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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 오기 전 부모님께 드리는 당부

On December 07, 2017 0

병원 문 앞에서부터 온몸으로 버티며 거부하는 아이들이 적잖습니다.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통에 부모는 당황스럽고, 다른 아이들까지 덩달아 겁에 질리기도 하죠.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야 하고, 콧물을 빼거나 주사를 맞는 등 그다지 즐겁지 않은 절차가 이루어지는 병원을 좋아할 아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아프면 병원에 와야하고 아이가 어릴수록 정기적으로 검진도 받고 예방접종도 해야 하기에 병원 방문은 일상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병원을 두려워하는 아이를 위해 부모님이 해주면 좋을 일은 병원에서의 절차를 아이가 최대한 잘 이해하도록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격려해주는 겁니다. 물론 설명을 많이 해준다고 아픈 몸이 낫는 것도 아니고, 맞아야 할 주사를 생략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레 겁먹는 일은 한결 줄어들겠지요. 병원에 가기 전, 그리고 병원에 갔을 때 알아두면 좋을 정보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 선생님이 조언을 주었습니다.


PROFILE

PROFILE

 +  정재호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전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소아청소년과야말로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친근한 ‘동네 병원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정재호의 육아상담실’ 코너를 통해 아이들의 질병·성장·발달·훈육 등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육아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의사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납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다양한 생각과 행동을 매일 듣고 보지요.

아이를 진찰하는 도중이나 심지어는 아이 상태에 대해 설명하는 와중에 휴대폰 통화를 하는 분들도 있어서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은 상황도 매일 한두 번은 꼭 접하는 일이고,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내 아이 병은 내가 잘 아니 이렇게 처방을 내달라”고 항생제 처방을 당당히 요구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호에서는 예의나 상식의 문제보다는 아이를 잘 진찰하고 최선의 대처법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점을 미리 염두에 두면 좋을지 그동안 진료실에서 느꼈던 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  진료실에 들어오기 전
첫째, 만나게 될 의사 선생님에 대해 알려주세요.
아이에게 진료실에서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려주세요.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여러 번 반복해 익숙한 일이라면 두려워하지 않고 씩씩한 모습을 보입니다. 처음 겪는 일을 익숙하게 여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미리 반복해서 이야기해주는 겁니다.

“진료실에 들어가면 안경을 쓴 남자 의사 선생님(상냥한 여자 의사 선생님)이 계실 거야”, “목에는 청진기를 걸고 있고, 방 안에는 하얗고 반짝거리는 기계랑 컴퓨터도 있을 거야”라고 알려주세요. “

선생님께 씩씩하게 인사드리면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주실 거야”라고 덧붙여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다들 긴장해서 그렇겠지만 진료실에서 인사하는 아이 만나는 게 하루 중 손에 꼽을 정도랍니다. ‘어라, 똘똘한 녀석이네’ 하며 다시 쳐다볼 정도이지요.


동화책이나 인터넷 동영상으로 병원과 관련된 내용을 미리 봐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평소에 집에서 인형을 가지고 병원놀이를 해보는 것도 아주 효과적이고요.

병원에 와서는 무섭다며 울기만 하던 아이도 병원놀이를 할 때면 자기 가 늘 보아왔던 단골 의사 선생님을 똑같이 흉내 내면서 놀기 좋아한답니다.


둘째, 진료실에서 이루어질 진찰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의사 선생님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윗옷을 올려서 가슴과 배에 청진기를 댈 거라고 하세요. 조금 차갑겠지만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알려주시고요.

의사는 또 아이의 몸을 돌려서 등에서 나는 소리도 들어보겠지요. 그다음에는 귀와 목을 봅니다. 아이가 제일 싫어하는 곳을 제일 나중에 보는 게 원칙이라 만나는 횟수가 늘어나고 아이에 대해 파악하게 되면 진찰 순서는 바뀔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집에서는 하던 일이 아니니 조금 무서울 수도 있다고 말해주세요. 하지만 가만히만 있으면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게 살펴볼 거라고도 얘기하시고요. 물론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리 미리 말해주더라도 아이의 긴장감과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엄마 아빠가 알려준 이야기와 진료실에서 직접 겪은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되풀이해 경험한다면 아이는 의사를 믿고 몸을 맡길 겁니다.


