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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요즘 우리의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자연주의 육아는 정말 가능할까? PART 1

On October 12, 2017 0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먹거리와 생필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걱정이 더욱 늘었다. 내 아이에게 혹시 ‘독’을 먹이고, 발라주고, 입히는 건 아닐까. 화학물질로부터 내 아이를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고민해봤다.

prologue...
최근 ‘케미포비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화학물질 공포증’이라는 단어로 화학을 뜻하는 ‘Chemical’과 공포를 뜻하는 ‘Phobia’를 조합한 말이다. 실제로 요즘은 공포의 시대다. 먹거리부터 어린아이들이 쓰는 생필품까지 유해물질이 검출되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몇 년 전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수많은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사실 변한 것은 별로 없다. 여전히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과 먹거리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되고,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더라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은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좀 더 나아져야만 한다. 내 아이에게 오염된 환경을 물려주는 것은 낳아준 부모로서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다. 당장 모든 화학물질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환경 전문가들을 만나 자연 육아를 실천하기 위한 조언도 들었다. 이들 모두는 ‘변화는 작은 노력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회용품을 아예 사용하지 않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대안으로 유기농 제품을 찾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불편함을 감수하고 덜 쓰는 걸 생활화하는 게 대안일까?






 PART 1 요즘 우리의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
임신을 하고 엄마가 될 준비를 시작하면서 평소 아무렇지 않게 여겼던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혹시 자신이 먹고 사용하는 것들이 뱃속 태아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 경계심은 최고조에 이른다.

수유하는 엄마가 먹는 것은 물론 아이가 먹고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대한 엄격한 검열이 시작된다. 일부러 비싼 돈 주고 ‘친환경’, ‘유기농’, ‘천연’, ‘순수’, ‘무농약’, ‘자연유래’, ‘무항생제’ 제품을 구입하고 열심히 공부도 해 제품의 전 성분을 꼼꼼히 확인하기도 한다.


최근 엄마들을 배신감에 떨게 하는 사건 사고가 연일 터지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치약, 기저귀, 분유, 이유식, 달걀 등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기 때문이다. 조금 비싸도 안전한 것만 찾아 사용했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들을 안심시켰던 제품 패키지의 ‘안전’ 문구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공장식 생산이 문제, 먹거리
최근에 이슈가 된 살충제 달걀 사건은 ‘예고된 인재’라고들 한다. 공장형 사육 시스템이 불러온 참사라는 의견이 대부분. 암탉 한 마리가 평생 ‘배터리 케이지’라 불리는 A4 용지 ⅔ 크기의 공간에서 꼼짝도 못하고 알 낳는 기계로 살아간다.

이 비좁은 우리 안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위층에서 떨어지는 배설물을 그대로 뒤집어쓴다. 자연에서 살아가는 닭은 모래 목욕으로 진드기를 제거하는데 그럴 수 없다 보니 병드는 걸 막고자 항생제를 투여하고 살충제를 뿌릴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산란계 사육의 95%가 이 배터리 케이지를 사용한다. 달걀 소비는 늘어나지만 가격을 낮춰 공급해야 판매가 되는 현실에서 농가가 배터리 케이지를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달걀뿐이 아니다. 소, 돼지, 우유 등도 이미 공장식으로 생산되는 현실이다. 영화 <옥자>의 ‘슈퍼 돼지’를 머지않은 미래에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

많은 농가에서 단시일 내에 가축을 빠르게 키우고자 성장제, 항생제, 영양제를 무리해 투여하고, 비좁은 공간에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경을 만들어 살만 찌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공장형 축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무항생제 인증제를 비롯한 각종 정책이 시행되었지만 결국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동물복지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기업과 대형 농장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 아닌 소비자와 동물을 위한 정책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물질 범벅, 생필품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태로 인해 공산품의 전 성분을 좀 더 꼼꼼히 확인하게 되었다는 소비자가 많다. 안전하다는 과대 광고에 속지 않으려면 어떤 성분을 피해야 하는지 미리 기억해두었다가 제품을 구입할 때 한 번 더 신중하게 살핀다는 것. 지난해에는 치약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한바탕 환불 소동이 일더니 얼마 전에는 생리대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비단 치약이나 생리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미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생필품에는 석유를 원료로 한 화학물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일회용품 가운데 안전한 제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획기적’이거나 ‘기능이 탁월히 좋다’고 광고하는 제품은 더 많은 화학물질이 첨가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화장품은 향과 보존을 위해 합성향료, 방부제 등이 기본적으로 첨가되지 않으면 유통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향수나 화장품에 첨가된 인공향은 인체의 내분비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 생리대는 흡착제는 물론 방수 기능 커버, 팬티에 잘 고정되는 접착제 등에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아이들이 물고 빨며 갖고 노는 플라스틱, 실리콘으로 만든 장난감 역시 화학물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문가들은 ‘자연에서 얻을 수 없는 성질’을 갖고 있는 제품 대부분은 화학물질 범벅일 가능성이 높으니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회용품을 아예 사용하지 않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대안으로 유기농 제품을 찾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불편함을 감수하고 덜 쓰는 걸 생활화하는 게 대안일까?






