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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왜?

달라도 너무 달라! 이해 불가 아이의 유머코드

On December 06, 2017 0

별거 아닌 것에도 아이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립니다. 배에 ‘푸~’ 바람만 불어도 자지러지듯 웃고, ‘똥, 방귀’ 이야기만 나와도 신이 나죠. 어른들 눈에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만화 주인공의 말 한마디에 좋아서 어쩔 줄 모릅니다. 엄마 아빠가 보기엔 ‘저게 정말 웃겨?’, ‘어디가 웃음 포인트인 거지?’ 싶지만 실은 각각의 상황 속에는 어른들은 이해 못해도 아이들은 웃게 만드는 유머 코드가 담겨 있습니다.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 그 장면, 그 순간이 우리 아이의 ‘유머 발달 단계’에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거든요. <우리 아이는 왜?> 12편에서는 내 아이의 유머 세계를 다룹니다. 알다가도 모를 아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베스트베이비> 박시전 기자가 묻고,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김이경 소장이 답했습니다.

 ->  유머의 발달 단계

 박 기자  ▶ 이따금 아이가 ‘온 가족의 배꼽을 빼놓고야 말겠어’라고 작심이라도 한 듯 개그 본능을 발휘할 때가 있어요. 처음엔 우스꽝스러운 몸짓이며 아이의 행동에 함께 웃지만 아이의 장난은 끝을 모르고 결국 “그만, 그만~” 하고 만류해야 겨우 개그쇼가 마무리되곤 하죠. 유머는 아이의 본능인가요?

 김 소장  ▶ 보통 4~5세에 이런 행동이 극에 달합니다. 그냥 재잘재잘 말만 해도 귀여워서 피식 웃음이 나오는데, 아이는 웃기고 싶어서 굳이 무리수를 두지요. 대체 왜 이럴까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것만 살아남는다는 진화심리학에서는 유머와 웃음이 이성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매력 포인트라고 설명합니다. 유머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창의성이나 지능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증거라는 거죠.

유머는 호감 포인트일 뿐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적응 능력입니다. 연구들을 보면 남녀관계뿐 아니라 직장생활이나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에도 유머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결과가 많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유머 감각이 뛰어난 주인공들이 매력적으로 그려지죠.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은 심각한 상황에서 툭툭 던지는 농담으로 매력을 발산하고, 영화 <마션>의 주인공 마크는 화성에서 조난당한 상황에서도 유머 감각을 벗 삼아 무사히 지구로 귀환합니다.


사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유머와 미소가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꾸준히 배워갑니다. 귀여운 ‘쿠잉’과 옹알이 소리를 낼 때나 미소 지을 때, 엄마 아빠도 웃으며 자기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런 긍정적 강화를 통해 유머가 애정과 관심을 유도하는 확실한 생존전략임을 인지하죠.


 박 기자  ▶ 뚜앙의 체조 동작에 열광적으로 미소를 보내고 뽀로로가 뒤뚱뒤뚱 걸어가는 모습만 봐도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던 아이가 대여섯 살쯤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시들해집니다.

그때부턴 로켓단의 로이와 로사의 말장난에 더 열광하고, 개그 프로에 나오는 유행어를 따라하죠. 그런 걸 보면 유머를 이해하는 능력치나 유머 감각도 연령에 따라 발달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 같아요.


 김 소장  ▶ 유머 감각은 나이의 영향을 받습니다. 유머를 구사하려면 인지, 언어, 사회성 등 다양한 능력이 조합되어야 하니까요. 모든 발달이 그렇듯 유머 역시 개인별로 발달 차이를 보이지만,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유머 스타일을 이해해보도록 하죠.

학자마다 조금씩 의견 차이가 있지만 주로 유머는 ‘상상’과 ‘가상놀이’ 수준과 관련이 깊다고 봅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폴 맥기(Paul McGhee)는 어느 정도 상징을 이해하는 만 2세 이후의 미소가 진짜 유머를 통한 웃음이라고 봤어요.

물론 신생아도 배냇짓을 하지만 사회적인 미소는 아닙니다. 만 1세까지는 주로 재미난 자극이나 신체 접촉이 있을 때 웃음을 터트립니다. 그래서 누가 얼러주거나 까꿍놀이를 하면 웃지요. 아직까지는 어떻게 해야 남을 웃기는지는 잘 모르는 시기입니다.

