만 시키니까 점점 힘이 없어지고 살만 쪘어요. 그래서 몸은 커지고 움직일 수 없게 됐어요. 그런데 사람을 산이라고 해버리면 너무 크니깐 이렇게 오름이 되어버린 거예요.”




ⓒ걸어가는 늑대들, 전이수 2017, 엘리

이수의 재미나고 기발한 생각에 어른들은 감탄을 멈출 수가 없다. 아이들이 말문을 틀 때면 누구나 다 시인이 된다고 한다. 이수 엄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꼬마 이수도 재주 많은 시인이었다.

“다섯 살 때인가. 이수랑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는데 레미콘이 지나가는 거예요. 이수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미콘을 보더니 저건 왜 계속 돌아가는 거냐고 묻더라고요. 별 생각 없이 ‘시멘트가 굳지 말라고 돌아가는 거지’라고 답해줬어요.

그런데 이수가 ‘엄마, 그러면 지구도 사람이 굳지 말라고 계속 계속 돌아가는 거야?’ 하는 거예요. 그 말이 어른인 저한텐 너무나 철학적으로 느껴졌어요. 잊어버리기 아까워서 그때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남겨뒀지요.”


엄마 아빠 눈에 이수는 감정이 섬세하게 발달한 아이다. 보고 들은 걸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일 줄 알며, 사람의 감정을 민감하게 알아챈다.


나연 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로 왔던 4년 전을 떠올리면 세월호 생각이 자꾸만 겹쳐진다. 이사를 온 지 딱 일주일 후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저 역시 발만 동동 구르며 뉴스를 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저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이수에게 누나들, 형아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오려다 배에 갇혔는데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해줬는데, 이수가 참 많이 가슴 아파했어요.”

일곱 살밖에 안 된 아이였지만 세월호 이야기는 아이의 기억 속에 깊이 남았고, 나중에 배가 무사히 인양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새들이 세월호를 건져내는 모습을 한 폭의 그림으로 남기기도 하였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이수는 지금 제주도의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수는 도시에 있을 때 어린이집에 다니는 걸 유독 힘들어했다. 다른 곳으로 옮겨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이수는 유난히 통제를 힘들어하는 성향의 아이였다.

그래서 적절한 규칙을 가지되 그 안에서 아이 개개인의 특성과 속도를 배려해주는 대안학교를 택하게 되었다. 대안학교의 철학은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고자 하는 이수 엄마 아빠의 육아 방침과도 잘 맞았다.


“다른 사람의 생각, 시선을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면 아이를 제대로 못 키울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만약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욕을 먹든, 매를 맞든, 한 번 해보고 도망을 가든 그래도 시도해보는 게 맞다고요.

그렇게 키우다 보니 어떤 때는 버릇없다는 말도 많이 들어요. 저는 그냥 각오하고 있어요. 돌아서서 ‘아, 그때 해볼걸’ 후회하지는 말자고요.”

방송 출연을 통해 만나게 된 김용택 시인의 격려는 그래서 많은 힘이 되었다.

“김용택 시인이 그러시더라고요. 마음껏 할 수 있게 내버려두라고요. 어른들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뭐라고 할 준비를 하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내버려두래요. 우리 부모들부터 ‘이건 안 돼, 저건 안 돼’ 하며 뭐라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  이 꽁지머리는 제 안테나예요!
이수의 그림책에 실린 프로필 사진을 보면 외모의 변화가 눈에 띈다. 첫 번째 책에는 마치 여자아이처럼 긴 머리다. 반면에 지금은 밤톨처럼 귀여운 빡빡머리.

소아암에 걸린 아이들이 머리카락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수가 머리를 길러 기증하고 싶어 해 한동안 어깨 아래로 치렁치렁 머리를 기르고 다녔다.

3년간 고이고이 기른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낸 지금은 5㎝ 남짓 길이의 앙증맞은 꽁지머리만 남았는데 “이거는 제 안테나예요” 하고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한다. (도대체 누구랑 무슨 교신을 하는 거니, 이수야?! 너는 ‘별에서 온 아이’이기라도 한 걸까?)


지금은 이수 바로 아래 동생인 우태의 머리가 소녀처럼 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락없는 여동생. 한창 남자 놀이, 여자 놀이가 나뉘는 시기이고, 남자애가 머리 길다고 놀림도 받으련만 씩씩한 우태 역시 사람들이 쳐다봐도 아무렇지 않단다. 자신의 긴 머리 역시 형이 그랬듯 필요한 아이에게로 가서 그 쓰임을 다할 테니까.




ⓒ새로운 가족, 전이수 2017, 엘리

최근 이수는 <새로운 가족>이라는 제목의 세 번째 책을 냈다. 엄마 아빠 코끼리와 4마리의 코끼리 남매가 주인공인데, 이수의 가족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가 이수네 이야기란 사실을 단번에 알아챌 것이다.

