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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의 뷰 포인트

12년이 지난 세상에서

On December 08, 2017 0

 


조두순이 출소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 법적인 처벌을 다 채운 만기 출소다. 사회적 울타리 내에서 그는 죗값을 치른 셈이다. 교도소 안에서 그는 <성경> 필사에 열심이었다고 하니, 심지어 신에게도 그는 용서를 구하고 있는 것 같다. 신이 있다면, 용서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지금의 현실에는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법 감정’이라는 말이 있다. 법과 감정이란 물과 기름처럼 어울릴 수 없는 말이지만, 어떤 법은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성범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더욱 그렇다. 미성년자를 폭행·강간한 그의 형량은 징역 12년이었다.

재판부에 따르면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죄이나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되어 감형이 되었다고 한다. 술이 죗값을 대신 치러주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연예기획사 사장이 소속 연습생이던 미성년자(중학생)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하여 임신에 이르게까지 하였는데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후 피해자가 보낸 메시지로 미루어 짐작(?)하기에 둘의 애정(!) 관계가 인정된다는 논리였다.

일전에는 미성년 지적장애인인 여성을 간식 등으로 꾀어 모텔에서 성폭행한 가해자들에게 성매매-매수 관계를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한 판결도 있었다(다행히 항소심에서 판결은 뒤집어졌다).


성범죄의 형량만이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존중하는 듯 보이는 수사와 재판 과정은 더 큰 문제다. 전가의 기본처럼 활용되는 ‘술을 마셔서 기억이 안 난다’, ‘사랑하는 사이였다’, ‘꽃뱀이다’ 같은 논리는 생각보다 크게 용인된다.

반대로 피해자에게는 일관적인 진술, 피해 당시의 물리적 저항 유무가 요구된다. 여기에 일종의 ‘피해자다움’을 벗어나는 이에게는 평소의 품행을 문제 삼으며 마녀사냥이 일어나기도 한다. ‘여자에게도 문제가 있었겠지!’

요즘에는 출산을 앞둔 젊은 부부들이 아들보다는 딸을 더 원하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딸을 낳은 후에 부모는 무엇보다 딸의 안위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는 더욱 광범위해지고 있고, 이른바 소아성애라고 하는 아동의 성적 대상화 또한 대중문화와 일상 곳곳에 퍼져 있다. 우리는 우리의 딸을 위해서, 아니 아들과 딸 모두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작정 형벌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성범죄에 대한 인식 재고를 위해서라도 지금보다는 엄격한 구형과 판결이 필요해 보인다. 남성의 심신미약이나 본능이 강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여성의 매력이나 옷차림 또한 성폭행의 원인이 될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성범죄의 원인은 성범죄자 자신에게 있다.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책임은 우리 사회에 있다.


조두순이 극악한 범죄로 감옥에 들어간 지 12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한 게 없는 것 같아 입맛이 쓰디쓰다.

 

서효인 씨는요…

 >  서효인 씨는요…

시인이자 은재·은유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 남들보다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첫째 딸 은재를 키운 기록을 담은 산문집 <잘 왔어 우리 딸>을 펴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주목한 사회적 이슈를 그만의 시선으로 전달하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서효인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2017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황선영 기자
서효인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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