아이 키우는 부모들에게 ‘케미포비아’에 대해 물었다
친환경, 유기농 등 표시만 믿고 사용해온 제품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에 부모들은 배신감을 감출 수 없었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 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도현(3세)·채은(4개월) 엄마 -> 장석현 씨

도현(3세)·채은(4개월) 엄마 -> 장석현 씨

아이들이 쓰는 제품은 당연히 무해한 성분으로 신경 써서 만들 거라는 믿음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자꾸만 유해 화학물질 뉴스가 터지니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싶어요.

그런데 막상 화학제품을 멀리하려고 보니 편리성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마음 같아서는 아이 기저귀를 천 기저귀로 바꾸고 싶지만 관리가 잘될지 걱정스러워요.

달걀은 지금껏 잘 먹어왔던 터라 큰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이가 먹으면 안 좋다고 하니 되도록 먹이지 않으려고요. 사실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어서 그런지 마음처럼 화학제품을 멀리하기가 쉽지 않네요.

이번 기회에 화학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철저히 이뤄지고,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유주(6세)·유하(5세) 엄마 -> 서지연 씨

유주(6세)·유하(5세) 엄마 -> 서지연 씨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화학물질에 대한 불신이 있었어요. 생리대나 기저귀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성분을 써서 만들었다 해도 자연 그대로의 성분은 아니잖아요.

분명 유통 중에 썩지 않도록 화학성분을 넣었을 테고요. 흔히 사용하는 물티슈도 세균이 번식하지 않으려면 보존제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아이 키우면서 물티슈를 하루에 한 통씩 쓰는 엄마들도 있더라고요. 아이 입에 이물질이 묻으면 수시로 물티슈로 닦아주곤 하는데 이렇게 아이를 깨끗하게 키운다고 하는 행동이 오히려 아이를 유해 성분에 노출시키는 것 같아요.

저는 첫째 때부터 천 기저귀를 썼는데 세탁기로 빠는 것도 가능해서 힘든 점은 없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일 같아요. 물티슈도 아이 피부에 닿는 게 찝찝해서 웬만해서는 사용하지 않고 청소할 때만 가끔 쓰는 정도예요.

그리고 결혼 전부터 생리대 대신 생리컵을 사용했는데 꽤 만족스러워요. 지금이라도 알려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들이 또래에 비해 크게 앓았던 적이 없는 것도 너무 지나치게 화학물질에 노출되지 않은 덕분이라 믿어요.
 

민준(8세)·현준(5세)·연재(19개월) 엄마  -> 하은지 씨

민준(8세)·현준(5세)·연재(19개월) 엄마 -> 하은지 씨

첫째 아이가 기저귀발진이 너무 심해서 어쩔 수 없이 천 기저귀를 사용했어요.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아이가 셋이다 보니 빨래가 감당되지 않아 셋째는 일반 기저귀를 채워요.

가끔 발진이 심할 때만 간간히 천 기저귀를 사용하는데, 걱정스럽긴 하지만 생활습관을 100%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화학물질이 첨가된 제품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아이들 먹거리도 큰 마트 대신 재래시장에서 제철 식품을 사 먹이는데, 사실 유기농이라고 하는 식품도 100% 신뢰하지는 않거든요.

생리대 문제도 4~5년 전에 한 차례 문제가 됐는데 고쳐지지 않았고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다시 한 번 불거진 것이니 이번엔 분명히 책임 소재를 따져 제도가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제부터라도 생산자들이 양심적으로 제품을 만들고, 정부도 확실하게 규제하기를 바라요. 엄마들도 뉴스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어느 정도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서로 조심하고 주의하면 점점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연아(3세) 엄마 -> 이수영 씨

연아(3세) 엄마 -> 이수영 씨

자연 육아라는 말에는 함정도 있는 것 같아요. 자칫 모든 공산품과 가공 제품에 대한 막연한 ‘포비아’가 확산되어 공포감이 생겨날 수 있으니까요.

한때 ‘안아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것처럼, 잘못된 믿음이 또 다른 문제로 파생될 수도 있잖아요. 정부와 기업이 책임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고, 사회적으로 안전과 위생에 대한 자율감시체제가 활발히 작동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위한 식품과 공산품을 구입하고 소비할 때 원재료와 제조 방법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구입하는 습관을 생활화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제품을 브랜드나 싼 가격만 보고 덜컥 구입해버리는 물렁한 소비자가 아니라,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보고 제대로 만든 제품을 선별할 줄 아는 깐깐한 소비자가 되어야 기업들도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지 않을까요?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먹거리와 생필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걱정이 더욱 늘었다. 내 아이에게 혹시 ‘독’을 먹이고, 발라주고, 입히는 건 아닐까. 화학물질로부터 내 아이를 조금이나마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고민해봤다.

Credit Info

기획
심효진·강지수·김도담 기자
사진
이성우, 안현지

2017년 10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심효진·강지수·김도담 기자
사진
이성우, 안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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