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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 타로가 전하는 ‘그림책 이야기’

On November 09, 2017 0

<악어도 깜짝 치과 의사도 깜짝>, <누구나 눈다>, <금붕어가 달아나네> 등 수많은 책을 선보이며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아온 작가 고미 타로가 한국을 방문했다. 1973년에 첫 작품을 발표한 이후 40년이 넘도록 펴낸 그림책이 자그마치 400여 권이 넘는 다작 작가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이프치히 도서전 등 세계 유수의 도서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아이처럼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그림, 간결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스토리,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가득한 고미 타로의 그림책은 전 세계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칠순이 넘은 나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에너지 넘치고 자유분방한 사고를 지닌 작가는 때로는 아이 같고, 때로는 괴짜 철학자 같은 면모를 보여주며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느낌이 왔어!> 고미 타로 지음, 한림출판사



 고미 타로의 생각 1 
‘자기다움’, ‘나다움’은 내 작품의 화두…
제 그림이 아이들 그림처럼 단순 명쾌하다는 말을 종종 듣지만, 사실 어린이를 위해서 그림책을 지은 건 아니었어요. 그냥 그림과 글을 묶은 그림책 자체가 좋아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지었죠. ‘어린이를 잘 안다’라고는 감히 말 못하지만, ‘나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그걸 표현해온 게 지금의 결과물이에요.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인데, 한여름에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다가 그만 미끄러졌어요. 넘어졌다가 일어나 보니 주위에 아무도 없었죠. 밭 한가운데였고, 무릎은 까져서 아프고 하늘이 있고….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아! 여기 나 혼자 있구나’ 싶은 거예요.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해요.

‘나 혼자구나’라는 생각이 무서웠지만 동시에 해방감 같은 게 느껴졌어요. 지금 여기 나만 있고 아무도 없는 것, 어쩔 수 없는 환경 말이죠. 여러분도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의식하느냐, 못 하느냐는 개인차라고 보고요.

별거 아닌 것 같은 그날을 계기로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느냐’를 중요하게 여기게 됐어요. 우리는 학교를 가고, 졸업을 하고, 또 진학해서 그다음 학교에 가는 사회적 존재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 말고, ‘나로서의 내 존재’,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개인적인 나’로서 어떻게 살아갈까 늘 고민했어요. 그냥 태생적으로 그랬던 것 같아요.

보통 작가들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글을 써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해요. 하지만 저는 ‘나’ 스스로를 중심에 두고 작품을 써요. 그러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매사에 궁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고미 타로의 생각 2 
재미난 일상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지요
세상에 재미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사실 고민할 일도 별로 없어요. 예를 들어 아픔이라는 것도 한 번 아프고 난 뒤에는 나아지잖아요. 한국 독자들을 만나려고 순천으로 오는 길에 모기한테 한 방 물렸어요.

그런데 한 번 쓱 긁고 나니 이내 가렵다는 느낌이 사라졌어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모든 일이 즐거워요. 최근에 일본에서 운전하다 과속으로 달려서 경찰한테 잡힌 적이 있어요.

교통경찰한테 걸리는 게 좋을 리 없지만 저는 그것도 재밌었어요. 제가 올해 72세예요. 72세도 속도위반으로 걸린다는 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벌금은 2만 5000엔을 냈지만 말이죠.


어릴 때부터 규칙을 위반하는 걸 참 좋아했어요. 일기를 쓸 때도 매일 꼬박꼬박 써야 한다는 규칙을 따르기 싫었죠. 그래서 하루는 ‘할아버지가 수박을 사 오셨다.

맛있게 먹었다’라고 마음대로 지어서 일기를 썼어요. 그러고는 할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일기에 그렇게 썼으니 수박을 사 오셔야 한다고 말했죠.(웃음)


생각해보면 저는 아이였던 적이 없었어요. 진심으로요. 지금은 노인의 모습으로 ‘할아버지인 척’ 하지만 그냥 고미 타로 그 존재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거예요.

사람들이 보기에는 ‘아기 고미 타로’였던 시절도 있고, 초등학생이던 시절, 고등학생이던 적도 있어요. 그다음에 초보 그림 작가였던 시절이 있고요. 지금도 그 과정을 이어 나가고 있는 중인 셈인데, 평소 ‘언제 재미를 느꼈나’ 떠올려보면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전혀 없어요.


어제 순천으로 내려오다가 차창 밖 저 멀리 동그란 뭔가가 눈에 띄는 거예요. ‘저게 뭐지?’ 궁금해서 동행에게 물어보니 묏자리라고 하더군요. 되게 귀여웠어요. 동그랗게 생겼으니깐. 그래서 차에서 내려 가까이 가서 살펴보고 절도 했어요. 거기서 모기에 물린 거예요.(웃음)

어쩌면 산만한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매사에 궁금한 게 정말 많아요. 이게 제 성격이에요. 지금도 저기 차창을 가리고 있는 커튼을 젖히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계속 그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생각에 생각을 이어나가며 맨날 놀아요. 이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 이거로 책을 지으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어요.