다만 자기가 어떤 행동을 하면 그 행동으로 인해 엄마 아빠가 반갑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행동을 반복하는데, 이것이 유머의 기초 발달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만 2세 무렵에는 재미난 행동에 웃음을 터트립니다.

동물 흉내나 울음소리를 재밌어하고, 자기도 그런 흉내를 내며 남을 웃기려 하지요. 특히 생후 18~24개월 즈음이 되면 ‘~인 척’ 하는 가상 행동을 시작하며 유머에 시동을 겁니다. 소꿉놀이 음식을 먹는 척하면서 슬쩍 상대의 반응을 살펴보기도 하고요.

또 양말을 모자처럼 머리에 쓰고는 그 부조화에 웃음을 보이기도 합니다. 만 3세 무렵에는 슬슬 말놀이에 재미를 붙입니다. 말이 늘고 사물의 이름을 섭렵해가면서 일부러 엉뚱한 이름을 붙여 장난을 칩니다. 사람더러 공룡이나 괴물이라고 호칭을 바꿔 부르며 상대의 반응을 두루 살피지요.

만 4~6세 아이는 익살꾼으로 거듭나며 유치함이 점점 극에 달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몸 개그의 향연이 펼쳐지는 시기이죠. 신체 기능이나 몸에서 나는 소리에 유독 관심이 많아지는 발달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특히 똥, 방귀 얘기를 하면 배를 잡고 웃습니다. 또 엉거주춤 걷기, 일부러 넘어지기 등 주로 희한한 몸짓으로 웃기려 하는 시기라 주변에서 ‘너무 까분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본격적으로 말로 웃기기도 하는데요. 마치 랩처럼 비슷한 소리를 모아서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하고, 수수께끼나 엉뚱한 퀴즈를 자주 냅니다. 고작 대여섯 살 꼬맹이가 아재 개그를 남발하며 이상한 말장난으로 “엄마, 이거 알아? 이거 맞혀봐”라는 말을 달고 지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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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가 지나칠 정도의 유머에 대처하는 법

 박 기자  ▶ 아이의 어설픈 유머가 사랑스럽기는 하지만, 희한한 몸짓을 하거나 별명을 부르며 놀리는 등 지나친 행동을 할 때는 어떡하면 좋을까요?

 김 소장  ▶ 유머 감각이 있는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인이 됩니다. 그건 어른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지요. 그러나 정도가 지나쳐 누군가를 놀리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을 한다면 멈추게 해야 합니다.

어른들도 독설이나 비난이 담긴 개그를 즐기지만 지나치면 역풍을 맞기도 하잖아요? 남을 놀리거나 비난하는 공격적인 유머 스타일은 상대를 발끈하게 만들어 단기간에 주목을 받기 쉽습니다. 효과가 극적인 만큼 더 쉽게 빠져들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한 번 흥이 오르면 어디서 멈춰야 할지 잘 모르다 보니 ‘이제 그만’이라고 알려줄 사람이 필요해요. 가능하면 잠깐 장소를 옮겨 주의를 주거나 뭔가를 먹게 하거나, 다른 장난감으로 주의를 돌리는 게 효과적입니다.

또 가끔 자기 머리를 때리거나 일부러 자기를 ‘바보’라는 식으로 ‘셀프디스’ 하며 웃기려는 아이도 있어요. 자멸적 유머라고 하는데 개그맨들도 많이 쓰는 유머 스타일입니다만 반복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유머를 자주 보인다면 관심을 주거나 재밌어하지 말고 다른 놀이를 하며 웃음을 터트려보거나 아이가 잘하는 것을 함께 하며 즐거움을 나누는 게 좋습니다.


 박 기자  ▶ ‘웃음의 미학’은 아이들 세계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유머가 어떤 긍정적 작용을 하나요?

 김 소장  ▶ 놀이치료를 하면서 아이의 말이나 행동이 재미있어 진심으로 ‘빵 터지는’ 순간 아이와 부쩍 친밀감을 느끼곤 합니다. 관계에 물꼬가 트이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진심은 통하는지라 아이도 ‘저 사람이 정말 웃었다’는 것을 압니다.