셋째, 주사에 대해 거짓말은 하지 마세요.

주사에 관한 거짓말은 역효과만 부릅니다. 특히 “말 안 들으면 주사 놓아달라고 한다”라고 하지 마세요.

빨리 낫고 건강해지기 위해 하는 행위를 벌 받는 일로 기억하게 만들지 마세요. 병원이나 의사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갖게 되고,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벌칙으로 받아들이게 되니까요.

그리고 주사 맞을 아이에게 “하나도 안 아파”라는 거짓말도 하지 마세요. 주사는 아파요. 하나도 안 아플 거라는 거짓말은 다음 진료와 주사를 맞을 때 아이를 더 불안하게 만듭니다.


넷째, 대기 시간 중 동영상 시청은 좋지 않습니다.

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거겠지만 한참 동안 휴대폰 동영상을 보다 들어오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동영상은 일단 아이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한 편이 다 끝나기 전에 시청을 중단하고 들어오면 아이의 짜증이 더 심해집니다. 평소에 잘 진찰받던 아이가 거부를 하기도 해요.

그러니 진료 시간이 가까워지면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질문할 내용을 정리해보는 게 낫습니다. 아이에게도 한 번 더, 연습하듯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요약해서 알려주고 격려해주세요. 그리고 두 돌 이전 아이에게는 어떤 이유로든 동영상 시청은 권할 일이 아닙니다.


진료실에 들어오기 전 궁금한 것들을 미리 메모해 오는 것도 좋습니다. 의사에게 뜻하지 않은 설명이나 진단을 듣거나, 뒤에 대기 환자가 많다는 걸 알면 초조해서 잘 묻지 못하고 그냥 진료실을 나가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평소에 묻고 싶은 게 있었다면 두세 가지 정도만 중요한 질문을 적어 오면 어떨까요.



 


 ->  진료실에 들어와서는
첫째, 입안에 음식이 있어선 안 됩니다.
아이 입에 음식이 든 채 진찰을 받는 건 위험합니다. 의사가 이걸 모르고 설압자(혀를 아래로 누르는 데 쓰는 의료기구)를 사용하면 음식을 기도로 밀어 넣는 큰 사고가 벌어질 수 있어요.

특히 사탕이나 씹어 먹는 비타민 등을 입에 문 상태에서 진찰이나 처치 중에 아이가 심하게 운다면 이 역시 흡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위험합니다.


둘째, 아이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해주세요.

힙시트나 아기띠는 풀어주세요. 아이가 발을 디딜 곳이 있으면 갑자기 크게 움직여 진찰 도구에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협조가 될 정도의 큰 아이라면 혼자 앉게 해도 괜찮습니다. 초등학생쯤 된다면 스스로 불편한 점을 이야기할 수 있게 미리 연습시켜두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생후 8~9개월 되는 아이는 보호자가 무릎 위에 안고 앉아야 합니다. 의사가 귀를 볼 때는 아이의 몸을 돌리는 것보다 몸통은 정면을 향하고 고개만 돌리는 게 안전합니다. 아이가 목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좁혀주기 때문이죠.


셋째, 아이가 운다고 당황하지 마세요.

진료 중에 아이가 울어도 됩니다. 그러니 당황하지 마세요. 아이를 달래려는 보호자의 ‘괜찮아’ 연발 멘트가 효과를 보였던 적은 기억나지 않으니까요.

부모로서야 ‘대단한 일이 아니란다, 아가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도 효과가 있을 리 없지요. 사람을 위로하는 일은 상대방의 ‘괜찮지 않음’을 알아주는 데서 시작하니까요.