이수의 둘째 동생 유정이는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로 공개 입양했다. 보육원에 자원봉사를 다니던 나윤 씨에게 유난히 작은 체구에 지적장애를 갖고 있던 유정이는 늘 눈에 밟히는 아이였다. 평소와 같이 자원봉사를 하던 나윤 씨를 향해 유정이가 ‘엄마’라 부르던 날 나윤 씨는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울었다.

결심이 서자 식구들에게 나윤이를 데려와도 괜찮겠느냐 물었고 좋을 것 같다는 아이들의 대답에 유정이가 가족이 된 지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새로운 가족이 된다는 건 모두에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금방 극복이 되지는 않았어요. 저희한테 오게 된 유정이도 자기가 살던 곳과는 너무 다른 환경에 처한 거니까요. 보육원에서는 사실 생존경쟁이었을 거예요.

먹는 거 하나도 먼저 먹어야 하고, 더 관심을 받아야 하니까요. 또 그 나이에 맞는 지적인 수준이 안 되니 아이들도 유정이로 인해 힘들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트러블이 생기더라고요.”


맏이 이수에게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동생은 일생일대의 사건이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유정이를 데리고 와서 힘들었던 점도 이야기하고 싶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던 이수는 지난겨울, 자신이 느낀 가족에 대한 생각을 한 편의 이야기로 완성했다.

엄마가 데려온 아기 코끼리 때문에 너무 힘이 든 나머지 집을 떠나 있다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온 맏이 코끼리, 즉 자신의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았다.

이수는 언제, 무슨 계기로 동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 걸까? 이 질문에 이수는 기억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조용조용 대답을 이어나간다.


“제 생일날 믿거나말거나 박물관에 놀러갔을 때 동생을 이해했어요. 유정이가 계단 턱에 걸려 넘어져 우는데, 그때 유정이 눈이 너무너무 슬펐어요.”


그날은 엄마 나윤 씨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저한테 달려와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유정이가 계단에 주저앉아 우는데 그 모습을 본 순간 자기도 마음이 너무 슬퍼서 어쩔 줄 모르겠더래요. 그 순간 동생의 아픈 마음이 이해되고 자기가 동생 때문에 힘든 것 못지않게 동생도 지금 굉장히 힘들다는 걸 알게됐다면서요.

이제껏 유정이 때문에 자기가 힘들었던 걸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아닌 것 같더래요. 그리고 자기는 하나를 알게 됐대요. 유정이가 자기를 이해하는 것보다 자기가 유정이를 이해하는 게 훨씬 기쁘다는 걸요.

그래서 제가 ‘이수야, 네가 그렇게 동생을 이해해줘서 엄마 마음은 더 기뻐’라고 했더니 이수가 자기는 또 하나를 더 알았대요. 엄마가 기뻐하니까 자기는 더더 행복해진다는 걸요.

그 순간 우리 이수가 참 많이 컸구나 싶었어요. 오래 걸릴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이렇게 조금씩 유정이를 이해하는구나, 조금씩 생각도 마음도 트이는구나 싶었어요.”



그날 밤 나는 그때 데려온 동생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아이도 지금의 나처럼 슬펐겠구나.
나처럼 힘들었겠구나.
아주 간절히 원했다. ‘가족을’



이수의 책 <새로운 가족>의 한 부분이다. 가슴을 울리는 이 글은 이수가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고자 그 안에서 부대끼고 그 부대낌을 통해 스스로 깨우친 사랑의 결과물일 것이다.

물론 4남매의 ‘아옹다옹’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란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날들이 쌓이며 가족의 믿음과 사랑은 더욱 커지고 지금보다도 더 단단해질 것이다.

 

벌써 세 권의 그림책을 펴낸 제주 소년 이수가 대중에게 알려진 건 지난해 SBS <영재발굴단>에 감수성 풍부한 꼬마 작가 이수 이야기가 소개되면서다. 생명력 넘치는 제주의 자연 속에서 신나고 재미있게, 때로는 거침없이 자유롭게 지내는 이수네 가족 이야기는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벽지, 담벼락은 물론 아빠의 자동차며 온 집 안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려대는 개구쟁이 남매들과 남다른 감성으로 세 권의 동화책을 펴낸 이 집안의 맏형이자 꼬마 작가인 이수, 그리고 네 아이의 눈높이에 꼭 맞춘 엄마 아빠의 소신 있는 육아 철학은 ‘정말? 정말 그래도 되는 거야?’, ‘그래?! 그래서 행복한 거지!’라고 마음에 느낌표를 ‘쾅’ 찍게 했다. <베스트베이비>는 모처럼 서울을 방문한 이수네 가족을 만나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이혜원
자료협조
엘리(02-3144-3123)

2018년 02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이혜원
자료협조
엘리(02-3144-3123)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