<금붕어가 달아나네> 어항에 있던 금붕어가 바깥으로 튀어나와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띤 커튼의 물방울무늬도 되었다가 꽃이 되기도 하고,
병 속의 캔디로도 변신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책.  한림출판사


 고미 타로의 생각 3 
책을 통해 ‘교훈’을 주고 싶지는 않아요
<금붕어가 달아나네>를 지을 때 왠지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풍선이어도 되고, 털 뭉치여도 상관없었죠. 그저 ‘빨간 것’이면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러다보니 금붕어가 그려졌어요.

그랬더니 그 금붕어가 나한테 말을 걸어오더군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다음에 어떡할래?” 하고요. 그랬더니 금붕어가 “달아나볼까?” 하는 거예요. 그리고 또 “숨어볼까?” 그래요. 이렇게 캐릭터랑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책 작업을 하는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요.


일본에서 출간된 책이 370권 정도 되는데, 바깥세상의 일을 그림책에 담은 적은 없어요. 저는 사회문제라든가 이런 데 전혀 관심이 없어요. 예를 들어 ‘난민문제를 그림책으로 짓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저는 이런 입장이에요. 전쟁을 그림책으로 다루는 것도 안 좋아하는 입장인데, 그림책에 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죠.

어른들이 말하는 사회적 문제들은 굳이 그림책에서 다뤄야 할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책을 학습 도구로 사용하는 건 정말 적합하지 않아요.

사실 저는 독서운동은 실패로 끝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림책이라는 걸 통해 아이들을 이끌거나 지도하고 싶지 않아요. 물론 아이들한테 뭔가 전달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분명해요.

하지만 저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아이들한테 제 책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면 그건 아마 아이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고미 타로의 생각 4 
책, 다급하게 읽히지 않아도 돼요
부모들은 자녀들이 책 보는 걸 무척 좋아하죠.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으면 탄탄대로로 성장하고 정서적으로도 좋다고 여겨요. 그런데 그림책 작가인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이상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잘 자랐다는 증거도 없고 감성이며 정서라는 게 그렇게 키워지는 것도 아니라고 보니까요. 그런데도 어른들은 습관적으로 책을 보라고 강요하는데 그러면 오히려 반발심으로 아이들은 책을 더 안 봐요. 이게 누구의 책임일까요. 책이라는 건 엔터테인먼트, 즐거움이에요.

책을 읽는 건 아주 재미난 일이고요. 그런데 그 즐거움의 순간이 인생의 어느 시점에 찾아오느냐, 그건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라고 봐요. 제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게 열다섯 살 때거든요. 그리고 읽고 있던 책이 정말 재밌다고 생각한 건 스물한 살 때예요.


학교에서 책을 읽을 때면 ‘조용히 읽어라’, ‘손을 깨끗이 씻어라’라고 해요. 그러면서 책이라는 게 너무나 교육적으로 변하죠. 왜 이런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정말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왜 아이들이 책을 보는 게 좋다고 여기는지 말이죠.

책 읽기를 권하는 사람들을 보면 애니메이션이라든가 컴퓨터 게임 같은 걸 적대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게임도 재미난 일이고, 밖에서 노는 것도 재미난 일이고, 책 읽는 것도 재미난 일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책을 학습적인 시선으로만 보게 만들면 결국 더 멀리하게 돼요. 부디 아이들에게 책을 강요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쳐나가도록 해주세요.

 

> 고미 타로는요…

 >  고미 타로는요…

1945년 도쿄 출생. 구와사와디자인연구소를 졸업하고 산업디자인 일을 하다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데뷔 후 40여 년간 400여 권의 그림책을 펴내며 왕성한 작업을 펼치고 있는 일본의 대표 그림책 작가로 <느낌이 왔어!>, <몸의 구석구석이 말하기를>, <누구나 눈다> 등을 펴냈다.

<악어도 깜짝 치과 의사도 깜짝>, <누구나 눈다>, <금붕어가 달아나네> 등 수많은 책을 선보이며 국내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아온 작가 고미 타로가 한국을 방문했다. 1973년에 첫 작품을 발표한 이후 40년이 넘도록 펴낸 그림책이 자그마치 400여 권이 넘는 다작 작가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이프치히 도서전 등 세계 유수의 도서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아이처럼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그림, 간결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스토리,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가득한 고미 타로의 그림책은 전 세계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칠순이 넘은 나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에너지 넘치고 자유분방한 사고를 지닌 작가는 때로는 아이 같고, 때로는 괴짜 철학자 같은 면모를 보여주며 자신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자료·사진 제공
한림출판사, 청주 기적의도서관, 순천 기적의도서관

2017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자료·사진 제공
한림출판사, 청주 기적의도서관, 순천 기적의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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