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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왜?

똥이 뭐길래… 아이와 똥, 그 애증 관계에 대하여

On September 06, 2017 0

아이들은 ‘똥’, ‘방귀’라는 말만 들어도 까르르 웃음을 터트립니다. EBS의 <방귀대장 뿡뿡이>와 짜잔 형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똥이 풍덩>, <똥벼락>처럼 똥을 소재로 한 그림책은 늘 스테디셀러 자리를 차지하지요. 아이들은 왜 그렇게 ‘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걸까요. 동시에 그토록 똥을 좋아하면서 정작 ‘기저귀를 떼고 변기를 사용하기까지’의 길은 왜 그리 험난한 걸까요. 아마도 아이 키우며 ‘똥’과 관련해 재미난, 혹은 난감한 에피소드 한두 개쯤 없는 집은 없을 듯합니다. <우리 아이는 왜?> 9편에서는 똥과 아이의 애증 관계에 대해 다룹니다.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베스트베이비> 박시전 기자가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김이경 소장에게 물었습니다.

 +  김이경
놀이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아동심리상담사. 놀이가 아이와 부모를 잇는 다리가 되어줄 거라 믿으며 상담실에서 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으로 <베스트베이비>, <앙쥬> 등 여러 매체에 육아 칼럼을 기고한다.

 +  박시전
궁금증, 호기심 많은 15년차 육아지 기자. 아이 키우며 궁금한 게 생길 때면 편집회의와 꼼꼼한 취재를 거쳐 기사화하고야 마는 생활밀착형 육아 전문 에디터로 현재 <베스트베이비> 객원기자. 





 ->  아이들은 왜 그렇게 ‘똥’을 좋아하나?

 박 기자  ▶ 아이들이 ‘똥’이라는 말만 꺼내도 웃음을 터트리는 이유는 뭘까요? 그게 그렇게 재미나고 웃긴 걸까요?

 김 소장  ▶ 똥, 마법의 단어죠. 똥이란 말 한마디에 삐죽거리며 골을 내던 아이도 ‘푸하하’ 웃음을 터트리며 깔깔대니까요. 뭔가에 웃는다는 건 굉장히 즉각적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인데 그 이유를 따지고 드는 것도 어찌 보면 아이러니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유별난 ‘똥 사랑’을 지켜보고 있자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일단 아이에게 똥 얘기는 금기를 깨는 재미가 있습니다. 짐짓 아닌 척하며 ‘예쁜 똥’, ‘황금 똥’이라고 불러주지만 똥은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것, 그래서 빨리 눈앞에서 없애야 하는 대상입니다. 밥 먹을 때나 점잖은 자리에선 피해야 하는 단어고요.

아이는 은연중에 이런 금기를 알아차립니다. 똥 얘기에 보이는 어른들 반응에 신이 나 “똥또로동똥 똥똥” 노래를 부르며 좋아하고요. 특히 유치한 개그에 홀릭하는 4세부터는 몸에서 나는 소리, 금기에 부쩍 흥미를 갖는데, 방귀나 똥 얘기는 핵심 유머 코드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똥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배설한 뒤의 시원한 느낌까지 따라오니 더욱 신이 나지요. 게다가 어쩌면 이름도 ‘똥’인지요. 동이나 땅, 빵도 아니도 똥이라니 어감도 참 재밌지 않나요? ‘ㄲ, ㄸ’ 같은 경음이 더 잘 각인되는 것도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라면 이유겠지요.


 

 ->  프로이트의 ‘항문기’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할 것

 박 기자   ▶ 프로이트가 명명한 ‘구강기’, ‘항문기’라는 용어, 다들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한창 배변훈련 시기인 항문기 아이들이 똥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남다를 것 같아요.

 김 소장   ▶ 프로이트는 만 1세까지를 구강기, 그 이후부터 3~4세 무렵까지를 항문기라 했습니다. 항문기는 대소변에 관심을 갖는 시기로 아이는 변을 참거나 싸면서 항문으로 느껴지는 쾌감을 즐깁니다.
뱃속에 똥이 꽉 차서 참고 있다가 배설할 때의 시원함, 괄약근에서 느껴지는 쾌감을 두루 경험하지요. 이런 감각을 경험하면서 언제쯤 변을 배출할지, 괄약근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등을 알아갑니다. 자기 조절의 중요한 축인 배변훈련 시기를 거치는 거죠.


