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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희의 여행육아

아이는 어떻게 여행을 준비하나?

On August 11, 2017 0

 


아이를 여행 준비 과정에 참여시킬 수 있을까? 있다. 그리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 누구나 여행을 떠나기 전 자신이 앞으로 다다를 곳, 그곳에서 자신이 할 일에 대해 안내받고 상상할 권리가 있다.

그럼 몇 살 때부터 준비 과정에 참여시킬 수 있을까? 그림책 보는 나이부터 가능하다. 터키로 맨 처음 떠날 때 세 돌 된 중빈이는 한참 ‘빠방’에 빠져 있었다. 나는 아이와 그림책에서 트램을 찾아보며 이스탄불에 트램이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그때부터 아이는 만나는 모두에게 “터키에 트램 보러 간다”고 떠들어댔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정말로 온종일 트램만 탔다. 나 또한 하고 싶은 게 많았던 만큼 트램으로 점철된 그날 약간의 멘붕이 왔다. 하지만 덕분에 금방 터득했다.

애 배를 먼저 불리지 않고서는 내 배를 절대 불릴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매일 한 가지씩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골라 ‘길을 나설’ 동기를 확실히 부여했다.

“오늘은 비둘기를 보러 가자.” “오늘은 흙놀이 가자.” 대신! 그다음엔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하러 갈 차례라고 단단히 약속을 받아두었다. 배가 불러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도 너그러이 걸음을 옮겨주었다.

아이가 예닐곱 살이 되면 준비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진다. 여행지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읽어보며 그곳에서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함께 목록으로 작성해볼 수 있다. 그 일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는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이 단계에서 엄마가 유의해야 하는 건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사진을 샅샅이 보여주지 말라는 것이다. 여행은 감동이다. 그리고 그 감동은 무한한 상상력이 현실을 마주할 때 극대화된다. 이런 사진, 저런 사진 다 보아버리고 그곳에 도착하면 감동은커녕 ‘에계, 사진으로 본 거랑 똑같네!’ 시시한 확인만 남는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검색을 같이 해볼 수 있다. 그곳과 관련된 신화나 전설, 혹은 위인전, 재미난 동화 등을 함께 읽을 수 있고, 지도를 펴고 지역별 대표 볼거리를 짚어볼 수도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는 것. 정확히 아이가 호기심을 가진 만큼만 자료를 뒤적인다. 또 아이가 자료를 뒤적여 ‘가서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스스로 작성했거든 엄마는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

학교 공부와 완전 상관없는 일로 목록이 가득해도 그것이 아이가 여행에서 하고 싶은 일이다.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길 권리가 있다. 자꾸 간섭하면 아이에게 부모와의 여행은 재미없는 것이 된다. 그리고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제발 두 분만 갔다 오시라” 한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부모와 같이 가주는 것만으로 땡스다. 숙소든, 맛집이든, 일정이든, 조금이라도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일임하고 열통 터져도 모르는 척한다. 아이가 내놓은 자료가 엄마 눈에 부실해 보여도 그것만이 이 세상 유일한 자료인 양 믿고 따라 나서준다.

자기주도성은 바보처럼 호응해주는 부모 없이는 절대 생기지 못하는 법! 맛집을 맡은 아이가 제대로 식당을 못 찾아도, 막상 음식이 맛없어도, 예약을 미리 안 해두어 못 먹고 그냥 왔어도 비난하지 말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실수한 만큼 아이는 그날 배운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아이의 새로운 성장을 격려하자. 사춘기를 맞아 느슨해진 가족의 팀웍은 그렇게 다시 단단해진다.

 


 >  오소희 씨는요…

여행 작가이자 에세이스트. 13년 전 당시 세 살이던 아들 중빈이를 데리고 터키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라오스,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구석구석을 누볐다. 학교에서 체득한 지식보다 길을 걷고, 보고, 체감하는 여행의 힘을 믿는다. 블로그(blog.naver.com/endofpacific)에서 그녀의 여행기를 만날 수 있다.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오소희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2017년 08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황선영 기자
오소희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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