예컨대 한 엄마가 온종일 아이와 씨름하다 지쳐 울음이 터진 채 앉아 있는데 마침 퇴근한 남편이 이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 이유를 묻겠지요. 아이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는 아내의 말에 남편이 “괜찮아, 괜찮아” 한다면 과연 위로가 될까요?


진료실에 있는 아이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신체 접촉을 맡긴 상황입니다. 그러니 두렵고 불안해서 우는 건 당연하겠지요. 의사와 부모, 아이 모두가 각자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우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아이가 이런 상황을 반복해 경험하면서 ‘아, 별일 없구나. 아프지 않구나’ 하고 스스로 깨닫는 게 가장 확실한 해결책입니다. 그러니 그 긴장과 공포를 견뎌낸 (설사 울었을지라도) 아이를 칭찬해주세요. “무서웠지? 그래도 잘했어. 멋지네. 다음에는 더 씩씩하게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응원해주시면 됩니다.

의사가 아이를 제대로 진찰하지 못할까 봐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애쓰시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의사로서 답을 드리자면 정말 괜찮아요. 울어도 중요한 정보를 찾아낼 수 있고, 아이가 힘차게 우는지, 늘어져서 힘없이 우는지도 중요한 진찰 소견이니까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라면 아이가 울어도 청진할 수 있고, 입안이나 목을 관찰할 때는 오히려 우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귓속을 보려면 아이 머리가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아야 합니다.

너무 울어서 힘을 주면 배를 만져보는 촉진도 어려울 수 있지만 그렇게 우는 아이를 살피면서 상황을 판단하고 다음 할 일을 결정하는 게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일이고 능력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진찰 중에 울었다고 의사나 간호사를 ‘맴매 맴매’ 하면서 때리는 시늉을 하는 분들도 드물지 않게 만납니다. 그런데 이건 좋은 위로 방법도 아니고 이렇게 해버릇하면 아이가 앞으로 병원에서 제대로 진찰받기 더 어려워집니다.


넷째, 진료실의 물건은 만지지 않는 거라고 알려주세요.

진료실에 있는 물건을 만지는 아이들을 자주 보는데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돌봐주세요.

이는 예의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위생’ 때문입니다. 의사는 한 환자를 진찰하면서도 몇 번씩 알코올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전염성 높은 질병에 걸린 환아를 진료한 직후에는 아이가 접촉한 모든 곳을 수시로 소독하지만 완벽할 수 없습니다. 진료실을 매일매일 하루에도 수차례 열심히 소독하고 열심히 청소하는 까닭은 바로 그곳이 가장 감염되기 쉬운 공간인 까닭입니다.

이와 같은 사항을 잘 기억하고 지킨다면 아이는 더욱 안심하고 병원에 오게 될 거고, 부모님들 역시 아이와의 진료실 방문이 한결 수월해질 거라 믿습니다.

 

병원 문 앞에서부터 온몸으로 버티며 거부하는 아이들이 적잖습니다. 목이 터져라 울어대는 통에 부모는 당황스럽고, 다른 아이들까지 덩달아 겁에 질리기도 하죠.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야 하고, 콧물을 빼거나 주사를 맞는 등 그다지 즐겁지 않은 절차가 이루어지는 병원을 좋아할 아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아프면 병원에 와야하고 아이가 어릴수록 정기적으로 검진도 받고 예방접종도 해야 하기에 병원 방문은 일상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병원을 두려워하는 아이를 위해 부모님이 해주면 좋을 일은 병원에서의 절차를 아이가 최대한 잘 이해하도록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격려해주는 겁니다. 물론 설명을 많이 해준다고 아픈 몸이 낫는 것도 아니고, 맞아야 할 주사를 생략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레 겁먹는 일은 한결 줄어들겠지요. 병원에 가기 전, 그리고 병원에 갔을 때 알아두면 좋을 정보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 선생님이 조언을 주었습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조병선

2017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조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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