이 시기에 엄마와 아이는 모두 예민해지기 쉽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자기가 만들어낸 똥이라는 생산물이 신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해요. 땀, 눈물, 콧물, 코딱지 등 자기 몸에서 나오는 것들은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마련인데 똥은 조금 다릅니다.

낯선 형태의 생산물이 고통이나 쾌감을 거쳐 뚝 떨어져 나오는 게 신기하기도 하지만, 내 몸의 중요한 일부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 같아 두렵습니다.

특히 변비나 설사 등으로 변보는 게 힘든 아이라면 배변 자체가 매우 두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이제 점점 똥을 싸는 시간이나 장소를 규칙적으로 해나가야 하고, 엄마 아빠도 배변 습관을 들이겠다며 수시로 대소변을 확인하니 아이에게도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전과 달리 엄격하게 배변훈련을 하기보다 시작 시기에 여유를 두는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어쨌거나 훈육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너그럽게 봐주려 해도 아이가 실수를 하면 은연중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고요.

하지만 이때 심하게 혼을 내거나 깔끔함을 강조하면 아이가 강박적이거나 반항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전혀 변의를 보이지 않는데도 정해진 시간에 변기에 앉히거나, 아이가 실수했을 때 심하게 화를 내고 거친 손길로 뒤처리를 하면 아이는 수치심을 느끼고 부모에게 분노를 쌓아갑니다.

그리고 이런 분노는 변기의 위생에 집착하거나 혹시 손에 균이 묻었을까 봐 반복적으로 손을 닦는 등 강박적인 행동을 불러올 수 있지요. 또 남의 요구대로 똥을 싸기는 싫다는 생각에 배변을 참으려 하거나, 성격 면에서 구두쇠처럼 인색하고 완고한 특성을 갖게 될 여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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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변훈련기에 부모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자세

 박 기자   ▶ 그렇다고 배변훈련에 전혀 관여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그냥 내버려둔다고 모든 게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건 아닐 테고요.

 김 소장   ▶ 변의를 느낄 때 낯선 변기에 가서 앉고, 똥이 마렵다는 얘기를 하려면 어느 정도 교육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 시기 배변 연습은 조절과 절제, 신변 처리를 배우는 사회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정신분석에서는 항문기를 방만하게 보내면 사치를 하거나 헤프고 정리 정돈을 못하는 특성을 갖게 된다고도 말합니다. 배변 훈련 시 냉정하거나 가혹한 태도만 피하시면 됩니다.

또 아이가 변기에 앉기를 극도로 거부한다면 촉각이 민감해 낯선 감촉을 불편해하거나 아직 준비가 덜 된 것일 수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주시고요. 이 시기에 기싸움이 심해지면 반항의 일종으로 엄마 앞에서 보란 듯이 대소변을 싸거나 도망을 다니는 식으로 애를 먹일 수 있습니다.


커튼 뒤나 베란다, 방구석 등 특정 장소에 숨어 혼자 똥을 싸려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 경우 약간 어둡거나 자기만의 장소에서 똥을 눌 때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인데, 엄마 아빠가 창피를 줬기 때문에만 나타나는 행동은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배변훈련기는 심리적으로 매우 민감해지는 시기이므로 예민하거나 완벽주의 성향의 아이, 쉽게 수치심을 느끼는 아이는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땐 호들갑스럽게 아이의 똥을 반기기 보다 조금 차분하게 “예쁜 똥 쌌네” 식으로 반응하며 아이가 똥을 누는 곳에 변기를 가져다 놓거나 아이가 원하는 장소를 정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간혹 호기심에 자기 똥을 주물럭거리며 만져보는 아이도 있는데요. 이때 손을 때리거나 혼내기보다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보자. 똥은 원래 모양 그대로 두는 게 좋대”라는 식으로 알려주세요.


 박 기자  ▶ 책이나 놀이를 활용해 배변 문제를 완화하는 방법도 꽤 있습니다. 배변 트러블을 보인 아이에게 클레이를 조몰락거리거나 모래놀이를 하게 했더니 자연스레 문제가 해결됐다는 사례도 많이 접했습니다.


