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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에 도전하다.

On November 15, 2017 0

<베스트베이비>가 대한민국의 부모들을 찾아갑니다. 전쟁 같은 맞벌이 부부의 삶에서 탈출해 육아에 전념하며 행복을 찾은 육아 대디 노승후 씨 가족을 만나고 왔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아빠가 짊어진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요즘은 그나마 맞벌이 부부가 늘었지만 결국 엄마는 아이 곁으로 돌아가고만다.

그런데 여기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육아에 뛰어든 전업주부 아빠가 있다. 바로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의 저자 노승후(39세) 씨가 그 주인공이다.

아내 이희정(37세) 씨와 의선(9세), 의현(7세) 두 자매를 키우는 그 역시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던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였다. 그랬던 그가 왜 전업주부가 되기로 결심한 걸까?


“저희도 여느 가정처럼 맞벌이를 해서 지방에 사시던 어머니가 올라와 아이들을 돌봐주셨어요. 하지만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함께 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에요.

육아 방식을 둘러싼 의견 차이도 있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 오면 두 사람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힘들게 일하고 들어왔는데 두 사람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게 너무도 힘들었어요.

게다가 아이들은 자꾸만 엄마 아빠를 찾는데 일에 치여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컸고요. 아이들을 잘 키우려고 지속해온 맞벌이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아내 희정 씨는 두 아이를 낳고 두 번의 육아휴직을 냈는데 막상 집에서 살림과 육아를 도맡아 하다 보니 도저히 전업주부는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승후 씨가 보기에도 희정 씨는 집에서 육아와 가사를 하기보다 밖에 나가 일을 하는 게 훨씬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반면에 승후 씨는 일을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국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아빠 육아라는 결론을 내렸다.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걱정 어린 시선을 많이 보냈어요. 사실 대한민국 남자로서 전업주부를 하겠다고 나서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죠.

하지만 아내와 오랜 시간 고민했고 서로의 성향을 이해한 후 내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었어요. 수입이 줄어드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절약하면서 살자고 서로 다독였죠.”


지금이야 살림하고 아이들 돌보는 게 익숙하지만 처음 아빠 육아를 시작했던 5년 전만 해도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난처하게 만든 건 삼시 세끼를 준비하는 것. 청소나 빨래는 익숙해지면 되지만 음식을 만드는 건 달랐다.

그래서 일찌감치 요리학원에 등록했다. 대부분 결혼을 준비하는 새신부들뿐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해 요리의 기초를 갈고닦았다.

그때 배운 실력으로 지금까지 아이들 밥상은 승후 씨가 책임지고 있다. 만약 요리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승후 씨의 육아빠 도전은 실패로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빠가 육아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바로 변화가 찾아왔다. 특히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정했던 첫째의 변화가 가장 놀라웠다. 항상 의기소침해 있고 낯가림이 심했는데 어느 순간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아이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많이 달라졌다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들 곁으로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승후 씨.

아빠 육아가 아이들에게만 긍정적인 영향을 준 건 아니다. 승후 씨 역시 육아를 하면서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 직장에 다닐 땐 전혀 몰랐던 ‘행복’이란 감정을 수시로 느끼게 된 것.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아이가 가장 예쁘고 사랑스러운 지금 이 시간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제가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 건 단순히 육아와 살림만을 위한 건 아니에요. 육아와 살림도 하면서 인생 제2막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죠. 첫 직장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걸 경험한 뒤로 마냥 직장인으로 산다는 게 현명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요즘은 평생 회사를 다닐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덕분에 평소 좋아하던 책도 읽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어요.”

승후 씨는 아이들이 등원한 뒤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매일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날씨가 좋을 땐 공원 산책을 하거나 등산을 가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미술 전시회나 음악회에 가고 그 외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부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최근엔 지난 경험을 담은 책을 출간하는 등 매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다.






승후 씨네 가족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베스트베이비> 인스타그램(@bestbaby_magazine)에 업로드 합니다. 


승후 씨는 아빠들에게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육아휴직을 사용해 짧은 기간만이라도 아내와 역할을 바꿔보기를 권한다. 직장에 다닐 땐 혼자 살면 더 편했을 텐데 결혼을 왜 했는지, 아이는 왜 낳았는지 회의감이 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집에서 살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내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고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게다가 항상 밝은 아이들을 보면 아이를 잘 키우고 있다는 만족감도 들었다. 바쁠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인생의 소소한 행복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빠 육아가 충분히 가치 있음을 느낀다.

그에게도 경력 단절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빠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라 당분간 육아에 전념할 예정이다.

언젠가 아내가 회사를 그만두거나 아이들이 더 자라면 사회로 다시 나갈 생각이다. 그때 아쉽지 않도록 더 열심히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야무지게 해내고 싶다는 전업파파 승후 씨다.

 

<베스트베이비>가 대한민국의 부모들을 찾아갑니다. 전쟁 같은 맞벌이 부부의 삶에서 탈출해 육아에 전념하며 행복을 찾은 육아 대디 노승후 씨 가족을 만나고 왔습니다.

Credit Info

기획
강지수 기자
사진
안현지

2017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강지수 기자
사진
안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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