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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할 때 손가락을 써도 될까요?

On January 25, 2018 0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옵니까?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 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선 유아 때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그 다섯 번째 이야기는 아리비아숫자를 익히기 전에 수 개념을 먼저 형성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이를 익히는 데 유용한 여러 가지 기호와 도구에 대해 다룹니다.

 ->  ‘숫자’와 ‘수’는 다릅니다
지난 호 칼럼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적어도 19까지 수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덧셈과 뺄셈이라는 연산 능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에게 사과 5개와 6개를 각각 주고 세어보게 하면 대부분은 한데 모아놓고 ‘하나, 둘, 셋… 열하나’ 이렇게 세면서 모두 11개란 사실을 파악합니다. 이를 ‘모두 세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수 감각이 발달한 아이는 ‘모두 세기’를 뛰어넘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합니다. 먼저 사과 5개를 한눈에 파악하고 그다음부터 ‘여섯, 일곱… 열하나’를 세어 전체 개수를 파악하는 식이죠.

우리는 지난 4회에서 이를 ‘이어 세기’라고 칭하며 ‘모두 세기’와 구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세기’와 ‘이어 세기’는 결국 ‘덧셈’이라는 연산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는 한 자릿수를 비롯해 19까지의 수를 헤아리며 모두 세기와 이어 세기를 차근차근 익혀가고 그 과정에서 숫자를 구별하고 파악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수’와 ‘숫자’의 차이는 구별해야 합니다. 수는 우리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개념이지만, 숫자는 수 개념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고자 오랜 시간을 거쳐 인류가 개발한 도구니까요.

영어로도 숫자와 수는 ‘numeral’과 ‘number’로 단어가 각각 다른 만큼 의미도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숫자는 수 개념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표기한 상징 기호’이므로 문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문자(글)로 나타내고, 기록된 문자를 보면서 다시금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문자는 상상력과 사고의 원천이라 할 수 있죠.

숫자 역시 문자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수 개념을 숫자로 기록하고 그 숫자를 보고 다시 수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형성하는 과정이 또 다른 수량적 사고를 전개하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우리 인간은 상징적 기호인 숫자를 사용해 새로운 수량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수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했습니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현대 문명이 존재할 수 없다는 명제는 숫자에도 적용되는 셈이지요. 그래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유아에게도 숫자를 읽고 쓰는 걸 가르쳐야 할까요?
만일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요?

사실 아이들은 이미 일상생활에서 많고 많은 숫자를 접합니다. TV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채널을 돌리고, 버스를 탈 때 몇 번인지 확인합니다.

또 지하철역의 출입구 번호나 살고 있는 아파트의 동·호수, 엘리베이터에 표기된 층을 나타내는 숫자 등 우리 주변에서 매우 자주, 흔하게 숫자를 접하지요.


우리가 자연스레 접하는 숫자는 ‘0, 1, 2, 3, 4, 5, 6, 7, 8, 9’라는 10개로 이루어진 아리비아숫자입니다. 하지만 아라비아숫자만이 숫자의 전부는 아닙니다.

‘Ⅰ, Ⅱ, Ⅲ, Ⅳ…’와 같은 로마숫자, ‘一 , 二, 三, 四…’와 같은 한자로 표현된 숫자를 비롯해 수많은 형태의 숫자가 존재합니다. 세계 곳곳에 분포되어 각각의 문명 세계를 이룩한 인간들이 수 개념을 나타내고자 각자 자기들만의 숫자를 개발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21세기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통일된 하나의 숫자, 즉 아라비아숫자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아라비아숫자를 도입해 전 국민이 사용하게 된 지 50년밖에 되지 않았으니까요. 실제로 1960년대 발행된 신문을 보면 온통 ‘一 , 二, 三, 四…’와 같은 한자어가 표기되어 있고 아라비아숫자는 간혹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아라비아숫자 쓰기를 가르쳐야 할까요? 이에 대해 ‘그렇다’, ‘그렇지 않다’로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순 없지만, 숫자를 익히는 과정이 ‘점진적인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려면 아라비아숫자를 쓰기 이전에 먼저 주위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표기를 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차근차근 쌓이면서 아이는 좀 더 자연스럽게 수 개념을 형성하게 되니까요. 다음은 이를 익히기 위한 활동 사례입니다.





 ->  수 개념을 익히는 효과적인 방법들
 


위 문제에서 수를 표기하는 세 가지 도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 주사위 그리고 텔리(tally)라 불리는 빗금 표기입니다.