 김 소장  ▶ 아이들은 다양한 놀이를 좋아하지만 항문기와 관련된 대표적인 놀이로 어지럽히며 놀기, 지저분한 놀이, 더럽히기 놀이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물감을 손으로 휘저으며 자기 몸에도 묻히고, 점토 놀이를 하면서 여러 색을 뒤섞어놓고는 똥이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볼풀공을 온 방에 뿌려놓기도 합니다. 어쩌면 볼 텐트 속의 볼풀공이 쌓여 있는 똥이나 갈등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볼풀공을 던지고 뿌리면서 숙변을 제거한 듯 시원함을 느끼는 거죠.

특히 배변에 문제가 있는 아이는 엉망진창으로 뒤섞고 어지럽히며 방출하듯이 놀다 보면 몸과 마음이 이완되기도 합니다. 점토나 젖은 모래를 만지며 변의를 느끼는 아이도 있고 칼싸움을 하며 신나게 공격성을 표출하다가 화장실에 다녀오는 아이도 있어요. 이렇게 마음과 몸은 함께 움직입니다.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말하는 막장 드라마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장면이 있죠. 김치 싸대기, 파스타 싸대기, 냉수 끼얹기…. 이런 장면 참 시원해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지고요. 똥 벼락의 다른 버전이자 항문기 놀이가 아닐까요.

내 손으로 뿌리기는 민망한 똥벼락을 드라마가 대신 내려주니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고, 이는 결국 어른도 원초적인 재미를 강력히 원한다는 반증이겠지요. 아이와 똥 얘기, 항문기 놀이를 함께 즐기다 보면 이런 원초적인 재미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똥을 소재로 한 수없이 많은 그림책이나 옛이야기 역시 좋은 놀이거리이자 통로입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하필 머리에 똥을 싸놓은 모습이 재미납니다. 이성을 대표하는 머리에 더럽다며 회피하는 똥이 얹어진 모습 그 자체가 전복이자 금기를 깨는 상징입니다.

이렇게 똥 그림책을 보면서, 또 아이와 엉망진창 놀이를 하면서 서로 웃음을 터트려보세요. 엄마 아빠의 감정 배설물도 예쁜 똥으로 변신해 조금은 시원해질 테니까요.

 

plus tip 우리 아이 행동 대처법

배변훈련 시기는 아이의 준비 상태가 기준
변이 나오는 느낌을 ‘똥’, ‘응가’로 표현할 수 있는지, 변기에 앉는 감촉을 불편해하지는 않는지 등을 고려한다.


꾸준한 격려와 보상은 필수

변을 잘 가리는 듯싶다가도 다시금 후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컨디션이나 심리 상태에 따라 기복이 생길 수 있으니 안아주기, 엄지손가락 척 올려 잘했다고 인정해주기 등으로 격려해 주자.


똥을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놀이 함께 하기
똥과 관련한 그림책을 보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점토놀이, 물감놀이 등 감각 놀이를 해보자. 낯선 감촉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기싸움을 줄인다
한창 ‘해도 되는 것’, ‘하면 안 되는 것’을 알려줘야 하는 시기에 배변훈련이 맞물리면 갈등이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 아이가 부쩍 짜증이 많아진다면 꼭 지켜야 할 것과 그냥 넘어가도 될 것을 구분해 적용하자.

 

아이들은 ‘똥’, ‘방귀’라는 말만 들어도 까르르 웃음을 터트립니다. EBS의 <방귀대장 뿡뿡이>와 짜잔 형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똥이 풍덩>, <똥벼락>처럼 똥을 소재로 한 그림책은 늘 스테디셀러 자리를 차지하지요. 아이들은 왜 그렇게 ‘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걸까요. 동시에 그토록 똥을 좋아하면서 정작 ‘기저귀를 떼고 변기를 사용하기까지’의 길은 왜 그리 험난한 걸까요. 아마도 아이 키우며 ‘똥’과 관련해 재미난, 혹은 난감한 에피소드 한두 개쯤 없는 집은 없을 듯합니다. <우리 아이는 왜?> 9편에서는 똥과 아이의 애증 관계에 대해 다룹니다.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베스트베이비> 박시전 기자가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김이경 소장에게 물었습니다.

Credit Info

기획·글
박시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사진
이성우

2017년 09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글
박시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사진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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