이때 아이의 눈이 ‘반짝’하죠. 그 순간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아이는 ‘나도 다른 사람을 웃기는 능력이 있구나. 나도 호감을 주는 능력이 있구나’라고 느낍니다. 이 자신감은 무척 중요해요.

아이는 다른 사람을 거울삼아 자존감을 형성하는데, 다른 사람이 자기를 향해 웃으며 호감을 보일 때 자기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가치감을 쌓아가거든요. 아이는 대화보다 ‘놀이’를 매개로 다른 사람과 만날 때 훨씬 쉽게 웃음을 터트립니다.

불안해하던 아이도 한 번 웃음을 터트리면 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느슨해져 말문을 틉니다. 실제로 유머는 분노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유머 수준이 높을수록 스트레스를 잘 견디고요. 유머와 아이의 심리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유머는 정서 조절, 창의성, 대인관계 기술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박 기자  ▶ 유머 감각은 타고나는 것 같은데, 아이의 유머 감각을 발달시키기 위해 따로 노력이 필요할까요?

 김 소장  ▶ 유머 감각은 일종의 능력이고 타고난 성향입니다. 하지만 외향적이라고 유머 감각이 많고, 수줍음이 많다고 유머 감각이 별로라는 식으로 단정할 수는 없어요.

지능, 사회성, 언어 등 많은 영역이 유머 감각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남을 웃기는 능력뿐 아니라 즐거워하는 능력도 유머감각이니까요.


유머는 경험을 통해 발달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을 읽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유머 능력이 발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굳이 어떤 학습이나 훈련이 필요하다기보다는 평소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책이나 놀이를 통해 즐거운 경험을 많이 쌓는 게 가장 효과적입니다.


모든 유머의 핵심은 ‘반전’이에요. 유머 감각이 없어 고민하는 부모라면 반전을 활용해보세요. 아이랑 같이 역할놀이를 할 때 똑똑 박사일 것 같지만 ‘실수 많은’ 의사, 용감할 것 같지만 ‘겁쟁이 경찰’ 같은 역할을 해보는 거죠.

또 블록을 차곡차곡 쌓는 대신 엉망진창으로 쌓아보는 것도 좋고요. 늘 완벽할 것 같은 엄마 아빠의 실수야말로 아이를 가장 빵 터지게 하는 반전 개그니까요.
 

plus tip 아이의 유치함에 대처하며 함께 웃는 법

유머의 동반자 효과 누리기

유머는 여럿이 함께 할 때 시너지가 납니다. 아이가 유머를 발휘한다면 가족이 함께 박수 치며 웃어주세요. 긍정적인 기분은 아이가 스트레스와 좌절을 이겨내도록 돕는 가장 좋은 충전제이기도 합니다.

엄마 아빠도 한껏 유치해지기
아이의 개그 코드가 세련될 리 없지요. 좀 유치해져도 괜찮습니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이나 말투를 따라하거나 놀이를 함께 하며 잠깐식 퇴행해보는 경험이 가족의 돈독함을 높여줍니다.

 

별거 아닌 것에도 아이들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립니다. 배에 ‘푸~’ 바람만 불어도 자지러지듯 웃고, ‘똥, 방귀’ 이야기만 나와도 신이 나죠. 어른들 눈에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만화 주인공의 말 한마디에 좋아서 어쩔 줄 모릅니다. 엄마 아빠가 보기엔 ‘저게 정말 웃겨?’, ‘어디가 웃음 포인트인 거지?’ 싶지만 실은 각각의 상황 속에는 어른들은 이해 못해도 아이들은 웃게 만드는 유머 코드가 담겨 있습니다.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 그 장면, 그 순간이 우리 아이의 ‘유머 발달 단계’에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거든요. <우리 아이는 왜?> 12편에서는 내 아이의 유머 세계를 다룹니다. 알다가도 모를 아이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베스트베이비> 박시전 기자가 묻고,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김이경 소장이 답했습니다.

Credit Info

기획·글
박시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사진
조병선

2017년 12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글
박시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사진
조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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