① 텔리
텔리는 숫자가 발명되기 훨씬 이전인 원시시대 때 인류가 양이나 소 같은 가축을 우리에 넣으며 몇 마리인지 파악하고자 나무 기둥에 하나씩 선을 긋던 데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짐작되는 숫자 표기의 한 도구입니다. 5개가 될 때까지 하나씩 그려나가는 식인데, 한자어 ‘바를 정(正)’ 자 표기 역시 텔리의 변형이라 할 수 있지요.




② 손가락
다음은 손가락입니다. 손가락 역시 고대 원시시대부터 활용해온, 그래서 우리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수 세기 도구입니다. 신체의 일부이니 언제나 휴대 가능한 계산기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이 셈을 할 때 손가락 사용하는 걸 금하는 선생님도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주눅이 든 아이는 양손을 책상 밑에 숨기고 들키지 않게 몰래 손가락으로 셈을 한다고요.

아마도 그 선생님은 손가락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암산하는 것만이 추상적인 수학의 속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암산은 ‘구체적인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셈’이 충분히 이루어진 다음에야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이가 셈을 할 때 손가락을 사용한다면 아직 그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손가락 셈을 장려하기는커녕 기회조차 빼앗고 심지어 죄책감까지 심어주는 폐단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가 수 개념을 형성하는 데 있어 ‘손가락 활동’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교육적 도구 중 하나입니다. 세계 곳곳의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는 손가락 사용을 중요한 수학적 활동의 하나로 여긴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③ 주사위
마지막 도구로 주사위를 제안했습니다. 텔리나 손가락보다는 작은 숫자, 즉 ‘6’까지밖에 나타낼 수 없지만 수를 표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특히 각각의 숫자를 나타내는 주사위의 점 중에에서도 ‘4’와 ‘5’의 점이 어떻게 배열되었는지 들여다보세요.

이 기하학적 배열을 접하며 아이는 도형에 대한 감각도 차츰 익히게 됩니다. 또한 앞으로 이 주사위는 덧셈이라는 연산 개념을 익히는 훌륭한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리비아숫자를 익히기에 앞서 먼저 알아둘 ‘수 개념 형성’에 대해,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기호와 도구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아라비아숫자 쓰기는 언제부터 가르쳐야 할까요?

아마도 어린 유아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답을 드리자면, 우선 연필이나 펜을 쥐고 직선과 곡선을 그을 수 있는 손가락의 악력이 충분해야 합니다.


유아용 학습지에 자주 나오는 점선 따라 곡선 긋기, 지그재그 긋기 같은 활동을 무리없이 할 수 있다면 아라비아숫자 쓰기를 시작해도 될 준비가 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는데요. 아이가 분명 숫자를 읽고 쓸 수 있는데도 일상생활에서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과점 진열장에 놓인 케이크를 사려고 엄마가 “케이크 3호 주세요”라고 했더니 아이는 케이크를 3개 사는 줄 알고 “엄마, 나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없는데요?”라고 말한다면 아직 짚어볼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아이는 왜 이런 반응을 보인 걸까요? 이럴 때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호에 계속하겠습니다. 

-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⑤편 끝

 

 

PROFILE

PROFILE 박영훈 소장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몬타나주립대학에서 수학 M.A.를 취득, 현재 홍익대 수학교육과 겸임교수와 나온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수학이란 학문이 숫자와 기호의 조합이어서는 안 되며 삶의 온기가 느껴지는 수학, ‘생활 속의 수학’이 되어야 한다고 여기며 수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제7차 교육과정 중·고등 수학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저서로 <당신의 아이가 수학을 못하는 진짜 이유>, <새로 쓰는 초등수학 교과서> 시리즈가 있다. <베스트베이비>의 칼럼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를 통해 유아 수학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수학’ 하면 복잡한 수식과 계산이 떠오르나요? 식은땀이 나고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옵니까? 나온교육연구소 박영훈 소장은 더 이상 문제 풀이식 수학으로 아이들을 괴롭혀선 안 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수학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기 위해선 유아 때부터 수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 해야 수학의 첫걸음을 제대로 뗄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된 <박영훈의 수학 탐험대> 그 다섯 번째 이야기는 아리비아숫자를 익히기 전에 수 개념을 먼저 형성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이를 익히는 데 유용한 여러 가지 기호와 도구에 대해 다룹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박영훈

2018년 01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박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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